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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횡설수설

FTA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아니 진작부터 관심있는 이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으나 이제야 좀 공론화가 되고있다.

결코 재미로 볼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구석들이 참 많다.

대충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노무현에게 별의별 독설을 다 퍼붓던 전여옥이 어제는 '노대통령을 도와야한다'고 했단다.

재밌지 않나? 딴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마저 FTA는 체결해야 하지만 비준과정에서 신중해야한다고 했다는데 한나라당마저 흔들릴까봐 전여옥은 겁이났나?


노무현이 대통령됐을 때 노사모 중에서도 안티조선 활동을 열심히 하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노짱은 조선일보가 하라는 것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라고 말이다.

다소 극단적이고 어느 정도는 농담 같은 표현이긴 하지만 그닥 틀린 말은 아니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후 조선일보와 꽤 으르렁 거리긴 했지만 '무엇'을 가지고 으르렁 거렸는지 생각해보면 참 거시기 하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현재 노무현의 가장 큰 우군은 조선일보다.

국정홍보처에서 FTA 꼭 해야한다는 별 씨알도 안먹히는 광고 백번 하는 것보다 1등 신문 조선일보께서 친히 나서서 FTA찬양을 외쳐주는 게 몇천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무현이 조선일보에게 고마워하고 있을까? 그럴 것 같진 않다. 반대로 FTA체결하려 노력한다고 조선일보가 노무현에게 고마워하겠나? 아니것지. 결국 그냥 그놈이나 그놈이나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입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거겠지.


광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FTA 찬성광고는 되지만 FTA 반대하는 광고는 불허한다는 것도 참으로 기가 막히다. 지금이 무슨 군사독재시절도 아니고... 화가 나기 전에 일단 어이가 없다. 집회를 원천불허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시위대가 폭력을 써서 어쩔 수 없이 물리력을 행사했다거나 청와대로 들어가려해서 사람들을 연행했다거나 하면 그나마 이해하겠다. 요즘같은 개인화된 사회에서 수천명이 모여서 뭔가를 얘기하겠다면 그 의견에 찬성반대를 떠나서 민주주의국가라면  그 의견에 귀를 귀울여봐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근데 아예 모이지도 못하게 하다니. 그것도 법적근거 없이 전철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게 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아예 서울 진입을 못하게 하거나 지하도에서 애초부터 못나오게하는 등의 유치찬란하고 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있는 이놈의 정권이 과연 내손으로 뽑은 정권인가 싶다.


난 주사파가 얘기하는 거처럼 우리나라가 미국의 식민지라고까지 생각하지 않지만 천만보쯤 양보해서 우리나라가 식민지라서 파병은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치자. 근데 FTA는? 미국이 하자고 한 게 아니고 우리가 필요해서 하자고 했다며? 그럼 이건 제국주의의 압력하고는 상관이 없으니까 노무현의 철학이 들어가 있는 거 맞잖아? 그러니 노무현은 나의 적이될 수 밖에 없다. 내 주변의 친구들, 친지들은 월급쟁이,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비정규직이고, 농민이고, FTA로 약값오르면 당장 피해입는 약자들인데 내가 이건희나 정몽준 정도나 되야 혜택을 입는 FTA에 반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노무현이야 대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노무현에게서 자꾸 개발독재시절의 그놈의 ‘파이가 커져야 나눠 먹을 것도 커진다’는 파이론의 냄새가 나는 게 나의 과민반응인가?


FTA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실체도 알 수 없는 ‘국익’을 내세우는데 참 안타깝다. 니들이 국익을 알아? 대체 국익이 뭔데?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인격이 없기 때문에 따는놈이 있으면 잃는놈이 있게 마련이다. FTA가 ‘국익’에 이로운가 해로운가는 애초부터 잘못된 논점이다. 그래 진짜로 국익이 뭔데? 전체적인 GNP가 늘어나면 국익에 이로운 건가? 아마도 정부나 기득권 세력이 말하는 국익이란 대충 그런 걸 거다. 농민들 몰락하고 중소규모 제조업 몰락하고, 약값 치솟고, 자본의 이득을 위해 미국기업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막대한 금액을 물어준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기업이 수출 더 많이 하게 되면 GNP는 늘어날 수 있겠지. 양극화야 어찌됐건 총액은 늘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나마 될 가능서마저 매우 적어보이지만 말이다)

근데 노무현은 후보시절에 ‘분배없이는 더 이상 성장도 없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함으로써 좌파 어쩌구 저쩌구하고 공격당했잖아. 근데 이제는 신자유주의 전도사가 되어서 ‘몰락한 사람들은 도와줄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어쨌든 파이는 키워야 된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뭐 말이 바뀐게 하도 많아서 이런 거 따져봐봤자 “대통령이 되고 보니 입장이 예전과 다를 수밖에 없더군요”라는 말 앞에서는 모든 비판이 무력화되지만 말이다.


그나마 분배나 복지를 위해서 노력이라도 많이 하고 있으면 모르겠다. DJ때 보다도 못한 복지예산 증가율 갖고도 떳떳해하며 데이터 갖고 장난치는 짓거리란...

정부는 억울하다며 자신들이 DJ때보다 더 많은 복지지출을 하고 있다며 복지예산이 몇%증가했다는 둥의 데이터를 내놓았는데 어이없게도 그 ‘복지’예산에 도로나 다리를 놓은 예산을 포함시켰다. 그래, 억지로 하자면 말이 안될 것은 없겠다. 길닦고 없던 다리가 생기면 국민의 ‘복지’가 증진될테니까 말이다. 근데 그런 식으로 치면 가장 많은 도로와 다리를 놓은 박정희가 가장 국민의 복지에 관심과 정열을 쏟은 대통령이 되겠네. 헐~

 

할 일도 있고 혈압도 오르는 관계로 일단은 그만 해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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