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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11/08/11

<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7호>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의 관성을 걷어내고 재조직해야한다

 

복수노조 시대,

민주노조의 관성을 걷어내고 재조직해야한다

 

- 발전노조 사례가 시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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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무력화를 겨냥한 교섭창구단일화

 
노조운동은 정치적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체제내화 되면서 개량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법·제도 개정투쟁도 말로주고 되로 받는 양보의 연속이었다. 현장은 무력화되고 반대급부로 의회주의·개량주의·대리주의 정치는 만발하였다.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넘쳐나게 했다. 직권중재제도 대신에 파업을 원천 봉쇄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도입되었다. 정권은 복수노조를 주면서 교섭창구단일화를 도입하여 자본가들이 노동조합을 요리하게 했다. 그리고 노동법 개정 투쟁은 혹 떼려다가 새로운 혹을 붙이는 모순의 연속이었다.
 
발전노조는 복수노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본가 정권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민주노조를 깨고 그 자리에 어용노조(사측과 대립을 피하고, 사측 논리를 수용하는 노조)를 세우고 있다. 교섭창구단일화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지리멸렬시키고, 노동착취를 강화하는 주요한 도구이다.
 

발전 현장, 어용노조가 서다

 
발전노조는 5개 발전회사에 5개 산하 본부로 이루어진 산별노조이다.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역사를 보면 사실 단일노조에 가깝다.
 
어용노조는 발전노조 동서본부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선거에서 동서본부 산하 6개 지부 중에 어용들은 4개 지부에서 거점을 확보하였다. 이들은 복수노조를 대비해서 회사와 도상훈련을 해왔다. 회사는 강제발령으로 조합원들을 몰아댔고, 회사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운운하면서 현장에 불안감을 조성하였다. 조합원들은 가족과 헤어지면서 전국 각지로 떠나야 했고 그러면서 조합원에 대한 주도권은 회사로 이동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어용들은 동서본부 기업별노조 전환 찬반투표를 요구하였다. 결과는 57%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러자 어용 지부장들은 책임을 핑계로 사퇴를 하고 동서노조라는 회사노조를 설립하였다. 회사는 조합원 70%를 탈퇴시켰다. 동서노조는 필수업무유지율 100% 합의, 임금피크제를 위한 협상기구 설치, 교대근무 인원축소 협의기구 설치, 연봉제 도입 기반조성, 대체인력 상시 도입, 노동조합의 정치적 권리포기, 야간근무수당 요율삭감 등 노동조건을 회사에 몽땅 넘겨주었다. 이제 학자금 폐지와 연봉제 도입 시기만 남은 상태이다.
 
두 번째는 남부본부였다. 남부본부 7개 지부 중에 기회주의 지부장들이 5개를 장악하고 있었다. 남부회사의 불안감 조성 수법도 동서회사와 같았다. 당시 발전노조 총회는 퇴직연금제 도입을 거부하였다. 하지만 남부본부에서는 찬성이 과반이 넘었다. 지부장들은 이를 빌미로 퇴직 연금제를 도입하자고 요구, 거부당하자 사퇴하고 독자적인 남부노조를 설립하였다. 회사는 이들을 내세워 조합원 60%를 데리고 갔다. 남부노조는 어느 날 갑자기 임·단협을 직권조인으로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세 번째는 서부본부였다. 서부본부는 본부장을 제외하고 지부장, 조합간부, 대의원들이 어용이거나 기회주의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서부본부도 발전노조 총회에서 부결된 퇴직 연금제를 서부본부에서는 과반을 넘겼다는 이유로 본부장을 포함한 조합간부 모두가 교섭권 위임을 요구하였다. 발전노조위원장은 교섭권을 서부본부에 위임해 줌으로서 총회 결정사항을 부정하였다. 퇴직연금제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되자 어용지부장들은 본부에 기업별노조로의 전환을 위한 찬반투표를 요구하였고 본부장은 거부하였다. 그러자 본부장만 남기고 모든 조합간부와 대의원들이 사퇴하고 기업별노조 추진위원이 되었다. 또한 이들은 법과 규약에도 없는 기업별노조 전환을 지부별 총회에 부쳤다. 이에 본부장은 본부총회를 같은 날에 개최하였다. 조합원들은 같은 내용의 투표를 지부와 본부가 각각 주관하는 투표에 이중으로 참여하였다.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본부투표는 77%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사장의 탈퇴 지침으로 75%의 조합원들이 탈퇴하였고, 서부 어용노조 추진자들도 이러한 결과에 놀랐다. 잘못하다간 자기들이 만든 노조에서조차 위원장이나 지부장으로 선출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선거방식이 위원장과 4개 지부장에 대해 일괄 찬반투표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서부노조도 어용노조가 되었다.
 
네 번째는 중부본부에서 시도되고 있다. 인천 지부장을 제외한 5개 지부장들은 그야말로 민주도 어용도 아닌 기회주의자들 일색이었다. 욕은 먹기 싫고 회사의 의도도 거스를 수도 없고 해서 낸 묘안이 대리인들로 설립된 중부노조다. 동서, 남부, 서부의 경험을 총 결산하여 투표도 시도하지 않고 바로 회사의 조직적인 힘을 빌렸다. 그러나 중부에서는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조합원들도 내성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업별노조를 추진하는 자들이나 지부장들의 명분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본부장은 단식으로 저항하고 현장의 조합간부와 대의원들 그리고 활동가들은 선전전, 현장 순회로 회사간부들의 조합원 빼 가기를 감시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중부본부에서 과반의 저지선을 쳐보자는 결의를 다졌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남동본부다. 중부본부가 끝나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동노조가 설립되어 있지만 조합원으로부터는 무관심의 대상이다. 주도하는 인자들이 너무나 터무니없어서 회사도 개가 닭 쳐다보듯 한다. 아무튼 투표도 조직도 쉽지 않은 상태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관건

 
결국 7,000명의 발전노조는 약 2,500명 정도의 산별노조로 축소되고 700명 안팎의 5개 발전회사별 어용노조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발전노조도 10년간의 소시민적 민주노조 관성에서 벗어나 계급적이고 정치적으로 현장과 투쟁을 재조직함으로써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조합원들의 신뢰를 투쟁으로 쌓아서 어용노조들을 약화시키고 조합원들의 권리를 공격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규모는 줄었지만 조합원들의 의식과 활동의 동질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런 동질성을 어떻게 조직 확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가 과제다. 무엇이든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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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의 관성을 걷어내고 재조직해야한다
- 발전노조 사례가 시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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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정치신문-사노위 : 17호> 희망단식, 과연 희망이었는가?

 희망단식, 과연 희망이었는가?

 

- 진정한 희망은 정치권이 아닌 단결과 연대, 투쟁의 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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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단식 중단! 왜?

8월 4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 사태해결과 교사, 공무원노동자들의 진보정당 후원에 대한 수사에 항의하며 시작했던 희망단식을 중단하고, 15일과 20일 각각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와 ’희망시국대회’를 열고 현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 우리의 요구가 완전히 관철되지 못한 상황에서 농성을 중단하는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진중공업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인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해 들어가기로 했고, 교사 공무원들의 정치기본권 문제도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작은 성과라면 성과일 것”라고 말했다.
 
김영훈 위원장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야간노동, 정리해고, 직장폐쇄 등의 문제는 아직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또한 전교조-공무원노조, 공공기관 노조 문제 역시 해결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5당 대표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제 정치인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단식농성 중단을 요청하였으며, 김영훈 위원장은 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이를 받아들였다.
 

희망단식을 통해 얻은 성과는?

그렇다면 이번 희망단식을 통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김영훈 위원장은 야5당이 근로기준법 개정과 교사, 공무원들의 정치 기본권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이 작은 성과라고 말했다. 결국 야5당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이제 정치인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희망단식의 성과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희망단식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움직일 공간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나?
 
2011년, 여름휴가 전 임금단체협상이 이루어졌으며,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전에 거의 대부분이 교섭을 통해 정리되었다. 이 시기 동안 김영훈 위원장은 희망단식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현장투쟁의 호기인 임금단체협상 기간이 끝나자 김영훈 위원장은 희망단식을 중단하고, 현장투쟁을 열어가자며 정치권으로 공을 넘기려고 하고 있다. 열어가자는 현장투쟁조차 15일과 20일의 전국노동자대회와 희망시국대회만 덩그러니 있을 뿐 어떻게 열어가겠다는 계획도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유성기업과 한진중공업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쫓겨나서 여전히 정권과 자본의 탄압 속에서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엄혹한 현실에서 이를 이용하여 민주대연합의 정책협의의 장이나 만들어 주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현장투쟁의 호기에는 혼자서 단식을 하겠다고 주장하더니, 여름휴가 기간이 되자마자 이제는 단식을 그만두고 정치권, 특히나 야5당에게 공을 돌린다. 더구나 그 야5당 안에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산의 주범인 민주당, 국민참여당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단식농성을 중단하라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 자들인가?
 
이미 정리해고에 대한 현실적 해법이라면서, 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 아닌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허용치를 논하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아닌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평등 해소에 운동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들이 희망을 운운하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목소리가 이미 현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다. 요구가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단식을 중단한 것,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할 때는 단식 농성을 한다고 하더니, 대중 투쟁이 조직되고 있자 국회로 공을 넘기는 것,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는 것에 목을 매는 것 등에 대한 비판이 이미 현장의 활동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너무나 정당하며, 노동자계급의 희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단초이다.
 

절망단식을 넘어서 희망을 보자!

노동자계급의 희망은 야5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아닌 단결과 연대, 투쟁의 확산에 있다. 정리해고 철폐, 야간노동 철폐 등은 모두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현실의 요구들이다. 이 투쟁의 주체들이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버티고 있다. 또한 이미 3차 희망버스에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정리해고를 막아내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으며, 유성투쟁 승리를 위한 농성투쟁은 여름휴가 기간임에도 점차 연대의 흐름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단결과 연대의 흐름을 강화시켜 나가며, 승리의 전망을 열어나가자!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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