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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기회주의자가 되어버렸다.

졸지에 겁쟁이 기회주의자가 되어 버렸다ㅋㅋ
지나가던 사람이 그냥 지나갈것이지 이런 답글을 달았다
 
지나가다  2008/06/23  
폭력을 사용하는 집회보다는 그렇지 않은 선전전 중심이나 집단퍼포먼스 따위를 하는 집회가 더 많은 참여를 보장할수있다는 주장이시라면 어느정도는 사실이라고 할수 있겠군요. 왜냐면 궁극적으로 국가권력과 대결하는 투쟁의 현장에서는 폭력이 두려워 꽁무늬를 빼는 기회주의자들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폭력은 그 자체로서 선도 악도 아닙니다. 예컨대 우리가 칼을 들고 여성/남성을 협박하며 성폭행을 자행한다면 누군가는 아 저 칼이 나쁜것이다 이렇게 외치겠지만 칼로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하여 굶주린자에게 준다면 그 때는 뭐라고 하겠습니까?

폭력은 도구일뿐 도덕적 가치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중요한건 폭력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 하는것보다는 어떤 집단/개인이 무엇을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이지요 폭력을 반대한다는 관념적인 견해는 현실에서는 국가의 폭력을 막지 못하면서 우리의 반격을 막는 추악한 논리에 불과합니다.
 
 
이 사람은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처음에는 살짝 기분이 나빴다.
뭐 이정도가지고... 훨씬 더 심한 욕들도 들어보았는데.
겁쟁이에 기회주의자에 추악한 논리를 펴는 자가 되었지만 나쁘지 않다.
 
난 그냥 겁쟁이 기회주의자가 좋다.
무서운거 안무서운척하고싶지 않다. 난 여전히 집회에 나가면 전경들이 무섭다.
이제는 그들이 나보다 한참 어린, 그래서 군복 벗겨놓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은
친구들인거 알지만 전경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무섭다. 경찰들에게 맞을까봐 무섭고
내가 경찰들을 때리는 것도 무섭다. 예전에 동국대 후문에선가 내가 힘껏 던진 돌에
전경이 머리를 얻어맞고 휘청이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때 예감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맞는 것이 너무도 싫지만 누군가를 때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너무 싫다고.
또 나는 연행되는 것이 싫다. 이제 유치장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고
구치소나 교도소도 사실 별거 아니라는거 알지만 그래도 무섭고 싫다.
구속되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것도 싫고 그 안에서 나의 추악한 모습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 무섭다.
인간은 누구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사실 전경들도 보면 지들도 겁나기 때문에 무작정 방패를 휘두르고 한다. 겁나지 않은척 하면서 사실은 겁먹어서 자신도 감당못할 폭력을 휘두르기 보다는 겁나는 것을, 내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약한사람들끼리 두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을 하고싶을 뿐이다.
일단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용기있는 것이고 폭력을 안휘두르는 사람이 용기없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난 용기 없는 사람이어도 아무 상관없다.
어차피 하루 이틀 운동할 거 아닌데, 되도록 잡혀가지 말고 끈질기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나는 안다. 내가 폭력을 사용할 경우 연행되었을 때 난 떳떳하지 못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나의 행위를 숨기거나 축소시켜서 조사를 받게된다. 물론 경찰들에게 일일히 다 말해줄 필요는 없지만 내가 나를 속이는 그 기분 참말로 더럽다. 내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연행되는 것이 덜 두렵다. 나는 나의 행위들에 대해서 떳떳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들이 틀렸고 내가 옳다고 경찰서와 법정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폭력집회를 안좋아하는 이유를 위의 '지나가다'라는 분이 명확히 보여준다.
모두가 그런거는 아니지만 대체로 혁명은 절대로 폭력이 동반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지나가다'라는 분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뭐 노동자들의 임단협이나 비정규직투쟁이 혁명인지 모르겠지만(그 투쟁들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투쟁들의 의미를 국가전복과 같은 무리한 욕심들에 껴맞추지말고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규정한다면 그게 혁명이지 않을까요? 물론 혁명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것이 한참씩 다르기는 하지만) 암튼 투쟁에서 꼭 폭력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처럼 무서워서 폭력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겁쟁이라고 이야기한다. 혹은 나처럼 겁쟁이는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폭력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배제될것이다. 혹은 장애인이나 여성들처럼 폭력적인 투쟁에서 많은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도 소외될 것이다. 저번 글에서 폭력으로 쟁취한 권력은 절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권력을 국가로부터 빼앗기 이전에 이미 폭력에 적극 동참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람들이 분리가 되고있다. 겁쟁이에 기회주의자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한다. 나는 이따위 혁명은 관심도 없다. 그런 혁명된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건가? 여전히 나는 그 사회에서는 마이너일텐데. 지금처럼 나는 비국민이고 시민권을 박탈당한 계층일텐데. 난 그래서 폭력혁명 싫다. 폭력혁명이 성공할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성공해도 그 사회에서 내 살곳은 없다.
 
폭력을 폭력으로만 막을수 있다거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생각이 국가의 폭력은 막지도 못하면서 이편의 행동을 막아버리는 추악한 논리로 느껴지겠지만, 어차피 나는 국가폭력을 이길 생각이 없다. 폭력은 언제나 이기려고 하지만 나는 그저 승리하고 싶을 뿐이다. 국가폭력이 작동할 수 없도록 무력화 시키는 것이 내 관심사다.
 
난 그냥 폭력 안쓰고 끈질기게 싸우는 싸움을 하고 싶다.
끈질기게 싸우려면 지치면 안되니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즐겁게 해야할 것이다. 난 폭력은 잘 못써도 그런건 잘 할 수 있다. 노래부르다 잡혀가고 춤추다 잡혀가고, 잡혀가는건 싫지만 꼭 잡혀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잡혀가고 싶다.
국가공권력을 혹은 전경 개인을 누를 폭력이나 힘도 나에겐 없지만 있어도 쓰고싶지 않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상이 내 사는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내가 인간임을 잊지않고 인간이기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그냥 살면서 싸우고 죽을때까지 이러고 살고 싶다. 겁쟁이라 불러도 좋고 기회주의자라 불러도 좋다. 내가 가지고 싶은 용기는 다른 사람들 때리는 용기가 아니라 나처럼 가난하고 겁많은 사람들과 사회에서 겁쟁이라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용기이다. 같이 손가락질 받아가면서도 웃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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