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성명/민우회]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성희롱 피해 산업재해 승인을 환영한다!

 

2011.12.1
 

[성명] 현대차 사내하청 여성노동자 성희롱 피해

산업재해 승인을 환영한다!

 

지난 11월 25일 근로복지공단은 현대차 사내하청 공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겪은 여성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최종적으로 승인판정을 내렸다.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산재로 인정받은 최초의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그 의미가 크다.

 

한국여성민우회 고용평등상담실 상담 중 성희롱 상담은 전체 상담의 40.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노동자 대부분은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문제제기로 인한 불이익을 겪기도 하고, 급기야는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즉 직장내 성희롱은 여성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 판정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첫째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발생하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정확히 ‘고용상의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이다. 산업재해는 노동과정에서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말한다. 이번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의 산업재해 승인과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은 “직장상사의 성희롱,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직장내 성희롱을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사고, 산업재해로 인식하는 것은 성희롱을 조직 내에서 공론화해야하는 문제로 인식하며 남성중심적 문화에 기초한 조직문화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둘째 직장내 성희롱 산재인정은 노동자의 건강권에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추행장면이 회상되거나 쉽게 놀라고 불면, 우울,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희롱은 노동자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성희롱 산업재해 승인판정은 노동자의 건강권이라는 기본적인 사회권 보장으로서 봐야 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셋째, 직장내 성희롱 산재인정은 산업재해 영역 속에서 여성의 경험을 반영하여 산업재해를 인식하는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것이다. 그동안 산업재해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사고나 질병’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인식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직장내 성희롱으로 산업재해 접수를 하여도 산업재해 인정판정이 쉽지 않았다. 1999년 직장내 성희롱 금지가 법제화 된 이후 수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이 처음이라는 것은 그 현실을 여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산재승인은 소위 ‘굴뚝산업’으로 인식되었던 남성중심의 산업재해 영역에서 여성의 경험을 반영하고 개입한 것으로, 비가시적 산업재해영역에 관한 인식 확장을 가능하게 한 사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파악하고 더 이상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산재노동자에게 휴식을 주고 보호하는 것은 사업주의 당연한 책임과 의무이다. 직장내 성희롱 또한 업무과정에서 입게 되는 피해로서 사업주는 성희롱 예방과 재발방지를 위해 성차별적 조직 문화와 불평등한 위계구조, 불안정한 고용환경 등 구조적 요인을 쇄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발현하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의 싸움은 여성이 평등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역사적인 싸움이다. 지난 11월 29일 산재승인 판정 기자회견 후 피해 여성노동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현대차 사업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와 성희롱 특별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면담을 요청하였다. 산재승인판정이라는 기쁨을 안고 면담요청을 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권력뿐이었다. 또한 그 누구보다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현대차는 모르쇠정책을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안하무인의 여성가족부와 현대차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아래의 사항을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현대차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원직복직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하청노동자의 당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한 여성의 당찬 싸움에 다시 한 번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2011. 12.1

한국여성민우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