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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정신이냐고 묻는다면 난, 단번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결혼 준비 막판에 파혼을 맞았는데 고작 3개월 지났다고 충격이 가신다면 가히 강심장, 아니 냉혈한이라고 할 만할 것이다. 다행히 난 그런 놈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용히 생활을 찾아 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줄창 피워대던 담배를 (다시) 끊었고, 술은 다시 마신다(딱히 안 마실 이유가 없더라. 내가 술 마시고 누굴 때리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번에 한철연 선생님들이 촛불벌금 100만원을 기금으로 내 주신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돈도 그렇지만, 그 분들이 날 생각하는 마음이 날 더 짠하게 만들었다. 사실 한 여자만 보고 9년을 살았는데 동료나 동지들의 정을 느낄 여유가 있었겠는가. 연애가 떠난 그 공허한 자리에 이 분들의 정이 살포시 들어 찬다. 고맙다. 다시 한번.
연애가 끝나고 지금까지를 돌아 본다. 내 방으로 왔고, 한 2주 끊임없이 술을 퍼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 와중에 그녀가 부친 택배가 도착했다. 내 짐들이다. 그 짐들을 보고 정신 차린 것 같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럼 다시 시작해야지, 죽지 않을거면 그 수밖에 더 있나, 라고 생각했던 게 그 때였었다. 학원일을 다시 하고, 한철연에 나가고, 때로 버스 안에서 울고, 온통 연애의 흔적 뿐인 이 서울 바닥에서 거리를 지나치다가 또 울고, 속으로 욕하고, 망상에 시달리다가 서서히 돌아 온 거다. 여기에 말이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했고, 티비도 사 놨으며, 오디오도 장만했다. 음악이 많이 도움이 된다. 지금 틀어 놓은 음악은 로스트로포비치. cd도 여러 장 샀다.
방송대 첨삭을 하고, 또 원고를 쓴다. 삶이 나른하게 지나간다. 그러나 비상하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세상이 내게 한 발짝 더 다가올 것 같다. 그럴 것이다.
ps. 비상한 일상을 함께 사는 내 책과 음반들이다. 이제 이것들이 내 애인이다.
랑시에르 ... 요 몇 주는 랑시에르 주간으로 정했다. 물론 내 맘이다.
그리고 사랑스런 음반들..., 로스트로포비치와 아르헤리치
로스트로포비치 콜렉션은 cd가 여섯 장이나 된다. 그리고 두 장의 모던 락 앨범, 루시드 폴과 언니네 이발관.
잘 먹고, 잘 살고, 잘 듣고, 잘 본다.
참, 최근 본 영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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