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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g도 안되는 지율스님의 사진을 보고있으려면 자꾸 눈물이 난다.
지율스님을 아끼는 여러사람들이 각종언론에 쓴 글을 봐도 눈물이 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지율스님의 외로운 단식앞에서
천성산개발을 막을 수도 없고, 지율스님을 다시 이세상의 삶의 영역으로
되돌려 올 수도 없는 내가 초라해서 눈물이 또 난다.
"지율스님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소설가 김곰치씨의 말에
내가 있는 세상이 한껏 부끄러워진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지율스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함께 보고 있지만, 지율처럼 천성산 더불어 삶과 죽음을
감히 상상하지는 못한다. 도롱뇽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도롱뇽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천성산이 개발되고 도롱뇽이 사라져도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의 재앙을 무시한채...
사실은 KTX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도롱뇽이지 육중한 무쇠덩어리의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단지 KTX는 빠르고 편할 뿐이다.
빠르고 편하기위해 우리는 다른 많은 생명을 빼앗고 있다.
근데 그 빠름과 편함이라는 것이 한 번 경험해보면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모두가 바쁜 이 시대에 느린 것은 자기 시간을 버린다고 생각되어 버린다.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이 준 달콤한 독약을 우리는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이미 중독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알아야한다.
빠르게 사는 것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일하고 바쁘게 일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천천히 가면서 경치도 구경하고 사람들과 수다도 떨고
하늘과 바람과 산과 강을 벗삼는 일따위는 아무런 이윤창출이 안된다.
한시간이라도 아껴서 빨리가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야한다.
심지어 이동시간자체도 쉬는 시간으로 놓아두지 않는다.
노트북과 핸드폰을 가지고 일을 하거나,
DMB나 미니게임기를 가지고 자본주의의 상품을 소비해야 한다.
느리게 사는 것. 그것이 가장 반자본주의적인 투쟁이다.
지율스님이 우리에게 온몸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지구생명공동체 전체의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자신이 만들어낸 기차와도 같은 이 멈추지 않는 자본주의의 멀지않은 미래를
경고하는 것이다.
지율스님의 단식앞에서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서 대단한 일은 할 수 없지만, 그렇기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이미 많은 자동차와 자동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가
있는데, 더 이상의 개발이 왜 필요한지를 자전거를 통해 이야기해야겠다.
또 빠르게 가기위해 다른 생명을 죽일 수밖에 없는 자동차 대신에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살고 있는 땅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그 주변의 풍경을 음미하며
길에서 만나는 인연들을 소중히하고 천천히 느리게 사는 삶의 행복함을 보여줘야겠다.
익숙해진 편리함을 던져버리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편리함이란 사실은 고통을 망각하게 해주는 독약이라는 것을.
인간의 삶은 고통속에서 성숙하고 아픈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느리게 살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율스님의 앙상한 육신이 슬프도록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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