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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 바람이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바람이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가슴이 휑하다. 허전하다. 갑자기 실감하게 된 어떤 감정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대체로 이럴때 친구 만나서 술마시면 잠깐동안은 괜찮아 진다. 잠깐동안은. 결국 지나갈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허전함, 휑한 기분이 내 몸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함께 잘지내보려고 비오는 토요일 김치전도 해먹어보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시인의 마음과는 살짝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도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잠깐동안 얼큰할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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