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해
우울증 같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여성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직장 밖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는 2000년 5월 한차례 있었으나,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다.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25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인 A사 해고자인 김미영(45ㆍ가명)씨가 '성희롱으로 인한 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 "성희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김씨의 병과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를 승인했다. 공단은 "성희롱 등 직장 내 문제로 인해 김씨가
불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앓아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공단 관계자는 "김씨는 직장 내에서 상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고, 이로 인한 다툼이 발생하자 회사는 김씨를 징계했고 이의를 제기하는 김씨를 파면했다"며 "그 기간이 매우 길었으며, 이로 인해 김씨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겪어 산재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전향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정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97년 A사에 입사한 김씨는 2009년 4월부터 관리자 2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 김씨의 동료 등에 따르면 김씨가 A사에서 일하는 동안 회사 관리자들은 "너희 집에서 자고 싶다"는 등 성희롱적 발언을 수시로 했으며, 근무 중인 김씨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거나
무릎으로 엉덩이를 차는 등 신체 접촉도 지속적으로 했다.
관리자들은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신체접촉과 성희롱을 했는데, 김씨가 이를 공론화하자 "왜 너만 난리냐"며 폭언도 했다. 김씨가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자 사측은 10월 김씨에 대해
징계해고를 했다.
인권위는 "성희롱이 인정된다"며 "가해자들은 김씨에게 각각 300만원과 600만원, A사 대표는 900만원을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냈으나 회사 측은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배상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에 항의, 170여일째 여성가족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김씨와 같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해 고통을 겪어도 고용
불안 때문에 이를 숨기거나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집단
산재 신청 및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회사 측이 인권위의 성희롱 결정도 권고안이라며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산재로 인정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성희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산재로 인정할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