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민주세력에 대한 투쟁

이건 긁어서 남겨놔야겠다. 볼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반인권적, 반민주적 폭력들에 대한 국제적 저항연대는 정녕 불가능한 것인지...

상대적으로 인접한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속속 알려지고, 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볼리비아의 문제들은 여전히 언론에도 잘 안 올라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심도있는 소식은 접근이 거의 안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한국 사회 내에서 관심도 낮고 이에 대한 목소리도 거의 나오지 않는 판국이다.

다음은 '책방 들락날락'에 올라온 번역문을 그대로 긁어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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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볼리비아 원주민 노동자들이 방위대를 건설하여 쿠데타에 맞서다

타티아나 코짜렐리, 아나 리베라

2019년 11월 13일

*미국의 사회주의 매체 ‘좌파의 목소리(LEFT VOICE)’에 실린 ‘Indigenous Workers Build Self Defense Committees, Fight Bolivia’s Coup’을 번역한 것이다. ‘좌파의 목소리(LEFT VOICE)’는 국제주의와 반제국주의 입장에 따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칠레, 프랑스,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의 좌파 언론과 연계하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글은 볼리비아의 현재 상황을 다루고 있어 책방 들락날락 기획팀에서 번역하였다.   

원문: https://www.leftvoice.org/indigenous-workers-build-self-defense-committees-fight-bolivias-coup

몇 주 동안 계속 우익의 시위가 확대되자 볼리비아 군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경찰이 거리에 나와 우익 대열에 합류하여 대통령의 축출을 요구하면서 시위는 달아올랐다.

경찰, 군대, 미주기구(OAS,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남북 아메리카 35개국이 가입돼 있는 국제기구 – 옮긴이)가 모랄레스에 반대하여 연합하자, 모랄레스가 사임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은 수색을 당했고, 모랄레스는 도피했다. 다른 우익 지도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 축출을 지지했다. 우익 야당과 가톨릭교회에 둘러싸인 산타크루즈 동부(농산업과 연계 된 볼리비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의 부르주아들도 모랄레스의 사임을 축하했다.

우익 시위대는 원주민의 깃발을 불태웠다. 경찰관들은 성경을 붙들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외치면서 자신들의 제복에서 원주민의 상징을 잘라냈다. 쿠데타 지도자 페르난도 카마초와 카를로스 메사는 사회주의운동당(MAS, Movimiento al Socialismo) 및 쿠데타에 반대한 노동자와 원주민에 대해 격렬한 정치적 박해를 시작했다. 그들의 집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구금하고 쿠데타 반대 시위를 잔인하게 억압했다.

우리는 실수하지 않아야한다. 이것은 볼리비아 자본가, 농산업계, 교회 및 군대가 조직한 쿠데타다. 이는 미제국주의 이해로 조직된 미주기구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심각하게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혐오적이며, 반노동자·반원주민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는 쿠바와 베네수엘라를 위협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비록 실패했지만 베네수엘라 후안 과이도의 쿠데타 시도 이후, 미제국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꼭두각시 정부를 지원하려 들고 있다.

모랄레스는 그 후 멕시코로 망명 제의를 받고 국외로 도피했다. 화요일 밤, 의회에서는 정족수가 채워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익 지도자 자니네 아녜스가 스스로를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선포했다. 그녀는 커다란 성경을 높이 치켜들고 의회에 들어와서 “성서가 대통령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위기의 한가운데, 라 파즈(볼리비아 수도- 옮긴이)에 인접한 엘알토 시에서 강력한 저항이 나타났다. 주로 아이마라족 출신의 강력한 노동계급이 있는 이 지역은 2003년 곤잘로 산체스 데 로자다의 신자유주의 정부를 축출하고, 2008년 모랄레스 반대 쿠데타 시도에 맞서 투쟁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주민평의회(neighborhood councils)들로 조직되어 있다. 지금 엘 알토는 다시 최전선에 섰다.

저항

쿠데타 다음 날, 볼리비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이제 내전을 일으킬 때”, (쿠데타를 일으킨 극우 지도자들을 가리키며) “카마초, 메사, 우리는 너희들의 머리통을 원한다”고 외쳤다. 그들은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거리에서 경찰 인형을 불태우면서 경찰이 물러나게 만들었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고속도로와 길을 봉쇄하고, 학교와 기업을 폐쇄했다. 그들은 위팔라(원주민의 깃발)와 “폴레라 ― 콜라스(아이마라족 여성들)가 짠 안데스 전통 치마 ― 를 입은 여성”에 반대하는 쿠데타 세력이 보여준 인종주의와 여성혐오를 거부했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쿠데타 폭력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부르주아 계급의 구조적인 인종주의에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체와 방위대를 결성했다. 실제로 이 회의체는 “방위위원회, 바리케이드, 상설적인 강력한 동원 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 시위자는 “엘알토에 경찰은 이제 필요 없다. 우리가 지역사회 치안을 책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항을 주도하고 있는 주민평의회연합(Fejuve, Federación de Juntas Vecinales, 약 200명 정도로 구성된 주민평의회 600여개로 이루어져 있다 – 옮긴이)은 일상적인 집회 참여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쿠데타 지도자들이 48시간 이내에 직책을 버릴 것을 요구하고 군과 정부에 법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주민평의회연합은 쿠데타 지도자들의 폭력과 탄압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시민 경찰”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원주민 노동자들은 최루가스와 고무탄환을 사용하는 무자비한 진압에 맞서고 있다. 시위가 벌어진 후, 경찰에게 심한 부상을 입은 아이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고, 시위현장에서 원주민들이 경찰들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사진들이 있다.

이러한 저항에 직면한 군 사령관은 시위가 벌어지는 장소들에서 경찰과 합동작전을 요청했다. 즉, 엘알토 지역의 진압작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 저항을 완전히 누르지 못하고 있다. 수요일(11월 13일)에 엘알토 주민들이 라 파즈(정부소재지)까지 행진했고, 자칭 대통령을 거부하고 쿠데타를 패배시킬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자는 대규모 카빌도(민중집회)를 열었다.

엘알토의 투쟁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엘알토는 인구가 100만에 달하는 볼리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이곳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떠나온 농민들로 가득한 원주민들의 도시라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이 농민들은 급진적 저항의 근원이었다. 예컨대 2003년 이 지역은 산체스 데 로사다 정권을 타도하는데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엘알토는 볼리비아의 전략적 입지에 위치해 있다. 모든 주요 고속도로들이 이곳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쉽게 봉쇄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공항도 있으며, 휘발유 정유공장도 여러 개 있다.

엘알토는 로사다 타도 뿐 아니라 사유화 및 다국적 기업에 대항하는 투쟁과 같은 다른 투쟁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전투적인 역사를 가진 엘알토의 투쟁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엘알토 주민들은 에보 모랄레스에게 호의적인 경향이 있다. 모랄레스가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선출 된 것은 사실 그들의 2003년 대투쟁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모랄레스는 엘알토 운동의 지도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을 정부에 끌어들였다. 그 결과 이 운동은 점점 포섭되어, 모랄레스의 긴축정책과 노동계급 탄압에 구실을 만들고, 민중이 그에 맞서 투쟁하는 것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적인 노조들과 함께 하는 소수의 노동자 전위가 있고, 모랄레스의 환경 정책에 지지를 철회한 원주민 집단도 있다. 그러나 모랄레스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이들이 우파와 한 편이 된 것도 아니다. 엘알토에서 사람들은 모랄레스의 긴축정책에도 저항했다. 특히 2010년 천연가스의 가격을 인상했을 때 그랬다. 심지어 그들 일부는 지난 10월 20일 대선 결과에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될 때 참여하기도 했다.

원주민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무엇과 싸우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엘알토의 한 원주민 여성은 말한다. “산타 크루즈의 우익은 우리의 땅과 우리의 부를 빼앗고 있다. 자기들만 국민인 양 우리를 모욕하고 짓밟으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짓밟고 모욕하는 초국적 기업에게 더 이상 짓밟히고 모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여성은 말한다. “그들은 언제나 성경의 이름으로 우리를 죽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성경과 칼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 그들이 다시 우리를 죽이려 하지만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모랄레스는 어디에?

이 와중에 우익은 권력을 쥐려 들었다. 모랄레스가 축출될 때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허울을 쓰고 있었던 그들은 이제 그 본색을 드러냈다. 의회 내 골수 가톨릭 우파 지도자인 아녜스는 의원 절반이 불참한 의회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헌법에 따르면 투표는 정족수를 충족할 때만 가능하다. 아녜스와 쿠데타 모의자들은 성가신 헌법 조문을 내버리고 그녀를 대통령으로 선포한 것이다.

엘알토의 원주민들이 쿠데타에 대항하는 전투적인 투쟁을 시작하자마자 모랄레스는 나라를 떠났다. 볼리비아의 사회주의자들이 라 이스키에르다 디아리오(La Izquierda Diario, 좌파일보-옮긴이)에 쓴 대로, “이 순간에 에보 모랄레스의 망명 결정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쿠데타에 대한 저항을 약화시킬 것이다.”

모랄레스 본인의 말은 여기에 더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는 저항을 격려하기는커녕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우리 민중들이 커다란 신중함을 가지고 평화를 존중하고, 법률을 파괴하려는 무리들의 폭력에 빠지지 않기를 요청한다. 우리는 볼리비아인 형제들끼리 싸우면 안 된다. 대화와 토론으로 모든 차이를 해소하기를 절박하게 호소한다.”

이는 우익 쿠데타가 벌어지는 내내 모랄레스가 취한 정치적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자신을 타도하려는 자들과 대화를 모색했다. 그는 제국주의적인 미주기구에 인내와 믿음을 촉구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원주민 기반이나 자기 당이 지배하는 노동조합을 움직이려 시도하지도 격려하지도 않았다. 우익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거리로 나와 공세를 벌이며 대통령을 타도할 것을 요구했다.

모랄레스는 2006년에 집권했다. 볼리비아에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강한 사회적 반감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권한 뒤 그는 대중조직들을 국가제도로 흡수했다. 이는 대중조직들의 저항능력을 약화했고, 있을 수 있는 우파의 공격 앞에서 무장해제 되었다. 반면 우익은 2008년에 모랄레스 정부와 맺은 합의에 따라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볼리비아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비올레타 타마요가 쓴 대로, “사회주의와 거리가 먼 에보 모랄레스는 자본주의적 이윤 창출을 격려하고, 우파를 강화했으며, 오랫동안 에보의 좋은 친구들이었던 회사들을 키워주었다. 그는 원주민들의 자결권을 공격하고 침해했으며, 학생운동도 공격했다. 나는 사회주의운동당 정부에서 시위 죄로 세 번 체포되었다.” 때문에 모랄레스 정부는 원주민, 학생, 노동계급에 더 나쁜 상황을 조성할 극우의 부상에 맞서 싸울 수 없었다.

사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담해진 극우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아 엘알토를 진압하고 쿠데타를 공고화하려 들고 있다. 그들의 말과 달리 그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모렐레스의 지지자들과 좌파 활동가들, 원주민 노동계급 민중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주의운동당 소속 시장을 거리로 끌어내어 붉은 페인트를 끼얹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자른 사건을 비롯해서 우익의 공격들을 목격했다. 지금 쿠데타 반대 시위대는 군대가 시위자들을 죽이고 상처 입히고 있으며,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익은 가장 시대착오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동성애 혐오적인 교회를 볼리비아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을 자행했고, 여전히 그들을 증오하고 있는 식민주의자들의 가톨릭교회 말이다.

이들은 볼리비아 땅을 더 깊이 수탈하고, 이익을 위해 환경을 과도하게 개발하여 이 땅 원주민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농장 사업가들의 이해에 따라 운영되는 나라를 원한다. 이들은 미국과 자신들의 이익에 기꺼이 응하는 정부를 원한다. 이 나라를 개방하여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그 노동력과 자원을 수탈하도록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과 자이르 보우소나르 같은 제국주의 정부들은 아녜스를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엘알토의 투쟁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미 2003년에 엘알토 민중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투쟁은 우익을 격퇴할 길을 가리켜 주고 있다. 노동자와 원주민들과 농민들의 자주적 조직과 방위대는 우익 쿠데타를 격퇴하고, 볼리비아 노동계급과 민중부문들을 위한 자주적인 방식을 논의할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광범위한 국제적 연대로 영웅적인 볼리비아 민중들의 저항을 지원해야 한다. 쿠데타를 타도하자! 극우에 대한 노동계급과 원주민의 승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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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2 19:31 2019/11/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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