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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1 / 다른 세상을 꿈꾸는 상상력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 공현 외 지음
청소년인권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입시경쟁’이나 ‘두발·복장 규제’ 같은, 지겹지만 지겹도록 반복되는 문제부터 청소년의 정치, 노동인권, 빈곤, 성 등 ‘청소년’이라는 낱말 뒤에 붙이기엔 아직 생소한 주제까지 망라하고 있다.
2007년 12월, 청소년단체 ‘아수나로’에서 처음 기획돼 13명의 공저로 만들어진 이 책의 저자들 중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청소년인권에 대한 서적이 청소년의 손에서 직접 탄생한 것은 처음이다.
“청소년 이야기가 들어간 책은 많은데, 대부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같은 합격 수기나 자서전이죠. 청소년들이 자기 입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겪은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 권리에 대해 주장하는 책은 처음인 거 같아요.” 책을 기획하고 총괄했던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씨의 이야기이다.
서문에서 “우리도 인간”이라고 선언한 이들은,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규제하는 학교를 “그들의 미적, 성적 취향을 학생을 통해 실현하는 변태”라고 규정하고 “직업 간의 임금과 권력 격차를 줄이는 ‘직업평준화’”를 주장한다. ‘대학평준화’가 이뤄지더라도 “직업 간의 임금이나 권력 차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입시 경쟁이 완전히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인권선언> <헌법> <보건기본의료법> <초중등교육법> 등에서 발췌한 조항들도 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많은 청소년들이 ‘엇, 나 이거 따르기 싫은데 학교에서 이런 거 규제하네’까지는 다 파악을 하는데 우리가 무슨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데 뭐가 침해되는지 아는 청소년들은 별로 없어요. 자기가 어떤 권리가 침해당했는지 알면 그 사람은 그 권리를 가지기 위해서 노력할 거 아니에요. 이 내용이 많이 퍼져서 ‘이런 내 권리가 침해됐었구나’ 하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많은 청소년들이 자기 권리를 갖도록 노력하면 좋겠어요.” 저자 중 한 명인 김명진 학생(화정중 3)의 말이다.
청소년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급진적인 내용에 대한 부담도 있다. “한 번씩 다 읽으면 악플이 많이 달릴 것 같다”는 공현 씨는 “그래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덧붙인다.
“사실 이걸 읽으면서 청소년이라고 다 동의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반감이 더 심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성문제 같은 경우에, 지금 성적 자유를 주장하면 ‘초등학생이 섹스하는 게 맞냐’는 식으로 비판할 수 있거든요. 현재 사회에서는 그렇게 되면 완전히 파탄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집을 벗어나면 먹고살 수 없는 사회가 아니고 전혀 다른 사회가 가능하다면 이런 권리들이 보장될 수 있잖아요. 청소년들이 그런 상상력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도연 기자 choa03@uried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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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간의 임금격차를 줄인다라.흥미로운 생각이긴 한데요.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직업간의 임금격차가 없다면 어렵고 힘든일을 사람들이 하려고 할까요? 또 취직준비하는데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전문직종은 누가 하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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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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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직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하겠지요. ^^직업간 임금격차가 '아예' 없는 건 저도 생각지 않습니다만, 현재는 그 임금격차가 지나칠 정도로 과한 것 같고, 또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준비가 많이 필요한 일일수록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지도 않네요.
- 준비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면 그 준비에 드는 비용을 사회에서 직접 지원하고 보상하는 식으로 하면 될 것이고 말이지요. 그리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직업인데 그 직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다면 다른 유인책과 지원 방안을 준비하면 되겠지요.
(애초에 돈-화폐가 사회를 움직이는 보편적 가치가 되지 않는 사회라면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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