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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아침

새벽엔 눈은 내리지 않았는데,

하늘에 구름이 많이 있긴했지만 바람한점 없어서 포근한 날씨였는데,

꿀맛같은 단잠을 즐긴후 다시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눈이 오고있었다.

괜시리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에

갑자기 부지런을 떨어 청소를 하고 약간의 운동을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나왔다.

창밖엔 눈은 그쳤지만 어느덧 세상은 포근하고 묵직한 솜이불 아래서

밖으로 나오기 싫은 어린아이마냥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난 눈오는 소리가 좋다. 요란하지 않고 차분히, 소복소복 쌓이는 소리.

서정주가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라고 써내려간 그 소리.

슬램덩크 정대만이 볼이 림을 통과하는 소리를 듣고 몇번이나 되살아나듯

나도 저 고요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몇번이나 다시 즐거워진다.

 

눈오는 소리의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란 인간세상의 온갖 추한것들과 역겨운 것들을

감추고 거짓포장하는 그런 아름다움이기 보다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진리, 혹은 진실에 대한 아름다움

마치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희 인간들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봤자, 친구를 짓밟고

이웃을 속이고 다른사람 등쳐먹고 아둥바둥 해봤자,

그래서 너희가 이룬것들이 무엇이냐.

이 조그마한 눈송이조차도 너희가 이룬 어떤것보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저 하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준엄하게,

하지만 눈송이처럼 포근하고 부드럽게 우리의 오만을 우리의 탐욕을

우리의 추악함을 꾸짖는 것만 같다.

 

원래는 세미나 준비좀 하려고 오랫만에 공부좀 하려고 했는데

간만에 좋은 기분 공부하면 달아날 거 같아서ㅋㅋ

이소라 5집 틀어놓구 옛 편지들이나 들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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