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4.8조 원
24조 원에서 28.8조 원으로 19.9% 늘었다. 정부의 자랑과 실제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부문이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국민 가구를 소득순으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정부가 고시하는 값. 실제 중위소득과는 산정 방식이 달라 별도로 '기준'이라는 말이 붙는다)을 6.7% 올린 덕이라고 자랑한다. 나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초생활보장을 크게 강화했다는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첫째, 생계급여 기준이 32%에 묶였다. 기초생활보장은 소득이 중위소득에서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진 사람에게 국민 최저선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만약 중위소득이 월 300만 원이면 중위소득의 50%는 150만 원이고, 보통 그 아래를 빈곤층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초생활보장의 핵심인 생계급여를 빈곤층, 즉 중위소득 50% 이하 전체에게 주지 않는다.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에게만 준다. 2026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약 256만 원이다. 35%라고 해도 90만 원도 안 되는 빈곤층이다. 그런데 생계급여 자격은 32% 이하, 소득 약 82만 원 이하에만 생긴다. 모든 국민의 최저선을 지키자고 만든 제도에서, 소득이 83만 원만 돼도 소득이 너무 많다고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는 당시 30%였던 생계급여 기준을 32%, 33%, 3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국정과제로 발표했고, 실제로 32%까지 올렸다. 이재명 정부라면 최소한 그 로드맵보다는 더 올리는 게 원칙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전 정부가 2026년까지 하겠다고 했던 35%를 현 정부는 2030년까지 하겠다고 늦췄다. 그러고도 2027년에도 32%다. 소득양극화 원년에, 국세수입이 50% 증가하는 해에, 전 정부 로드맵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했다고 자랑하기는 어렵다.
둘째, 기준중위소득은 실제 중위소득이 아니다. 빈곤층이 홍길동도 아닌데 중위소득을 중위소득이라 부르지 못하고 앞에 '기준' 자를 붙였다. 실제보다 낮은 행정적 기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실제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6년에 걸쳐 줄이는 산식을 도입했다. 그 방식은 2026년 종료됐고, 2027년부터 적용되는 새 산식에는 격차를 언제까지 해소한다는 목표가 없다. 더구나 올해는 명목성장률이 15%를 넘길 수도 있는 해다. 실제 중위소득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런 해에 기준중위소득을 6.7%만 올리면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벌어질 수 있다. 초성장기에 가만히 있으면 빈곤선은 뒤로 밀린다.
기초생활보장 4.8조 원 증가에는 의료급여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수급자를 부양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간주돼, 그 소득·재산이 수급 자격 심사에 반영되는 가족) 기준 폐지,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인상 같은 긍정적 조치의 몫도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기준중위소득 인상 그리고 물가와 수급자 자연증가로 더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최소한 생계급여에서는 더 많은 사람을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결정의 흔적은 없다.
주택 5.6조 원
14.5% 늘어 공적연금 다음으로 증가액이 크다. 대부분 건설임대주택 증대분이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은 임대하는 게 아니라 구매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구입 지원 예산은 크게 늘리고 임대 지출은 반토막 냈다. 임대주택 지출을 다시 늘린 것은 긍정적이다. 23조 원 가운데 정책 의지가 분명히 읽히는 대목이다.
고용 0.8조 원
고용 부문은 25조 원에서 25.7조 원으로 7800억 원, 3.1%만 늘었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다. 정부는 조기재취업수당 등 비효율적인 실업급여 지출을 개혁하면서 금액이 줄었다고 설명한다. 그런 구조조정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비효율을 정리하는 일과 아낀 돈을 다른 고용대책에 쓰는 일은 별개다. 이 숫자 하나가 2027년 예산안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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