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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협1990-1995』
다시 전노협을 말하다
1997년 『전노협백서(전13권)』, 2003년 그 개정판을 출판하였지만 전노협의 정신을 노동자들에게 소개할 단행본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한내 연구위원회에서 연구를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출간된 책이 『전노협1990-1995』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등장한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구심이자 대표체인 전노협이 한국 노동운동에서 존재했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1990년 결성된 이후 전노협은 정권과 자본의 집중적인 탄압에도 밑으로부터 전투적인 투쟁에 기초해서 민주노조운동을 사수해 왔다. 노조 업무조사, 형사고발 그리고 지도부에 대한 구속 등으로 전노협은 출범부터 정권과 자본에 대항하여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전노협은 1990년 5월 총파업, 1991년 박창수 열사 투쟁, ILO공동대책위원회 결성,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 결성과 노동법 개정 투쟁 등 90년대 초반 중요한 투쟁을 이끌며 민주노조운동의 중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리고 1995년, 민주노총 건설로 전노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내에서 전노협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전노협에 대한 좀 더 냉정하고 균형 잡힌 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간 전노협에 대해 비판되었던 전투적 조합주의, 급진주의, 최대강령주의, 내리꽂기식 사업 등에 대해 전노협 백서, 1차 자료 그리고 전노협에 참여했던 활동가들의 구술자료를 통해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성과 조합원들의 체험을 올바르게 복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또 한 가지는 위기에 빠진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원인을 전노협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진단해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노협 정신을 통한
민주노조 운동의 복원
왜 지금 전노협인가? 최근 노동운동의 현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한다. 어디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가? 바로 전노협의 정신에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이 책을 기획하였다. 물론 전노협 시기 정세, 조합원의 구성, 노조운동을 둘러싼 조건 등은 2013년 현재와 무척 다르다. 1997년 이후 사회적 양극화, 임금과 고용의 불안정, 불안정노동자의 기하급수적 증가, 빈곤의 여성화 그리고 이런 변화된 조직대상 노동자에게 대표성을 얻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실은 노동운동에서 지역, 계급, 직종을 넘어선 연대를 추구했던 전노협의 경험으로부터 시사 받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고민 끝에 한내에서는 2009년부터 전노협에 대한 대중서 작업을 위해 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논의와 자료 수집, 관련자 구술자료 수집 등을 진행해왔다. 애초 쉬운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전노협의 수많은 사업, 투쟁, 조직 건설과 해산, 연대투쟁 그리고 논쟁 등을 길지 않은 시간에 몇 명의 연구진이 온전하게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거의 2년 반에 걸친 수차례 회의, 토론, 평가 그리고 집필과 여러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 드디어 전노협에 대한 대중적인 역사를 세상 앞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전노협의 역사적 디딤돌(김영수 연구위원)에선, 1990년 전노협 출범 이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전노협 출범의 관련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박정희 시기 국가와 자본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던 노동자들이, 어떻게 70년대를 기점으로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조로 결집하게 되고, 80년대에는 대학생출신 노동자들과 더불어 정치적 노동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밝히고 있다. 또한 1990년 전노협 건설 이전 1988년 노동법 개정 투쟁의 열기와 지역의 지노협 건설의 함성이 전노협 건설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규명하고 있다. 제2부. 노동자, 전노협의 깃발을 꽂다(유경순 연구위원)에서는, 1990년 전노협 출범식 모습에 대한 사실적인 재구성에서 출발해서, 정부와 자본의 탄압에 맞서 사수하고자 했던 전노협과 조합원들의 투쟁을 1990년과 1991년 총파업, 선봉대, 전노협이 지향했던 사회상 등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제3부. 흔들리는 전노협의 깃발(김원 연구위원)에서는 199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드러난 전노협의 내부분열과 정치적 지도력 취약성이란 현상을 통해 전노협 지도력을 둘러싼 당대 현실을 분석했다. 더불어 ILO공대위를 통해 확대된 민주노조운동의 외연이, 전노대 결성 과정에서 더욱 확장된 측면과 함께 왜곡되었던 점을 같이 평가하고자 했다. 그밖에도 조직발전전망을 둘러싼 전노협 내부의 두 가지 전망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전노협의 중심성이 약화되는 과정을 밝혔다. 마지막 제4부. 전노협 해산과 민주노총 건설(정경원 연구위원)에서는 위원장 경선으로 시작된 전노협 내부 갈등, 조직발전 전망과 민주노총 건설을 둘러싸고 가시화된 조직체계, 그룹조직인정, 금속산별 재편, 건설시기, 민주노총 이념 등을 둘러싼 논쟁의 내용을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논쟁을 정리함으로써 민주노총이 건설되고 전노협이 해산되는 역사적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전노협1990-1995』는 전노협을 기억하는 조합원, 전노협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 독자들과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중반을 관통하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에 걸친 한국 노동운동에서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의 깃발을 높이 올렸던 전노협의 의미를 같이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자역사 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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