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검열기관을 자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규탄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성명서 채택에 대한 논평

검열기관을 자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규탄한다

 

 

문    의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 (02-591-0541)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민경 활동가 (02-774-4551)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 (02-723-0666)

 

8월 4일 제20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여당 측 심의위원 6명은 전체회의에서 삭제하기로 의결한 성기노출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박경신 위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성 성명서를 채택했다. 성명서에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직무상 목적 외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는 심의위원 해촉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형법상 음란한 도화반포죄로 처벌될 수 있는 위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는 통신심의위원회가 대통령이 임명한 소속위원을 해촉 ․ 징계 등 법률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민의 기본권에 기반 해 심의의 문제점을 제기한 위원을 공개 규탄하는 것으로 스스로 권위를 추켜세우고 싶어하는 듯 하다. 이미 공개된 회의와 정보공개를 통해 공개되는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추천 위원들은 박위원을 ‘비밀유지의무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여 조직에 대단히 위해한 행동을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박경신 위원 스스로 “국가기관이 국민의 정신생활을 규제할 때 그 규제의 기준이 최소한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고 밝힌대로  위원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진의여부와 상관없이 주로 보수언론을 주축으로 한 여론은 자신이 직접 참여한 심의 결과에 불복해 돌출행동을 한 내부 고발자와 같이 취급하거나 명예훼손 더 나아가 개인적인 인격모독적 공격으로까지 확산되었다.

 

하지만 박경신 위원이 왜 이런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블로그에 “검열자 일기”라는 제목의 연재를 해 왔는지, 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의위원과 소속 직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검열자 일기”에 게시된 내용은 이미 지난 5월 이후 박경신 위원이 회의 석상에서 줄기차게 설득하며 주장해 온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간 박경신 위원의 고언과 정반대의 길을 택해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번 성명서에서 강조하며 실추되었다고 주장한 “권위”는 없다. 국민들은 이미 방통심의위를 실질적인 검열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전체회의 방청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부 위원들은 방송과 통신매체의 차이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방통심의위는 오히려 국민의 귀와 눈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막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려온 결정을 복기해보자.

대법원 판결로 일제고사 해임교사가 복직되었을 때 당사자가 라디오 인터뷰(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들‘)에서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방송이 판결문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방치하였다고 하여 ‘주의조치’를 내렸다. 개인의 양심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권력이 투입된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라디오인터뷰에 대한 권고도 앞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터뷰는 하지말라는 경고성 메시지였다고 본다. 2mb18nomA 트위터 아이디 차단은 심의위원회의 수준을 보여준 사례이다. 시민들에게 방심위는 욕설과 시민적 표현권도 구별하지 못하는 먹통기관으로 낙인이 찍혔다. 절차와 회의 운영에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활동을 감시해온 우리 단체들에 의해 사무처가 국민 앞에 공개하는 회의록을 임의대로 수정,조작한 정황이 두 번이나 드러났다.

 

형식적 검열의 조건을 갖추지 않았을 따름이지 헌법에서 금지하는 검열에 준하는 행위를 사실상 해 왔다. 이번 박경신 위원에 대한 성명서 채택은 이와 같은 국민적 비판과 저항을 피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와 정부여당 의원들이 박경신 위원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에 불과하다. 일부 위원이 퇴장하고 남은 6명에 의해서 채택된 이번 성명 발표는 박 위원의 문제제기의 본질을 감추고 개인위원의 적극적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겁주기와 흠집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이런 행태가 일말의 기대라도 걸고 있던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오히려 위원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행위라고 본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행정기관다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사실상의 검열 행위을 중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방통심의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시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박경신 위원의 문제제기의 본질임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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