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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자원고갈 막는 길은 사용자의 자율규제 (동아, 이새샘 기자, 2010-08-21 03:00)
◇공유의 비극을 넘어/엘리너 오스트롬 지음·윤홍근, 안도경 옮김/488쪽·1만9800원/랜덤하우스코리아
1968년 미국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 ‘공유의 비극’이 지적한 ‘공유의 비극’은 자원고갈과 환경파괴가 심화되면서 더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은 두 가지였다. 공유자원을 국유화해 국가가 관리하거나, 사유화 즉 개인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200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수상 당시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히기도 한 이 책에서 위 두 가지 방법 모두를 비판한다. 국유화의 경우 국가가 늘 합리적 효과적으로 상황을 통제할지 보장할 수 없다. 태국, 네팔, 인도 등에서 국유화 이후 비리와 감시인력 부족으로 오히려 산림 파괴가 늘어난 것이 한 가지 예다. 사유화 역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산림이나 어장, 지하수 등은 사유화 자체가 어렵다.
저자는 사유화나 국유화처럼 외부에서 강제된 해결책 대신 공유자원 사용자들이 공동체 차원에서 직접 나서 공유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유자원을 직접 사용하는 이들이야말로 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주인공들이다. 공유자원을 어떻게 활용 보존하느냐 여부에 자신들의 생계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공유자원을 오랫동안 활용해온 축적된 지식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스위스 북부 발레스 주의 퇴르벨 마을은 15세기 무렵부터 마을 공동 목초지를 운영해왔다. 1517년 작성된 조례에는 “여름철 초지에 내보낼 수 있는 소의 수는 겨울철에 자신이 사육할 수 있는 소의 수만큼만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마을 목초지에 내보낼 가축 수를 제한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규약은 마을 전원이 참석한 투표에서 결정된다. 이 규약은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으며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일본 산악지대 농촌 마을에서도 마을 사람들이 집합 행동을 통해 공유지를 보존, 활용해 마을 전체의 공익을 증진시킨 사례를 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지하수 분지 관리 제도는 이 같은 지속 가능한 공유자원 관리 제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고 정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지하수 분지는 주변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땅 밑에 고인 일종의 지하 저수지로, 캘리포니아 주 같은 반건조성 지역에서는 중요한 수자원이 된다. 이 중 레이먼드 지하수 분지 위에는 패서디나 시, 앨햄브라 시 등 10여 개 도시가 있다. 1920년대까지 이 지하수 분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댐을 건설하고 수량을 보충하는 일은 패서디나 시가 전담했다. 패서디나 시는 1930년대 들어 모든 지하수 생산자들이 공동으로 지하수 사용량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생산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은 공유자원 사용 환경에 변화를 예고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지하수 분지의 물 양수량은 안전 양수량을 매년 상당 부분 초과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법원이 전체 양수량을 감축할 것이 분명했다. 생산자들은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맞는 대신 스스로 협상에 나서 합의안을 작성하기로 했다. 6개월에 걸쳐 작성된 합의안은 양수량 감축에 합의하고 감축분을 각자 비례해 분담하도록 했다. 미래에 안전 양수량이 변하는 것까지 대비했다. 법원은 이 합의안에 기초해 판결을 내렸다.
이후 45년이 지났지만 이 합의가 위반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각 지역의 수자원 전문 기구는 각 생산자의 양수량을 세세히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한다. 생산자들은 모두 자신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그 사실이 다른 생산자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쉽게 합의를 위반할 수 없다. 위반한다 하더라도 물을 퍼 올릴 권리를 가진 다른 생산자가 법적 조치를 통해 즉각 제재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공유자원 관리 제도도 종종 실패의 위기를 맞는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공유자원 관리 제도가 성공할 수 있는 디자인 원칙 8가지를 도출해낸다. 공유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공유자원 자체의 경계가 명확해야 하며, 참여자들이 직접 규칙수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감시활동과 위반에 대한 제재가 뒤따라야 하는데 특히 반복해서 위반하거나 그 위반행위가 무거울수록 제재도 강력해져야 한다. 이 같은 제도를 디자인하는 사용자들의 자율적 권리가 정부 당국에 간섭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 같은 저자의 논의는 ‘공유의 비극’과 같은 모델이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한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좀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개인들의 역량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며 “실제 상황 속 개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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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시장을 넘어 공동체 자치로 해결책 찾아라 (매경, 김슬기 기자, 2010.08.20 14:47:44)
`공유지의 비극` 여성 첫 노벨경제학상 오스트롬 교수의 해법
그는 이 책에서 상세한 조업규칙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는 터키 어촌, 방목장을 함께 쓰는 스위스 목장지대, 농사용 관개시설을 공유하는 스페인과 필리핀 마을 등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유자원을 잘 유지해온 공동체들이 발전시켜온 정교한 제도장치를 발굴하고 분석해 성공과 실패 원인을 밝혀낸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스리랑카 건조지대에 관개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19세기부터 영국인들은 제방의 폐허를 복구하고 수로를 만들었다. 독립 후 스리랑카 정부도 관개 프로젝트 등 막대한 공사를 이어 갔지만 확대되는 농토에 비해 쌀 수확량 증가는 언제나 미미했다. 이는 상류에서 개인주의적으로 물을 끌어다 쓰면 하류에는 충분한 양의 물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변화는 갈오야라 불리는 지역에서 시작됐다. 관리들이 농민과 함께 일할 `제도 조직자`를 뽑아 농부들 이익을 대변하게 한 것이 성과를 낸 것이다. 소규모 조직으로 묶인 농민들은 비당파적이었고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결국 새로운 제도 출현으로 농민 대다수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윤번제 물 보급이 정착됐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오스트롬은 국가와 시장을 넘어서는 제3의 길로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제시하지만 어느 상황에나 적용되는 보편적 이론은 경계한다. `완전 경쟁시장`이라는 개념처럼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할 때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는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종종 위험한 것은 그런 해결책을 외부로부터 강요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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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자원의 고갈, 공동체 자치로 막아라 (한국, 오미환기자, 2010/08/20 21:13:53)
국가통제·사유화 해결책은 한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이 중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찾은 해법
<공유의 비극을 넘어>는 제3의 길을 주창한다. 공동체 자치 관리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유자원은 사용자들 공동체의 자발적 조직화와 협력으로 잘 관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엘리노 오스트롬은 이 책으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선정위원회는 그가 이 책을 통해 “공유자원은 제대로 관리될 수 없으며 완전히 사유화하거나 정부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는 전통적 견해에 도전”했다고 평가했다. 또 수많은 사례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자원 관리체계에 나타나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공유재의 자치 관리를 위한 이론적 틀과 분석 도구를 상술하고, 세계 곳곳의 구체적 사례를 검토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점검함으로써,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론적 설명은 정교하고 복잡해서 읽으려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사례와 연결해 설명하는 대목은 어렵지 않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다. 자발적 협력을 통해 공유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의사결정의 각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서 탁상공론이 아닌 현실 적합성을 추구한다.
국가의 개입이나 개인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다. 공동체 자치관리 또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국가와 개인과 공동체의 각 수준에서 적절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힌다. 국가의 개입은 사용자들의 욕구나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 규제로 나타날 수 있고, 각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곧 집단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간 지점으로서 공동체 자치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공동체의 자치에 의한 공유자원 관리가 어떤 조건, 어떤 환경에서 성공하고 또 실패하는지는 사례 연구에서 자세히 밝힌다. 터키의 작은 어촌 알라니아의 어장 관리는 전자에 속한다. 이 곳의 100여 어민들은 1970년대 경쟁적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해지고 주민들 사이에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자 조업 구역을 나눠 순번제로 어로에 나섬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자발적 감시와 통제로 규칙 위반을 막고 어장을 지켰다. 반면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와 노바스코시아 어장은 실패 사례다. 그곳 어민들은 전통적으로 어장을 잘 관리해 왔는데, 정부가 어업면허제도를 도입한 뒤로 공동체 관리가 무너져 버렸다. 정부의 획일적 규제 정책에 반발한 어민들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고기를 잡아와서, 우리 어장에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소규모 마을 단위로 잘 관리되던 숲이 국유화 이후 망가져버린 것도 국가 개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한국 상황에 비추면 생각할 거리는 더 많아진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의사나 공동체의 자치 관리는 애초부터 배제됐다. 4대강 사업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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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정부가 개입하면 `공유재의 비극`이 해결된다고? (한경, 서화동 기자, 2010-08-19 17:44)
부락에서 잘 관리하던 산림, 국유화된 후 감시원 부족, 뇌물까지 받아 점점 황폐해져
"만일 어장에서 모두가 원하는 만큼 고기를 잡게 하고,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자원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도록 풀어 놓는다면, 여러분은 이웃과 자신을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출입이 자유로운 어장에서 좋은 상황은 열악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점점 많은 배들이 차츰 줄어드는 고기를 쫓으며, 점차 많아지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수익을 두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1980년 3월,로메오 르블랑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국해양수산협회 50주년 대회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어장을 어민들에게 맡겨 놓으면 모든 어자원이 남획될 것이므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에 대해 효과적인 지배력을 발휘할 관리인을 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968년 개릿 하딘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이후 다수의 사람들이 희소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할 때 예측되는 환경의 악화를 상징하게 된 '공유재의 비극'이 캐나다의 어장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 같은 '공유재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처방은 크게 두 가지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또는 사유재산권을 설정해 시장제도에 맡기는 것이다. 《공유의 비극을 넘어》의 저자는 시장 아니면 국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자치관리라는 제3의 해법을 제시한다. 중앙정부의 관리나 사유화는 둘 다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어서 한 가지 선택만으로는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최적의 제도적 해결책은 외부의 행위자 대신 사용자들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정교한 장치들이 보다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계 도처의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공유재 문제에 대해 하나의 정책 처방만 고집하는 분석가들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에 거의 주목하지 않으며 현실을 도식화해 만든 정책은 해롭다"고 지적한다. 그는 "국가나 시장이라는 해결책이 종종 위험한 것은 그런 해결책을 외부로부터 강요하려는 사람들이 문제의 구체적인 성격을 분석하지 않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정책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론의 틀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출발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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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인간을 협동하게 만드는가 (한겨레, 최원형 기자, 2010-08-27 오후 08:52:01)

어장·산림·지하수와 같은 자원은 어느 한 사람이 사용하면 딱 그만큼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는 ‘공유 자원’이다.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남보다 더 많은 자원을 쓰려고 달려들 것이고, 이는 공유 자원 전체의 파괴나 고갈로 이어진다. 1968년 개릿 하딘은 이를 ‘공유재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그 뒤 이 비극의 해법을 놓고, 공유 자원을 사유화하면 해결된다는 시장주의와 정부 권력이 통제해야 한다는 통제주의가 맞서왔다.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그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이 두 논리에 대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도식화한다”며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스위스와 일본의 산림자원 관리, 스페인과 필리핀의 농사용 관개시설 관리 등의 여러 사례를 꼼꼼히 분석한 그는 “공동체의 자발적·자치적인 관리가 공유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나 시장이 아닌, 나름의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공유 자원을 관리해 온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자치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뻔한 말이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스트롬은 공동체 자치 관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근본 이유를 파고든다. 곧 ‘사용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서로 조율된 전략에 따르는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그의 연구 주제다. 무엇이 인간을 협동하게 만드는지, 그 원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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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2009 노벨 경제학상 수상 오스트롬 교수 (Weekly BIZ, 박수찬 기자, 2010.08.28 03:00)
"주민들 자율적 관리가 정부규제보다 효율적"
"英식민정부가 마사이족보다 목초지 관리 못했다"
"심각한 지구온난화 문제 국가에만 맡겨선 해결 느려…당신 사무실의 불부터 꺼라"
"수천 개의 도시가 힘 모으면 지구에 좋은 변화가 온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미국·캐나다·터키·일본의 사례 연구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 자원을 잘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부의 통제 없이 수십년, 수백년간 말이다. 요즘 많이 훼손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해주는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오스트롬 교수가 단골로 꼽는 사례는 미국 메인주 연안의 바닷가재잡이 어부들이다. 1920년대 이 지역 바닷가재 어장은 남획으로 인해 바닷가재의 씨가 말랐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어부들은 한데 모여 머리를 짜낸 끝에 바닷가재 통발을 놓는 규칙, 순서 등에 대한 자치 규율을 만들었다. 그 결과 메인주 어부들은 미국 북동부의 다른 해안과 캐나다의 바닷가재 어장이 완전히 붕괴되는 와중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흔히 인간은 단기적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모습도 많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역공동체들의 자치 관리가 정부 규제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이론이 던지는 메시지다.
―하지만 남획으로 황폐해진 많은 어장과 비교해 보면 말씀하신 바닷가재 어장의 성공 사례는 오히려 예외적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개입해 연안 어장을 보호한 사례도 있고요.
"제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건 우리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외적인 개입, 다시 말해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가 없더라도 자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 개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하수가 무분별 개발로 고갈 위기에 처하자 여러 지하수 개발업자가 위원회를 만들고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했는데, 주 정부가 나서 이들 위원회 활동을 지원한 것이 한몫했습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정부가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그 지역에 예전부터 있었던 자율적인 규칙을 살피고,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사람들은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느끼게 되고 실제 제도 역시 더 잘 운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자율적인 합의를 이루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대기 오염이나 산성비 문제처럼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정부의 규제를 통해 해결됐죠.
"네. 맞습니다. 저도 메인주 어민들이 보여준 자치적인 해결책이 만병통치약이라거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창 밖 도로를 가리키며) 저렇게 잘 닦인 도로는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야 하듯이 정부가 나설 필요도 있어요.
하지만 마찬가지로 정부 개입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영국 식민 지배 이전까지 부족 단위로 목초지를 잘 관리해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은 부족들이 운용해 오던 관리제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초지를 보호한다며 법을 만들고 행정력을 동원해 이용자 수를 제한했습니다. 그 결과는 비극이었어요. 자치 제도가 무너진 상황에서 초지를 감독할 감시 인력은 모자랐고, 영국이 시행하는 제도를 믿지 못한 사람들이 초지에 가축을 풀면서 결국 초지가 황폐화됐습니다. 이런 예는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많아요."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거나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다. 과테말라 정부보호구역의 예를 볼까요? 과테말라 정부는 불법 벌목을 막고 삼림자원을 보호한다면서 정부보호지역을 설치했습니다. 서로 인접한 지역에 보호구역 4개가 설정됐어요. 그런데 그 결과는 달랐어요. 보호구역 중 한 곳인 티칼이라는 지역은 삼림이 잘 보존됐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사회도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곳들은 오히려 불법 벌목이 심해졌고 삼림이 황폐화됐습니다. 티칼의 경우 공동체가 유지해온 자치적인 감시 노력이 작동한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먼저 나무를 베어 가려는 벌목꾼들만 몰려들었어요."
■성공적인 자치의 조건
오스트롬 교수는 1990년에 낸 《공유의 비극을 넘어·Governing the Commons》라는 책에서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성공적으로 푼 사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고 지적한다. 〈표 참조〉

―여러 특징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뭔가요?
"공유자원과 그 이용자의 범위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치적인 감시활동이 가능하고, 신뢰가 생겨납니다. 그게 없다면 비용은 아주 조금 내고 많이 가져가려는 무임 승차자들을 막을 수 없고, 결국 제도도 지속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자치적인 노력은 실패하기 쉽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스리랑카 카린디오야강(江) 관개(灌漑) 프로젝트가 예다. 강 주변 주민들은 자치적으로 물을 관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대부분의 농부가 막 새로 정착한 가난한 정착민들이어서 서로에 대한 신뢰나 토지에 대한 애착이 없고, 인종적으로 이질적이었으며, 부농(富農)들이 불법적으로 수자원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의 신뢰 수준도 다릅니다. 공유자원을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데 국가마다 차이가 있습니까?
"국가 간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더 잘 되고, 한국은 잘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국가 간의 차이라면 문화보다는 정치제도가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구소련이나 자유화 이전의 동유럽의 경우 중앙집권적인 체제 때문에 지역 수준에서 공유자원 관리를 위한 자율적인 행동이 어려웠죠."
그녀의 관점을 요약하자면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부터 지역사회까지 다중심적(polycentric)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런 관점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런 관점이 기후변화에는 어떻게 적용되나요?
"국가끼리 단일한 합의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끌수록 문제는 심각해지니까요. 따라서 지역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제도를 만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오스트롬 교수는 미국 대학 기숙사의 예를 들었다. 학생들은 난방 등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규칙을 만들고, 매달 각 동에서 쓴 에너지양을 공개함으로써 경쟁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지 않나요?
"에너지 절약을 통해 미국 건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20%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물론 기숙사 한 곳의 노력으로 당장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노력을 통해 온난화로 인한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수천 개의 도시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발적 협약을 맺고 나서면 우리는 지구에 좋은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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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경제]지구촌 파국 막는 ‘공동체 자치’ (안치용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ㅣ경향신문, 2010-09-03 21:18:45)
‘외부효과’는 요즘 학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주제다. 경제주체가 행한 행위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쉬운 예로 신발을 생산하기 위해 열심히 공장을 돌렸는데 그 부산물로 대기나 하천을 오염시킨 것을 들 수 있겠다. 외부효과가 손해로 이어지는 것을 외부비경제,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외부경제라고 하는데 통상 외부효과는 외부비경제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정상적인 삶의 주기와 무관한 지구온난화 역시 외부효과에 해당한다. 외부효과는 결과로 나타나지만 내용상으로는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다. 신발공장의 예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 대기오염에 대한 비용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그 비용을 신발값에 얹거나 기업이 부담하는 방법과, 오염물질을 그냥 대기로 내보내는 대신 그 비용을 신발값에 반영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후자에서는 과정이 좀 길기는 하지만, 싼값에 신발을 산 사람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 사회 전체로서 대기오염에 대응하게 된다. 비용이 사회로 전가되는 것이다.
하천오염 등 외부효과가 심각하다면 사회는 외부효과(비경제) 해소책을 모색하게 된다. 그동안 찾아낸 방법은 크게 정부와 시장의 두 가지이다. 재산권을 확정해주고 협상비용을 낮춰주면 시장에서 알아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견해가 대표적으로 시장해법을 지지한다. 정부해법은 크게 보면 벌금을 매기거나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영향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률적인 만큼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처럼 그 범위가 지구촌에 걸쳐 있어 시장이나 정부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은 때는 정부나 시장의 해법 모두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시장과 정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이른바 ‘공유재의 비극’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다. ‘공유재의 비극’의 널리 알려진 사례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목초지이다. 목동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양들을 풀어서 공유한 초지의 풀을 가능한 한 많이 뜯어먹게 하는 게 합리적인 행동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양들이 뜯어먹지 않으면 다른 목동의 양들이 뜯어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잉방목으로 초지가 파괴되면서 목동들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이처럼 모두가 피해를 입으며 파국적 결말에 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인간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설명한다. 오스트롬 교수는 개별 인간의 합리성이 아닌 집단적 합리성에 주목했다. 초지, 어장 등 공동의 이해가 개입된 공유자원을 집단적 합리성, 오스트롬 교수 식으로는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해 모두가 불행한 결말이 아닌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게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개인의 합리성과 개인의 합리성이 충돌할 때 냉혹하거나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인간적인 방식으로 더 많은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 신자유주의 시대에 적잖은 영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항상 ‘공유재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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