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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반납의 압박...ㅡ.ㅡ
#. 피터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책세상,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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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사회학, 종교사회학 분야의 '거장'이라는 노학자 피터 버거가 자신의 학적 생애사를 돌아본 책
'내용' 자체가 부담없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이야기, 심각한 이야기들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루고 있어서
왠지 부담없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 있음 ㅋㅋ
이를테면 뭣도 모르고 돈이 없어서 일단 야간학부에 등록했는데 거기가 바로 뉴스쿨... ㅋㅋ
"배우고 싶어하지 않으면 최소한 재미있게라도 해주자" 이런 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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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책 자체가 특정한 내용보다는 자신의 학적 궤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재미있게 쓴 것과는 별도로 저자의 삶 혹은 학문적 태도에 대해서 삐딱하게 이야기를 할 수밖에...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보다 사소한 문제를 연구하는 오늘날의 사회학 풍토가 못마땅한 것은 물론 익히 공감...
이건 예전에 알랭 드 보통이 "수단의 진지함과 목적의 하찮음 사이의 괴리"라고 지적한 것이기도 함
또한 베버의 '가치중립'을 삶의 지표로 삼아 '강단 예언자'로서의 길은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의 풍랑에 초연하려고 했던 것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라 생각... 연구 안하는 정치낭인 성향의 학자들이 많은 한국상황 보면 특히나 그렇기도....
*
그런데, 과연 사회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가치중립'적 학문일 수 있는지는 도대체가 미지수...
페미니즘과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름', 사회주의적 가치에 대한 가히 "진절머리" 수준에 가까운 혐오, 순수하게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문,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 담배회사에 대한 자문, 극우 꼴보수는 아니지만 내내 공화당 지지.... 이런 모습 등은 당최 미스테리.... ㅡ.ㅡ
저자는 물론 이렇게 이야기했음.
"사회학의 분석적인 부분은 당연히 '가치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그 실제 적용은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도덕적으로 적당하다"
"사회학은 우리가 사회의 꼭두각시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꼭두각시와는 달리 고개를 들어 우리가 매달린 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발견이 자유를 향한 첫 걸음이다."
그는 '가치중립적 과학'은 가능하지만 '가치중립적' 과학자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이중시민권" 개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게.... 참 훌륭한 말씀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왜.............??
68세대가 사회의 주도적 위치에 오르면서, "사회학 대부분의 영역에서 '계급, 인종, 젠더'라는 표어가 위세를 떨치게 됐다. 좌익 자유주의가 많은 분야에 퍼지면서 억압적인 정설로 굳어갔던 것이다"는 발언이나, 젠더감수성에 대한 하버드 여학생들이 문제제기를 거의 생떼 수준으로 묘사한 것들을 보면 그냥 영남 지역구 국회의원 같아... ㅜ.ㅜ
마찬가지로, 종교사회학자이면서 어떻게 기독교신자로 계속 남아 있는지도 의문....
'의심에 대한 옹호'라는 책까지 쓰신 분께서 말이지......
이 경우야말로 베버적인 학문적 가치중립과 생활의 도덕적 판단이 이상적으로 분리된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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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찜찜학 속에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읽다가 덮어두었던 라이트 밀즈의 <Sociological Imagination>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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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승범 지음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 얼굴 계승범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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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동안 미시사, 생활사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면서 풍속이나 문화에 대한 역사서들이 많이 출간되는 편이다. 그런데, 내심 나는 그런 책들이 불편했다. 예전에도 짧게 포스팅했던 적이 있는데,
양반의 풍류나 안빈낙도는 도대체 무엇에 기반하고 있냔 말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비 계층은 당대의 지배계급, 즉 봉건사회의 지배계급인 지주였잖아... ㅡ.ㅡ
지식과 정치적 권력과 심지어 경제적 자본까지 삼위일체로 가진 계급이 다른 노예제/봉건제사회에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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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나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궁금해하던 것들을 말해주고 있음 ㅋㅋ
오늘날의 잣대가 아니라 당대의 지배적 규범인 유학 그 자체에 비춰 보았을 때에도 선비라는 엘리트 계급의 행태가 터무니없고 퇴행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함. 그리고 오늘날 선비 개개인의 일면 - 특히 예술활동이나 개인의 인성과 관련된 - 에만 집중하면서 이를 미화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
이 책의 주장들이 주류 학계 내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 속은 시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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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논점들을 정리해보자면
근데, 안타까운 것은 근대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이러한 과거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
이러한 퇴행적 지배계급을 비판하고 근대화하자고 하면 그게 곧 '친일'이 되는 상황이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이 그러한 질서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킬 수밖에 없었던....
정작 '치국'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지배엘리트 들이 몇 번의 의병투쟁을 통해서 (근데, 또 이들 위정척사파 중 상당수는 조선이 아니라 중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음 ㅜ.ㅜ) 애국자로 평가받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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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흐름에 대해서, 특히 유교자본주의와 유교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엄청 비판적 의견을 제기함
근면성실과 높은 교육열은 다른 사회 (이를테면 유대민족)에서도 관찰되고, 가족중심성은 이슬탐 사회가 오히려 특징적이며 다른 안전망 없는 상태에서 부득이한 선택일수밖에... 무엇보다 유교의 본래 가치는 상업적 행위나 이윤추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음...
또한 군주권에 제약을 가하는 대간제도라는 것도 조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왕을 겁박하고 휘두른 것의 상당 부분은 '민주주의'라기보다 '중국의 천자'가 아닌 그 하수인에 불과한 '조선의 국왕'이 우습게 보여서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 또한 유사이래 어떤 정치제도도 민중을 위한다고 하지 않는 것은 없었으며, 향약은 지역사회 자치라기보다 엘리트들의 촘촘한 연결망이자 지배망...
오히려 선비들은 소통에는 잼병이었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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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몇몇 측면을 들어 선비를 찬양하는 최근의 트렌드는 저자의 큰 우환...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는 이야기에 나도 완전 동의.....
그리고 이건 그냥 막 던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한국사회에서 국민의 정부 이후 수많은 교수들이 정치로 빨려들어가는 현상도 이런 선비계급문화의 유구한 전통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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