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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후배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글을 쓰고 읽고, 가르치는 그가 갑자기 글을 읽을 수 없다며 전화를 해서 어찌나 놀랬던지..
볼 수는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아무런 생각이 들진 않는다는 것이다. 서둘러 병원에 가도록 전화로 이야기를 해주면서 난감했던 것은 누가 가장 먼저 그를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연로하신 어머님은 물론 안될 것이고, 형제들이 있지만 다들 결혼한 상태에서 갑자기 도움을 주러 나설 수 있을까 싶고, 결국 직장 동료나 직원이 우선 나서 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 친구들이 생각났다. 친구들 중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그래도 가장 가능한 지지체계일 듯 싶었다.
다행이 응급조치와 검사를 마치고 원인을 찾기 위해 입원을 하기로 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오빠가 와 계셨다.
후배의 어머니는 유독 귀하고 잘난 아들들을 위해 헌신하신 경상도 분이시라고 했다. 함께 모시고 사는 딸의 열마디보다 오빠들의 한마디를 더 잘 들으시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빠들에 못지않게 당당하게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안간 힘을 썼을까, 게다가 자궁근종으로 출혈이 엄청날 정도로 심했다는데, 수술을 미루고 또 미루었으니 그 심정 누가 헤아릴 수 있었을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음이 허허로왔다. 부모로부터 특별한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자라나 자기 힘으로 공부하고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다가 이제 몸으로 힘들다고 말하게 된 친구, 후배, 동료들. 중년을 맞이하는 여성들 중 특히 비혼 여성들, 여러 명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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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대학 교수가 은퇴하면서 하는 말이 “이제 대학을 떠나니 본격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순이지요. 대학에서 일하는 학자의 임무가 ‘연구’인데, 대학을 떠나니 이제 마음껏 연구해야겠다고 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 것 같기도 합니다.^^대학에서 강의하시는 분께 책 읽기에 대해 말씀드리려니 무람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강의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전공을 중심으로 지적 관심사를 넓혀가는 T자형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글에 내공이 생기지요.
이미 T자형 독서를 하고 계신 것으로 보이지만, 독서량 자체가 좀 부족한 편이 아닌가 합니다. 논문을 써야 하는 것이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가로막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구체적인 글쓰기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참고문헌 삼아 오히려 많은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논문 작성을 열정적인 책 읽기의 전환점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쓰고 보니 다 아시는 뻔한 얘기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