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농익은 가을 햇발이
아직 푸름을 벗지 못한
나뭇잎에 쓸쓸히 내려 앉아도
나는
여전히 철지난 반팔을 입었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들이
한낮의 열기를 머금은
건널목을 미끄러지며 스쳐 지나도
나는
그대로 빨간 눈물 속에 멈췄다.
문득
허기진 가슴이 안쓰러워
새로 연 제과점에 들렸으나
날 채워주었던 그 빵은 팔지 않았다.
설탕을 뒤집어 쓴
뻔한 후회만이 보기 좋게 널려 있었다.
2008년 10월 가을날, 종로를 거늘다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