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와 함께
권혁웅
미키, 밤마다 머리 위에서 머리 속에서 놀던
미키, 내 대신 천장에 오줌을 지렸던
그러던 어느 날, 장롱을 넣기 위해 천장을 뜯었더니
중원(中原)에 진출한
미키,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시집을 읽던
미키, 옷장을 열면 조그맣고 말갛고 분홍빛을 띤
바글바글한 새끼들
미키, 쥐약을 놓았더니 옛다, 너 먹어라
삼 개월 된 강아지의 사지를 쫙 펴주었던
미키, 어느 날 화단 뒤에 숨어 오도 가도 못하고
뜨거운 물을 흠뻑 뒤집어쓴
미키, 마침내 연탄집게를 입에 물고
대롱대롱 딸려 올라온
그래서 우리에게 막다른 골목이 어디인지 가르쳐준
[마징가 계보학] 2005. 9. 창비
나 시 많이 읽는 사람 아닌데 우연찮게 연속으로 시를 올린다
(원래의 목적은, mp3을 wma로 바꾸는게 너무 구찮아 엄두를 못내고 있음)
여유 없이, 팍팍하게, 무리한다, 싶었는데 감기에 코피가 터지고 쓰러질 지경
지하철에서 주워 읽은 신문 구탱이의 저 시는
아직 나는 막다른 골목이 아니란 걸 가르쳐 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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