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일전에 잠깐 안드로메다에 대한 잡상을 한 적이 있더랬는데, 그 잡상과 관련하여 덧글신공 불세출의 기인 dakdoo님께서 조만간(약 60억년) 안드로메다와 우리 은하가 충돌하여 개념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언하신 바 있다.

찰라에 불과한 60억년이지만 그것도 길다고 생각한 행인, 한시라도 빨리 안드로메다가 접근하여 개념사태가 벌어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특히 세상이 어수선하여 심신이 피로한 상황에서 그러한 바램은 간절하고 애절한 기다림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메다의 접근보다는 그래도 현실성이 있는 피로회복방안이 각종 엽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예컨대 조선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와 같은 찌라시 사이트, 혹은 자주민보나 서프라이즈처럼 특정종교 신자들의 신앙홍보 사이트, 내지는 조갑제나 지만원이 운영하는 완전개념상실의 개인 사이트들을 돌다보면, "아 세상에는 이렇게 사는 애들도 있구나. 힘을 내자"라는 강력한 삶의 의지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너무 자주 들어가다보면 개념진공상태의 애들이 떠드는 소리에 매몰되 순간적으로 개념이 탈출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주 가끔, 그것도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거기 오래 들어앉아 있으면 개념 찾으러 안드로메다에 갔다 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깐 들어갔던 사이트가 자주민보. 요즘도 세기의 태양이신 위대하신 수령님에 대한 연모와 불세출의 명장이신 국방위원장님에 대한 흠모로 연일 밤낮이 가는지 모르고 있는 이 동네에서는 봐봐야 그게 그거인 "기사"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다가 얼핏 눈에 띈 기사는 이거다.

"이승엽 발목 사태의 본질"

요미우리와 한신의 경기 중 한신 선수가 수비를 하던 이승엽의 발목을 고의로 밟은 사건이 있었다. 자주민보 스포츠 면(뿐만 아니라 전방위로 기사질을 해대는)을 장식한 '이창기 기자(?)'의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야구를 한다. 일본애들은 이승엽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싫어한다. 그때 일본에서 야구를 하는 미국선수가 이승엽의 발목을 고의로 밟았다. 이건 제국주의 국가들의 횡포다. 빨리 통일해서 미국, 일본과 맞장 뜨자...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개념 버려두고 온 애들 떠드는 소리 계속 듣고 있으면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성소수자가 미제국주의의 폐단이라고 씨부렁거리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던 이 동네 청춘들은 일단 미국과 일본이 개입된 모든 현상을 제국주의의 문제로 치환한다. 놀라운 변용능력이다.

행인이 개인적으로 세우고 있는 계획 중에는 조만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방문하여 남한 주사돌이의 현실에 대해 진단하고, 남한 주사돌이에 대한 북조선 최고위직 실세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있다. 블로거 여러분들의 기대를 바라며, 동시에 이 글은 당 게시판에도 동시 생중계할 의향도 있다.

이 때 집중적으로 파고들 부분은 바로 남한 주사돌이들이 왜 개념을 자꾸 안드로메다로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조선노동당에서 결의하여 집단적 개념탈출을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남한의 자생적 주사돌이들이 북조선의 지침을 어기고 뻘짓을 하는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암튼 일상에 찌들어 지친 정신을 완전 무개념상태에서 쉬게 하고 싶은 블로거들은 저 기사 링크 따라가 보시고 한 번 웃고 오심 되겠다. 다시 주의사항을 말하지만 거기서 오래 머물지는 않는 것이 좋다. 정신휴식차원에서 들어갔다가 개념방전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행인이 책임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