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금요일 토요일(8/5~8/6) 정동진독립영화제에 다녀왔다.
벌써7회째, 그러니까 7년째인데 그 존재 자체를 이번에 처음알았다니역시나는 영화와는 정말 거리가멀게살았구나.참세상영상팀의강원도의힘-_- 안프로와 은정이 영화제스탭이아니었다면영원히몰랐을지도모른다.그리고 아마에라모르겠다시기가아니었더라면, 일이너무 즐거워주간이아니었더라면아무생각없이 패스했을테지만큰맘먹고다녀왔다.(진보넷에들어와서바쁘다바쁘다하지만주위사람들 덕에 문화생활은 학생때 보다 더 잘하고 있는듯.)

모래시계촬영지라서정동진이언제부턴가유명해졌지만, 한번도 가본적은 없다. 드라마 촬영지라고 소문난곳은쑥대밭이되어있기마련이니까.휴가철의피크인주에떠나는거라 그런데 그 쑥대밭 효과인지 지금은 한물간 명소가 되어 오히려한산한곳이되어있었다.

가기전에설명들은것으로 내가 상상한 그곳의 풍경은 작은 초등학교가 있고 그 바로앞은바다라서바다에서 놀다가밤에는영화를보고약간은그립고구식인 나무 마루바닥의 초등학교에서 떼거지로 잠도 자고 술도 먹는..그런나름대로낭만이 있는풍경이었다.
뭐그렇다고 실제로 가보니 전혀 달랐다하는 반전이 있는건 아니다.약간의왜곡이있었을뿐.-_-;바다는 조금멀리걸어나간곳에있었고, 초등학교는폐교는 커녕 새건물이었다. 처음에 도착해서폐교라고만생각하고화장실에 가는데신발장에아기들실내화가몇개 있어서무섭다는 생각을 했는데가만보니 아주 새건물 이었던것. 또 영화는해변에서놀다가등돌리면바로보이는곳에 있는것이아니라 초등학교 운동장에옹기종기 모여 앉아보는 것이었다.

휴가철의절정이라는주말에내려가는 길은 너무나시원하게 뚤려 있는데 반대편 상행선은꽉 막혀 있어서저 앞에 영화처럼해일이라도올라오는거아니냐는농담을하면서 무지개도통과하고 즐겁게 내려갔다. 도착해서 돌멩이로 공기대회한판하고저녁먹고나니까영화제가시작되었다.깜깜한밤에 쑥을태워 모기향을피우고 영화를 장장 3-4시간은 본것같은데 보다 피곤하면담배한대피우고,돗자리깔고누워서별한번보고 하니 낙원이따로없었다.(물론 그놈의 모기때문에 조금 괴로웠지만..)아 , 그리고별자리를거의 모르지만이런나도카시오페아 자리정도는 금방찾을수 있을 정도 였다!!



영화도 그동안 여러 영화제에서상영했었지만 놓쳐서 아쉬웠던작품들로 하나 같이재미있었다.그중에서도핵분열가족과남자다운수다,양성평등,호랑이 푸로젝트등은 인상적이었다.그 영화들에대해 간단히 말하면 핵분열가족은북한에서핵미사일을쏘아올려30분이내에남한에 떨어지는상황을빗대서 어떤 중산층 가족에 모습을극적으로 묘사해 현실을 우습게보여준다.남자다운수다는애니매이션인데말그대로 남자다움에대한강박관념이 있는 우리주위에서 흔히볼수 있는 그런 남자의수다인데기법도재미있고내용도괜찮았다. 그리고양성평등은 우리가흔히 보는픽토그램(화장실표시등 그림으로누구나 쉽게 알수있도록만든기호)에서"인간"을"남자"로 상징하는것들에 대한 아주짧은 유쾌한아이디어였다. 마지막으로 제일재미있었던 호랑이푸로젝트는범띠여자는팔자가드세다는 말이 드센 여자-유능하고적극적인 여자 에 대한남성중심사회의 공포를상징한다는 것을아주희화시켜서보여준다.재미있는 건 문소리가우정출연하는장면인데. 문소리가 시상식에서영화계에생리휴가가없다는이유로(추측이지만)썅욕을하며돌출행동을 한다. ㅋㅋ 아무튼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에 가보니까 네이버에서이때상영한영화들을 무료 상영(9월8일까지)하고 있는것 같은데 짧은 작품들이니찾아보아도 좋겠다.

영화를 다보고 나니 행사운영하는 쪽에서 마련한 뒷풀이가 있어서 우리는 슬그머니 끼어들어가술과안주를공짜로퍼먹고,적당한시기에텐트앞에둘러 앉았다. 소나무에 걸어둔 랜턴을 조명삼아 둘러앉아 실없는소리해가며누군가가가져온향기좋은중국술을마시며,  쇠주를마시며, 취해갔다.  취한밤은 아침이되어갔고,또역시마지막까지버티기에성공한  몇몇은  기어이 일출까지보고 왔다. 현지인의 묘한길안내에따라..."붉은빛을따라가.그럼바다가나올꺼야"

그렇게 일출을 보고 돌아와 한잠 자고일어나 맛나게 라면을 먹고바다로나섰다.바다는이시기의해수욕장 답지 않게 사람이없어서 이 곳 사람들 이래서 뭐먹고 살까 걱정이될정도 였다.게다가생각보다물도맑아서안경을벗었는데도 고기떼가 이리저리사람발을 피해 다니 는 것이 보일 정도 였다.몇년만에해수욕장에서의물놀이인가..
물먹이고,빠뜨리고, 사람몸에 모래로 거대한 봉분도 만들고.. 안되는 수영도 해보고자장면까지시켜먹으면서어깨가빨갛게익을때까지놀았다. 운동부족의 몸을 억지로 움직인 탓에 모두들 진이 빠졌지만 즐거운마음은여전히남아허름한횟집에가서회도한절음씩먹었다. 그리곤 상행선.

꿈같은 하루를 꽉막힌 고속도로에서 마무리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 왜 여태껏 몰랐을까.
내년여름에는 당신도 별과 바다와 억척스런 모기와 바람이 함께 하는 사방뚤린 극장에 다녀올 기회를 잡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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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07:11 2005/08/18 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