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eeya님의 [정보통신을 대하는 노조조합원들의 자세] 에 관련된 글.
글 두번 날라감 ㅡㅜ 뭔 말썼는지 기억도 안나네.
jineeya 님이 진보넷에 계셨던줄 알았다면, 좀더 단도직입적으로, 부담 더 내려놓고 편하게 질문할 수 있었을 텐데 ^^
올해 정보운동포럼(8월말로 연기됨)을 계기로, 사회운동, 특히 노동운동의 정보화를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만들고 싶다. 이론적, 추상적인 얘기, 다른 나라/환경의 얘기나 전에 나왔던 얘기의 업뎃 수준을 넘어, 살아 있는 조사/분석 자료를. 그걸 바탕으로 보다 생산적인 논의와 자유로운 상상을 끌어낼 수 있도록.
이런 바램으로 지난 한주, 열씨미 돌아다녔다. 운영위원회에서 이런 생각을 공유한 후, 회의에 참석못한 위원들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협조 구하고, 돌아와 설문지 초안과 인터뷰 계획 짜느라 끙끙거렸다. 이런걸 해본 적이 없기에 누군가 했던 게 있으면 참조하려고 "네트워커" 창간호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 봤다. 근데 뜻밖에도 "노조/단체 웹마스터"에 대한 인터뷰는 없었다.(못 찾은걸 수 있고). 밤새 고민고민하며 어케든 해보려 했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걸 뽑지는 못하고 그 담날부터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나름대로 온라인을 잘 활용한다는 느낌이 드는, 금방 떠오르는 몇 노조의 정보통신담당활동가를 만나보려 했던 것.
(그리고 그 첫번째가 jineeya 님이었고 ^^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기본적인 정보화 인프라(PC보급, 인터넷) 문제일때는 대개 당장 해야할 것이 눈에 보이기에 별 문제가 없는데
그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정보 기술이 보급/활용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층위의 새로운 문제들이 생기고, 당장 해야할 일들도 다양해진다. 게다가 정보 기술은 좀 빨리 변하는가. 새로운 것을 익히고 활용하고, 혹은 그것이 내포한 위험성들을 발견하여 경계하고, 문제 제기하고 방향 재설정하기 위한 노력하고 하는 활동... 이런 "연구 작업" 또한 절실히 필요한 문제가 된다.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보급/확산/응용하는 것도 꾸준히 해야하고 기술의 변화에 발맞추는 작업도 눈을 뗄 수 없다.
이래서 정보통신 활동가가 다루어야 할 영역과 성격이 광범위하지만 운동진영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우선 정보통신활동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어야 더 많은, 더 깊은 논의와 연구, 활용들이 있을 것이지만 전문적으로 정보통신활동을 하는 단체는 한국에서 손꼽을 수준이고, 그나마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영역을 넘는 활동을 사실상 늘상 부과받고 있다. 또한 노조나 사회단체에서도 정보통신 전담활동가는 거의 없다. 연맹급 이상이래야 겨우 있을까 말까하고, 온라인 활동을 아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단위에서야 겨우 전담이 있거나 겸임시 일정한 활동영역을 인정받는 정도다.
노조의 경우는 문화, 정보통신 영역의 축소가 역할의 중요성이 부정되어서라기 보단 조직과 선전의 필요성이 당장 피부로 와닿는 고민이 되기 때문일 것인데, 정보통신 활동가로서 드는 생각은 "안타까움"이다. 문화와 미디어, 정보통신이 조직, 선전과 무관한 것이 전혀 아니니까, 오히려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봤을때는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에.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의식을 제기해 주셨지만 상황이 금방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누구를 뭐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jineeya 님 말대로 "길을 틔워줄" 사람, 계기, 조건들이 갖춰지기 어려운 복잡한 지금의 상황탓일테니.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갈 무언가를 만들지 못하고 계속되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운동하는 사람, 간부든 일반 조합원/활동가던 이런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 함께 고민할 수 있을까? 단지 새로운 트렌드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방식, 상상의 틀을 살짝 돌려 "온라인-오프라인"을 포함한 전체의 영역에서 사고하고, 실험하게 할 수 있을까?
홈페이지 제작 사업을 하다 보니 단위 노조의 홈페이지 책임("정보통신 담당"이 아니라) 간부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안타깝게도 jineeya 님이 던지신 문제까지 고민이 나아간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것 역시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지금 운동 진영, 특히 노동 운동진영의 현실이다. "일반적인"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것, "일반적인" 간부들이 그리는 것이 그렇게 풍부하고, 자유롭기가 어려운 듯하다.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지만 대개는 결국 간부들이 가져온 요구사항과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된 기획안이 작성되고, 그것에 의해 듀거라 헤딩하며 날밤새가며 작업해주고는, 질려 관심을 끊어버린다.이 홈페이지가 얼마나 활용되는지, 실제 사용할 조합원이 원하는, 필요한 것들이 잘 구현된 것인지, 이것을 통해서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워낙 빨리 변하는 정보 기술, 그만큼 강력하면서도 위험하고, 엄청 다양하다. 그런 정보기술이 일반 대중, 운동진영에 미치는 변화는 아주 복잡다양한 형태와 층위를 갖는다. 한 가지 주장을 모든 영역에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참신한 시도의 경험을 공유하고, 과감한 실험을 해 보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 이런 생각은 "절박한 현실"의 필요에 의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특히 노동계 이슈는 대부분이 사람들의 생존과 관계된 "절박한" 것이라 충돌 혹은 우선순위의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다.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고 싶지만 "노조 파괴 공작"에 대응하고 "악의적 인신공격/선동"에 대항해야 한다는 "현실의 요구"에 언제까지나 강하게 주장을 내세우고 있을 수만은 없다.
광범위한 영역, 다양한 성격(정책, 기술..), 끊임없는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정보통신활동가. 하지만 대개 그들의 삶은 어렵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 받기 어려울때가 잦으며, 주장과 지원등의 우선순위에서 대개 밀린다. 결국엔. 그리고 계속 부과되는 과중한 일상업무들. 초과근무가 당연시되는 것은 보통의 IT노동자의 삶과 다를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지켜가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스스로 알고 있는" 다양성, 새로움, 속도에 비해 현실, 현실운동진영의 획일성, 답습, 더딘 변화는 갑갑하다. 그리고 그 안에 노동운동도 있다. 아주 큼지막하게.
언제나 불평만 하고 있을순 없지. 스스로 바꿔가는 수밖에.
일이 밀려 나중에 바가지 욕을 주워먹더라도 일단 이런 일을 해야 한다. 우선 연맹, 단위 노조의 정보통신담당활동가를 만나 삶과 활동, 고민을 들어보고, 거기서 정제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설문자료를 만들어, 실태조사 자료를 모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변화가 필요해"라고 말하며 다닐까 한다. 그리고 노동, 운동 영역의 틀을 넘어 실제 IT노동자, 대중들이 정보 기술/환경/문화, 온라인을 어떻게 보는 지에 대해도 알아봐야겠다.
p.s. 세번째 다시 쓰다보니 jineeya 님의 트랙백으로 쓰기에 이상해진건 아닌지 모르겠다. -_- 할섭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