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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를 꼭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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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후배들 트리오의 활약이 저조하다 보니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과거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판 삼성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양키즈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패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했고, 또한 기아 타이거즈가 안타깝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한 것을 보고 관련기사를 잠시 확인하던 중 일간스포츠에 아래와 같은 글이 눈에 뜨였다. 제목만으로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였다.

  

[MLB인사이드] MLB 국가와 K리그의 애국가

 

글을 쓴 기자는 9·11 전에는 미국의 국가가 그라운드에서 연주돼도 실내인 식당 안에서는 식사를 중단하거나 일어서지 않았지만, 지금은 밥 먹다가도 나이프와 포크를 놓고 일어서는 관계자들이 아주 많아졌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 프로축구(K-리그)에서는 애국가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애국가를 연주하며 나라를 생각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나. 그리고 이러한 기사의 내용에 공감하는 '애국적'인 댓글도 이어지고...

   

나에게는 9.11 이후 나타난 위와 같은 미국의 증상들이 파시즘의 전조로 보이는데, 기자의 눈에는 오히려 애국가를 연주하지 않는 K-리그의 비애국적인 행태가 눈에 거슬렀나 보다. LA에서 이런 기사를 썼으니 평소에 한 마디 하고 싶었나. 그렇다면 민중의례를 하면서 과거에는 형식적으로나마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전혀 부르지 않고,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대체하고 있는, '운동권'들도 못된 넘들이겠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저급한 황색언론으로 치부하는 스포츠신문에 이런 정치적인 기사가 올라왔다는 점이다. (이게 비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무슨 얘기를 해줄까.) 오락과 흥미거리로 점철된 와중에서도 곳곳에 틀어박혀 있는 '확 깨는' 기사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주입받아온 국가주의의 기존관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이와 관련하여 예전에 모님이 썼던 '<선군정치>의 나라 미국'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네이버블로그에 올렸던 것인데, 여기에 다시 올린다.   



선군정치하면 우리는 북녘을 떠올립니다. 거기에서 나온 말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는 선군정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선군정치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방위원장 김정일1990년대 말부터 내건 정치사상이다. 북조선은 1955년 이전까지 맑스-레닌주의를, 이후 주체사상의 도입되어 1977년 북조선사회주의헌법에서 주체사상을 공식 이념으로 선포, 맑스-레닌주의와 결별하였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북조선 사회의 근본이 프롤레타리아라는 점은 남아있었다. 김정일은 국제사회에서 제국주의패도정치가 만연한 가운데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노동계급이 아니라 군대를 국가의 근간으로 보는 새로운 정치체계를 제안하였다. 이로 인해 북조선은 역사의 주역이 프롤레타리아가 아니라 군대라는 주장으로 맑스-레닌주의와 완전히 결별하였으며, 실질적으로 공산주의가 아니라 통제경제 체제의 파시즘이라는 특이한 체제를 이루게 되었다.   

    

아래 글을 읽어보면 이 '선군정치'라는 게 미국에서도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경로도 다르고,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나타내는 양상은 비슷한 듯 합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미국을 판단하겠지만, 적어도 911 이후의 미국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아래 글은 미국을 다녀온 분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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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의 나라 미국   

 

며칠전 아내 덕에 미국 서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리스, 샌디에고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이었는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 여행이었다.

미국에 도착하고 눈에 띄는 것은 도처에 널려있는 성조기였다. 일반주택, 호텔, 빌딩, 자동차.. 곳곳에 성조기가 장식돼 있다.

성조기 말고도 미국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게 된 몇가지 풍경이 있었다. 

   

우선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목격한 일.
샌디에고에서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한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경기를 보게 됐는데 경기 시작 전에 왠 군기 빡세게 든 US Marine 들이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가고 있었다. 
 

18달러짜리 내야석 맨 꼭대기 티켓을 끊고 자리에 앉아보니 중대병력 이상의 해병대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뭐, 샌디에고에 해병대 부대가 있는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일요일에 단체로 야구경기 보러 나올 수 있는 거니까...  
"Yes. Sir!"  
'Full Metal Jacket' 등의 영화에서 들리는 군기 든 목소리를 듣는 것까지는 좋았다.
 
근데 박찬호의 구위가 점점 떨어지던 4회가 끝난 후 장내 아나운서가 이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아연실색했다. "Sunday''s Salute to the Military"를 한답시고 관중들을 모두 일으켜세우는 것이었다. 고집스레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샌디에고 펫콕팍 스테이디움을 가득 메운 미국인들이 이 해병대 신삥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두번째로 멍해진 것은 샌디에고에 있는 테마파크 "씨월드"에 갔을 때였다. 범고래 쇼를 보러 들어갔는데 조련사들이 환영인사를 하고는 본격적인 쇼에 들어가기 앞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현역 미군이거나 예비역, 가족 중에 한 사람을 군대에 보낸 미국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는 이라크로 향하는 미군들의 모습을 담은 잔잔한 영상을 대형화면에 내보내는 것이었다.


 

관중들은 한참동안 박수를 치며 이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샌디에고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 같이 있었는데 "예전에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샌디에고의 한 지역신문은 항상 2면을 이라크 소식으로 채우고 있는데 면 제목이 아예 "The Fight for Iraq" 였다. 3면 제목은 "The Other Top Stories".
  
신디 쉬헌의 일인시위에 대한 보도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은 반면, 우익들의 대항시위 소식은 비중있게 다뤄진다.
'선군정치'는 북녘땅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OH MY GOD! (회원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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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9 02:49 2006/10/0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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