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제 야욕 숨기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 통제 시도를 중단하라!

- 인터넷 통제 야욕 숨기지 않은 방송통신위원회

 

 어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우리도 인터넷에서 이용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며 정보보호가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정보보호라는 명분으로 은근슬쩍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임시조치 의무화와 불법정보 모니터링 의무화,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첫째, 제한적 본인확인제, 즉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지난 5월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소위 ‘광우병 괴담’이라는 것이 확산되는 데에는 인터넷 실명제가 ‘충분치 않았다’는 인식 하에 현재 37개인 실명제 대상 사이트를 210개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실명제가 의무화된 후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그치지 않자 방통위는 실명 확인 방법으로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아이핀, 휴대전화 등 대체수단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실명제를 의무화함으로써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을 떠돌아다니게 된 현재의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뿐더러,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실명 정보를 수집하도록 의무화한다는 점은 여전히 큰 문제이다. 실명을 확인한 사람만이 인터넷에 글을 쓸 수 있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자, 그 이면으로 수사 편의를 확대하겠다는 꿍꿍이가 자리잡고 있다. 현행 법제도상으로는 인터넷 실명제로 확보된 실명 정보를 정권과 경찰이 원할때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용자의 통신내역을 요구할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과도 균형이 맞지 않을 뿐더러, 이런 감시와 추적은 결국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평소 이용자의 실명 개인정보를 수집해 두었다가 그 정보를 수사기관이 마구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이 ‘정보 보호’라는 명분으로 추진된다는 점이 기가 막힐 따름이다.

 

둘째, 더욱 큰 문제는 인터넷 사업자를 통한 인터넷 여론 통제이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의 게시물 삭제 결정 논란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한 인터넷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명확한 법률적 기준 하에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정신이다. 인터넷 게시물의 삭제와 이에 대한 접근제한은 해당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기 때문에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불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권위는 법원이며, 공정한 재판 절차에 의해 불법성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모든 게시물이 무죄이다. ‘임시조치’는 법원의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장 30일까지 게시물을 ‘임시적으로’ 삭제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임시조치를 따르는 사업자에 대한 면책조항이 도입된 후 임시조치가 남발되면서 큰 논란을 빚어왔다. 분유 이물질 등 소비자 고발성 게시물 뿐 아니라 이랜드 사건과 같은 노동정책에 대한 게시물 등 주로 기업비판적인 의견들이 해당 기업의 ‘명예훼손’이라는 주장 하에 무차별적으로 삭제되어 왔다. 따라서 임시조치 제도에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는데 정부의 이번 정책은 그에 역행하는 것이다. 처벌조항을 두어 사업자에게 임시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으로 보아도 무리할 뿐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게시물이 삭제되는 지금의 사태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 정부가 바라는 바는 비판적 의견이 인터넷에서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째, 포털이나 P2P 사업자에게 불법정보 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불법정보에 대한 민형사상 연대책임을 사업자에게 부과하겠다는 말이다. 사업자들은 그런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이용자의 게시물을 자의적이고 폭넓게 삭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사전검열과 다름 없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어떻게 사업자들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가? 이용자 게시물을 마음대로 삭제할 권한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방통위의 이번 정책 발표를 보면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상기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OECD 장관회의에서 “인터넷은 독”이라고 단언하는가 하면, 국회 개원연설에서는 “정보전염병”을 운운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인터넷을 “부정적 여론의 진원지”로 보고 있는 발언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인터넷은 마땅한 자기 표현 매체를 가지기 어려운 일반 국민 들에게 유일하고도 강력한 표현 매체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국민 여론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대목에서 최근 인터넷의 힘을 빌어 확산되었다고 하는 촛불집회와 대통령의 악연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고야 말겠다고 단단히 결심을 한 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협이다. 인터넷을 틀어쥐면 국민 여론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지금이라도 겸허하게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통제 야욕을 즉각 중단하라!

 

 

2008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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