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쩜셋을 기다리며...

정식명칭은 '열린우리당', 축약이름은 '우리당'.

이게 공식적으로 열우당이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자신들의 이름이다. 그런데 언론과 네티즌 등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요청하는 이름대신 자꾸 '열우당'이라고 부른다며 열우당이 신경질을 부렸다. 당에 '당명 바로잡기 신고센터'까지 설치되었다. '당명 수호천사'까지 모집한다. 언론보도나 인터넷 등에서 열우당을 열우당이라고 칭하는 것을 발견하면 신고해달란다. 신고가 접수되면 정정요청을 하거나 정정요청을 받은 후에도 계속 열우당이라는 말을 쓸 때는 법적조치까지 하겠단다. 무섭다...

예전 수수께끼 중에 "무섭고 더럽고 불쌍한거는 뭐게?" 하는 것이 있었다. 그 답은 "호랑이가 똥싸고 죽은거..."다. 호랑이는 무섭고 똥은 더럽고 죽은 것은 불쌍한 거다. 열우당의 이 처절한 자기정체성확립투쟁을 보다가 불현듯 그 수수께끼가 생각났다. 열우당 무섭다. 별걸 다 가지고 네티즌들 법적 조치까지 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열우당 더럽다. 뭘 "그까이꺼" 가지고 법적조치씩이나 한다고 하나? 그러다가 보니 열우당 불쌍하다. 얼마나 내놓을 것이 없으면 이제 이런 식으로 지들의 생존을 확인하나??

애초 이 이름 정할 때부터 사람들 많이 웃었다. 지들은 '우리당'이고 다른 당은 '너네당'이냐? 그래서 이를 조롱하는 의미로 많은 사람들이 열우당의 이름을 자기 취향껏 고쳐 불렀던 바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돼지우리당'. 그런데 이건 약어가 안 된다. 다음 유행했던 용어가 '벌린우리당'. 이건 약어로 '벌우당' 되겠다. 하지만 이 용어는 그 말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뉘앙스로 인해 널리 사용되진 않았다. 이 밖에 단순반어로 '닫힌니네당' 등등이 있었다. 그나마 정리된 것이 '열우당'이다. 이것도 많이 봐준 거다.

민주노동당의 공식명칭은 민주노동당이고 별도의 약어를 정한 바가 없다. 그래서 제대로 부르려면 항상 민주노동당이라는 full name을 다 써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고 네티즌이고 쉽게 '민노당'이라고 불러제낀다. 17대 국회 등원 이후 한나라당과 몇 차례 정책공조가 있은 후 사람들이 '딴노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원의 입장에서 무척 심기 뒤틀리고 재섭는 표현일지는 모르나 그건 그만큼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기에 마냥 서운해할 일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어떤가? 거의 네티즌들 사이에선 공식 용어로 '딴나라당'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너무 징글징글 한 나머지 얼마 전에는 당명을 바꿀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그 때 네티즌들이 제시했던 당명 중 가장 널리 호응을 받았던 것이 '차떼기당'. 어차피 전력도 있고, 자기 정체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용어가 '차떼기당'이 아니냐는 거다. 이 재치넘치는 네티즌들의 센스~!

한나라당이 지 이름때문에 무척 고민할 때 열우당 유시민이 "차라리 잘됐다. 민정당이나 유신당으로 바꿔라"라고 주문한 바가 있다. 일단 취지에는 공감. 그러나 유시민, 지가 지금 남의 당 이름 가지고 뭐라 할 주제가 아니다. 지들 당 이름은 개코메디가 아니고 뭔가 진지한듯 싶은 갑다.

한 때 새천년민주당을 민주당이라고 부르지 않고 천민당이라고 부르더니 요즘은 잔민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혹자는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이름이 새천년이 오면 민주당이 망할 것임을 알고 작명을 한 것이 아니냐며 DJ의 선견지명을 높이 사기도 한다. 남들이야 어떻게 부르건 말건, 그 끈질긴 생명력 하나 불굴의 의지로 이어가면서(물론 그것이 지역감정에 기댄 것이건 어쨌건 간에) 절치부심끝에 민주당 드뎌 민주노동당을 제끼고 원내 제3당의 반열에 올라섰다.

열우당, 언론과 네티즌들에게 열린우리당이라는 긴명칭이 쓰기 어려우면 '우리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해달란다. 그걸로 사용하지 않고 열우당이라는 이름 쓰면 곤란한 일을 당할 거라는 거다. 이거 거의 동네 양아치 수준이다. 네티즌이 왜 지들을 '우리'라고 생각하고 표현해야 하는 건가? 거의 주접이다. 아무리 봐도 열우당을 '우리'의 범주에 포함시켜야할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 제대로 한 것이 있어야지? 그 쪽수로 그래 뭐 하나 해놓은 것이 없으니 지난 보궐선거에서 퍼펙트 패를 당한 것이고, 이번 보궐에서도 어떻게 의석 하나만 건지는 것으로 쑈부를 칠 지경에까지 이른 것 아닌가?

이름 신경쓰기 전에 정책이나 제대로 개발할 일이다. 지금 열우당 당차원에서 우린 이런거 할란다 하고 대차게 내놓을 것이 뭐있나?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정부에서 짜준 법안이나 죄 들고 나오는 처지에 말이다. 그러면서 안으로는 치고 박고 노무현 한 마디에 집단광란증상이나 보이고, 잊을만 했더니 또 무슨 연정이야기 나오고... 이번엔 민주대연정이라나? 국민가요 봉선화연정 이후 연정시리즈 만발한다. 이 연정만발시즌에 열우당 한 일이라고는 기껏 노무현 입이나 쳐다보고 있다가 대통령의 깊은 뜻을 몰라주는 야당에게 투정이나 부린 거였다. 이구 이 불쌍한 열우당아, 열우당아...

드라마의 한 장면. '김삼순'이라는 이름때문에 고민하던 삼순이, 택시를 타고 가다 기사양반에게 하소연. 기사양반, 웃으며 "뭔 이름인들 어떻냐,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 주인공 삼순이 OTL...

열우당이면 어떠랴, 돼지우리당만 아님 되지. 함부로 법적조치 운운하지 말지어다. 니들 그딴 식으로 나오면 민주노동당을 민노당이라고 할 때마다 똑같이 고발하고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이라고 할 때마다 고발할지 모른다. 특히 써프라이즈 올라오는 글들, 열우당 입장에서는 고맙고 고마운 글일지 모르지만 거기 쓰인 민노당, 딴나라당 등등의 말들 죄다 검색해서 바꿀려면 시간 좀 걸릴 거다.

할 일 없으면 뜨신 밥 처먹고 방구석에 뒤비져 구들짱에 등짝이나 지지고 있을 일이다. 괜히 뭐 하나라도 뉴스거리 만들어서 관심 좀 끌어보려고 하는데, 그래봐야 대한민국 네티즌들 오늘도 열우당이라는 이름 써가며 종횡무진 하고 있다. 네이버, 다움 등 기타 포털 들어가서 열우당 치면 너거 당 사이트 뜨더라. 오늘도 행인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열우당을 때린다. 나 잡아봐~~~라~~~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