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 사는 일가족이 사진을 찍었다
자전거 타고 시골길 달리는 사진
대추리 어머니, 아버지 사진
자매지간인지 동서지간인지 하는 두 어머니의 사진
손자를 안고 소 앞에서 찍은 사진
아들을 6년간 개근시키고 받은 표창장 사진
바다가 보이는 노을 사진
고교 친구들과 나무위에서 찍은 사진
대추초등학교 화단을 단장하는 여학생들 사진
대추초등학교에 방패를 들고 들어온 경찰의 사진
대추초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때리는 경찰 사진
대추초등학교 운동장 농구대가 넘어가고 나무가 뽑히는 사진
대추초등학교 안으로 물대포가 발사돼고 포크레인이 학교를 부수는 사진
형설의 공을 한아름 안고 교문을 나서는 대추국민학교 제3회 졸업생 일동
사진을 내어 보여주면서, 대추리서 나고 대추국민학교서 자란 이 사진의 주인들이 그때 풍경을 기억하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심장이 지끈지끈
5월 4일 대추초등학교가 헐리는 걸 보면서 나는 사진찍는 이, 영상찍는 이들을 붙잡고 학교 잘 찍어두었었어? 저 창문에 주민들 초상화 하나하나 다 찍어서 저장해 두었어요? 운동장 전체모습 담은 것도 있어? 학교 구석구석 잘 기록해 두었어요? 두번세번 묻고 벽이 헐릴때마다 묻고 나무가 뽑힐때 또 묻고 대추초등학교를 영영 잊어버릴까봐 철렁했는데
반전체가 나무위에 올라갔던, 자전거 타고 통학했던, 대추국민학교 거기서 6년 개근한 사진의 주인은, 꼬박꼬박 학교 보내주신 표창장의 주인은 얼만큼을 몇날을 울었을지 참
나도 심장이 지끈지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