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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꼬리님의 [홍아는 코 자고...] 에 관련된 글.
이 글을 쓰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뭔가가 찝찝하달까, 맘에 걸리는 게 있어서 곰곰 생각이 되고 잠이 오지 않았다.
또 홍아가 낮잠을 자는 시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써 본다.
위 글에서
"내 이야기(는 실은 따로는 별로 없다. 왜냐 하면 홍아 키우는 이야기에 함께 실릴 이야기니까.. 난 홍아가 태어난 이후 엄마가 되었는데,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나고 내가 엄마다. 난 이게 맘에 들고 요즘 참 행복하다. 왠지 엄마가 되면 나를 잃는다는 일반적인 생각(나를 잃는 것이 참 문제라고 여기는)이 있고, 거기서 벗어나 엄마 역할에 만족하면 좀 '후진' 것 아니야, '봉건적'인 것 아니야라는 생각 역시 많음을 알지만, 그것이 진짜 내 생각은 아니니 나는 행복한 내 삶에 만족할 테다.)"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왜 그런 걸까?
혹여 내 글로 다른 엄마들에게 마음의 부담이 가지는 않을지..
그런 논리-엄마는 아이에게 올인해야지, 엄마에게 아이 외의 생활이 어디 있어, 마땅히 엄마란 그래야지-에 내가 힘을 싣는 것은 아닐까.
다른 엄마들을 억압하는 것은 아닐까.
말걸기 보기에 내 촉수의 99%는 홍아에게 가 있고,
나머지 1%로 집안일 하고, 알바하고, 말걸기를 대하고, 나의 가족과 말걸기의 가족을 대하는 것 같단다.
(말걸기는 그렇게 홍아를 사랑하고, 나머지 1%로 다른 일들을 해내는 내가 대단하다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하였다. 맞지?^^;;;)
나는 그렇게 되어 버렸고, 또 이 생활이 마음에 든다.
귀하게 얻은 시간이고(나는 자궁에 문제가 있어 임신하기가 매우매우 어려웠다. 의사는 홍아가 생긴 것을 기적이라 하였다.)
짧게 끝날 시간이라(휴직이 끝나면 일하러 가야 하니까)
더 열심히 매달리는 지도 모른다.
다른 엄마들이 나를 보면 '대단하다(실은 특이하다. 남들과 다르다)'고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애에게 그렇게 계속 말을 걸어요?
애가 이뻐서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엄마는 처음 봤네.
첫째 아니라 애를 많이 낳아 본 사람 같아요.
(홍아를 보고) 너는 공주님이구나.(내가 애를 너무 떠받는다는 의미 같다.)
그러면 그 엄마들 앞에서 나는
아유 저도 힘들어요. 얘가 너무 잠을 안 자요. 낯을 가려서 민망해요..라는 식으로 맞장구를 칠 때도 있다.
그건, 나도 힘들어서이기도 하고
그냥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상대 엄마가 행여 자책을 할까 봐서이기도 하고
내가 너무 잘난 척을 해서 튀어 보일까 봐서이기도 하다.
근데 그렇게 맞장구를 치면 또 내 맘이 찝찝하다. 홍아가 서운해할 것도 같고..
(어쿠, 글이 왠지 산으로 가는 것 같구나. 홍아 깨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
나도 힘이 든다. 홍아가 생기기 전보다 4kg나 빠졌고,
울 아버지는 내가 울 엄니보다 더 늙어 보인다고 한다. (ㅜㅠ)
말걸기가 회사에 다닐 때에는 6시만 되면 안 그러려고 해도, 언제 오냐는 문자를 보냈다.
이제야 내 밥을 좀 먹지만, 혼자 홍아를 보면 난 끼니를 거르거나 국에 만 밥을 후르륵 마시기 일쑤였고,
누가 안 놀러 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어쩌다 오는 문자 하나가 그렇게 반가웠다.
하지만 나쁜 것은 곧 잊고 좋은 것에는 방방 뜨는 성향이라,
힘든 순간이 아니면 대개는 기뻐~ 행복해~라는 마음으로 감격해 하는 지라,
남에게 나를 드러내는 순간에는 '오! 너무 좋아!' 하는 장면을 보이게 된다.
(그러다 나쁜 일이 있으면 그 전에 있었던 나쁜 일까지 다 떠올라 폭발을 하지만... >.<)
음 그러니까...
나는 좋은 순간을 만끽하며 표현하면 되고
그것이 다른 엄마들에게 누가 될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는 것은(너무 착한 척인가... )
사람마다 다 달라요. 또 나도 힘들고 그 맘을 알아요. 남에게 다른 사람의 잣대를 대지 말고 같이 이야기해요. 라고 하면 되는 걸까..
가만,, 글을 쓰다 보니
내 글이 남에게 억압이 될까 염려하는 이면에는
내가 튀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네.
행여 그래서 밉게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네.
어 더 복잡해졌어..
홍아 옆에 누워 또 생각을 해 봐야겠구나.

우... 뭐가 이렇게 어렵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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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뭐 이리 자기 검열이 심해요. ^^ 누군가를 사랑할때 그이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게 행복하면 그 행복은 누구라도 아름다운줄 알아요. 행여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모를까 말이예요. 허허, 죽도록 사랑하지 않는것이 힘든거지요.관리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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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쵸? '자기검열', 딱이에요! 맞아 그거네요. 한동안 몸과 마음에 병이 있는 듯 해, 심리 관련 서적을 읽었는데, 그러고 더 분석하고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보는 버릇이 심해졌어요.(물론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아하 딱 걸렸다. 근데 시원하네요. 비올 언니 멋장이에요. 그럼 저는 더욱 힘내서 사랑을 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