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는 정당 2

행인[100년 가는 정당] 의 후속편쯤 되는 글.

한 기사가 눈에 띈다. 열우당 창당 2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는 기사다. 기념식장은 썰렁함의 극치였고 내용상으로 볼 때도 막막한 앞날에 대한 고민만 가득했다고 한다.

 

딱 1년 전에 노무현이 "우리도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어 보자"라고 했을 때, 그거 믿는 사람 몇 명이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행인은 100년은 고사하고 한 10년이라도 가길 바란다고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몰골을 보면 앞으로 2년 가기 힘들 듯 보인다.

 

당시 행인은 "보수고 진보고, 우파고 좌파고 간에 한 세기를 이어갈 수 있는 비전과 굳건한 신조가 있는 그런 집단이 이제는 좀 만들어질 때도 되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열우당은 아무리 봐도 그 때나 지금이나 행인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정당이 하나의 이름을 걸고 꾸준히 자신의 정치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 기간을 이어오는 동안 쉽게 변하지 않는 나름대로의 굳건한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앞의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이정도의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100년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민주당과의 재합당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시기다. DJ의 말 한마디에 "적자론"이 서로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지만, 어차피 두 당 모두 지금의 형태로는 뭔가 제대로 된 자기 입장을 밖으로 내세우기 힘든 형편이다. 열우당은 아직 144석이라는 의회 최대의석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11석. 299석의 현 국회의원 의석을 따져볼 때 이 두 당의 의석을 합치면 155석이다. 뭐든 할 수 있는 쪽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열우당은 144석 의원들이 사분오열되어 있다. 2주년 기념식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이들이 이렇게 사분오열되는 이유는 소위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그놈의 '정체성'이 처음부터 보였던 집단이라면 개나 소나 다 뛰어들어 현재의 의석을 만들 수도 없었을테지만...

 

어쨌든 상황이 이렇다보니 열우당, 쪽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지들이 뭔가 국정을 리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노무현이라는 상품 하나를 믿고 달려들었던 전국적 판매망이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 시점에서 영업계속에 대한 회의를 품고 있는데 무슨 국정 운영이 나오겠는가 만은 144석의 위용은 계속 빛이 바래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더 이야기할 것도 없다. 11석이라는 의석을 가지고 있는 현재, 자신들이 주도할 수 있는 의제도 없다. 한나라당, 열우당과 비교해도 자신들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줄만한 무엇인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존재가치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양자 공히 "100년 가는 정당"으로서의 희망은 지금 거의 0%에 가까운 상황이다.

 

제대로 판이 진행되려면 결국 정치판은 완전히 새로운 구도로 재정리될 수밖에 없다. 열우당 안의 의원들,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된다. 열우당이라는 이름이 계속 유지될지도 모르겠다. 내년 6월의 지자체 선거, 이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정계개편은 아마도 노무현이 1년 전에 포효했던 "100년 가는 정당"의 꿈을 불과 3년만에 접게 만드는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열우당의 창당기념식을 보면서 착잡한 이유 중 하나는 그렇다면 과연 민주노동당은 "100년 가는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민주당과 비슷한 규모의 민주노동당이 그나마 의제를 설정하고 밖으로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의원배출 1년 반만에 보여주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은 자기 존재기반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다.

 

11월 9일자 한국일보 만평


이게 민주노동당이 처한 현실이다. 쓴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100년 가는 정당"의 목표는 아닐지라도 이 '괴물'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비상'한 자세와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열우당의 현실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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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1 16:34 2005/11/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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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저런 라이트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사실, 첨에 당이 건설되고 나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대견했었는데... 그래도 조급해하진 말아야겠죠?

  2. 맞아요, 벌써 5년이나 지났는걸요..100년을 가느냐 천년을 가느냐 보다는 무엇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가느냐가 중요하겠죠..

  3. 열린당 생각하니 어제의 그 개똥같던 유희가 떠오르네요.
    어제 유뭐시기 나릿님의 <파병반대..비겁했다 어쩌고 저쩌고 시불렁~>이너넷 기사보고 허파뒤집어질 뻔. 언제는 대통령 위치때문에 대통령 복심은 그런게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파병해도 우리는 반대해야 한다하는 미륵의 관심법같은 헷소리를 하더니. 이제와서 또 미친 궤변같은 걸 늘어놓고서도 논리는 나의 힘이라는 뻔뻔함은 당췌 어디서 나오는 용기인지. 미미한 부끄럼도 없는 건지. 그것이 희얀타..
    그럼 그렇지.. 하다가 요즘은 불안할 정도.
    최소한의 소신과 정치철학도 없는 듯한. 유시민,문희상,조기숙 딸랑이3종세트.간신이 설치면 나라가 망한다는데. 어휴..

  4. 아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만큼 아부를 잘한다 하던데..
    부시대하는거 보이.. 이번 아펙에서는..? 쩝

  5. 돌담/ 유시민은 책이나 팔고 시사토론 사회자나 할 때가 분수에 맞았던 거 같아요. 노자가 이르기를 '大辯若訥'이라고 했는데, 지금 유시민 하는 거 보면 도덕경이나 좀 읽어보라고 권고하고 싶더군요.

    어차피 노무현에게 유시민은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죠. 과거의 장자방이라도 토사구팽의 원리가 냉정하게 적용되는 정치판에서 지금같은 행보로는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질 겁니다. 그걸 유시민도 알다보니 파병반대가 비겁했다는 식으로 노무현에게 다시금 충성서약을 하는 것일테구요...

    암튼 자주 좋은 말씀 많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