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일은 어렵고 고된 과정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인간의 불운은 '연약한 육체, 변덕스러운 연애, 불성실한 사회생활, 위태로운 우정, 무뎌진 습관 등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도중에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다면, 세계의 종말이 온다면 당신은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대개 사람들은 이 마지막 시간을 본능적으로 자기 존재의 절멸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그동안 누리지 못한 것들, 미루어 둔 일들, 당장 하고 싶은 일들, 이승의 쾌락을 읊을 것이다. 침착하게 자신의 영혼이 죽음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려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은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일상적인 형태이다.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습관적인 믿음을 버린다면, 존재의 표면 아래 숨어 있는 수많은 시도되지 않은 가능성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7.10.~1922.11.18.)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말한 대로 우리가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된다면 삶은 갑자기 놀라운 것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것-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계획, 여행, 연애, 연구거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미래에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일들을 끝없이 미루는 우리의 게으름은 이것들을 숨깁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루기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하는 위협이 생기면, 삶은 다시 얼마나 아름다워질까요! 아! 대재난이 이번에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의 새로운 갤러리를 방문하고, X양의 발 아래 우리를 던지고, 인도로 여행을 하고야 말 텐데요.
대재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 것도 하지 않을 테지요. 왜냐하면 다시 정상적인 삶의 심정으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요. 거기서는 무관심이 소망을 죽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삶을 사랑하기 위해 대재난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이고, 죽음이 오늘 저녁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요.'(1)
(1) 알랭 드 보통, 지주형 옮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생각의 나무(2005), 13쪽
(2) 마광수는 '죽기까지의 복잡한 절차만 생략된다면, 정말 고통도 두려움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죽어버린다면, 죽음은 진정 편안한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마광수, '사랑이라는 환상', 어문학사(2016), 91쪽)
(3) 쾅,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평생 처음 느끼는 편안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고통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길고 지루한 여행이 이제야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김영하, '검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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