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떻게든 밀린 일중, 가능하면 빨리 해줘야 하는 세가지 이유에 모두 해당되는 거를 해놓으려고 붙잡고 있다.
1. 급한것, 2. 외부와 관계된 것, 3. 작업 단계의 한 부분을 맡은 것
물론 그런게 한둘이 아니다 냐하~
그 중 또 성격이 비슷한 것 두개 - 네트워커와 문화사회 원고를 쓰려고 하는데, 왜 이리 집중이 안되는지. 대강 주제는 미리 생각해 둔게 있는데 자꾸 맘이 딴데로 간다.
글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며
지금 하려던 말을 누군가 전에 이미 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지금 이걸 또 말해야 되나? 같은 말을 반복하느니 그 말이 실천되도록 하는 무언가를 해야되는거 잖아."는 생각이 들어 주제를 좀 더 구체화된 것으로 수정하고,
또 그러다보면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상황이 변했고, 사람들 뇌리속에서 잊혀지기도 했으니, 다시금 신선한 말로 상기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구체적인, 기술적인 내용 보단, 그래도 아직까진 그런 내용이 더, 혹은 같이 필요한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 다시 수정하고.
계속 뭔가 간극들을 느끼게 된다. 중간이 없거나 얇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예를 들면, 그걸 쓰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게 얼마나 좋은지 얘기하고, 반대쪽 입장은 당장의 현실을 얘기한다. 근데 자유 소프트웨어가 좋다는 말은 사실 이미 많이 나왔다. 지금 와서 "다시 잘 들어봐"를 얘기하거나, "이걸 써야만 해" 식으로 얘기해서는 별로 효과가 없거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보단, "좋은데 왜 안쓰는가?"를 생각해보고, 실제로 관심이 있으나 그걸 써볼 엄두를 못내는 사람을 어떻게 실제로 움직일 건지, 그것을 위한 도움말, 장치들을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별로 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일(중간, 매개)을 하려면 대개 양쪽에 걸쳐 뭔가가 있어야 되는 경우가 많으니. 자신은 잘 하지만, 여전히 컴맹때 어려웠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쉽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 (물론 여기서 "잘, 쉽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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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보통신 운동의 철학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고, 기술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 또 그것간의 어울림, 또 다른 영역과의 융합, 조화, 그걸 위한 행동, 그리고 필요하면 정치. 더 실력있는 (그래서 당당하게 어디가서 말할 수 있는 - 지금은 "간단한 거 만드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개발자가 되고 싶고, 그러면서도 너무 기술how 에만 치우치고, "what"을 생각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고, 하지만 둘 다는 커녕 한 부문만이라도 제대로 파고들 여유를 못 찾고 있다.
문득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 말, 행동들이 그 양쪽 극단의 영역을 모두 커버하려는 지나친 욕심에서 나오는 것도 같다. 내 생각과 능력, 그 사이의 간격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다시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도 느껴진다. 특히 최근에 결합하고 있는 여러 미디어 활동 영역의 프로젝트들. 큰 그림과 실제 구현 사이에 있는 그 "부대끼는" 작업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결국 그게 눈에 보이는 내가 다 해야하거나, 적당히 발을 뺄(다른 중요한, 하고 싶은 일이 쌔고 쌨으니) 궁리를 해야 되는 상황이 또 닥쳐 올거 같다.
그나마 얼마 안되는 정보통신활동가들, 그리고 나름 눈에 보이는 진보적인 IT노동자/기술자 들. 그 사이에도 나는 간극과 가능성을 동시에 본다. 어쩌면 그 사이 어느쯤엔가 내가 있는데, 내가 있는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고 양쪽 끝에 몰려있거나, 여기에 오래 있지 못하고 어느 한쪽, 혹은 다른 영역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있는 내 자신을 생각하면, 마치 남들이 안 쓰는 무언가를 쓸때의 그 느낌이랄까? 나의 특이함 자체가 즐거우면서도, 또한 내 약함을 항상 느끼는 사람으로서 그런 위치에 있는데서 오는 지속적인 불안감.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도 나는 많은 말을 할 수 있고,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또 그 자체로 굉장히 의미 있긴 하지만,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혹은 하면 좋을,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들"의 거대한 원 속에서 작아지기도 한다. 천성인지 성장 배경 때문인지 모르지만 일단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가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움츠려 들었다가 탄력을 받아 부풀어 오르는, 그리고 그걸 반복하는 나이기에, 계속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한다. 호기로 가득차고, 신남, 열정으로 채워졌다가, 어느 순간엔가 다시 돌아보면, 나는 어느 한 부분에서 맴돌고 있다는 느낌, 정체되고 있다는 느낌, 길을 잃었다는 느낌, 그리고 지금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에서 다시 움츠려들기도 한다.
지금은? ㅎㅎ 약간 바람이 들어가 팽팽한 상태인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내 맘 한 구석에 있는 바람구멍을 어케 할 것인가가 문제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