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 관장사가 어때서!
트위터에서 대충 끼적거리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난 단문형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정리능력도 부족한 듯 싶고...
인터넷한겨레에서는 바로 '[김선주칼럼] 말조심 글조심…어렵네'에 접근할 수 없어서 대략 훑어본 사람 처지에서는 이 글을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다시 보니 많이본 기사에 김선주의 글이 올라와 있어서 이 글을 보았고, 그에 딸린 댓글들을 보고 이 글이 논란이 되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어제 밤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레디앙에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김선주의 첫책 소개글이 실린 걸 보고 김선주의 글에 주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서평 마지막에 언론인으로서 김선주를 평가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선주의 '매니아적 독자'였으며 언론인에서 정관계로 '존재를 이전'하라는 수많은 권력으로부터의 '유혹'을 뿌리치며, 그가 "마지막까지 언론인으로 남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 그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인해 <한겨레신문>에서 일어난 필화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편으로는 글쟁이로서의 원칙 때문이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을 여전히 아끼고 그가 추구한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 이 사건의 발단에서 마무리까지가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정곡을 찔렀네…제목 잘 뽑았네’ 했던 것이 첫 느낌이었다. …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재미보았다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속 팔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 명의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쟁이근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똑 부러지는 제목’이라고 보았다.
사실 굳이 글쟁이가 아니라고 해도 노빠들 빼놓고는 대부분이 이런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이를 둘러싸고 유시민과 노사모가 공개적으로 한겨레 절독선언을 한 것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과거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 전 전라도에서 김대중을 부를 때 반드시 '선생'자를 붙이지 않으면 욕을 한바가지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에 대해 놈현이라고 하지 못한다면 MB 등에 대한 풍자적인 표현은 또 어떻게 할 건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김선주는 후자의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친노라고 할 수 있는 김선주가 이 정도로 두루뭉실하게 완화된 표현을 쓰는데도 한겨레 평생절독 운운하는 노빠들을 보면서 저 인간들하고 저들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비판하는 MB정권하고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이들이 상당하겠다 싶었다. 이번 사태는 진보라고 위장해온 노빠들의 본질을 적확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노빠에 대한 나의 편견이 벗겨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자.
큰붓 2010/06/28 18:51
사실 관장사 했거든요.
더욱 가관인것은 노빠밴드가 압권이었습니다.
이게 관장사 아니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유시민이?
흠... 2010/06/30 06:30
놈현=MB와 같은 급(?)의 표현일까요? 현재 인터넷 댓글에 넘쳐나는 MB를 지칭하는 저속한 표현을 제목으로 쓸 언론사(한겨레를 포함해서)가 있을까요? 혹시 있었나요? 전 본 적이 없어서... 이유는 뭐가 무서워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칼럼이나 기사 제목으로 쓰기에는 적절치 않은 욕지거리이기 때문일 겁니다. 전혀 풍자적이지도 않고 해학적이지도 않고 그냥 씁쓸함만 (아니 섬뜩함까지) 느끼게 하는 표현이네요. 뭐 살기가 넘치는 인터넷 댓글들 사이에 갖다 놓으면 그저 평범해 보이겠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선주의 '매니아적 독자'였으며 -> 이것도 책 팔기 위한 '놈현 관장사'로 느껴지는데요?
흠... 2010/06/30 06:39
그리고 노빠들이 분노하고 절독 선언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노빠니까. 설마 노빠들이 '놈현'이란 표현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ㅋㅋ
음... 2010/06/30 07:47
한겨레 등 여러 매체에서 쥐박이란 표현도 쓰고 있습니다. 자기는 자유롭게 남을 비판하지만 조그만 비판도 용납 못하는 일부 노빠들은 이미 독재와 같은 수준에 이른 겁니다.
새벽길 2010/06/30 14:49
음...님도 언급했지만, 여러 매체에서 쥐박이란 표현을 썼지요. 놈현과 MB가 같은 급은 물론 아니고, 놈현과 쥐박이도 같은 급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중에 이런 표현이 있다는 식으로 사용하는 건 가능하겠지요. 김선주씨도 그렇게 쓰는 게 바람직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 겁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선주의 '매니아적 독자'였으며"라는 표현은 김선주씨의 말이 아니고, 레디앙이라는 인터넷매체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레디앙이 김선주씨 책을 파는 데 이해관계가 있지는 않는 듯하고요.
노빠들이 '놈현'이란 표현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한겨레 절독선언까지 하는 건 전혀 당연하지 않고, 지나친 거지요. 한겨레는 일간신문들 중에서 친노성향이 가장 강하다고 봐도 무방하고, 경향과 놓고 봐서도 사실상 친노매체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럼이나 기사 제목 하나 가지고 절독선언하는 건 노빠들에게 그리 정치적으로 유리한 건 아닌 듯해요. 그런 행태가 노빠스럽기는 하지만요.
저는 놈현이나 쥐박이, 물태우 등의 표현을 좋아하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같은 차원에서 딴나라당 등과 같은 표현도 문제 있다고 보고요. 그에 대해서는 박상훈씨가 '말의 공격성'( http://bit.ly/cky9Jf )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것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쥐박이 관련기사를 링크합니다. 참고하시길...
http://bit.ly/c75F4f http://bit.ly/dufg9e
http://bit.ly/bSmR4b http://bit.ly/d59P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