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요인들로 잘 안되고, 시간만 많이 보냈다. 더는 떠들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
깡통으로 저렴하게 만드는 무선랜 안테나 - 캔테나(cantenna) !
* 두 셋트를 만들었다.
* 캔테나 내부. 만들자고 쫄라 댄 건 지각생이지만 땜질등 어려운 부분은 대부분 makker 가 했다.
무선랜 안테나? 이게 왜 필요할까? 인터넷이 어디나 잘 되는, 특히 한국의 대도시에서는 별로 필요를 못느낄 사람이 많겠다. 그치만 인터넷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은 아직 한국에도 마니마니 있고, 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테면 농어촌에서 무슨 일이 있을때,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바다에서, 갯벌에서 어떤 행동들을 한다던가, 군경이 폭력적으로 갈라놓은 평택 대추리-도두리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연결한다던가 할때 바로 이런 무선랜 안테나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유선으로 랜(Lan)을 연결하기 어려운 곳에, 이런 '방향성' 무선랜 안테나를 잘 설치해 쓰면 그런 제약을 어느정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검색해서 찾아본 바로는, 좀 더 긴 깡통으로 하는게 효과가 좋다고 한다. 프릉길스 캔으로 최대 4km 밖에서까지 신호를 잡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치만 그건 정밀한 계산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거고, makker 와 지각생은 일단 파인애플 캔을 두갤 바로 쓱싹 비우고는 초기 모델을 만들어봤다. DIY(Do It Yourself, 직접만드는) 무선랜 안테나는 이런 형태 말고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건 가장 "알기 쉬운" 형태.
이런 안테나는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보내고 모으는데 유용하기 때문에 두개를 만들어 서로 방향을 맞춰두면 더욱 효과가 좋을 거다. 이번에 만들때는 코스콤 비정규지부의 천막 농성장에 설치할 것을 염두에 뒀다.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증권선물거래소(여의도)의 전산망을 관리하는등의 일을 하는, 위장도급업체(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독립된 회사인 것처럼 했다) 코스콤(koscom) 의 비정규직 IT노동자들이 이 추운날에도 천막을 치고 파업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http://rekoscom.jinbo.net)
원래 다른 미디어-문화 행동을 위해 농성장에 함께 입주하기로 한 makker 와 지각생. makker 는 설치미술 전시로, 지각생은 이런 저런 보조와 무선 인터넷 설치지원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10월 마지막날, 그 전날 용산에서 구입한 재료들을 가지고 미문동 방에 모여 캔테나 두개를 만들었고, 우리는 야심차게 이걸 활용할 기대에 부풀었더랜다.
그런데 역시 기술보다 사람이런가. 이 캔테나는 지금까지 실제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주변 사람들의 비협조" 때문. 원래 구상은 이랬다.
1. 근처에 있는 건물중 한 곳에서 유선랜 포트 하나를 얻는다. 빈곳이 있으면 그걸로, 없으면 조그만 유선랜 허브를 써서 갈라내면 된다. 그리고 거기에 무선AP를 물린다. 여기엔 내 FON 무선 공유기를 쓸생각.
2. 천막 농성장의 한 PC에 무선랜카드를 연결한다. 이 무선랜카드는 외장 안테나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없어도 1번에 연결한 무선AP와 적당한 거리와 각도라면 무난할 것이고, 캔테나를 연결할 수 있다면 더 좋다.
3. 2번에서 연결된 PC의 유선랜카드에서 IP공유기를 물리고 그걸 농성장에 있는 다른 컴퓨터들이 쓴다.
근데, 너무나 아쉽게도 1번에 필요한 "주변 사람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농성장 주변에 인터넷 되는 곳은 참 많지만 대부분 증권 관련 건물이라는 이유로 전산망 관리가 아주 보수적이고 그래서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아주 작은 위험과 귀찮음을 회피하려는 것. 여러 곳을 다니면서, 노조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몇군데 알아봤지만 결국 협조를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주변에 무선 AP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 인증이 걸려 있고, 안정적으로 여러 컴퓨터가 인터넷을 쓸 수 있을 만큼의 무선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캔테나를 이곳 저곳 돌려가며 확인해보니 꽤 쓸만한 신호가 있긴 하지만 많은 컴퓨터가, 안정적으로 나눠쓰기엔 부족했다. 첨엔 착잡하더라. 기술이 있다 해도 결국 쓰는 것은, 그 기술을 만들고 색깔을 입히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해창 갯벌에서 그랬던거와 마찬가지로 이곳 여의도에서도 그 단계에서 실패한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해창 갯벌은 오직 한군데밖에 없었지만 여의도는 사방이 다 인터넷 트래픽이 와글와글대는 곳이라는 거지. 여의도 건물들을 보면서 쓸쓸하더구만.
자, 일단 지금은 당장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이런 것이다 음하하" 하고 보여주진 못하지만, 저걸 만든 직후에 테스트한 결과를 살짝 보여주면 저것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외장 안테나를 설치 안했을때의 신호 감도다.
원래 있던 외장 안테나를 연결했을때다. 신호 감도가 많이 향상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건 캔테나를 연결했을때다. 조금씩 움직여가며 테스트해서 일정치 않지만 기본 외장 안테나보다 조금 더 신호 감도가 좋아지고, 더 안정적으로 된걸 볼 수 있다. (톱니 바퀴 이빨 자국 같은게 없어졌다)
위 그림은 가까운데서 테스트해서 그렇고 멀리서 테스트하면 할수록 안테나 없을때 - 기본 안테나 - 방향성 캔테나 를 연결했을때의 신호감도 차이는 커진다. 원래 이걸 실제로 코스콤 비정규지부 천막 농성장에 설치한 후 그 데이터를 뽑아 포스팅하려했던 것인데...
여튼 이렇다.
비 록 생각했던 대로는 아직 못쓰고 있지만 한번 만들어두면 훗날 분명 유용히 쓰일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도 신호 감도 향상 효과가 있고.. 앞으로 몇가지 모델을 더 만들어 볼건데 그때는 makker 가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어 삽질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혹시 같이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그냥 주문 구매할 사람 있으면 말씀하시라. 현재 말랴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 괴산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마케팅한 결과다 :)
참고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곳에서는 실제로 캔테나를 군데 군데 설치해서 무선랜을 "중계", 외진 지역에도 인터넷을 연결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정보격차 - 힘있는 사람들이 방치하고 조장하는 -를 극복하는 건 결국 우리 스스로 나서 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냅두면 그들은 절대 알아서 안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