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부는 바람
이 산 저 산 넘어서
섬진강에 부는 봄바람은
강물을 찰랑 놀리는데
이내 마음에 부는 봄바람
흔들려야 물 오르는
버들 실가지 하나 못 흔드네
어쩔거나 어쩔거나
섬진강에 오는 요 봄
올똥말똥 저기 저 봄
바람만 살랑 산 넘어오네.
이 산 저 산 넘어간 내 님
이 산 저 산 못 넘어오고
소쩍새 소리만 넘어오며
이 골짝 저 골짝 소쩍거려
꽃 흔들어 산 밝혀놓고
꽃구경 오라 날 부르네.
어서 오소 어서 오소
나는 못 가겠네 어서 오소
보리밭 매다가 못 가겠네
앞산 뒷산에 부는 바람아
보릿잎 살짝 눕히는 것같이
이 몸 눕히며 어서 오소
태산같이 넘어져 오소
이 몸 위로 넘어져 오소.
- 김용택, '꽃산 가는 길' 중에서-
* 꽃 흔들어 산 밝히는 봄도 아닌데,
흔들리던 꽃 다 무데기로 떨어지고,
남은 꽃잎 다 물들어버리고,
그나마 가물어서 색도 안곱다는데,
그냥 더운 가을인데,,,
어째 섬진강이 날 부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