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람의 <소수의견>을 읽었다.
오랫만에 접하는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인터넷의 책소개를 보고 구입해 놓고서는 한동안 표지만 쳐다봤다.
법정재판을 다룬 내용이었기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맘 먹고 집어 들었다. 마치 원양어선에 타는 선원이 기분이 들었다.
막상 첫 파도를 넘기고 보니 원양어선이 아니라 롤러코스터였다.
사람 마음을 들고 놓는 아찔한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스토리 속에 감춰진 작가의 칼날이
놀이동산의 플라스틱 장난감 같이 무디고 가볍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진실'에 대한 작가의 '소수의견'은 매우 묵직했다.
내용 중에 의미 있던 구절을 적어본다.
<그때는 대한민국의 수만 개 법규 중 단 하나도 땅에 누운 자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시대가 바뀐 거예요. 이제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가 된 겁니다.>
<소수의견이 자기 자리를 찾을 때. 달이 해가 되는 때. 늙은 나무의 그늘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때.>
<국가는...실체가 없는 적이요. 적의 이미지만 있고 실체는 없을 때 증오는 발산되기 마련이지.>
<시간은 논리를 뒤엎는 위력이 있다.>
<이들은 단지 한 세기 전의 사고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지지정당이 자신들의 이권을 대볂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판단할 능력도 안 되는 사람들.
자기 아들이, 또 자기 손자가 희생되지 않는 한 현존하는 세계의 실제 모습을 회의해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사람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피해자였다.>
<그 고민은 길 위에 있지 않았다. 길에 접어든 순간부터 갈 길을 정해져 있었다.>
<정의의 진짜 적은 불의가 아니라 무지와 무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