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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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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인 전교조 샘 한 분에게 한가위를 맞아 안부게시판에 글을 쓰다 보니 길어지더군요. 나름대로 공유할 부분도 있을 듯하여 여기에 조금 더 보완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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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연구실에 있는 한 연구원하고 교원평가 및 전교조에 대해 토론을 했어요. 처음에 교육부에서 추석을 앞두고 2차 성과급이 교사들에게 지급되었는데, 지난 번 1차 때는 방학 막 들어가려고 하면서 지급하더니 이번에는 추석 때라고 하며 참 기만적이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교원평가 얘기가 나오게 된 거죠. 그 친구는 환경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교생실습도 했으며, 지금은 생계를 위해 학원에도 나가고 있는 연구원이예요. 저랑은 의견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면서도 약간 상이한 점이 있는데, 이상하게 나름대로 유연하다고 생각했던 제가 더 원칙적으로 여겨지게 되더라구요. 환경문제도 그렇고, 교육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아마 제가 민주노동당과 관련이 있어서 나름의 좌파적인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랬겠지요.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데... 
    
오늘 논쟁꺼리는 교사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는 전교조마저도 어떻게 교사들이 공부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대안이 없고, 교원평가도 그런 차원에서 의미있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지식전달도 중요한데, 교사들이 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문제라는 것과 함께,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에 대해 저는 교원평가를 통해 지식전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영국, 미국,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오히려 교원평가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렸고, 일본에서는 부적격교원의 명목하에 기미가요 등의 제창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교원들을 쫓아내는 쪽으로 악용되었다는 점, 교원평가는 지금까지의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려는 교육부의 논리라는 것, 교육을 시장논리로 봐서는 안되며, 그런 점에서 교육수요자/공급자로 나누어 보는 것은 문제가 있고, 교사 또한 교육주체라는 점을 얘기했지요. 실질적으로 학부모, 학생들이 교육주체로 나서는 실질적인 학교자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식전달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으며, 그렇게 지식만 쌓인 애들이 커서 무엇이 될 것이냐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이에 대해 그 친구는 그렇게 제도적인 측면만 말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분들이 많고, 전교조를 빼놓고라도 80% 정도의 교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반박을 하더군요. 교사들은 수업 외에 업무의 과중을 핑계로 대지만, 사실 그게 노동자들의 잔업만큼 많은지 의문이고, 수업도 많아야 하루에 3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데, 교무실에 가보면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 공부하는 분들을 거의 못봤다는 거예요. 그리고 얼마전 전교조 분에게 교사들이 공부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물었을 때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말도 하고요. 또한 과거에는 대학을 나온 교사들이 그보다 학력이 낮은 학부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이 있다고 인정되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부모들의 학력이 훨씬 더 높은 경우도 있고, 영어 교과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발음이 좋고 영어를 잘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구태의연함에 머물러 있다고 했어요.

    

나아가 교사가 과연 노동자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시하고, 2달여의 방학 중에 교사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등으로 놀러만 다닐 뿐 충전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 과연 보수를 줄 필요가 있는지, 전교조가 주5일제를 주장하면서도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서는 서로간에 자기과목을 줄이려 하지 않는 모순 때문에 말을 꺼내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하더군요. 

    

저는 전교조 내에도 교사에 중점을 두는 입장과 교육노동자에 초점을 두는 입장이 존재하는 등 노선상의 차이가 있고, 보수나 업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교사 또한 노동자로 보는 게 맞다고 했어요. 연봉이 1억일지라도 자신의 노동을 팔아 생활을 한다면 노동자이며, 최저생활비 이하로 받더라도 자영업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교사는 일종의 귀족노동자네요 라고 얘기하더군요. 이에 사실 교사들도 이중적이다, 이를테면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된다고 할 때 특히 여교사들은 정보인권문제나 교원평가 문제 등에 비해 그리 열의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교사로서보다는 학부모로서 교육개방이 되면 자신의 아이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교육노동자들의 이중성에 대해서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이 또한 나름의 충전이 아닌가, 즉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가 아니라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임금이 주어지는 것이고, 이는 노동을 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다, 당신의 논리대로 하면 일별로 짤라서 보수를 주는 성과급을 가정할 경우 일을 하지 않고 쉬는 토,일요일에는 임금을 주지 않는 게 타당하냐, 교수들의 경우에도 하계/동계 휴가기간 중에 보수를 주면 안되겠네요 하는 식으로 반박을 했는데, 조금 궁색했어요.

    

또한 학부모 학력의 상승에 따라 교사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면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초등학교에 지역학운위원으로 참석해보니 학부모들의 학력은 높을지몰라도 교육에 대한 마인드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하는 편협함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던데, 이를 교육수요자의 요구라고 하여 그냥 수용하는 게 타당하냐고 반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식전달 수준이 사교육에 비해 떨어지는 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더군요. 결정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서는 제가 사정을 잘 모르니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고 했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5일 근무제에 맞게 전교조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토론이 끝났는데, 저 또한 전교조가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토론과정에서는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전교조를 옹호하는 쪽에 가서는 그 문제점을 떠들고, 비판하는 쪽에 가서는 이를 옹호하고... 내가 박쥐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면서 전교조가 좀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구요.

    

요새는 젊은 교사들에게는 전교조가 인기가 없고 가입도 잘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참 씁쓸했습니다. 아직 전교조가 할 일이 많은데, 왜 지킬 것이 많은 '보수세력'으로 간주되는지...

   

나름대로 제 의견을 얘기하긴 했지만, 제가 교육에 대해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떠들다보니 길어졌네요. 전교조가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개혁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해요.

   

한가위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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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20:25 2006/10/02 20:25

5 Comments (+add yours?)

  1. molot 2006/10/03 15:11

    출입처 동료 기자들 가운데 학부형들이 대다수인지라 교육이야길 요즘은 교육이야길 꽤 많이 듯는답니다. 일단 제 개인적 경험상 12년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선생이란 호칭 붙일 사람이 몇 없고 선생님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두 셋 밖이고 나머지는 그 인간 혹은 그 새X 등이라고 밖에 부를수 없어 그런지 모르겠긴 한데. 공교육의 부실의 책임을 왜 교사들에게 물으면 안되나 모르겠어요.(전가하고는 뉘앙스가 좀 다른가요?) 교사들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망칠라고 했다는 식의 논리는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싶네요. 전교조는 좀 욕 먹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스스로가 조합조직임을 자각하고 밖에도 그걸 첫번째로 내세우는게 맞다 싶네요. 참교육 실천 같은걸 하기엔 10만 조합조직은 넘 크다는 생각도 들고. 언론 탓이 크긴 하겠지만, 성과급 반납 투쟁 같은 곳에 기울이는 공과 애들 인권이나 입시 문제에 대해 기울이는 공을 비교해보면...노동조합으로서, 보편적인 면에서는 전교조의 입장에 찬성하는 편이지만 개별 개별 사안에 내가 연대(하는 것도 할수 있는것도 별로 없지만)할 필요는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예컨데 현자노조가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별로 입댈것 없듯이, 단지 현자노조가 패권적이거나 산업피라미드의 하부 노동자들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려고 할때 욕해줄 필요를 느낄때 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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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길 2006/10/03 16:12

    교사들에게'만'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묻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마치 교육부는 노력을 했는데, 무능한 교사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이죠. 교사들이 공교육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

    이계삼 선생이 쓴 '전교조운동의 거듭남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에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더군요.
    http://blog.naver.com/gimche/150008828849

    이계삼 샘은 전교조가 회원 수가 증가하면서 정체성의 혼란마저 생기고 있고, 일종의 이익집단의 하나로서 전교조를 받아들이는 이들마저 생기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짚으면서, 자립과 자치, 불복종, 그리고 가장 가난한 현실과의 연대를 통해 전교조 운동이 거듭나야 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교조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좀더 조합원들 사이에 좀더 많은 토론과 교육, 이를 통한 실천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노동조합의 본질과도 관련되는 것이긴 하지만, 의식적으로 방향성을 부여해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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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인 2006/10/03 16:28

    전교조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전교조가 이야기하는 "참교육"이라는 거, 이거 실체가 뭔지 갈수록 헷갈려요. 소위 "인간화 교육"이라는 거, 도대체 전교조가 이야기하는 인간화라는 것은 어떤 걸까요?

    교원평가제에 대해선 저도 아직은 반대입니다만, 평가의 방식과 교사에 대한 보장책이 충분하다면 재고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외부적 평가시스템의 여부와는 별개로 과연 전교조라는 집단이 참교육이나 인간화교육을 위해 뭘 준비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봐야할 때가 되었다는 거죠.

    자신들의 교육이념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싸울 때는 노동자고 그 외에는 선생님으로서의 대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전교조 교사라고 나설 때,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갈등이 많이 생깁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 분들 보면서 희망을 갖기도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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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로자 2006/10/04 00:40

    새벽길님이 퍼오신 것에서밖에 읽은 바가 없지만, 이계삼 샘의 글들이 상당한 통찰력과 내공을 보여주시더군요. 나이도 내 또래인 듯 한데, 잠시 저를 반성하게 된다는....
    전교조 문제로 돌아가자면, 전교조야말로 양적 확대가 질적 저하를 가져온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저런 어중이떠중이들이 가입하면서 이익집단화된 측면이 많이 있지요. 이런 이미지가 단순히 이데올로기 공격 탓만은 아닌 듯 합니다. 양적 확대를 자제(?)하더라도 지금은 전교조의 가치를 좀 명확히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고요.
    전교조가 말 그대로 교사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주의’만을 선명히 내세워야 한다는 것에는 전 반대합니다. 특별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노동조합이 생산의 현장에 개입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전교조의 생산과 노동이란 인간(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향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이해관계 뿐 아니라요.
    그런 점에서 전교조가 교육 이념을 갖는 것이 당연한데, 행인님 말씀대로 참교육, 인간화교육이란 거 이제 실체가 많이 희석되었다고나 할까요. 좀더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가치개념들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전교조 내부에서 사실 이런 부분에 의외로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냥 개별 교사들의 자질과 노력에 맡기고요. 그러다보니 어중이떠중이들이 가입하면서(제가 살아오면서도 선생이라 불러줄 교사는 거의 못보았습니다만) 전교조의 교육이념과 실체가 희박해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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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새벽길 2006/10/04 04:29

    저도 전교조가 뭘하려는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 참교육, 인간화교육 등은 약발이 다 한 것 같고요.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것을 밝혔지만, 이에 따른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막아내려면 나름의 대안은 있어야 할 듯 합니다. 현재 '참교육'만으로는 씨알도 안먹히고, 그럴싸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인 게지요.

    전교조에 대해 소위 좌파들이 동지적인 입장에서 건설적인 비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제2의 교총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뉴라이트 교사연합이네, 뉴라이트학부모연합이네 하는 모임들이 생겨서 반전교조를 내걸고 있으니, 전교조가 정체성을 지킬 영역은 있겠지만, 이를 확립하기 위한 내적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계삼 샘은 고대 91학번이라고 하더군요. (학번을 들먹이긴 싫은데, 쉽지 않네요.) 박노자님도 그렇지만, 배울 분들이 많은 듯... 로자님에게서도 많이 배웁니다. ^^

    전교조의 문제에 대한 로자님의 진단에 저도 동의합니다. 특히 "양적 확대를 자제(?)하더라도 지금은 전교조의 가치를 좀 명확히 해야 할 때"라는 부분. 그래야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가진 젊은 교사들도 가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블로그에 담아온 글 중에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자'라는 글이 있는데, 전교조도 마찬가지이겠지요.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개념의 정립 노력과 함께 방향성 제고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텐데, 역량이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너무 빈약한 듯 합니다. 2권밖에 부여되지 않은 현실도 제약조건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이를 뛰어넘으려는 내부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교찾사 등에 희망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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