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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현애자 의원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나보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해 마련된 재정 1조 5천억 중 아직 용도가 미정인 8천억원으로 암부터 무상진료를 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
허나... 과연 그래야 할까?
고민 몇 가지..
첫째, 암이 가계 파탄의 주범이요, 사망률 1위라는 것은 맞지만, 사망과 상병을 모두 고려한 질병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를테면 환자 규모, 사망률, 장애율 등을 함께 고려한 DALY 라는 지표를 고려하면,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후유증이 심각한 뇌졸중이나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 손상 등의 질병 부담이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 암으로 인한 치료비 지출과 생명의 손실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다른 질환들이 덜 중요한 건 아니다.
둘째, 암 환자들 사이에도 경제적 부담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왜 "형평"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가? 오히려 정부 관계자가 '형평'을 이야기하고, 민주노동당 의원은 '효과'로 대응하니, 이거 참... 헷갈려서...
셋째, 무상의료 도입의 우선순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 미국에서 작년에 인플루엔자 백신이 동났을 때 긴급 윤리 위원회가 소집되고 난리가 났었다. 이윤이 충분치 않다고 백신 생산을 중단해버린 자유방임적인 제약 산업 구조가 근본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부족한 백신을 누구부터 맞출 것인가 갑론을박 시끄러웠다. 어린이가 먼저냐, 노인이 먼저냐...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상의료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이것이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가능한 것은 분명 아닐테고.. 누구부터, 어떤 조건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암, 다음에는 뇌졸중.... 이런 질병 중심의 접근보다는 대상자 (어린이, 모성, 저소득층 등) 중심의 포괄적 접근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암에 걸리면 오히려 치료비가 안 드니 다행이고, 죽지도 않는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병원비 때문에 걱정해야 하고.. 이건 아니지 않은가? 실업률 40%에 고생고생하고 있는 남아공도 어린이들에게는 무상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소 아닌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아직 기본 예방접종조차 본인 부담으로 실시하고 있다. 뭐 어린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 아니고, 어떤 계층이, 어떤 집단이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
요즘 당에서 무얼 해도 예쁘게 보이질 않는다만...
아무래도 이건 언론용 오바인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암 병동은 왜 찾아 가고, 환우회 간담회는 뭐하러 한다는 건가?
진심으로 걱정되는 부분은.. 이러한 내용이 보건의료 정책위원회를 거쳐서 나온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위원회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정책위원회 합의를 안 거친 것이라면, 이 또한 당내 정책 생산구조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없고.....
위원회에 이름만 걸어놓고 훌쩍 타국으로 떠나온 처지에서 이렇게 비판하는게 참으로 미안하나.... 그래도 이건 아닌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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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여망인‘암부터 무상진료’를 연내 실시해야한다
ㅇ 현애자의원은 암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법정본인부담 및 비급여 합산 분)는 약 7천억 추산.
ㅇ 지난 대정부질의(14일)와 보건복지부 국회 업무보고(18일)에서 보험급여 확대를 위해 마련된 건강보험 재정 1조5천억 중 사용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8,000억으로 암부터 무상진료를 실시하자고 제안.
ㅇ 어제(18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보건복지부는 “형평성을 고려하여 몇몇 중증질환에 대한 보험 급여 확대 방안을 상반기 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힘.
ㅇ 현애자의원은 형평성 뿐 아니라 보험 급여 확대에 따른 “효과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며 “가계 파탄의 주범이며, 연간 사망률 1위 질병인 암부터 무상진료를 연내 실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함.
ㅇ 또한 5월, 6월 암 병동 방문, 환우 모임과 간담회,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토론회 등을 통해 무상의료 실현 방안과 관련한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임
<기자회견문>
국민의 여망인‘암부터 무상진료’를 연내 실시해야한다
현재의 보험재정으로 암 질환 무상진료 가능하다.
보험급여 확대로 올해 사용하기로 한 1조5천억 원 중 아직 집행이 결정되지 않은 8천억 원과 4월 직장보험료 정산으로 인한 추가 재원이 최소 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어, 총 1조3천억 원 이상의 보험재정이 이미 확보된 셈이다.
지난 14일(목) 대정부질의에서 국무총리는 암의 무상진료에 통계상 7천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실재 집행에 있어서 “치료를 포기한 잠재 수요 등을 고려하여 2배의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총리의 견해를 따르더라도 암 질환 무상진료를 위한 보험재정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암 질환 무상진료는 국민의 여망이다.
암 질환 무상진료는 가계가 파탄 나고, 진료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 것이다.
국립암센터는 연간 6만4천명의 암 환자가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암 질환은 저소득 계층에서, 노인층에서 발생률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령 사회’로 접근할수록 암에 의해 사망하는 국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암 질환 무상진료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질병과 싸우고, 과도한 진료비와도 또 싸워야하는 국민들의 절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국민에게 체감되는 진료비 경감 대책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중증질환의 형평성을 고려해야하여 보험 급여 확대 항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시기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수차례 보험 급여를 확대하여 왔음에도, 지금의 건강보험 보장성에 만족하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양한 중대질환에 대한 형평성 못지않게,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의 측면도 강조되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본인부담상한제를 실시하였으나,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영역을 제외하여 여전히 중대질환에 대한 가계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보건복지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암부터 단계적으로 무상의료가 시행되도록 노력할 것.
중증질환 환자들의 많은 사례가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에 방영되었고, 국민들은 내 이웃이라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소중한 액수를 기부하여 왔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결단하고,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 환자들을 보살펴야 한다.
본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올해 암 질환 무상진료가 실현되고, 이를 계기로 몸이 아픈 것만큼은 국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무상의료의 단계적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선 올해 상반기 암 병동 방문, 환우 모임과 만남, 무상의료 단계적 실현을 위한 공개토론회 등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감으로써, 국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다. 나아가, 빈곤층과 아동으로 무상의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조건이 성숙된 지금, 정부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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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의 무상의료도입방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무상의료 1단계로서 , 여유아 (5세 미만)의 본인 부담 폐지라고 나와 있는데...웬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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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하나...의료재원중 MRI 등 고가의 장비가 너무나도 많이 범람하고 있는데.. 이런 고가의 장비를 개인 병원들이 마구마구 들여 놓는 것...그걸 제한하는 방법이 없을까?..외국의 사례는 어떠한지?..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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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쉽지는않지만 암은 좀 떨어지는 것 같기는 해요. 근데 암이라서 '국민적'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구...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도 중대상병제 도입을 올해ㅔ 주요하게 다룰 것 같던데...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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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라는 것이 꼭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투표로 정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실현가능성, 대중적공감, 사회적ㅡ정치적 상황이 문제지요. 암부터 무상의료라는 것은 '민간보험확대'라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 현 국면을 고려한 것입니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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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부터라는 구호는 다소 선정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말기 악성 종양 환자에게 사용되는 '돈'은, 경제적 효과만을 따진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 없습니다. 그보다는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하며 후유증이 많이 남아 가족과 사회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뇌졸중/당뇨/고혈압 등에 대한 예방 및 재활 프로그램에 정부 재정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암'이라는 "날카로운 창"을 쥐고 싶다면, 그건 '암'의 '치료'라는 막연한 선전보다 '암의 예방 및 조기 발견'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가져야 하겠죠.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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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의 고가장비 구매는, 다분히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충분한 수입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병원에서 MRI를 구매하지는 못하죠. 성능 나쁜 중고 기계도 5천만원 정도인데.) 또한 이는 현재의 건강보험에서 '예방' 및 '조기 발견'에 대한 수가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책정되지 않은 탓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이 의사에게 요구하는 '진료의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체계 밖으로 나가면, 그 '수준'을 맞추어 줄 방법도 있는 게 사실이고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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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시장경제적 의료체계를 주장하는 쪽이나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쪽이나, 적절한 연구를 통해 제출된 통계를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런 통계가 '정책'으로 연결되기 전에 꼭 고려해야 할 점은, 결국 의료는 '집단'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문제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의료 체제에서도, 의료에 대한 개인들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죠. 그런데 그 개인에게 이는 '살고 죽는 문제'이거든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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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트랙백을 했어야 하나.. -.-;;)산만하게 쓰긴 했지만, '보건' 즉 public health와는 다른 측면이 '의료'에 분명 존재한다는 말을 쓰고 싶었습니다^^;; '암부터'가 선정적이라고 해도, 말기 암환자는 결국 죽을 운명이라고 해도, 그래도 뭔가 비싼 치료를 받으면 조금 더 살아서 다음 달에 큰 딸아이 시집가는 걸 볼 수 있겠다는 기대. 그런 개개인의 '살고 죽는 문제'는 합리적인 고려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인상이 강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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