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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어요,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인권을 넘보다ㅋㅋ>
전누리(교육공동체 나다 활동가)
<노동자역사 '한내' 뉴스레터>9호, 2009.05.
청소년과 인권. 무언가 어색하다.
마치 노무현의 좌파신자유주의나 이명박의 녹색과 뉴딜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들린다.
청소년운동에 고민을 갖고 부끄럽지만 미력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가끔 어색한 느낌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음, 아무래도 어색함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청소년이라는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청소년. 무엇이 떠오를까?
우리가 배웠던 교과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성인이 아닌 자.
중심에 있지 않은 주변인.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자.
청소년들은 불안정하고 충동이 심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각별한 사회의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한다.
‘청소년은 우리의 희망입니다.’라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표어처럼
그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미래의 삶의 주체인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청소년에게 ‘~을 할 수 있다’라기 보단 ‘~을 할 수 없다’를 강조한다.
그들이 자기들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항상 성인이 된 다음으로 미뤄진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요구하는 권리’라는 인권이
청소년과 어울리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들은 아직 권리를 쓸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를 하고 싶다’는 맹랑한 얘기를 하거나
그것을 막는 어른들에게 말대꾸라도 할라하면 우리는 이렇게 얘기한다.
“어쭈,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어른에게 감히!”
최근,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감히 한국사회를 향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던졌다.
청소년은 인간이고, 미래의 주인이 아닌 지금 현재의 삶의 주인이라는 주장을 담은 책,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ㅋㅋ」(메이데이 출판사)를 펴낸 것이다.
그들은 책에서 기성세대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한다.
자신들을 하나의 ‘문제’로,
하나의 ‘인적자원’으로,
하나의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기 보다는
하나의 ‘존재’로서,
인권을 보장받는 ‘인격체’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된 청소년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우리의 통제에 있길 바라는 ‘애들’로 본 우리는
그들의 당당한 주장에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주장에 더욱 더 마음에 절절하게 울림을 받는 것은
그 주장들이 당사자들의 절절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전 청소년인권을 알리는 책들은 드문드문 나왔었다.
그러나 많은 책들은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있는,
청소년들의 삶을 객체로서 분석하는 시각에서 씌여진 책이었다.
하지만 이번 책은 무엇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ASUNARO’와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사자 주체인 청소년들과
청소년들과 함께 현실에서 싸우고 있는 비청소년활동가들을 생각을 담은 책이기에
더욱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청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현실을 짚어내고 있다.
단순히 두발과 복장, 체벌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입시경쟁교육의 현실과 교육 전반의 고민들까지.
그리고 학교를 벗어난 비학교청소년들의 문제 역시도 놓치지 않는다.
또한, 교육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쏟지 못했던 청소년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현실에서부터
청소년 노동의 문제까지 언급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애써 회피하고 숨기려했던 청소년의 성,
가정 내의 청소년의 위치에 대한 고민.
더 나아가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까지 얘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청소년들이 고통을 받고 그 인격적 요구를 외면당하고 있는 이 사회현실에 대해서
물러설 수 없는 인권이라는 기준에서 후퇴 없는 변화의 요구를 내놓는다.
교육에 대해서 입시교육의 해체뿐만 아니라 줄세우기-경쟁이 없는 교육,
폭력대신 자유가 있는 교육,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 사이에 위계가 없는 교육,
그리고 학교만이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배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등등.
그리고 보다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친권의 축소,
혹은 자신이 원한다면 가족의 울타리를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꾸릴 수 있고,
이를 위해 사회적 지원과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
물론, 연애 및 성적지향 등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권리,
선거권, 언론 등 정치적 권리에 대해서도 완전한 보장을 요구한다.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회전반의 변화이다.
그들의 주장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큰 충격을 준다.
어쩜 그것은 한 인간이 상식이라고 불리는 기존 사회의 생각을 받아드리는,
기존의 현실에 편입되는 과정, 즉 재생산의 과정을 바꾸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자유와 다른 사람과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책임지는 것을 고민하기보다
경쟁과 통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폭력을 먼저 배우게 하는 지금의 사회의 구조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주장은 지금과는 다른 사회를 고민하게 만드는 급진적인 아니 오히려 원칙적인 주장들이다.
마치 40여 년 전에 유럽과 서구에서 여성-노동자-청년-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오고
‘금지된 것에 대한 금지’를 요구하며 사회전반의 변화를 요구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1968년 혁명 당시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인권과 인간다운 삶의 조건에 대해서 더욱더 원칙적인 주장을 했었던 것처럼 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좌절만이 보이고 있는 지금 현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급진적이자 원칙적인 청소년들의 도발적인 주장이 담긴 이 책에 대해 감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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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나로 http://cafe.naver.com/asunaro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http://cafe.daum.net/youth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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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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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래 숙제 때문에 줄거리만 보려고 했는데 정말 읽고싶어지네요내일 도서관에서 빌릴 생각입니다. 정말 이런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책 많이 읽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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