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추리의 밤은 깊었지만 대추초등학교 1층 솔부엉이 도서관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문을 스르륵 열고 들어가 보니 평택지킴이이자 대추리 솔부엉이 도서관 관장이기도 한 진재연(30)씨가 종이에 밑줄까지 쳐가며 공부하는 모습이 보인다.
낮에는 농사일, 밤에는 공부?
진씨는 요즘 '농사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주경야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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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 솔부엉이 도서관장 진재연씨. ⓒ민중의소리 |
영농철을 맞아 주민들과 평택 지킴이들이 총동원 돼 구슬땀을 흘려가며 논갈이부터 볍씨뿌리기, 비료뿌리기 등의 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농사일을 처음 해보는 지킴이들은 시키는 일만 따라하기도 벅차는 법.
진씨는 "얼마 전 주민들이 '건답직파'에 대해 10분간 설명해 줬는데 정말 하나도 못알아 듣겠더라"며 "다른 지킴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대추리 영농학교'다.
오는 7일부터 일주일에 한번, 문을 여는 대추리 영농학교는 농사일에 서툰 '초절정 부실 농사꾼'들을 위해 마련된 솔부엉이 도서관 주최 특별 강좌인 셈.
"사실 이 영농학교는 공부모임이라기 보다는 '싸움의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입니다. 지금 평택에서는 농사를 제대로 잘 짓는게 가장 중요한 싸움이니까 농사일의 '고수'들이 농사일에 서툰 지킴이들에게 그 비기를 전수하는 것이죠."
대추리 영농학교 첫번째 강사는 바로 팽성대책위 신종원 조직국장. 팽성일대에서 '영농귀재'란 소문이 자자하단다. 평택농민회 이근랑 회장도 강사를 자처했다. 논농사 외에도 웰빙추세를 반영한 텃밭가꾸기 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씨는 "지킴이들이 많이 와서 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영농학교 광고지를 도서관과 대추초등학교 여기저기에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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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하는 투쟁 즐겁고 재밌게 해야죠."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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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하는 투쟁 즐겁고, 신나게!" 이날은 진씨가 평택지킴이가 된 지 딱 2개월이 되는 날이다. 처음 들어올 때는 '딱 3개월만 살아야지'라며 들어왔지만, 진씨는 요즘들어 다시 이 투쟁이 끝날 때까지 살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이 생활이 편하지는 않아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생활이 불안하고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되니까 힘이 들죠. 그래도 주민분들이 더욱 힘내시며 투쟁하시는 모습에서 힘을 얻곤 해요. 이 싸움 이길 때까지 함께 할 생각이에요."
요즘 진씨는 청년 지킴이들과 '민중의 소리를 찾아서'란 노래모임을 만들어 촛불집회 때마다 선보이고 있다. 촛불집회장인 비닐하우스가 터질듯 손님들이 많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주민들과 지킴이들만 참석해 조촐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왕하는 투쟁, 즐겁고 신나게 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지치지 않게끔 서로 서로가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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