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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공관리론 비판 및 대안적 행정 이론의 모색 : 공공서비스론의 재설정 (홍주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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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주환 선배가 올 1월에 쓴 글입니다.

출처: 하종강의 노동과 꿈

http://www.hadream.com/zb40pl3/zboard.php?id=joohwan&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3

 

제가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어서 관련문헌을 찾다가 이 글도 생각나서 올립니다.

이는 공무원노조의 역할과도 관련이 되는 글입니다.

호응성이라고 나와 있는 것은 대응성(responsiveness)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 신공공관리론 비판 및 대안적 행정 이론의 모색 : 공공서비스론의 재설정 >
 
가. 신공공관리론의 비판적 검토 : 호응성 및 효율성의 문제
 
신공공관리론은 기존의 전통적 행정 구조와 행위 및 그 기초가 되는 전통적 행정이론에 대한 반정립으로 등장한 것이다. 신공공관리론은 특히 기존 행정 관료제의 호응성 및 효율성 문제에 대한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1980년대 이후 행정조직 개혁의 이론적·실천적 지침으로 등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공행정의 개혁의 필요성 또는 그와 관련된 개혁의 목표로 제시되는 것은 공공지출 규모의 절약,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 효율적인 정부 운용, 그리고 효과적인 정책 수행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복수의 개혁 목표들은 궁극적으로 공공행정 조직의 대 시민사회 호응성과 정부 조직 운영상의 효율성 문제로 귀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호응성 및 효율성 문제는 국가의 위상, 또는 국가 행위의 정당성 문제에 대한 여러 특정한 규범적 관점들로부터 도출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호응성 문제는 국가-시민사회 관계가 시민사회 중심으로 배열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며, 이 때 행정 조직 또는 국가 관료제, 더 구체적으로 공무원들은 국가의 주인 또는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시민사회를 우위 또는 중심에 놓고 공익 또는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또한 효율성 문제는 시민사회로부터 추출되는 제반 유무형의 자원들이 국가 관료제에 의해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제기되며, 이에 따르면 행정 과정에서의 제반 낭비 요소를 배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호응성은 국가 또는 행정이 사회구성의 한 부분으로 미리 상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호응은 기본적으로 국가 또는 행정이 시민사회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호응성 개념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 또는 행정의 수동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공공행정조직의 사회적 위상 또는 그 제도적 토대가 의문시될 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후술하겠지만, 공공행정의 시민사회에 대한 호응성에서 공공행정과 시민사회의 공조관계(collaboration)를 강조하는 논의들은 신공공관리론이 (시민이라기보다는) 고객에 대한 호응성을 강조하는 입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경우 공공행정조직과 시민사회는 상호 파트너십을 구성하는 관계로 설정된다. 이 글에서는 호응성을 사회구성의 한 주체 또는 당사자로서의 공공행정이 시민사회와 맺는 관계의 성격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며, 따라서 호응성 개념이 이미 협조관계, 민주주의적 참여, 공익 내지 공공성 등의 개념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호응성 개념과 효율성 개념은 사실상 전혀 배타적인 것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서로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호응성만을 강조하는 경우 비효율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고 반대로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경우 비호응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신공공관리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들은 대체적으로 신공공관리가 효율성 문제를 유무형 자원의 투입 대비 산출비의 계량적인 측면에만 주로 초점을 맞춤으로써 호응성 문제를 간과함과 동시에 호응성과 효율성의 결합 문제를 놓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신공공관리의 문제점을 단순히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신공공관리론도 호응성 문제에 대한 자기 관점과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공공관리에 대한 비판은 호응성 및 효율성 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관점과 논리에 근거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신공공관리론에서 제기하는 호응성 및 효율성 문제는 대체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념에 입각하고 있는데, 그것의 핵심은 국가-시민사회 관계라는 ‘정치적’ 문제 설정보다는 국가-시장 관계라는 ‘경제적’ 문제 설정을 우위에 두고, ‘시장’ 경제적 관계를 정치적, 제도적 제약으로부터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에 있다. 신자유주의와 신공공관리론은 이러한 시장 중심적 사회구성 관점 위에서 국가(또는 정치)의 논리와 시장의 논리를 배타적인 것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시장의 논리가 국가 또는 정치의 논리보다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의 경제활동이 비호응적이라고 보는 것에 있다. 이렇게 시장논리를 중심에 두고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소비 구조를 재편하는 일은 두 방향으로 전개되었는데, 앞서 간단히 언급하였듯이, 하나는 국가의 경제활동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 즉 국유·공기업을 민간 기업화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가 활동을 시장 논리에 입각하여 재편하는 것, 즉 민간 기업의 경영 기법을 정부 행정조직의 운영 원리로 삼는 것이었다. 결국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전형적인 예인 1980년대 영국을 필두로 한 국영·공기업들의 민영화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서 이루어질 경우 가장 호응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경영 논리, 특히 시장에서의 계약 관계를 행정 조직의 운영에 도입한 신공공관리론적 정부 개혁도 시장 논리를 따를 때 행정서비스의 공급이 가장 호응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전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공공관리론에서 ‘시민’ 개념보다는 ‘고객’ 개념이 중시되는 것도 신자유주의적 맥락에서 사회의 구성의 기본 틀을 국가-시민사회 관계보다는 국가-시장 관계를 중심으로 설정하면서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시민’보다는 시장에서 움직이는 합리적 개인인 ‘고객’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호응성 문제와 효율성 문제는 한 사회의 유·무형의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을 둘러싼 거버넌스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은 (‘정치’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국가와 시민사회 또는 (‘경제’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국가와 시장을 매개하는 제도적 배열의 문제, 즉 (정치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공히) 민주주의 개념 및 그것의 실현을 둘러싼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및 신공공관리론을 중심에 두고 전개된 거버넌스의 재편 및 공공서비스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민주적 거버넌스에 대한 규범적 가치논쟁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은 신공공관리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이 신공공관리론의 시장가치에 대한 강조를 공공서비스가 함축하고 있어야 할 공평성, 정의, 참여, 민주주의, 공적 이익 등의 가치규범에 비추어서 비판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된다. 신자유주의와 신공공관리론은 공공서비스의 기본적인 가치를 이념적으로 그리고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및 신공공관리에 대한 대안적인 논의는 기존의 행정 조직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공공서비스의 기본적인 가치들을 제고할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노무현 정부의 정부혁신·행정개혁은, 한편으로 국가와 시민사회의 호응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를 위한, 그리고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다른 한편으로 구체적으로 그 호응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정부 조직의 구조·운영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신공공관리론의 시장논리, 계약관계를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으로 단순화시켜 볼 수 있다. 따라서 개혁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궁극적으로 호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신공공관리론적 조직 구조·운영 개편이 어떠한 성과를 낳을 것인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신공공관리론의 효율성 기제가 한편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규범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호응성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 공공서비스론의 재설정 : 시민사회와의 호응성 문제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안적인 논의들은 전통적 공공행정 모델이 호응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나, 시장 논리를 기본적인 원리로 삼고 있는 신공공관리론이 호응성 및 효율성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은 거버넌스 문제를 국가-시장 관계 또는 국가-시민사회 관계로 구분한 후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시장 관계와 국가-시민사회 관계의 양 측면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거나 또는 국가-시민사회 관계의 ‘정치’적 과정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는 입장을 취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신공공서비스론, 공공적 거버넌스론, 국가·공공행정과 시민사회의 공조관계론 등은 이러한 대안적인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신공공서비스론(New Public Service)는 민주주의적인 시민권 이론, 공동체 및 시민사회 모델, 인본주의 조직론 등에 기초하여 공공서비스의 사회적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하는 것이며, 공공적 거버넌스론(public governance)은 사회적 네트워크의 확산 및 그 긴밀도의 심화를 전제로 하여, ‘관리’를 기업 방식이나 시장 기제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합법성이나 정당성 개념이 의존하여 바라보며, 따라서 국가 또는 정부는 네트워크화된 정치사회적 상호작용 맥락에서 조정 또는 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설정되고, 공공행정과 시민사회의 공조관계론(collaboration)은 기존의 신공공관리론이 상정하는 고객으로서의 시민 개념과 관리자로서의 국가 및 공공행정 개념을 국가-시민사회 관계를 구성하는 각각의 파트너로서 다시 개념화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공공행정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들은 일반적으로 전통적으로 공공부문에 기대되고 있던 가치들인 책임성(accountability), 중립성, 형평성, 정의, 공정성, 능력 등이 여전히 중요하고 공공서비스는 이러한 핵심 가치들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거버넌스 문제에 접근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및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한 공공서비스 모델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서도 공공부문의 이러한 핵심 가치가 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공공서비스론은 따라서 이러한 기본 가치를 공공서비스가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범적 관점에 근거하여 공공서비스의 사회적 위상을 재설정하고자 한다. 이에 따르면, 공공서비스 공급자, 특히 공무원의 역할은 기존의 전통적 공공행정이론에서 설정하듯이 사회를 통제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스스로 자신의 이해관계들을 조정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있다. 이것은 행정조직이 스스로 공익개념을 설정하여 시민사회에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함께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익 개념을 형성해 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이 시민사회의 요구 또는 고객의 요구에만 호응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집합적으로 요구되는 것을 제안하고 대화를 통해서 공익이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신공공서비스론은 국가 또는 행정조직이 시민사회와의 상호작용 관계 내에서 한 참여자이자 봉사자로서의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공공적 거버넌스론도 유사한 입장을 취한다. 공공적 거버넌스론의 출발점은 공공부문에서의 관리와 민간부문에서의 관리가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을 지닌다는 것에 있다. 공공부문의 관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의 틀 내에서 작동하며 민간부문의 관리는 이러한 정치적 환경보다는 시장 논리의 틀 내에서 작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적 거버넌스에서는 효과성 또는 효율성보다는 합법성 또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국가 또는 공공행정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시민사회에 강요하는 지배적 행위자일 수 없다. 즉 공공행정이 만약 조종(steering)의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유일한 조종의 중심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사회와의 공조 하에 같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책의 파트너로서이고, 결국은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하는 것이다. 공공적 거버넌스론은 공공행정의 다양한 정책이 시민사회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수립되고 또 수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본다. 시민사회가 다양한 목표과 이해관계 그리고 입장을 취하고 있는, 서로 갈등적인 관계에 서 있기도 하는, 그리고 (제도화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자율적인 행위자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 이전의 전통적 공공행정이론이 취하고 있던 하방식의 조종은 더 이상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복지국가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공행정과 시민사회의 공조관계를 주장하는 논의는, 공공행정의 호응성이 강조되는 경우에도 자칫 시민사회가 공공행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비판적으로 주목하면서 공공행정과 시민사회가 국가-시민사회 관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당사자로서 공조관계를 형성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제안한다. 이러한 입장은 국가와 시민사회 관계가 궁극적으로는 소유지배권을 확보한 시민사회와 종복으로서의 공공행정이 시민권 중심 거버넌스 구조를 구성하는 이념형으로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이상과 같은 논의들은 결국 서구의 복지국가가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판단을 신자유주의 및 신공공관리론과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공공행정, 공공서비스가 함축하고 있던 가치 및 규범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새로운 대안적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대안적 모델들은 그 중심에 활성화된 시민사회, 민주주의적 참여 등의 정치적 요소들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논리를 중심으로 국가-시민사회 관계를 재편하고자 하는 신공공관리론과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즉 공공서비스의 시민사회와의 호응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부문, 공공행정, 공공서비스는 서구와는 달리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발전행정론에 기초로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이지만, 그 효과 면에서는 (미형성된) 시민사회를 공공행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본격화된 신공공관리론적 행정 개혁에 대해 시민사회가 (지지한 것은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것은 발전국가 시기를 거치는 동안 공공행정 또는 공공서비스가 시민사회 위에 군림하고 있거나 권위적인 조종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신공공관리론적 공공행정 개혁이 제반 부작용을 낳고 있고, 시민사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의 공직사회 또는 공공서비스 개혁은 발전행정의 부정적 측면을 개혁하고 긍정적 요소를 계승하는 한편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호응성을 추구하면서 행정조직 운용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공직사회 또는 공공서비스 개혁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 새로운 행정 조직의 위상 : 국가와 시민사회의 민주적 매개체
 
이상의 논의에서 미루어 볼 때 행정 조직의 새로운 위상 설정은 시민사회와의 호응성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공공관리론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인 대리인 이론에 근거해서 볼 때에도 한국의 행정 조직의 문제는 호응성 문제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행정 조직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는 발전국가 또는 박정희 개발 독재 시기에 행정 조직이 과도한 비대칭적 정보 집중에 근거해서 시민사회의 여타 부문, 특히 국회나 시민사회 등 위임자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여 그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 진단에 대한 신공공관리론의 처방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시장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단과 처방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면, 이제는 국가 및 행정 조직과 시민사회의 호응성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시장 논리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면, 한국 사회의 거버넌스 구조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고자 시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결국 행정조직이 국가와 시민사회의 민주적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거버넌스 구조의 제도적 변화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지적되어야 할 것은 현대 사회구성에서 국가 또는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또는 더 나아가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시장 중심적 관점에서 도출된 작은 국가론이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뿐만 아니라 한국과 같이 시민사회의 복지가 제도적으로 취약한 경우 오히려 ‘큰’ 국가가 필요하다는 사정에서도 확인된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가 전 세계 경제를 지배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의 논리에 무방비로 노출된 시민사회의 구성원들, 특히 시장 경쟁에 취약한 집단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국가 또는 행정 조직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작은 국가가 아니라 여전히 큰 국가이되, 시민사회에 대한 호응성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그 역할과 위상이 전환된 국가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볼 때,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는 국가 및 행정조직이 시민사회와 민주적 파트너십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행정조직 개편이 그 구성원들의 물적 토대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지양하고 시민사회와의 안정적인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사회가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의 파트너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마련하면서 그러한 능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공무원 노동조합의 사회적 위상은 이상과 같은 방향으로 한국 사회의 거버넌스 구조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자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현재 공무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행정 개혁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단순히 현재의 행정 조직 개편이 미칠 또는 미치고 있는 악영향을 문제점으로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관점과 전망에 근거해서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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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6 23:32 2006/09/0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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