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것이 1995년판, 오른쪽것이 2000년의 개정증보판(심하게 다름;;;)
페미니즘의 '페'자도 모르던 내가 처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책이 로즈마리 통의 '페미니즘 사상'이다. 이 저자가 꽤 유명한 모양이지만, 함께 세미나를 하는 자들끼리는 통칭 '통 아줌마'라 불린다.
어렵게 헌책방에서 구한 책은 95년에 나온 초판 1쇄본으로, 지금 서점에서 팔고 있는 개정증보판과는 무지막지하게 큰 차이가 있어 첫시간부터 입이 댓발 나왔었드랬다. 심지어 이름도 '로즈마리 통'에서 '로즈마리 푸트남 통'으로 바뀌었다. 이걸 갖고 "재혼하고 나서 전향했구만"이란 말도 나왔다.(물론 근거없는 농담)
'급페'는 물론 급진주의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들을 (순전히 내 편의상) 일컫는 말로 세간에선 안 쓰는 말이다;;; 대신 RF(래디컬 페미니즘)라고들 한단다. '자페'(자유주의 페미니즘, '자페'란 표현도 물론 아무도 안쓴다)에 이어 두번째 세미나에서 '급페'를 공부했다. 우리 중엔 물론 나름대로 유명한 페미니스트도 있지만 대부분 나와 비슷한 초짜들이고, 개중에서도 내가 젤 무지한 터라 처음 알게된 내용들이 재미있을 따름, 사상이나 의견에 딱지를 붙이는게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말장난도 난무한다.
"당신, 그러고보니 '급페'구만?"
"그러는 넌 '자페'냐?"
"웬 행패?"
"000는 사회의 병폐~"
(썰렁)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급페들에게서 느낀 매력은, 그녀들이 생물학적인 여성의 몸과 섹스와 출산과 모성에 대해 진짜 솔직하게 말했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기인한다. 과격하지만 못 알아들을 일은 없다. 동조는 못해도 이해는 간다고나 할까?
그녀들은 성활동이 여성억압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진정한 여성해방공간은 (남성이 없는) 여성들만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레즈비언만이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공부하는 자의 표현에 의하면 "앗쌀하구만!"
어찌보면 터무니없기까지 한 주장들을 반복한 그녀들이 외려 순수하게 느껴질 정도다.
통 아줌마는 급페들에 대해 "모든 운동은 과격론자를 필요로 하고 여성운동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만일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포르노물, 매춘, 성추행, 강간 그리고 여성구타 뿐만 아니라, 피임, 불임, 낙태, 제공자에 의한 인공수정, 시험관 수태와 계약모간의 관련성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을 것이다"라고 썼다.
페미니즘 진영 내 여러가지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명맥을 이어오며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맥키논과 드워킨의 7,80년대 반 포르노 조례 제정의 사례처럼(물론 우린 어떤 형태의 검열도 찬성할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지만) 항상 열정적인 실천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라고 선배님이 말씀했다.
다음주에는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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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겠네요. 세미나라니~ 저는 통아줌마 책만 사놓고 읽지는 못했어요. 몇년째..=_= 너무 두꺼워서. 올해는 도전해 봐야겠어용.
네 생각보다 재밌더라구요 얼마나 진득하게 할진 미지수지만ㅋ
책이라.. 안읽은지 꽤나 되었는데, 읽어봐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