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노동자의 살길은?
카탸 투오미넨(Katja Tuominen) <무로스> 1997년 5월호 원 제목 =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We're all workers) "실업률 20%, 남은 사람은 격무에 지치고 쫓겨난 사람은 일거리 있는 이들이 괜히 밉고, 정부는 유럽연합의 재정기준을 맞춘다며 쥐어짜기를 계속한다." 지난 97년 핀란드의 이런 상황은 98년 이후 우리가 느끼는 것과 너무나 비슷한 것 같군요. 이런 극심한 실업 대란 속에 실업자와 직업 있는 노동자간의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단결 투쟁하자는 내용으로, `핀란드 소셜리스트 리그'라는 단체가 내는 `전환점'이라는 뜻의 잡지에 실린 것입니다.
계급사회 - 독립기념일에 살펴본 핀란드 노동자의 처지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진정 눈으로 바라본다면..."
카탸 투오미넨 (Katja Tuominen)
핀란드 노동자의 상황이 어떤가? 주변 사람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한 노동자를 기쁘게 하는가 아니면 쓰라리게 하는가? 실업자들은 오래전에 이미 주류 신문들에게서 사회보장을 악용하는 거대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대중을 분열시키는 것은 자본 세력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인심이 야박해지는 것같다. "내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든 판인데..."는 식이다. 노동자들 사이의 이런 태도는 물론 지배계급들에게 유용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증오를 부추겨 이들이 사악한 고용정책 뒤에 숨은 진짜 이유를 보지 못하게 한다. 분할-지배 기법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난장판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이 죄인인가?
우파 정책의 틀은 명확하다. 서비스를 사유화하고 빈민들의 무릎을 꿇기며 핀란드에는 더 많은 무기를! 사람들은 일자리를 빼앗긴다. 일자리 감축과 한축을 이루며, 경쟁의 심화와 엄청난 정부 부채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핀란드 경제는 유럽연합 경제통화연합 기준에 따라야 하며, 그래서 사회보장은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일자리를 좀더 오래 지킬 수 있는 이들은 어떤가? 격무로 계속 피로가 누적돼 날카로워진 이들은 또 어떤가? 노동자들의 입에서 한탄이 점점 더 자주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이들은, 남들은 실업자가 돼 연금에 의지해 사는데 자신은 인원감축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하니, 잘못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류 언론들은 사회보장에 의지하는 이들을 비난하며 특히 실업자에게 심하게 군다. 이들은 핀란드에 사회보장을 악용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업자, 학생, 가정을 둔 어머니들은 죄인이 아니다.
진짜 범죄자들
시대 정신은 바로 지속할 수 없는 유럽연합의 고용정책이다. 진짜 범죄가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야 한다. 유럽연합의 권력구조는 모든 면에서 서민에 적대적이다. 전체 유럽연합의 목표는 모든 회원국에 한 점으로 모아지는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집중식 자본을 위해 임금과 사회보장혜택을 깎는 것을 뜻한다. 유럽연합은 공식 실업률을 먼저 떨어뜨려서 사람들이 저임금의 일자리라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다. 유럽의회는 벌써 아주 우파적인 고용정책안을 만들어놨다. 예를 들면 고용계약의 강제적용 규정은 위험에 처해있다.
이해할 수 없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발전을 조절할 수 없게 된 것은 재화와 용역의 상대적인 과잉생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생산 비용을 낮추고 (예컨데 임금을 깎고) 잉여이익을 얻는다.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얻는 자본가들 사이에도 경쟁이 있다. 경쟁이 심해지고 착취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사회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를 해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본가들이 시장에 계속 더 많이 밀어내는 재화를 살 능력이 없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력을 줄인다. 대기업들이 수백만의 이익을 챙기는데도 이런 식의 일을 계속한다! 실로 문제는 인건비 부족이 아니라 해고하고 임금을 깎아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에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탐욕이 늘어나면 노동력을 가장 값이 싼 구석에서 찾으려고 한다. 하루가 끝나갈 때쯤(아침에 고용한 이와 일이 끝나가는 저녁에 고용한 이에게 모두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는 성경의 일화에 빗댄 말인듯: 번역자) 자본가들의 구미를 가장 당기는 것은 어린이노동과 아시아의 저임금이다. 자본주의에선 피할 수 없는 경기침체가 생긴다. 노동자들에게 댓가를 요구하는 경기침체가 생긴다. 임금은 더 떨어지고 기본 사회보장은 지역 공공서비스의 사유화에 따라 더 줄어들고 끝내 모든 비난을 뒤짚어 쓴다. 사회 분위기는 굳어진다. 돈있는 이들은 힘도 있기 때문에 누가 유죄인지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자본 무리들은 그들의 거짓말을 신문을 통해 효과적으로 퍼뜨릴 수 있다.
계급사회는 병든 사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두 똑같은 문제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아직 일자리가 있는 이는 실업자들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그의 일자리는 역사가 될 것이고 그는 실업자가 된다. 비난받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닭모이쪼는 식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낸다. 돈과 힘이 있는 이들은 잘 살고 다른 이들은 기껏해야 허우적거릴 뿐이다. 계급사회의 본성은 성공하는 이와 실패하는 이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병든 사회의 본성은 다른 이를 불행하게 만들어야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운동을 통해서만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다.
*) 핀란드어를 영어로 번역한 이가 단 주석: 제목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We're all workers)은 핀란드 대중가요 "우리는 모두 영웅이다"(We're all heroes)에서 따온 것이다. 핀란드 인구는 500만명이 약간 넘는다. 실업자는 40만명 곧 전체 노동력의 17%다. 하지만 많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은 인위적으로 만든 직업훈련이나 교육을 받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배우자나 가족이 번 것으로 먹고 산다. 그래서 더 현실에 가까운 수치는 50만명 또는 20%가 될 것이다. 사회민주당이 이끄는 정부는 임기초에 실업자를 임기중에는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97년 5월) 사민당은 이 시한을 99년으로 미뤘다.(98년 11월 현재 핀란드 정부발표 공식 실업률은 10.6%, 15~24살의 실업률은 17.3%: 번역자) 하지만 물론 전체 과제는 달성하기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정부는 동시에 핀란드를 유럽통화연합 기준에 맞추는 일에 헌신하고 있으며 거대 자본의 이해에 비위를 맞추는 데도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 번역자 주: 핀란드 소셜리스트 리그는 지난해 10월25일 `핀란드 공산주의 청년'에서 이름을 바꾼 단체다. 이들은 쿠바, 소련, 중국 등 스스로 공산주의라고 내세우거나 내세웠던 나라들이 사실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자본주의는 개량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자본주의의 개량을 목표로 하는 사민당이나 좌파연합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언하고 있다.
번역: 신기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