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국어교사 카페의 게시판(익명으로 운영)에 '토지'와 관련된 '고전 논쟁'(?)이 있었다.
논쟁은 어느 한 교사가 '토지'를 읽은 교사가 얼마나 되는지 설문조사를 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조사는 '토지'를 읽지 않는 그 선생님이 대해 그 분의 지인이
'교사가 아닌 나도 안 읽었는데 어떻게 교사인 사람이 읽지 않았느냐 '는 식의 문제제기를 하여
과연 실제로 '토지'를 읽은 교사가 몇이나 되는지, 순전히 궁금증에서 출발한 설문조사였다.
거기에 나는 당당히
'토지, 삼국지, 태백산맥 등의 대하소셜류는 취향에 맞지 않아 읽지 않았다. 대신 다양한 영역의 독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책은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다른 교사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많은 교사들이 그러한 작품을 안 읽은 것에 대해 '딱하다', '부끄러워야 한다.', '책 좀 읽어라.' 등의 댓글을 달아놓은 것이다.
나름 독서량이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그러한 종류의 작품들 말고는 많은 문학작품을 접했던 나인데
일순간 자질 부족의 교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내 책장을 찍은 사진과 각 영역에 대한 독서이력 등을 제시하고,
무비판적 고전 읽기(혹은 맹신적 고전 읽기)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내 문제제기에 동조하는 교사도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여전히
'그래도 ~~작품은 꼭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문학에(혹은 고전에)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여기서 생각할 거리 한 가지...
과연 '고전'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이다.
고전은 텍스트 자체의 가치로 인해 얻는 지위보다는 그것이 존재하는 사회적 환경에 의한 것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고전을 읽기 전에는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고전을 당연히 읽어야 하는 절대적 텍스트로 생각하고 읽는 것보다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고 읽어도 읽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흔히 독서를 양식에 비유하듯이 고전을 무언가에 비유하자면
고전은 예로부터 검증된 약초와도 같은 존재이다.
이 약초는 분명 이로운 성분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읽는 사람과 그것이 읽혀지는 상황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전은 그 사람의 취향과 당대의 사회에 따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말한 그 게시판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잘 먹히지 않는다.
이는 곧, 교육현장에서 무비판적(혹은 일방적) 독서 교육이 행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사실 나 역시 그러한 독서 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는 못하다.
우선 나부터 아이들 수준의 글을 잘 안 읽는다.
아이들에게 권하려고 그 수준에 맞는 몇몇 책들을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교육적 목적보다는 개인적 취향이 더 강하게 작용하여 (아마도 이 부분에서 나는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뭔가 게운치 않고 공허한 느낌이 들어 더 높은 수준의 책을 찾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내가 검증한 목록보다는 남이 꾸려놓은 도서 목록으로 책을 권하곤 한다.
뭔가 고전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해서 자아비판으로 끝나는 허무개그에 가까운 글이 되었다.
아마도 이틀 전부터 나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감기 기운 때문이리라...(지금도 몹시 졸립다.)
마지막으로 나
그리고 독서 교육을 담당하는 여러 교사와
책을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것을 던지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