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밀양 희망버스에-
지난 11월 30일 ~ 12월 1일에, 밀양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공룡이 함께 탑승했습니다. 약 한 달 전에도 충북에서 출발하는 밀양 희망버스가 있었지만(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이번에는 충북 뿐 아니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경찰의 부당한 저지를 뚫고 산을 올라 공사현장으로 갔고, 함께 밥을 나눠 먹고 노래를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동안 외롭고 긴 싸움에 살짝 지쳐 계시던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말 그대로 '희망'을 드리고 왔습니다.
충북에서는 3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습니다. 가는 길에 우선 옥천에 있는 유성기업 고공농성장에 들러서, 희망버스에 참여하는 노조 동지들을 태우고, 고공농성을 하시는 이정훈, 홍종인 지회장에게도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전국의 희망버스 승객들에게 부탁해서,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유성기업 문제의 해결과 사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부당한 권력에 맞서서 싸우는 소외된 사람들의 투쟁이, 어느 한 현장이나 한 이슈에 갇히지 않고 연대를 통해 서로 이어진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그 후 밀양에 도착한 우리는, 다른 지역 버스들과 함께 공사현장으로 가는 산길을 올랐습니다. 저희가 간 곳은 110번 송전탑 건설 현장이었는데요, 경찰이 올라가는 길을 멀찌감치부터 봉쇄해 버린 탓에 마을 주민들은 공사 현장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었다고 하네요. 저희도 올라가는 길에 네 번 정도 저지를 당했지만, 열심히 뚫고 올라가 결국 건설 현장 앞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현장 앞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마을 주민 분이 나와서 발언을 하셨는데, 건설현장을 직접 올라와서 본 것만으로 눈물을 흘리셨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뭉클하기도 하고, 밀양 주민들에게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을 준 것 같아 기쁘기도 했습니다.
공사현장에서 내려와서는 모든 희망버스 참여자들이 밀양역 앞에 모여서 문화제를 했습니다. 다양한 공연도 보고, 투쟁하는 할머니들의 모습과 인터뷰가 담긴 영상도 보고, 함께 열심히 소리도 질렀습니다. 공연 중 역시 으뜸은 할머니들의 공연이었어요. 부르셨던 노래 중에 특히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개사한 것이 인기가 좋았는데요.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고 노래하시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할머니들을 보며 지금까지의 밀양 송전탑 싸움을 견뎌온 할머니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화제가 끝난 후에는 상동면 고정마을의 마을회관에서 잠을 잤습니다. 원래 바깥에서 노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던지라 엄청난 추위를 각오하고 있었는데요, 다행이 깨끗한 실내에서 자게 되에서 마냥 행복했습니다. 자기 전에 함께 간단히 맛있는 걸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각 희망버스에 주어진 미션인 현수막 꾸미기도 함께 했습니다.
다음날 오전엔 상동면에 있는 참가자들이 함께 도곡저수지에 모여 주민분들이 준비해주신 식사를 한 다음 마을 주민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노래자랑을 했습니다. 충북 참가자들이 맨 처음에 나갔지만 수줍게 쭈뼛거리느라 분위기를 다 죽이고(ㅠ.ㅠ) 왔습니다만, 역시 할머니들이 나와서 노래를 하기 시작하니 분위기가 확 살아나더라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와서 자기 마음을 얘기하시고, 노래를 부르시는 할머니들을 보며, 저 당당함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배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셨던 보라마을에 모여 기자회견을 하며 희망버스의 연대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결의를 다지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마을 주민들의 목에 희망버스 손수건을 매어 주며 마무리를 했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가에 서서 계속 손을 흔들어 주시는 주민 분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마음이 따뜻해졌네요.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신 이 마음을 잊고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한전과 경찰에 맞선 밀양의 싸움에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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