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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수도설비업자였다.
어렸을 적 난 그를 따라다니며 연장을 챙겨주거나 잔심부름 등의 일을 했고, 알 수 없을 일본식 노가다 언어를 익히곤 했다. 난 그의 '디모도'였다.
특히, 방학이던 여름이나 겨울 난 그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는데, 아들인 자식에게 노임를 두둑히 챙겨주는 인심좋은 업자였기 때문에 난 그것이 결국 용돈이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 같다. 흐흐... 착한건지, 바보인지...
시골에 살았던 아버지는 자전거 하나면 충분했다. 그의 덩치 큰 자전거를 따라 내 조그만 자전거에도 연장을 담은 공구통이 싫렸고, 동네사람들은 아버지를 쏭사장!, 나를 쏭기사!라 부르며 우리 부자를 붕어빵이라고 연신 말해대면서 좋아라 했던 것 같다.
시골의 수도설비업자가 고용한 사람이라곤 나 밖에 없었다. 물론 규모가 큰 관급공사가 들어가면 여기저기 농사 짓던 할아버지, 수퍼에서 담배팔던 아저씨, 전봇대를 올라다니던 전기 아저씨... 들이 나를 대신했지만 말이다.
근데 말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조그만 했던 우리집의 수도는 늘 졸졸대었다. 게을렀던 그는 자기집의 수도는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늘 흙탕물 속에서 물대포를 맞아가며 수도관을 따고 우물을 퍼올리던 집에 수도꼭지를 달아주던 그가 정작 제 집의 수도가 졸졸거리는데에는 스스로 고치기가 싫었던 모양이다. 근데 어쩌랴, 조그만 동네에 수도를 고치는 사람은 그 밖에 없었으니...
결국 어머니의 바가지에 고치기는 했는데...
동네의 수도관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모조리 알고 있는 그는 집마당에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내 큰 상수도관이 나온다. 그 수도관은 어디에서 잠글 수 있는 것이 못되기 때문에 망치와 정으로 직접 구멍을 뚫어 내어 다시 또 다른 작은 파이프로 연결을 해야하는 것이다. 폭포처럼 터지는 물대포를 쏘아대는 수도관을 다시 다른 수도관으로 연결시키는 그의 작업은 정말이지 너무나 스펙타클하고 멋진 장면이었다.
그 거대한 일을 마치고 온 그는 자리펴고 누워 이내다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오디오에 레코드판을 얹어놓곤 끝나면 뒤집기만 반복할 뿐...
근데 그는 계량기를 달지 않았다. 이미 졸졸대는 수도꼭지로 연결되어 있는 계량기가 있기 때문이다. 계획적인 것이었을까...
그날 이후 우리집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렸다. 하~ 이게 바로 직수! 수도세을 내지 않아도 되는 직수인 것이다. 푸하하...
돌이켜보면 이건 옛날 시골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
수도민영화?
다년간 상수도설비업계에서 일한 바 있는 나로써...
지속되는 환경오염으로 수도의 질이 나빠져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이 이젠 없지만, 그래도 어찌 물을 팔아먹겠다는 것인가... 땅밑에서 샘솟는 물을 뽑아내 팔아먹는 기생충들도 진저리나지만, 이제 씻는, 밥 해먹는, 빨래하는 물마저 그 기생충들에게 팔아먹겠다는 것이냐!
그래 넌 '쥐'니까 기생충들하고 같이 그렇게 잘 살려고 하는 모양이다.
다음엔 코에도 계량기를 달자고 하겠지? 이 빌어먹을 놈들아~
땅도 모자라 물도 사유화하고 마시는 공기도 사유화 할거니...
정말이지 이젠 사생결단이야~
댓글 목록
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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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돗물 그냥 마시는데... 그럼 안되는 거였어???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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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돕 안녕!나도 가끔 그냥 수돗물 마시는데, 노후된 수도관이 교체가 안되면 녹물이 나오거든... 그게 그냥 철분이려니 생각하고 마시면 좋겠다만 어쨋든 중금속들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쌓이게 되는 건 '건강'엔 좋지 않을꺼야. 특히나 재개발지역이나 오래된 산동네의 수돗물은 더 심하지. 녹물에 세수하는 건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에겐 특히 위험한 일이야.
근데~ 지금 청계천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수도관이나 펌프를 델 돈이 있었으면 아마 그 돈으로 서울지역의 노후된 모든 수도관을 교체하고도 남았을 거야.
흠~ 어쨌든 우리가 사는 곳은 시골도 아닐뿐더러... 언제 파헤쳐질지 모르는 재개발지역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