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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보고 온 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녀와 그녀의 오랜 친우가 다투었다면 무엇을 가지고 그랬을까.
그다지 추측하기 어렵지는 않으나 상황이야 어찌됐든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듯.
" 내가 왜 ! "
그녀는 모질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녀가 이런 목소리도 낼 줄 안다는 것을 쟝은 처음 알았다. 정말로.
바닥 깊이 감정이 깔려 있는. 불만? 비난? 원망?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그걸 풀어내기보다 이미 덮었다는 감이 확연한, 이미 거절과 거부로 의사화된... 결론?
" 한번 하자고. "
쟝은 되풀이해서 말했다. 다시 한번 확인사살이 필요하다는 듯, 천천히 또박또박.
" 싫어. "
귀로 듣기 전에 입모양만으로도 벌써 다 들은 양 기다렸다는 듯, 바로 치고 들어오는 대답.
" ... ... "
그녀와 싸워야 할까? 쟝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섭섭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러는 게지. 알지만.
" 오랜 만에 만나서 왜 우리가. "
" 왜 이런 얘기 밖에 할 말이 없어? "
뭔 소리냐...아침부터 점심 지나 오후 세시가 넘어가는 지금까지 계속...
" 난 둘이서 조용히 얘기하고 싶다구. 따로...낮에 말고, 밤에 술 마시면서. "
그래...밤에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넌 나올 수 있다 했는데, 내가 그럴 수 없었지. 매일 매일을 내버려둔 아이들을 또 밤에까지 방치할 수 가 없어서. 쟝은 변명을 했다, 속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그녀의 표정에는 판정패를 인정한다는 듯 비애가 서려있다.
" 나도 그러고 싶지만. "
" 네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 이해하고 또 인정해. "
쟝은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정말 끝장이다. 쟝은 재빨리 판단했다.
그녀가 마주 바라보고 있지 않으므로 쟝은 태연을 가장하고 몸을 돌렸다. 잠시 텀을 두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 어디 두었지. 쇼핑백 안에 담아 두었는데. "
굳이 집까지 데리고 들어온 표면상의 이유였던 아이들의 작아진 신발과 옷가지, 놀잇감들을 챙기는, 그녀가 혼자 따라 들어온 본래의 이유였던 둘째에게 물려줄 아이용품들을 가지고 가는 일쪽으로 쟝은 주의를 전환했다.
" 여기 있다. 들고 갈 수 있겠어? "
" 무거워? "
" 무겁지는 않지만 좀 부피가. "
" 괜찮네, 뭐. "
혜정은 별로 크지도 않은 쇼핑백을 가지고 왜 그러나. 하고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쟝의 애써 태연한 척 하는 얼굴과 마주치자 미끄러지듯 시선을 피했다.
안면근육이 굳어져있다는 것이 쟝,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 그럼 갈께. 오늘 즐거웠어. "
" 그래. 잘 가. "
그녀는 큰 길을 향해 걸어가며 반쯤 돌아보며 또 인사했다.
" 다음에도 이런 스케쥴로. 둘레길 다음 코스, 응? "
" 응, 그래. "
안녕. 하며 손을 들어보이는 그녀. 마주 손을 들고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쟝은 이게 뭐람. 하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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