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이사갑니다.
- 어리버리
- 2011
-
- 노동법, 쓰레기통에나 던져버려!
- 어리버리
- 2011
-
- [시] 명태
- 어리버리
- 2011
-
- 모든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조의를...
- 어리버리
- 2011
-
- 치과의료생협 만듭니다.(2)
- 어리버리
- 2011
얼마전 평화인권연대 소식지에 실은 글이다.
조만간 남문으로 이사가면 이렇게 살아야지... ^^*
----------------------------------------------------
사는 재미 쏠쏠, 즐거운 상상
어리버리(lightstart@jinbo.net)
가끔 낯선 사람과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11층인 집까지 올라오는 시간이 엄청 길게도 느껴지고, 상당히 뻘쭘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가끔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보기도 하지만 그도 잠시뿐이다. 오히려 나머지 시간동안의 더 심해지는 뻘쭘함에 천정의 모서리에 시각을 고정시키기 일쑤다. 사실 그 낯선 사람은 아파트 한 라인에 사는 이웃인데...
지난달 일요일, 옆집이 이사를 갔다. 2년을 같은 공간에 살았는데도 생변부지인 이웃이 이사가는 걸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집에 있는 짝꿍에게 ‘옆집 이사간다.’는 문자하나 날려주고는 인사도 없이 이웃을 보냈다
판자촌도 아니고 위, 아래, 양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뭔가 기형적으로 생긴 이곳.
‘편함’으로 많이 선호하지만 그 ‘편함’의 이면에 있는 ‘무관심’ 때문에 ‘정(情)’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곳.
그래서 짝꿍이랑 손잡고 아파트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아파트를 벗어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자라고 결심했던 건 오래되었다.
“요즘처럼 햇볕 좋은날, 이불을 널만한 마당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냐”고 짝꿍이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나 또한 “스스로 뭔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이 한 뼘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우리는 아파트를 탈출해 새로 정착할 곳을 수원 화성 내에 있는 남문 근방으로 정했다.
이곳 남문에는 문화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열린 갤러리 뿐만아니라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동네를 문화적으로 드러내고 복원하려는 움직임이다.
‘문화거리’라면 감이 잘 안 올텐데, 쉽게 설명하면 술집에 들어가면 온통 벽에는 멋진 그림이 그려 져있고, 상업성 카페가 아닌 자신의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만들어지고, 편히 시간을 보내며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 전통찻집이 들어서고, 먼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그림을 즐기고, 어느 곳에서나 쉽게 공연을 볼 수 있는 거리이다.
요즘 시간날 때마다 집을 보러 다니는데, 다세대나 빌라보다 단독으로 마당 있는 집을 고르고 있다. 내부를 보면서 집을 어떻게 꾸밀까 생각도 하고...
이사를 하면 거실은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가운데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좌탁을 구해다 놓고,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오디오를 놓는다. 벽면은 카페분위기가 날 수 있는 천을 두를 생각이다. 여기는 함께 모여 앉아 두런두런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방하나는 뭔가를 생산해 내는 작업공간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조물딱조물딱 만들 수 있는 공간, 책상을 놓고 컴퓨터도 설치한다.
마당 한 켠에는 작은 텃밭을 만든다. 이사기념으로 과실수도 하나 심어놓고, 앵두나무도 얻어다 심어야겠다. 쓰다버린 작은 나무의자도 주워다 놓아 나른한 햇볕아래서 광합성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거다.
주인장을 설득해 담벼락에는 그림도 그리고...
아직 이사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 남문일대에 단골집들이 생겨버렸다. 찾아가면 언제나 반가이 맞아 차를 내어주는 갤러리, 친구와 마주앉아 선곡한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카페, 벽면에는 멋진 그림이 그려진 언제나 외상이 가능한 술집, 짝꿍과 항상 놀이터로 사용하는 전통찻집...
이제 남은 건 이런 좋은 동네에 친한 친구들을 하나씩 불러 모으는 거다.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말로만 친한(?) 친구가 아니라 자주 얼굴 디밀고 만날 수 있도록 친구를 불러온다. 술 한 잔 댕기는 날엔 목로주점에서 자연스레 모이고, 진한 향기의 차가 마시고 싶을 땐 찻집에 앉아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나기만하면 심각하게 인상쓰고 활동에 대해서, 어려운 운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신중할 땐 신중하더라도 히히덕거리며 농담을 하고, 서로 낄낄대며 팍팍한 삶을 풀어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들을...
뭐 이런 구상을 갖고 일명 ‘남문프로젝트’라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데... 이야기를 하면할수록 재미있고, 사람들이 자신의 상상을 더해 더없이 즐거워진다.
여행 갔다가 경치 좋은 곳을 보면 이런데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보다, 죽을 때 까지 경치 좋은 여행지를 동경하며 살기보다는 내 주변을 즐거운 곳으로 바꾸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떻게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까 하는 즐거운 고민들을 주변사람들과 나누어야한다.
만약,
당신에게 그런 고민이 없다면, 그냥 수원 남문으로 이사를 오면 된다. ^^*
댓글 목록
난다
관리 메뉴
본문
우왕 멋지다! 저도 놀러가도 될까...요..?ㅋㅋ부가 정보
어리버리
관리 메뉴
본문
언제든지... 수원으로 이사오면 집에 자주 들러...용~ ^^*부가 정보
오목천동
관리 메뉴
본문
상상은 대충(?)살려는 것이 아니데요!!!부가 정보
어리버리
관리 메뉴
본문
대충살다보면 그런생각이 드는거예요~ ㅋㅋㅋ~부가 정보
먼산
관리 메뉴
본문
저도 아파트가 점점 싫어지려하는데 늘 편리함에 정복당하고 마네요..수양을 더 해야하나봐요...부럽네요^^부가 정보
어리버리
관리 메뉴
본문
먼산님 방가방가~ 먼산님도 남문으로 이사오셔요~ ^^*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