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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님의 [20대에게 짱돌 던지지 마라] 에 관련된 글.
이 글이 전적으로 행인의 위 글에 부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고 느끼고 한 것들을 중심으로 궁시렁거려 보고자 한다.
이 글은 20대 전체가 아니라 20대 중에서 대학생들에 국한된다.
대학생이 아닌 20대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요즘 수업을 하면서, 그리고 학생들의 토론하는 걸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들에겐 취직 이외에는 어떠한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그들은 적대적 무한 경쟁을 이미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겐 타인이 보이지 않는다.
소수자, 약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럼없이 당연히 그들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착하지 않다고 말한다.
배제되는 건 비윤리적인 것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머리는 윤리적이어야 하는데, 가슴은 그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겐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주저없이 거의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그럼 얘기는 끝난다.
그것이 아니라고 차분히 이야기를 해도 별로 씨알이 먹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가 어떤 사회이며, 여러분들이 왜 취업하기 힘든지,
왜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지는지를 이야기해도 그때뿐인 것처럼 보인다.
다음 번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데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이건 선생으로서의 교육 방법과 기술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도 그걸 넘어서 더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도대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시험에 나올까봐 공책에 받아 적기는 한다(그나마도 다행이다).
그러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왜 이들은 한발짝도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는 걸까?
내가 보기엔 이건 단순한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사소통의 영역을 넘어서서,
어떤 의사소통인가, 그리고 의사소통의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이지 싶다.
그들은 의사소통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육 받아왔고, 그런 생활 환경에서 자랐으며,
그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을 볼 기회를 박탈 당해 왔다, 어려서부터...
설령 그런 세상을 보기를 갈망했을지라도,
그런 세상은 현실 속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그래서 서서히 지쳐갔을지도 모른다.
다른 세상에 대한 의사소통은 이들(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겐
의사소통할 관심사도, 주제가 못 된다.
그들은 선생이 구라치는 걸 무의식적이지만 몸으로 체득한다.
다른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선생조차도 그 세상이 어디에 있는지,
그 세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 내나 다 똑같은 걸... 쳇!
그들에겐 비빌 언덕이 없다.
아니 우리에겐 비빌 언덕이 없다.
그들은 이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들에겐 탈출할 수 있는 해방구가 없다.
해방구 없는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유토피아일 뿐이다.
이들은 말한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론은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현실적으로는 안 맞는다고...
(하긴 이런 말도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다.)
이것이 그들이 보수화될 수밖에 없는 원인이지 아닐까 싶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 비빌 언덕, 해방구이다.
그 해방구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그 단초라도 보여줘야 나의 구라가 개구라가 아닌 구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인과 나의 고민 지점이 여기가 아닐까...
아니 진보넷 블로거 모두의 고민 지점이 아닐까...
덧니> 그래도 행인 말처럼 그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봐야겠다.
지금은 개구라가 될지언정...
5월 2일에 야자를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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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탱이님, 여전히 학생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또 뵙는군요. 20대의 문제...라기 보다는 앞으로도 더 폐쇄적이 될 듯한 장래세대의 인식구조는, 글쎄요... 그들의 주장처럼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맑스할배 주장대로 "존재가 인식을 규정"하기 때문이 아닌지, 그리고 그 "존재"의 배경을 만들어주는 데에 우리들의 책임 역시 있지 않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쩝...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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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우리들의 책임이 아주 크다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학생들은 모든 논의에 있어서 절대적인 전제로 사용한다는 것이고요,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그들을 둘러싼 자본주의 환경, 그리고 그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개별적인 존재인 개인으로서 사회를 어찌해 볼 수 없다는 패배감과 자괴감과 더불어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합리화시키는 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이 둘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이랄까, 뭐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블로거들의 토론회를 조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나네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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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 대학생(올해 3학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매우 친한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늘 불만에 가득차 있죠. 왜냐?! 바로 자기 또래의 젊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다 멍청하고 생각없어 보여서랍니다. 대체 "디워"에 열광하는 게 정상적이냐, 대체 "유승준" 문제에는 그렇게 게거품을 물면서 왜 선거에는 관심이 없냐... 뭐 이런 건데요.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갸륵하기도 했는데, 다른 한편으론 무지 답답하기도 하더군요. 더 충격적이고도 절망적인(?) 현실은, 그 친구의 그런 나름 투철한 비판적 의식이 형성되는 배경인데요... 제가, 넌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 그런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진지하게 나눌 상대는 있냐.. 이렇게 물었더니, 그 친구는 없어요, 그냥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거 보면서 생각하는 거예요.. 이러더군요.
어떠세요? 보수화(?)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또 그런 물결에서 비껴나 있는 친구들은 그들 나름대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네요. (근데 솔직히 저는 굳이 말한다면, 이명박 지지하는 꼴통 20대보단 위 이야기에 나온 제 친구가 더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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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제 곁에도 그런 친구들 몇 있습니다^^. 혼자 책 보고 혼자 생각을 키워온 친구들... 그들은 참으로 외로워하는 것 같아요. 뭔가 사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눌 사람이 필요로 한데,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 같더군요. 이엠 님 말씀대로 이런 친구들 보면 마음이 싸~해 오더군요.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누구나가 생각에 고프거나 마시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밥집이나 술집처럼 자유롭게 와서 채우고 마실 수 있는 곳이 늘 필요한데 말이죠.
진보 진영에 이런 밥집이나 술집을 진보 진영의 특유한 공교육 또는 사교육(자본 측에서 보면 사교육이겠죠^^)의 공간으로 조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얘들아! 밥집이나 술집 가서 놀자!>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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