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 인터뷰 - "PD수첩 수사하듯 삼성 수사했다면…"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처음 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도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진행되는 사정을 보면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프레시안의 인터뷰 기사와 함께 이전에 네이버블로그에 담아놓았던 글들도 함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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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수사하듯 삼성 수사했다면…" (프레시안, 성현석/기자, 2008-08-04 오전 8:41:54)
[인터뷰] 김용철 변호사
김 변호사는 기자와 이야기하는 게 오랜만이라고 했다. 한때 그는 기자들에게서 하루 2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요즘 그를 찾는 기자는 거의 없다. 기자를 만나기 전, 언론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지난달 17일쯤이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이 저지른 비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지난달 16일, 몇몇 기자들이 그에게 전화를 했다. 다시 하루쯤 지났을 때, <한겨레21>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프레시안>과 만나기까지 그와 연락한 기자는 없었다고 했다.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그는 "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비리 의혹에 대해 아무리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도, 삼성을 중심으로 엮인 우리 사회의 견고한 질서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 변호사가 이런 '안정성'을 보다 생생하게 느꼈던 때는 지난달 16일이었다. 법원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제기된 비리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을 내린 날이다. 판결이 나온 직후, 김 변호사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확한 뜻은 "할 말이 너무 많은데, 해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다"에 가까울 게다.
'우리 사회 주류의 질서가 정말 튼튼하구나'라는 소감은 있다. 재벌을 중심으로 엮인 그물망이 정말 견고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런 질서는 너무 안정적이어서, 바깥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바뀌는 모양이다. 하긴, 보수적인 기존 질서가 사법 절차를 통해 바뀌는 일은 원래 잘 생기지 않는다.
법은 현실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규범적인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현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은 법의 정신이 아니다. 법은 '이상적인 당위'를 선언해야 한다. '대부분 비리를 저지르는 게 현실이니까, 봐줘야한다'라는 논리가 통하기 시작하면, 법이 제대로 설 수 없다.
애초 특검 수사 자체가 잘못됐다. 특검은 삼성화재에서 돈을 빼돌려 삼성 구조본에 넘긴 것을 확인하고도, 비자금이 없다고 했다. 또 차명자산이 나왔는데, 출처를 파헤치지는 않고 상속재산이라고 인정해 줬다. '삼성이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므로 상속재산이 맞다'라는 논리다. 이게 말이 되나.
그림 문제는 또 어떤가. 에버랜드 창고에서 값 비싼 그림이 끝없이 쏟아졌다. 그런데 목록과 가격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토록 많은 그림들을 무슨 돈으로 샀을까. 누구나 궁금해할텐데, 특검은 의혹을 덮기만 했다.
특검은 엉뚱하게 내 인간성만 트집 잡았다. 특검은 수사 권한이 없는 부분만 발표했다. 수사할 권한이 있고, 제대로 수사 했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검찰이 요즘 "우리는 개다"라고 선언했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에 광고한 업체 불매 운동을 한 누리꾼에 대해 검찰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너무 뻔한 '쇼'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것을 뻔히 알고 있을 게다. 다만 '한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조치 아니겠나. '우리,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삼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리도 외면하던 검찰이,
누구나 완벽하게 공정할 수는 없다. 다만, 힘을 가진 자들이 너무 치우쳐 있으니까 문제다. 언론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겪어보니,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어서다. 언론 문제에 관심이 생긴 뒤, 미국 언론을 살펴봤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보수적인 매체도 최소한 객관성을 잃지는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이게 언론인가' 싶다. <중앙일보>는 "중앙일보가 삼성의 위장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맞다. '위장 계열사'가 아니라 '확실한 계열사'다. 줄곧 삼성 입장을 옹호한 기사를 통해 뚜렷하게 선언한 셈이다.
한때는 하루에 기자들에게서 온 전화만 200통이 넘었다. 지금은 전혀 안 온다. 이번 인터뷰 이전에 마지막으로 전화를 받은 게 삼성 판결 직후였다. 그때도 전화가 많이 오지는 않았다. 판결 다음날부터 뚝 끊겼다. 기자들이 전화를 많이 하던 시절, "두 달 뒤에 찾아와라. 그때 편하게 이야기하자"고 종종 이야기 했다. 두 달 지나니까, 아무도 전화 안 하더라. 삼성 문제가 더 이상 사회적 관심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보수적 주류 질서의 힘 때문이다. 이런 힘이 삼성 문제를 묻어버렸다.
가진 게 많아서 보수적인 질서를 유지하려는 사람은 이해가 된다. 그 사람들은 잃을 게 많으니까, 변화를 불안해한다. 그런데 가진 게 많지 않은, 그래서 잃어버릴 것도 적은 보통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는 것은 참 이상하다. 세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건희 씨가 보유한 비자금이 어림잡아도 10조 원은 된다. 비자금이 있다는 이야기는 세금이 제대로 거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탈세가 이뤄지는 곳에 복지는 없다.
유럽처럼 의료와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려면, 세금을 제대로 거둬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세금을 뜯긴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많은 돈을 벌고,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세금을 제대로 안 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탈세에 대해 강하게 응징해야 한다.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는데도,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내겠나. 이건희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게 잘못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한 재벌의 탈세는 봐준다는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렇게 조세 정의가 사라지면,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도 사라진다. 그런데 재벌과 극소수 자산가 집단을 제외하면, 누구나 한순간에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다들 불안해하며 살아야 한다.
이건희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가벼운 잘못이 아닌 이유는 또 있다. 이번 판결은 아이들에게 '강자의 잘못은 지적해 봤자 소용없다. 그러니까 대들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이래서는 미래에 희망이 없다.
미국에서는 탈세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끝까지 쫒아가서 잡아내 처벌한다. 회계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엄격하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미국 엔론사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보라. 거의 종신형에 가까운 처벌을 받았다. 그게 선진 사회다.
하지만 한국에선 어떤가. 세금 안 내고, 장부 조작해도 큰 문제 아니라고 법원이 인정해 줬다.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세금만이 아니다. 병역도 마찬가지다. 이재용 씨는 왜 군대 안 갔나. 디스크 때문에? 허리 안 좋은 사람이 골프를 그렇게 잘 치나.
현 정부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런데 뭘 잃어버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알아야 되찾을 게 아닌가. 하긴, 과거 정부가 잃어버렸던 것을 이번 정부가 되찾은 게 있다. 검찰과 권력기관을 통치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이다. 적어도 노무현 정부는 검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권위까지 버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판받을 대목도 많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 권위를 버리는 것, 스스로 권력을 내놓는 것.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까 한순간에 뒤집어졌다. 검찰은 다시 대통령의 통치수단이 돼 버렸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없는 권위를 억지로 만들려고 한다. 사람 쓰는 데서도 드러난 것처럼 자꾸 아집만 부린다. 왜 모두들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람을 굳이 쓰려 하는가. 이렇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을수록, 정통성이 약화된다. 민주 사회에서 권력의 정통성은 시민의 지지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힘이 셀수록 책임도 크다는 것은 상식인데, 검찰을 휘두르는 권력은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해서 뭣 하나 싶기도 하다. 어차피 지도자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뽑았다. 이걸 잊으면 안 된다.
삼성에 있던 시절, 검사들에게 종종 선물을 돌리곤 했다. 솔직히 말하면, 선물을 줄 때는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았다. '내가 누군가에 뭔가를 줄 수 있구나'하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돈뭉치를 줄 때는 달랐다. 차마 도저히 못하겠더라.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때 기분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기억나는 일이 있다. 검사들에게 선물을 보내면, 가끔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그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그 검사에게 전화를 해서 '고맙다. 계속 그런 자세로 검사 생활을 하라'고 말한 적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검사들은 타락하지 않았다. 전체 검사의 5퍼센트쯤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검사들이 주로 수뇌부에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삼성 사태 겪으면서,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본다. '재벌에게 뒷돈 받으면, 언젠가는 들통 난다'하는 생각을 다들 할 것 같다. 그러니까 다들 알아서 조심하겠지.
아무래도 검찰청 근처니까, 오다가다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아예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있고, 어색하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다. 삼성 사태 거치면서, 평생 쌓은 인간관계가 다 무너졌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는 순간이다. 물론,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을 때도 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던 사람이 갑자기 웃으며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알고 보니 민변 변호사다. 나는 민변 회원도 아닌데, 나를 보고 무척 반가워한다.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으니, 임대료 내고 직원 월급 주는 일을 걱정해야 한다. 어차피 기업 사건은 안 들어올 게 뻔하다. 또 아무 사건이나 맡을 수도 없다. 그래서 사무실 운영이 좀 걱정스럽다. 만약 운영이 잘 되면, 그것도 걱정이다. "삼성 욕하고 다닌 김용철이 돈 많이 벌었다더라" 하면서 흉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겠는가. 또 운영을 못해서 사무실이 망해도 걱정이다. "조직을 배신하더니, 결국 비참한 말로를 걷는구나" 하면서,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비참한 말로'도 문제지만, 내부 고발자는 살아남지 못 한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도 문제다.
아직 머리도 녹슬지 않았고, 열심히 할 자신도 있다. 내부 고발자가 꼭 '비참한 말로'를 걷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변호사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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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비자금 첫 기사] “내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 이상 있었다” (한겨레, 2007-10-29) 2007/11/05 13:01
아래 기사는 삼성 비자금 기사에 대해 한겨레에서 처음 보도한 기사이다.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여 전문을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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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 이상 있었다” (한겨레, 김영배 기자, 2007-10-29 오전 10:57:20 기사수정 : 2007-10-29 오후 12:03:57)
[한겨레21] 삼성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 양심고백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인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 관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과 정황 증거물이 그룹 핵심 관계자에 의해 제시됐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2006년 3월 ‘전략기획실’로 개편)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10월27일 <한겨레21>과 인터뷰를 갖고 “삼성이 (자신 명의의 계좌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삼성본관 2층 소재)에 거액의 비자금을 은닉하고 있었다”며 관련 기록과 실태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문제의 계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설된 것이며, 이자소득세 납부 기록 등을 바탕으로 은닉 비자금의 규모를 50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그는 “삼성은 본인 동의없이 은행, 증권사 등에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거나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내가 입사할 때(1997년) 제출한 주민등록증 복사본과, 자기들이 임의로 만든 도장을 이용해 수시로 신규 통장을 개설하고, 해지했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상무, 법무팀장(전무급)을 거친데서 짐작할 수 있듯 삼성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삼성그룹의 핵심은 구조조정본부를 이어받은 전략기획실이며, 법무팀은 그 전략기획실의 핵으로 꼽힌다.
김 변호사는 비자금 문제 공개에 대해 “이는 폭로나 배신의 문제가 아니며 꼭 누구를 처벌해야한다는 것도 아니다”며 “다섯달 이상 고민한 끝에 삼성의 ‘사회적 기능’이 왜곡돼 있는 것을 바로 잡고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엄청난 국부를 창출한 공도 있지만 ‘시스템적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며 “‘삼성 장학생’이니 ‘삼성 돈 먹으면 뒤탈이 없다’는 식의 잘못된 전통을 깨야한다”고 말했다.
‘보안계좌’ 본인도 조회 못해
<한겨레21>은 김 변호사와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기 전 관련 기록을 미리 확보했으며, 김 변호사가 10월29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비자금 은닉 사실을 공개한다는 전언에 따라 서둘러 기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김 변호사가 제시한 첫번째 물증은 ‘2004년 10월 현재’로 찍혀있는 ‘굿모닝신한증권 도곡지점’에서 보낸 ‘주식 잔고확인 요청서’이다. ‘계좌번호: 012-01-112XX’, ‘계좌명: 김용철’로 돼 있는 이 잔고확인요청서에는 주식 26억6820만4500원어치가 남아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확인 결과 해당 주식은 삼성전자 6071주였다. 김 변호사는 “나도 모르는 삼성전자 주식이 보관돼 있다가 인출됐으며 내 명의였음에도 계좌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5월 종합소득 신고를 앞두고 삼성 쪽에 “차명 계좌를 빨리 정리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으로부터 정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듣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는 주식을 위장으로 분산해 비자금을 관리한 통로였을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추정했다.
두번째 물증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돼 있는 김 변호사 명의의 계좌이다. 이는 김 변호사의 2006년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납부 실적에서 드러났는데, 자신도 모르는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 계좌에서 무려 1억8185만4326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에 따른 소득세는 2545만9560원에 이르렀다. 물론, 김 변호사는 소득세를 납부한 사실이 없으며, 삼성 쪽에서 대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계좌를 저축예금이라고 가정해 당시 이자율(4.7%)을 적용하면, 예금액은 50억원 안팎에 이른다.
김 변호사는 10월18일 우리은행 △△지점에 확인한 결과, 이 계좌가 있는 것은 파악됐지만, ‘보안계좌’여서 계좌번호조차 조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10월24일 우리은행 OO지점을 통해 또 한 차례 계좌 조회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계좌의 존재 여부마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10월18일 계좌 조회를 한 사실이 삼성 쪽에 알려짐으로써 아예 계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도록 삼성 쪽에서 서둘러 조처한 때문이며, ‘비자금 조성용’이었음을 보여준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안 계좌’는) 계좌에 ‘시큐리티’(안전장치)를 거는 것으로, 계좌 개설을 신청한 지점에서 관리하며, 개설된 지점이 아닌 곳에서도 확인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사람들은 보안계좌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담당 관리자가 따로 있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본다”고 말했다. “계좌는 신청 서류를 받아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본인 동의없는 차명 계좌는 있을 수 없다. 위임장을 발급받아 대리인이 개설할 수 있기는 하다. 만약 차명으로 계좌를 만들었다면,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그는 또 “만약 명의가 도용당한 것이라면, 은행은 업무 취급자의 업무부주의에 대해 징계를 하게 되지만, 계좌 개설을 요청한 사람에게는 어떤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명의상의 예금주가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해야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나타났다 사라진 주식과 현금
김 변호사가 제시한 물증으로는 이 밖에도 두 가지가 더 있다.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1002-301-722068’이 그 하나다. 계좌 번호와 함께 찍혀있는 계좌의 활동 시기는 ‘2004년 8월26일~2004년 12월7일’이었다. 김 변호사는 10월18일 우리은행 △△지점에서 이 번호의 계좌는 확인했지만, 거래 내역은 조회할 수 없었다. 그는 10월24일 우리은행 OO지점에 다시 계좌 확인을 요청한 결과, 계좌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었다. 이 계좌에 대한 조회 사실 또한 삼성 쪽에 알려져 차단 조처가 내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자금세탁용’으로 추정된 네번째 물증은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1002-635-117357’이다. 계좌 개설 시기는 2007년 8월27일로 돼 있었으며, 개설 당일 17억원을 입금한 뒤 다음날 ‘삼성국공채 신매수’ 자금으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는 “올 7월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뒤 8월초 재발급받았는 데도 (내 동의없이 내 이름으로) 계좌를 신규로 개설한 것은 과거에 그룹에 제출된 내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금으로 입금한 뒤 하룻만에 빼낸 것으로 보아 ‘자금세탁용’이라고 추정했다.
김 변호사는 자신 명의의 또 다른 계좌들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물증 제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소식과 <한겨레21>의 기사화를 감지한 삼성그룹은 10월27일부터 집중적인 해명과 반박 작업에 나섰다. 이날 오후 삼성그룹 3층 기자실에서 만난 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로 돼 있는 주식보유 계좌에 대해) 전략기획실 재무팀의 고위 임원이 김용철 명의로 ‘파킹’시켜놓고(넣어두고) 제테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차명거래일 뿐,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관리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었다.
삼성그룹 쪽 “비자금 조성은 과잉해석”
하지만 만약 재테크 수단으로 차명거래를 했다면, 계좌의 실제 주인에겐 어떤 실익이 있었을까?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 기준(한해 이자소득 4천만원 이상)을 훌쩍 넘어서는 이자소득이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자금 분산으로 어떤 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계좌 외에 이자소득세를 대납한 은행 계좌들도 여럿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식 ‘파킹’시켜놓은 것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한 덩어리라고 말했다.
전략기획실의 또 다른 임원도 “개인간 거래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은) ‘카더라’(근거없는 주장)일 뿐이며, 통장 존재(에 얽힌 의문은), 100%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길가다 내가 교통사고 내면, ‘삼성의 교사’라고 할 수 있느냐? ‘오버’다”라는 말도 했다. 개인들 사이의 차명거래일 뿐인데, 당사자가 삼성 구성원들이라고 해서 삼성의 비자금 조성, 관리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건 과잉해석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오후 시간이 흐르면서 삼성 쪽의 해명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도 엿보였다. 문제성 계좌들의 실제 주인이 재무팀 고위 임원이 아니라 그룹 밖의 사람이라는 해명이 나오는가 하면 (김용철의)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옆사람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삼성은 10월28일 오후 “김용철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차명 계좌와 그 계좌를 통한 자금 거래는 회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이 ‘김 변호사와 김 변호사 주변 인물간의 사적 거래’”라며 “우리도 김 변호사 주변 인물이 김 변호사의 명의를 차용한 것으로 짐작할 뿐”이라고 밝혔다. 개인간 사적인 금융거래이므로 내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삼성은 또 “누군가가 김 변호사의 이름을 도용 또는 차용했다면 관련법에 따른 시정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는 회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 김 변호사와 김 변호사 주변 인물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고 밝혔다.
삼성 쪽의 해명과 반박을 전해들은 김용철 변호사는 “그래도 이런 사실(계좌 개설, 운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희생양’을 내세우는 상투적인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관리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개인을 내세워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내 동의도 안 받고 계좌를 개설한 ‘그 사람’(계좌의 실제 주인)이 자금 출처를 대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 쪽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선 이메일 답변에서 “정반대이다. 김 변호사는 개인 또는 그의 주변 일을 회사의 일로 확대시켜 회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제시한 물증과 증언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그에 따른 다양한 법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삼성 안팎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본인 동의 없이 계좌를 개설한 행위는 형법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 형법 제231조는 ‘사문서 위·변조’에 대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라는 엄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뚜렷해 보이며, 여기에는 해당 은행 쪽의 책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 수사로 이어져 자금의 출처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횡령이나 조세포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비자금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그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비롯한 삼성 바깥으로 퍼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김 변호사가 비자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삼성의 시스템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또 다른 불법·변칙 물증들이 제시되면서 삼성을 둘러싼 파문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최대 재벌그룹 삼성의 70년 역사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터져나온 고위직 핵심 임원 출신 인사의 ‘내부고발’은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젖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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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임직원 차명계좌, ‘X파일’로 폭로돼 (조계완 기자)
재벌의 명의신탁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탈루, 비자금 조성 등에 사용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87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뒤부터 “부정은 암이고 그것이 있으면 회사는 반드시 망한다”며, “도덕불감증, 도덕성이 결여된 기업에서 좋은 물건이 나올 수 없고 나와도 반갑지 않다”고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회장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후보 쪽에 비자금을 건넨 혐의로 1996년에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삼성은 또 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 동안 250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제공한 게 드러나 이 회장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때는 1997년 대선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 비서실장이 여야에 수백억원의 대선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회장은 무혐의 처리됐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2002년 대선에서도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이 회장이 법정에 선 이후 삼성은 비자금 조성·전달을 임원들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진다.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철저하게 뒤로 빠지는 모양을 갖춘 것이다. 1997년 및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대한 책임을 이학수 부회장이 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삼성의 경우 그룹 임원들 명의의 차명계좌를 대거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해온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안기부 X파일 대선자금 사건 당시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과 이대원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소병해 전 삼성화재 고문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개인 돈으로 민주당에 낸 단순한 후원금(3억원)”이라고 주장했지만,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의 출처가 삼성 계열사를 통해 마련된 비자금이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삼성그룹의 방계인 보광그룹은 대주주인 홍석현 회장이 1071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재벌의 명의신탁(차명계좌)은 경영권 승계와 상속·증여세 탈루를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했고, 때로는 비자금 조성에 사용돼왔다. 재벌그룹들이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인데, 김용철 변호사의 이번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차명계좌를 활용한 비자금 조성의 특징은, 벽 속에 감춰진 대형금고에 현금을 넣어놓지 않고 은행·주식계좌에 비자금을 넣어놓음으로써 겉으로 정상적인 돈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 있다. 양지에서 내놓고 돈세탁을 하는 것인데, 명의신탁은 안 걸리면 다행이고 걸려도 그때 세금을 내고 처벌을 받으면 된다는 것일까.
이번 양심고백에서 드러난 삼성의 흥미로운 비자금 조성 수법은 △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비자금이 조성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점 △때로는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를 ‘도용’해 비자금 계좌를 트기도 한다는 점 △현금보다는 차명보유 ‘주식’ 형태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현금으로 보유하면 수억원짜리 계좌가 쉽게 드러나고 은행 쪽의 특별관리 대상이 되지만, 주식으로 보유하면 은폐하기도 쉽고 주가의 등락 때문에 자금의 규모도 밝히기 어려운 점이 있다. 앞으로 차명주식 계좌의 진상을 둘러싸고 △차명 주식의 실제 소유자 △명의신탁된 원본 주식의 취득자금 원천 △명의신탁하게 된 경위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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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비자금 관련기사 2007/11/06 13:37
김용철 변호사 개인의 진술에 의해, 그리고 한겨레와 KBS, MBC가 이를 집중보도함으로써 삼성비자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어제 2차 기자회견에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나타났다는 것 외에 특이한 물증은 제시되지 않았다. 당연히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이에 민변과 참여연대가 삼성을 고발하고 나서 검찰이 수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과연 검찰을 믿을 수 있을까.
지난 일주일 동안 삼성 비자금 관련 기사는 거의 한겨레신문에서만 다루었기 때문에 분량이 적을 줄 알았더니 그 중 일부만 발췌했는데도 상당히 많다. 이렇게 나와 있는 것에 대해 삼성은 두루뭉실하게 반박하고 있지만, 글쎄다. 하지만 삼성의 본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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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 “거대권력 삼성의 엄청난 비리 확인” (한겨레, 고제규 기자, 2007-10-29 오전 11:54:59)
“범국민대책위 오늘부터 구성”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철(변호사) 삼성 전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 자신도 모르게 개설된 A은행의 계좌에 50억원대로 추정되는 현금과 주식이 들어 있었으며 이는 삼성그룹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라고 양심선언을 해 왔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기자회견에서 삼성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을 “개인의 번뇌로 처리할지,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 성찰할 것인지”를 고민한 끝에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진전의 계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개인계좌를 조회 불가는 물론, 존재 여부 자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놓은 것에 대한 방법이 없는가’라는 기자단 질의에 대해 “공개 가능성을 차단한 삼성에 의도를 물어야 한다. 삼성의 힘은 개인 명의를 차단할 정도다”라고 밝혔다.
[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삼성그룹과 검찰은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2007년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2007-10-29 오후 06:11:36)
삼성 비자금 전모 밝힐 기회…검찰 의지에 달렸다 (한겨레, 이춘재 기자, 2007-10-29 오후 10:07:03)
‘비자금 계좌 폭로’ 의미와 수사 전망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를 거쳐간 돈의 흐름을 쫓다보면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 계좌가 삼성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데 사용됐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금을 추적하면 이 돈이 어떻게 조성됐고, 어디에 쓰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삼성 쪽의 주장대로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가 회사와 무관한 삼성 임원 개인 차원의 ‘재테크용’인지도 명백히 가려질 것이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서는 삼성의 비자금 전체 규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 자금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차명계좌의 존재가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 변호사 명의의 차명계좌가 집중적으로 개설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 개설된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계좌만 확인해봐도 차명계좌의 상당 부분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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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원이 돈주며 “이자소득세 대신 내달라” (한겨레, 정석구 선임기자, 2007-10-29 오후 10:42:50)
김용철씨 명의 차명계좌들
우리은행·신한증권, 보안계좌로 분류…명의자도 ‘조회 불가’
1년 이자 1억8185만원 나와, 17억원 입금 하루만에 빠져
넉달쓰고 해지 “이자 822만원”, 삼성전자 6071주 “26억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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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역기능 임계점 달했지만 자정능력 없다” (한겨레, 고제규 기자, 2007-10-30 오전 08:55:12)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
그가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작정한 계기는 지난 9월, 법무법인 서정으로부터 받은 사직권고였다. 서정 쪽은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만나 삼성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재벌이 로펌의 인사문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하는 분노가 치밀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삼성에 다니며 고액 연봉을 받고 대우를 잘 받았다는데 왜 양심선언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당한 대우를 받았고, 내 재산을 공개하라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순기능이 많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고, 이런 역기능이 임계점에 달했지만 자정능력은 없다. 바꾸려면 삼성 밖에서 민심이나 여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돈을 요구하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의심한다. 이에 대해 그는 “돈 때문이라면 굳이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 ‘삼성에 대한 한풀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울분도 있었지만, 단지 한풀이는 아니다. 다섯 달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인으로 제대로 살려고 했지만 삼성 때문에 어그러졌다며, 그 악연을 털어놓았다. 그가 밝히는 악연은 1997년 입사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원 교육을 마치자 구조조정본부의 ㅇ아무개 전무가 ‘삼성중공업의 유령 노조 사건’을 맡으라고 했다. 당시 대법원에서 노조 설립 신고만 한 채 활동하지 않았던 삼성중공업 노조를 ‘유령노조’라고 판결해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패색이 짙자, ㅇ 전무는 상대 변호사를 회유하라고 했다. 나는 못하겠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 다니면서 양심의 갈등 때문에 2~3일씩 출근하지 않은 채 방황한 게 여러 차례였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난 투사도 뭣도 아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삼성의 긍정적인 변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나선다고 삼성이 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종교인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남아 있다. 반은 회유, 반은 협박인 메시지다. 김 변호사는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까지 ‘미친 짓을 왜 하느냐’며 전화했다. 그럴수록 나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로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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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핵심이 입 열다니…” 발칵 뒤집힌 삼성 (한겨레, 김회승 기자, 2007-10-30 오전 11:00:04)
창사 첫 내부자 폭로…그룹 수뇌부 여론파장 촉각
“삼성 조직문화서 있기 힘든 일 터져” 배신감 토로
기자회견 사전 감지 인맥 총동원 김변호사 접촉 시도
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폭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의 핵심 중의 핵심인 전직 법무팀장이 입을 연 것 자체가 충격스럽다”며 “우리 조직 문화에서 있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아내가 밖에서 내 욕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김 변호사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홍보기획팀의 한 임원은 “김 변호사가 재직 시절 100억원대의 수입을 챙겼고, 퇴직 후에는 전직 임원 예우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9월까지 3년 동안 매달 2천만원을 받아 왔다”며 “(김 변호사가) 공동 개업한 법무법인에서 밀려나고 삼성의 지원이 끊긴 뒤에 이런 폭로가 나왔는데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결심’을 막기 위해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왔다.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 사실을 감지한 직후부터 그룹 인맥을 총동원해 그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에 “삼성이 (기자회견 직전에) 검찰 시절 선후배는 물론 친분 있는 공무원까지 온갖 끈을 동원해 접촉을 시도해 왔다”고 말했다. 그룹 최고위층인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전략지원팀장)이 직접 그의 집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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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인’ 감추고 희생양 짜맞추고… (한겨레, 김회승 기자, 2007-10-31 오전 12:13:36)
삼성 차명계좌 해명 곳곳 허점…시민단체 “꼬리 자르기”
김용철 변호사 “개인돈이라면 재무팀 과장이 찾아왔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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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2002년 대선자금도 비자금서 제공” (한겨레, 이춘재 기자, 2007-10-31 오전 09:21:45)
[‘삼성 비자금 계좌’ 양심선언]
김 변호사는 지난 2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개인 명의로 정치권에 제공한 후원금은 모두 회사 비자금에서 나왔다”며 “법인 명의의 후원금이 한도를 초과하자 계열사 사장 명의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안아무개 사장 등 삼성의 전·현직 계열사 사장 3명이 민주당에 개인 명의로 억대의 후원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나머지 선거자금도 대부분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도 선거자금의 출처를 비자금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이 회장 개인돈’이라는 삼성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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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한겨레, 진행= 김영배 기자, 정리= 길윤형 기자, 2007-10-30 오후 02:24:02)
[한겨레21 인터뷰] 삼성 근무서 비자금 양심고백까지
“나쁜 말 하면 불행” 협박-“로펌 차려주마” 회유, 삼성 해악 한계…이후도 여러 얘기 할수 있을 것
삼성 임원은 퇴직하면, 퇴직 후 관리 프로그램이라고 5~7년(삼성 쪽에선 2~3년이라고 함) 동안 챙겨주는 게 있다. 주는 방식이 두 개다. 하나는 비상근 고문으로 갑근세를 떼고 직접 주는 것, 두 번째는 내가 근무하는 로펌에 자문료 형식으로 주는 것이다. 나는 로펌으로 받았다. 삼성물산, 삼성코닝 등 4개 계열사가 부가가치세를 합쳐 매달 550만원씩 내가 다니던 로펌에 지급했다. 회사가 네 개니까 받는 돈이 매달 2천만원이다.
회사(법무법인 서정) 쪽에서 ‘내가 있으면 기업 일을 못한다’고, ‘내가 있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처음에는 5월부터 두 달 쉬고 출근할 줄 알았다. 나는 옛 동료로서 의리를 지키며 조신하게 살려고 했다. 퇴사한 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인사팀 고위 임원)이 굳이 만나자고 하더니, ‘삼성을 떠나서 나쁜 말 하면 불행해진다’고 하더라. 협박이다. 집에 와 생각해보니 조직을 떠나면 개인이 이렇게 되나 싶어 서글펐다.
(삼성을 떠난 이유는 뭐였나.) 더 이상은 죽겠더라. 몸이 힘든 것은 상관없다. 2003년 말 불법 대선자금 수사할 때 대검 중수부를 접촉하게 했다. 내가 후배와 선배들에게 ‘우리 수사에 협조할 테니 첫 번째로만 맞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나름 약속을 지켜서 우리는 좀 늦게 했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벌자 (대선자금 책임자 격인) ○○○, ○○○이 사람들이 다 도망갔다. 내가 앞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로 살아야 하는데 후배, 선배들에게 사기꾼이 됐다. 이후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나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나하고는 의논을 안 했다. 부하들도 나에게 보고를 안 했고, 어디 가서 뭐하는지도 몰랐다.
(대선자금 수사 때는 어떤 역할을 했나.) 메신저였다. 내가 상사에게 들은 말은 ‘삼성이 대선자금으로 40억원을 줬다’는 것이었다. 난 상사가 나에게 거짓말하는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상사는 검찰 조사 받으러 가기 전날 전화해서 ‘너한테만 말한다. 수백억원이다’고 하더라.
나는 조직 안에서 대선자금 이런 것, 이제 털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대선 비자금이 수사를 받는 사회다. 이제 지겹지도 않나, 삼성도 털고 가자고 했다. 말로는 다 고개를 끄떡거린다. 그런데 사실은 아니다.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이 뭐라고 하냐면 ‘삼성은 준 것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그게 삼성 청사에 빛나는 전통이다’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깨뜨리자는 쪽이었다.
모든 사회가 일정 정도의 부정과 범죄를 안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삼성 문제는 비등점에 왔다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한 번은 넘어가야 할 산이 있다. 그 조직은 자기가 털고 갈 자정능력이 없다. 그러면 여론이 움직여야 한다. 가장 큰 힘은 여론의 힘이고, 언론의 힘이다. 이것을 모아야 한다.
삼성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삼성 정말 좋은 회사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그 역기능이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내게 할 일이 하나 남았다면, 삼성의 문제를 사회 공론화해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것이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말한다. 솔직히 그곳에서 나중에는 대우를 잘 받았다. 호의호식했고, 사치도 많이 해봤다. 나는 늙어서 아내 손 잡고 산책하며 살려고 했다. 그런데 가정을 잃었다. 검사 때는 애들이 나를 존경했지만, 이제는 안 한다. 그리고 그곳을 거치면서 양심을 잃었다.
막말로, 아니 역설적으로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검찰이 수사에 나서 범죄행위를 밝혔다는 뜻 아닌가.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나 메인 스트림의 부패 문제는 언젠가 꼭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좋겠는데, 나 자신이 죄인이다. 그래서 삼성에서 나를, 개인적인 흠을 잡아 공격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 삼성은 내가 일하고 월급 받은 것이나 가정사, 개인사를 왜 얘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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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의뢰 들어오면…” 이번에도 몸 사리나 (한겨레, 김남일 김경락 기자, 2007-10-31 오전 08:22:21)
[삼성 비자금 계좌 양심선언] 금감원도 “지켜본뒤 조사”미적…사제단 “2,3탄 폭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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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막강 재벌 앞에선 ‘허수아비’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07-10-31 오전 11:21:30)
삼성, 은행원 사무실 불러 비밀계좌 트고, 은행선 막강 재벌고객 위법 행위 눈감고
차명거래자 처벌조항 없어 법률적 한계
김용철 변호사가 29일 공개한 ‘삼성그룹 차명계좌 운용 실태’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이 재벌 앞에서 무력화될 수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융실명제법은 모든 금융거래는 본인 이름으로 하라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계좌 개설부터 거래, 폐쇄에 이르기까지 금융실명제법이 철저히 무시됐다. 금융회사의 자체 감사나 감독당국의 검사도 무용지물이었다.
먼저 삼성의 계좌 개설부터 명백한 불법이다. 일반 계좌의 경우 명의 신탁자의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증 사본, 위임장 등이 있으면 대리인의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보안 계좌’는 개설은 물론 거래도 계좌 명의자가 직접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에서 퇴직하기 전까지는 계좌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뿐 아니라, 퇴직 후 계좌 존재를 알고 난 뒤에는 거래 내역을 조회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도 차명 거래를 용인한 만큼 법을 위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 관계는 조사해 봐야 안다”고 전제한 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검사실은 조만간 의혹이 제기된 삼성센터지점을 상대로 자체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김 변호사의 증언을 보면,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이 은행 직원을 그룹의 특정 사무실로 불러 계좌를 개설한데다 계좌 명의자인 김 변호사에게 아무런 언급 없이 수차례 해당 계좌를 통해 금전거래를 했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우리은행이 주요 법인 고객인 삼성의 위법적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힘의 우위를 이용해 삼성그룹이 차명 거래를 태연히 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차명계좌 운용에 금융감독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정 사건이나 혐의가 있을 때는 개별 계좌 내역에 대해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검사에선 차명 거래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실명법 위반과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 해당 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져야 실체 규명에 나선다는 얘기다.
금융실명제법의 한계도 지적된다. 윤종훈 회계사는 “대법원 판례는 금융거래에 있어 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을 강하게 인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불법 자금 거래나 조세 회피 등의 수단으로 차명 거래가 만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비자금 자체의 소유권은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회계사)은 “차명 거래자에 대해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는 것도 차명 거래가 쉽게 근절되지 않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의 인감증명서나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임의로 이용했다면 사문서 위조 등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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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 비자금’ 이번엔 찾아낼까 (경향신문, 조현철 기자, 2007년 10월 31일 18:41:26)
‘떡값 리스트’ 김용철 변호사 직접 작성 (한겨레, 이춘재 기자, 2007-11-01 오전 08:21:15)
요직 검찰간부 포함…‘X파일’ 보다 믿을만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 관계자는 31일 “김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 쪽에서 내가 검찰 출신이니까 검찰을 관리해 달라고 해, 직접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며 “주로 특수부와 공안부 등 요직에 있는 검찰 간부들이 포함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사제단에 당시 삼성의 검찰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함부로 돈을 받지 않는 검사들의 자세를 고려해 고교나 고향 선후배 관계에 있는 고위 임원을 동원하고, 돈을 안 받는 검찰 간부들에게는 일류 호텔 숙박권이나 상품권, 삼성에버랜드 이용권 등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수부나 공안부 등 이른바 ‘잘나가는’ 부서의 검찰 간부가 관리 대상이었지만, 특정 지역 출신이나 장래성이 없는 간부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제단이 떡값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부 검찰 간부들은 지난 29일 사제단이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을 때 ‘삼성 떡값 리스트’ 존재 여부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떡값 리스트 공개가 검찰에 끼칠 파장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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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검찰간부 40여명에 연 10억원 ‘떡값’ 돌려” (한겨레, 이춘재 김남일 기자, 2007-11-01 오전 08:22:32)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 밝혀, 명절 때 직급 따라 500만~1천만원씩 정기적으로
노회찬의원 “정의구현사제단, 검사명단 확보 확인”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7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삼성이 구조본 차원에서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 40여명에게 추석이나 설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돈을 건넸다”며 “대략 한 번에 500만원씩 건넸는데, 검사장급은 1천만원 이상 건네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방 검찰청의 주요 간부들은 삼성 계열사에서 별도로 관리했다. 하지만 절대로 돈을 안 받는 사람도 있고, 상품권이나 호텔 숙박권 등만 받은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2003년부터 1년여 동안 삼성의 소송 사건 등의 일을 담당하는 구조본 법무팀장으로 일했다.
김 변호사는 “돈 전달에는 검찰 간부들과 학연·지연 등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인연으로 얽힌 삼성 임원들이 주로 동원된다”며 “처음에는 자기 돈을 주는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 익숙해지면 ‘사실은 회장님이 주신 돈’이라고 밝힌다”고 말했다. 또 “삼성 구조본이 검찰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억원 정도에 이른다”며 “처음에는 대개 거절하지만, 현금인데다 삼성 돈을 받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나중에는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31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 양심고백을 하는 과정에서 ‘검찰 떡값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고 말했다”며 “특히,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사제단이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상명 검찰총장은 “검찰에 (떡값 리스트) 명단이 빨리 왔으면 하는 심정이다. 기자회견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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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받는 사람에겐 호텔할인권 주면 효과 있을 것” (한겨레, 정석구 선임기자, 김회승 기자, 2007-11-03 오후 02:10:27)
‘2003년 회장 지시사항’ 보니, 삼성 각계 로비방안 이건희 회장이 지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문제의 문건은) 현재로선 처음 보는 보고서이며,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관련이 있는 부서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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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지시사항은 ‘헌법’…삼성 ‘전방위 로비’ 추정케 (한겨레, 정석구 선임기자, 2007-11-03 오후 02:00:16)
‘지시사항’ 문건 의미와 파장, “돈 안받으면…” 구체적 로비방식 충격
비판적 시민단체에도 지원 검토 언급, 고위임원만 회람…이행상황 상세 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장단 등에 지시한 것을 정리한 ‘회장 지시 사항’은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경영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대외 로비나 언론, 시민단체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등 그 주제가 다양하다. 이 가운데 로비 방식을 언급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삼성그룹의 대외 로비가 공공연한 비밀이긴 했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이를 구체적으로 지시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서 돈 안 받는 사람(추미애 등)”에게 주도록 주문했는데,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현금으로 로비를 한다는 것의 방증이다. 또 이 회장이 “엄한 검사나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로비가 어려운 상대까지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등 우리 사회 지도층 전반을 삼성이 이 회장의 지시로 ‘관리’하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그룹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까지 전방위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시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회장은 삼성에 껄끄러운 단체인 참여연대에 대해서도 몇십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했다. 이런 시민단체를 지원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비판을 누그려뜨리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 하다.
이 회장이 언론 보도 태도와 광고를 연결시킨 대목은 재벌그룹이 자본의 힘을 이용해 언론까지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준다. <한겨레>에 대한 언급만 있었지만, 재벌그룹 총수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막강한 자본과 언론의 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각 계열사의 구체적인 경영에 대한 언급도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이 주식 한 주도 없는 계열사의 세부적 경영현안까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시비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 지시 사항’은 이 회장이 자택이나 공식 회의 등에서 지시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는 “이 지시 사항은 당시 구조조정본부의 고위 임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회람되는 것”이라며 “구조본 안에서는 ‘헌법’으로 간주돼 그 이행 상황은 이 회장에게 상세히 보고된다”고 말했다.
지시 사항 중에는 이행된 것도 있고, 검토 단계에서 폐기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할인권 발행 검토’의 경우 이 회장이 지시한 뒤, 김 변호사도 호텔신라 숙박권 50여장을 회사에서 받아 지인들에게 돌렸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지원 검토’ 는 지시가 있었지만 실제로 참여연대에 돈이 지원되지는 않았다.
<언론 대응 및 여론 조성>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크랩 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것을 한겨레 쪽에 보여주고 설명해 줄 것.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 볼 것.(2003년 10월18일 도쿄)
엘지가 해외에서 덤핑을 일삼는다 하는데, 국가적으로 손해고 전부 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여론을 만들어 볼 것. 경제담당 기자나 교수를 시켜서 비교해 홍보하고 이게 얼마나 손해인지 여론을 조성해 볼 것.(2003년 12월12일 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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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 회장에 불똥 튈라 ‘곤혹’ (한겨레, 김회승 기자, 2007-11-03 오후 02:00:35)
“출처·사실여부 확인중” 신중, “일방적 주장 확산” 불만도
삼성은 지난달 29일 차명계좌가 공개되자 “김용철 변호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을 일축해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번 일로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비자금 의혹에 이어 법조계의 ‘떡값 리스트’, 이 회장의 ‘로비 지침’ 의혹 등이 고구마 줄기처럼 잇따라 불거지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배신감 또한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우리로선 즉각 확인할 수 없거나 사실이 아닌 주장이 일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김 변호사가 모든 걸 삼성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불법) 행위는 교묘히 빠져나가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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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 시작 뒤 판·검사 출신 ‘집중영입’ (한겨레, 김남일 기자, 2007-11-04 오후 02:23:31)
2003년 7월~2006년 2월 사이 법관출신 15명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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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책 대선후보 연석회의 갖자" (레디앙, 2007년 11월 04일 (일) 16:15:11 김은성 기자)
민노 "서민생존권 민주주의 위해 국민기업으로 재탄생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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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양심선언 막으려 김변호사 집 찾아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2007-11-04 오후 7:41:38)
<시사인> "이학수, 6차례 문자메시지 보내"
4일 시사주간지 <시사인>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 10월 18일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 신부를 찾아가자, 삼성이 발칵 뒤집혔다"며 다음날인 19일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이종진 전략기획실 상무 등이 양평의 김 변호사의 집과 잠실에 있는 김 변호사 전처의 집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에는 10월 19일자로 "형님 뵈러 양평집 앞에 와있습니다. 오랫만에 용안이라도 뵐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이종진"이라고 적혀있다. 또 10월 20일자로 "이학수 실장입니다. 어제밤 댁 방문했습니다. 이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만나기를 희망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남아 있다.
또 <시사인>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다음 날 삼성에서 전화를 걸어와 확인했고, <한겨레>에 근무하는 친구가 양평 집에 다녀간 것도 알고 있는 등 삼성이 김 변호사와 그의 가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다고 보도했다. 삼성 임원들이 10월 20일 이후 김 변호사를 만나기 위해 집을 찾은 것 역시 바로 전날인 19일 사제단 신부를 만난 것을 삼성 측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뿐만 아니라 <시사인>은 김 변호사의 전 부인 양 아무개 씨 역시 김 변호사가 삼성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무터 '관리와 감시'를 받고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양 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기 전 '김 변호사 부부가 삼성을 협박하고 있고 양심선언을 전후로 김 변호사의 가정사가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퍼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양 씨는 "1999년부터 김 변호사의 상관인 아무개 부사장이 내게 전화해 나를 관리하고, 감시하고, 농락했다.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그 부사장은 김 변호사를 골탕 먹이고 노골적으로 망신을 줬다. 나를 빌미로 김 변호사를 관리한 것이다.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미국으로 도망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부사장이 미국까지 전화해 나를 괴롭혔다. 결국 이혼하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 부부의 가정이 삼성으로 인해 망가졌다는 주장이다.
양 씨는 지난 9월 '성실하게 살고자 했던 남편이 삼성에 들어가 망가졌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삼성 임원과 검찰 간부에게 보냈다. 김 변호사는 이 편지를 보고서야 삼성 임원이 자신의 처를 관리했고 그가 결혼 생활을 괴로워했던 이유를 감지했다고 한다.
지난 3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후>에서는 양심선언 이후 처음으로 김용철 변호사와의 인터뷰가 TV를 통해 공개됐다. 이 인터뷰에서 김 변호사는 비자금을 이용한 로비, 불법대선자금, 에버랜드 전환사채 매각 사건 등에 대한 내용을 폭로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 변호사는 "'지방특수부도 관리를 철저히 하라'면서 '일본 어느 대기업은 동경지검장의 애첩 생활비까지 댄 사례를 들면서 섭외를 하려면 그 정도는 하라'는 말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직접 검찰과 법원 로비를 맡아 돈을 건넸다고 밝힌 김 변호사는 "그건 분명히 정기적인 뇌물이었다"며 "돈 받기 불편한 경우는 상품권, 골프채 등으로 바꾸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설, 추석 등 명절과 정기 여름휴가 정도 1년에 서너번 정도 정기적으로 검찰 간부에게는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줬고 국세청 인사에게는 단위가 더 컸다. 언론에는 10만~30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중에는 '왜 이제야 (돈을) 갖고 오냐', '나 정도면 대상이 될 것 같은데 왜 나한테는 없느냐'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며 "삼성 장학생이 돼야만 어디서든 일정한 장래가 보장된다는 신화같은 믿음이 완전히 깨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매각 사건에 대해서도 "내가 당시 법무팀장이었다"며 "애버랜드 사건의 증인과 증언이 전부 조작됐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2002년 불법대선자금은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이 아니라 삼성의 비자금에서 나온 것"이라며 2004년 검찰의 수사 내용을 뒤집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은 "김 변호사의 말은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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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삼성, 국세청 인사에 억대 떡값” (경향신문, 오창민·장관순기자, 2007년 11월 04일 23:04:51)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는 4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사건을 주도한 사람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들 대신 허태학·박노빈씨를 기소한 것은 삼성이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뇌물공여, 증거조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15개 안팎의 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는 삼성이 국세청 인사들에게 억대의 떡값을 건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삼성의 불법 로비가 검찰 외에 다른 직종과 분야에도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검사 40~80명에게 1년에 500만~2000만원)에 설이나 추석, 명절때 건넨 떡값보다 국세청 인사들에게 준 것은 ‘0’이 하나 더 붙는다”고 말했다. 그는 “떡값 명단보다는 비리구조를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변호사는 특히 “삼성에서 7년간 재직하면서 뇌물공여, 제3자 뇌물공여, 외환관리법 위반, 증거위조, 범인도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15개 정도의 죄를 지었다”며 “징역형을 받게 되더라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전달했다는 ‘떡값’이 공무원들의 직무와 관련되고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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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절자 비난 감수하고 결행”…김용철 변호사 ‘양심선언’까지 (경향, 장관순기자, 2007년 11월 04일 23:50:29)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5월부터 최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보호를 받기 전까지 경기 양평에 마련된 컨테이너박스에서 숨어지냈다고 밝혔다. 삼성의 감시가 그만큼 집요하고 두려웠다는 얘기였다. “‘남은 인생을 쓸쓸히 살다가 뒷골목에서 황폐한 최후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통해 삼성측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협박과 회유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김변호사는 칩거하면서 ‘갈등’을 거듭했다.
김변호사는 “이번 문제의 공론화를 작정했을 때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까지 가리라곤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 메이저 언론사, 시민단체 등에 얘기해봤지만 모두의 답변이 ‘불가’였고 절망감이 들었다”며 “독립운동하던 분들 심정이 이랬을까 싶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내가 누구랑 친하게 지냈는지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며 “삼성에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나의 폭로를 막으려 했다”고 전했다.
삼성의 벽이 높을수록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진정 우리 사회가 이 정도라면 ‘내 인생을 걸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하는 각오가 다져졌다”고 전했다. 아무도 삼성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를 깨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생각이었다.
김변호사는 “삼성이 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나라 살림을 좌우하는 경제규모의 삼성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순기능을 하는 중요한 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 ‘대한민국=노무현’이 아니듯 ‘삼성=이건희’여서는 안된다”며 “삼성을 이씨 일가와 동일시하는 문제 때문에 갖가지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이 굉장히 단단하고 치밀해 보이지만, 그들이 벌인 게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일단 균열이 생기면 봇물 터지듯 효과를 낼 것”이라며 “‘삼성권력’의 궤멸까지는 못가더라도,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밖에 노조 문제 등 삼성 관련 여러 문제들이 공론화된다면 내가 치를 죗값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변호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받아도 아무 탈이 없다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 돈도 위험하다’는 의식이 생기면, 사람들이 조심할 것 아니냐”며 “그러면 정·관계, 법조계 등이 달라질 것이고, 내가 기대한 방향대로 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상태로도 행복하다. 진짜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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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용철 “에버랜드 사건 李회장 최측근이 조작” (경향, 오창민·장관순기자, 2007년 11월 04일 23:10:49)
나도 이해가 안될 정도로 삼성은 이회장보다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에 대한 공격을 견디지 못한다. 이회장에 대한 비난은 상투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학수, 김인주 같은 사람들은 단순한 샐러리맨 수준이 아니다.
검사가 2000명 가까이 되는데 40이든 80이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국세청엔 검찰보다 0이 하나 더 붙는다. 언론사 간부들도 골프 많이 치더라. 삼성하고 골프치면 공만 치고 오는 거 아니지 않은가. 이로 인해 국가 시스템이 불합리한 구조로 가는 거다. 장기적으로 축적돼 2대, 3대 계속 이어지는 거고. 이거야말로 시스템 차원의 문제다. 검사 몇명이냐 이렇게 가지 말자. 비리 구조를 봐달라.
이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에 거의 대부분 참석했다. 인간적인 대우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갈 길이 다른 거고 인생이 다르다. 인간적 배신감을 느끼는 것 당연하다. 잘못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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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자신이 직접 한일을 불법이라니…” 반박 (경향, 최우규기자, 2007년 11월 04일 18:39:31)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발행됐을 즈음 김변호사는 삼성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누가 조작을 실제 주도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도 제대로 모르면서 펴는 주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당시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변호사가 ‘무죄’라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했다”며 “그게 거짓이라면 스스로 거짓말하라고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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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삼성과의 전면전’ 올인 (경향, 이용욱기자, 2007년 11월 04일 18: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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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재판’ 증거 조작됐다면 위증죄 해당 (한겨레, 이춘재 고제규 기자, 2007-11-04 오후 07: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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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명계좌 주인’ 못 밝히나 안 밝히나 (한겨레, 김회승 기자, 2007-11-05 오전 05:22:20)
“곧 공개한다” 큰소리 뒤 일주일 지나도록 감감
“법적 검토 안 끝나” 군색…검찰·금감원도 미적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은 4일 “차명계좌와 연루된 이들의 신분과 돈의 출처를 공개하려면, 구체적인 거래 과정과 내역 등 여러모로 확인할 게 많다”며 “법적으로도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체 조사와 법적 검토가 끝나지 않아 현재로선 계좌 주인과 돈 주인의 신분을 밝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런 태도는 김 변호사가 계좌를 공개한 일주일 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삼성은 지난달 29일 문제 계좌는 ‘그룹 재무담당 한 임원이 제3자 돈을 굴린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조만간 이들의 신분과 거래 내역을 밝힐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나아가 “어차피 검찰로 가면 돈의 주인과 성격은 다 밝혀질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김 변호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관련 내부자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며칠 만에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간 금융거래를 공개할 수 있는지, 우리가 고소·고발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내부 징계도 “나중 문제”라며 비켜갔다.
문제의 핵심은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차명계좌의 실체와 위법성을 가리는 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비리 물증이 나왔는데도 검찰은 여전히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며, 금융감독원은 “해당 은행의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며 버티고 있다. 검찰 수사나 금융당국의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서로 ‘핑퐁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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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검찰조사실 꾸며놓고 에버랜드 진술 짜맞춰” (한겨레, 이춘재 김회승 기자, 2007-11-05 오전 08:08:18)
김용철 변호사 주장…“헐값 CB책임 허태학·박노빈씨등에 전가”
사제단, 오늘 2차 회견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4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해 “2003년 8월 검찰 수사를 앞두고 구조본 전용의 오피스텔이 있는 태평로빌딩 26층에 검찰 조사실과 비슷한 사무실을 여럿 만들어 법무팀 소속 검찰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예상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연습을 시켰다”며 “당시 사무실은 에스원 소속 경호원을 동원해 출입구를 철저히 관리하는 등 기밀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인수 과정을 전혀 모르는 외국계 은행 출신의 김아무개 전 재무팀장을 김인주 사장의 대타로 내세웠다”며 “김 전 팀장은 그 대가로 계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팀장은 당시 검찰에서 “삼성 계열사들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한 뒤 미국 유학 중인 이재용씨에게 이를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 연락해 인수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1996년 10월 초 전환사채 발행을 결의한 이사회가 정족수 미달이었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사들 상당수가 외국에 있어 이사회가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며 “당시 회의록에 이사들의 실제 도장과 다른 도장을 찍어 증거로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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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무모한 한겨레? (한겨레, 이춘재 법조팀장, 2007-11-05 오전 11:26:36)
삼성이 대단한 건가, 한겨레가 무모한 건가
저희들은 이번 사건이 그 정도의 기사대접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지금까지 삼성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인 팩트’로 뒷받침된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핵심부서에서 근무했던 폭로자의 신분도 그렇고,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괴자금이 들어 있는 계좌번호까지 제시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만약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내 계좌에 청와대 비자금 50억원이 들어 있다’고 폭로했다면 다른 신문들은 어떻게 했겠나. 거의 10쪽에 걸쳐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이날 아침 편집국에 걸려온 한 독자의 정곡을 찌르는 지적은 평범한 일반시민들의 ‘편집 감각’이 오히려 신문기자들보다 한수 위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삼성의 역기능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경고는 김용철 변호사뿐 아니라 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로부터도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과거의 잘못이 있다면 삼성이 과감히 그 고리를 끊고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충정이 기사 속에 배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제단의 기자회견에 앞서 시중에는 저희 신문을 음해하는 갖가지 소문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한겨레가 김 변호사의 폭로 문제를 놓고 삼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거나, 광고 부담 때문에 기사화를 망설이고 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소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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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분식결산 있을수 없다” 조목조목 반박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2007-11-05 오후 0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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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용철 변호사는 'S급 인재' 아니었다" (프레시안, 김하영/기자, 2007-11-05 오후 4:36:23)
'적극 대응' 개시…진실게임 가열·인신공격성 주장도
삼성그룹은 5일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김 변호사가 그동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의 기자회견 및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 일일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이 해명자료는 총 25페이지이며 17개 항목에 이른다.
삼성은 이 자료의 모두에 "그동안 삼성은 김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최대한의 관용과 인내심을 갖고 대응을 자제해 왔다"며, 그러나 "삼성의 발전과 장래를 염려하는 사제단의 뜻을 헤아린다 하더라도, 근거없는 허위 폭로가 잇따르고 억측과 오해가 확산돼 삼성의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 및 해외 현장의 글로벌 사업 수행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이어 "무대응으로 자제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사법부 등 국가 기관의 명예와 신뢰에도 누를 끼치게 될 것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해명에 나서게 됐다"며 적극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법조계 인사 만났다면 사적 관계에서 한 일, 로비 지시 없었다"
■ "'회장 지시사항' 문건은 단순 참고 사항"
■ 이학수 부회장 김 변호사에게 6차례 '만나자' 문자메시지
■ "김용철 변호사 'S급 인재' 아니었다"
다음은 삼성그룹에서 발표한 참고자료 전문이다.
☞김용철 변호사 주장에 대한 삼성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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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깃털, 재경부-국세청 돈먹는 하마 (레디앙, 2007년 11월 05일 (월) 16:14:43 김은성 기자)
김용철 변호사 폭로 "현직 검찰 최고 수뇌부도 삼성 돈 받아"
김 변호사는 "이해 관계가 얽힌 재경부 국세청은 그 비자금의 규모가 더 크며 삼성을 위해 국정원, 청와대, 검찰이 움직이고 심지어는 삼성에 적대적인 시민단체마저도 그 회의록이 실시간으로 보고된다"면서 "법무팀장을 맡은 내가 중심이 돼 삼성이 돈과 힘으로 신성한 법조계와 나라를 오염시키게 했으며, 공범으로서 나 또한 처벌받아야 할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비자금 차명계좌를 가진 삼성 임원들의 리스트 일부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재용씨의 재산 축적 불법 과정이 담긴 삼성의 내부 문건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변호사는 또 에버랜드 전환 사채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사건은 96년 말에 일어났는데, 제가 97년 8월에 입사해 입사하기 전에 다 벌어진 일이었다. 에버랜드 수사를 받을 때 수사에 대응하는 진술 등을 법무팀 변호사를 지휘하며 업무 분담하는 역할을 내가 했다"면서 "상고심에 계류 중인 사건이므로 추후에 상세하게 밝힐 기회가 올 것이며 많은 진술과 증거들이 조작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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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보도를 보면서 2007/11/06 23:18
역시 삼성의 힘은 대단했다. 한겨레를 빼놓고는 다 침묵시킬 수 있었다니...
삼성비자금 문제에 대해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여 궁금증을 자아냈던 경향신문이 뒤늦게, 그래도 다른 신문들보다는 앞서서 이 문제를 메인으로 전면화했다. 삼성의 광고 때문이었을까,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방송에서 이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고, 5일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 2차 폭로를 하기로 해서였을까. 아무튼 뒤늦게나마 이를 부각시켜 주어서 다행이다.
요약글에 언론의 보도양태를 다룬 기사를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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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삼성의 힘! (한겨레, 김병수 논설위원실장, 2007-11-01 오후 06:16:11)
삼성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는 뿌듯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그러나 한발짝 물러서면 또하나의 삼성이 있다. 권력집단이자 거대한 성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행정·사법·경제 등 곳곳에 영향을 끼친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이젠 전혀 귀에 설지 않다.
삼성 때문에 정책이 굴절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다. 예컨대 금융 계열사 보유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한 ‘금산법 개정’ 논란이 수년간 이어진 건 삼성 때문이었다. 법 개정으로 실질적 영향을 받을 곳은 금융사를 고리로 그룹을 지배하는 삼성뿐이었다. 생명보험회사 상장 문제가 20년 가까이 해결되지 못했던 것도 삼성생명이 걸려서였다. 금융감독원의 담당 임원이 좌절을 느끼고 사퇴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현 한국금융연구원장)씨는 2005년 이런 말을 했다. “특정 거대 재벌그룹의 과도한 영향력으로 금융산업에서 원칙과 법치가 흔들려 금융 선진화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거대 재벌은 삼성을 지칭한다.
참여연대가 낸 ‘견제받지 않는 권력, 삼성을 말한다’(삼성보고서)는, 삼성이 어떻게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지 한 단면을 보여줬다. 임원으로 있거나 사외이사·재단이사 등으로 ‘삼성맨’화한 관료들만 2005년 현재 100여명에 이른다. 학계 87명, 법조계 59명, 언론계 27명의 전·현직도 삼성에 발을 담고 있다. 이들은 삼성으로 간 뒤에도 ‘선배-후배’ ‘형-아우’ 하며 옛 둥지와 끈을 이어간다. 참여연대는 “삼성이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을 넘어서 그것을 아예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이런 진단이 과할 수는 있으나, 삼성이 평소 관리하고 있는 인맥을 통해 정책로비를 하고, 불법·편법 행위에 대한 방패를 쌓고 있다는 것만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삼성의 힘은 곧 총수 일가의 힘으로 여겨지지만, 이제는 그렇게만 보이지도 않는다. 삼성을 움직이는 그룹 핵심조직과 삼성 안에 있는 핵심 경영층 자체가 하나의 권력집단화한 모습도 보인다. 그 성 안에서 은밀히 이뤄져온 일이 일부 세상으로 나왔다. 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돈이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로 은밀히 관리돼 왔다고 폭로했다. 삼성의 비자금 관리실태가 밝혀질 수도 있는 ‘메가톤급’ 폭로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정기적으로 ‘떡값’을 돌리며 검찰 고위간부들을 관리해 왔다고도 했다.
이제 삼성은 발가벗겨지는가. 그렇지 않다. 어떻게든 작은 상처만 입고 봉합할 게다. 검찰도 국회도 시늉은 하겠지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삼성 파헤치기에 적극 나서리라곤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은 어떨까. 김 변호사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 차명계좌’를 폭로한 게 언론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보자. <경향신문>이 2면에 4단으로 그나마 제법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12면 3단, <동아일보> 12면 2단, <중앙일보> 10면 2단. <한국일보> 7면 3단으로 손바닥만 하게 다뤘다.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그것도 ‘논란’ 또는 그런 주장이 있다는 정도다. 기사 가치 판단이야 각사가 하는 것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 쪽은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잘 막았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삼성은 1면을 비롯해 여러 면에 걸쳐 크게 보도한 한겨레를 ‘꼴통’ 신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삼성한테 끝내 약이 될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썩는다. 무엇이 국가뿐 아니라 삼성의 장래에 진짜 약이 될지, 우리도 삼성도 진정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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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프리즘]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회 (한겨레,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2007-11-06 오후 06:56:59)
진실이 드러나길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있다. 그런 세력의 한가운데 ‘삼성’, 정확히 말하면 삼성그룹을 총괄 조정하는 전략기획실의 핵심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막강한 금권을 이용해 우리 사회의 힘있는 지도층을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만들어 간다. 이제 그 왕국은 국가기관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굳건해졌고, 대를 이어 계승할 터전을 마련해 가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강고한 왕국을 만들어가는 데 공조하거나 방조하는 집단은 광범위하다. 정치권이나 행정·사법부, 언론 등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망라된다. 이번에 그 왕국의 은밀한 내부가 드러나려 하자 삼성의 우호세력들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판도라의 상자’를 닫으려고 발벗고 나섰다. 현직 장관이 나서는가 하면, 어느 재야 인사는 자신도 삼성의 ‘관리 대상’이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삼성이 광범위한 우호세력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원천은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다. 비자금은 현금이나 채권 등으로 보관되거나 전·현직 임직원의 차명계좌 등에 숨겨져 있다. 삼성은 비자금 차명계좌의 존재를 부정하지만 그 실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차명계좌의 실체를 인정하는 전직 임원들의 증언도 대기하고 있다.
양심고백을 통해 삼성의 비리를 공개한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은 간명하다. 삼성이 자신의 왕국을 불법과 편법을 통해 대대손손 계승하고자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부패시키고 있으며, 그 원천이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것. 그래서 부패 구조의 원천인 비자금의 실체를 공개해 부패 고리를 끊자고 우리 사회에 제안을 한 것이다.
예상했던 것이긴 하지만 삼성의 저항은 강렬하다. 김 변호사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며 그를 ‘배신자’로 몰아붙인다.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비자금 차명계좌도 전면 부인한다. 삼성 핵심 조직의 법무팀장까지 했던 이를 정신병자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게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삼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사회 전반의 반응도 문제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살다가 이제 와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특정 지역 출신이어서 그렇다는 ‘천형의 칼’을 씌우기도 한다. 삼성한테서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은 이들의 반응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과 관계없는 일반 국민들의 태도가 이렇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서 찾을 것인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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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왕국의 언론 지배, 여기까지 왔다 (미디어오늘, 2007년 10월 31일 (수) 07:49:22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매경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합리적으로 무시하자"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핵폭탄급 양심선언은 언론에 '진실게임'이나 '논란' 정도로 소개되다가 이틀 만에 아예 지면에서 사라지고 있다. 31일 전국단위 일간지 가운데 비자금 사건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 그리고 매일경제가 전부다.
31일 매일경제 6면에 실린 데스크칼럼 <불편한 진실, 불량한 폭로>는 그야말로 왜곡과 궤변 덩어리다. 언론의 자본 종속이 어디까지 왔는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동주 사회부장의 글이다. 좀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비자금 기사, 한겨레 경향 조선 매경 뿐
이 부장은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등록을 회피하려 요리조리 꼼수를 쓰고 부자들이 어떻게든 가진 걸 감추려 든다 해서 나무랄 일만은 아닌 듯하다"고 글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애꿎은 테레사 수녀를 끌어들인다. "평생을 '빈자(貧者)의 어머니'로 살았던 성녀 테레사조차도 지갑 좀 보여달라 했다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할 정도다.
고위 공직자들이 재산 등록을 회피하려 꼼수를 쓰는 건 그 재산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자들이 가진 걸 감추려 드는 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부장은 "나무랄 일만은 아닌 듯하다"고 두둔한다.
테레사 수녀에게 지갑을 보여 달라고 했으면 아마도 그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가난을 드러냈을 것이다. 가진 것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과 물욕을 초월했던 테레사 수녀를 비교하는 이런 억측은 그를 모욕하는 것이다.
"진실게임 때문에 난장판 됐다"
이 부장은 "요즘 우리 주변에는 진실게임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꼬리를 무는 폭로와 해명 속에 한국 사회는 온통 난장판이 됐다"고 적고 있다.
"'폭로의 귀재'들이 득실대는 정치권에서 상대방 대권후보의 과오를 진실게임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5년 전과 흡사하다. 국정감사는 난데없는 국회의원 향응접대 파문으로 엉뚱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도 만만찮다.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에 이어 국세청장 상납의혹이 불거지면서 검찰과 국세청은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 끝장토론식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에서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낼 호사를 누리다 퇴직한 법조 출신 임원이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는가 하면, 대학 총장 부인이 편입학 대가성 돈을 받았다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을 둘러싼 의혹을 진실게임으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를 두고 난장판이 됐다고 개탄하는 건 도둑 잡으라고 외쳤더니 시끄럽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심지어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폭로 전문가'로 매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폭로의 유혹에 이끌리기 딱 좋은 철이다. 정권은 임기 말에 접어들어 휘청거리고, 대선은 코앞에 와 있고, 사회기강은 풀어질 대로 풀어져 있으니 폭로 전문가들에겐 이때다 싶을 것이다."
이 부장은 진실과 관련해 흔하게 생기는 세 가지 오류를 정리했다. 행간을 살펴보자.
"첫째, 사람들은 사실(facts)과 진실(truth)을 쉽게 혼동한다. 사실은 한 개 행위만으로 성립하지만 그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반복과 누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느 하룻밤에 달이 뜨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달이 사라졌다고 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주장이다."
누구도 김 변호사가 제기된 의혹을 진실로 혼동하지 않는다. 진실로 받아들여지려면 반복과 누적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장은 진실이 아니라 주장일 뿐이라고 깎아 내리고 있다.
"자기 침실에 CCTV 설치할 용기 없으면 떠벌리지 마라"
"둘째, 모든 진실은 공개되는 것이 옳다는 착각이다. 신정아씨 누드사진이 각계 반발을 초래한 것처럼 진실에는 공개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자기 침실과 욕실에 CCTV를 설치할 용기가 없다면 진실을 모조리 다 밝히라고 떠벌리길 삼가야 한다."
삼성 비자금 의혹은 공개할 가치가 없는 의혹인가. 국내 최대의 재벌 대기업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침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이게 도대체 언론이 할 소리인가. 침실에 CCTV를 설치할 용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말인가.
"셋째, 진실은 누구 입에서든 나올 수 있다는 오해다. 진실성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가치 있는 진실은 김대업 사건처럼 동네방네 시끄러운 입에서 나오기보다 오히려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처럼 송구스럽게 다가온다."
이 부장은 김 변호사를 김대업씨와 같은 사람으로 놓고 진실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단정짓는다. 그래서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은 가치 없는 진실이라는 이야기다. 의혹은 이제 막 제기됐을 뿐인데 이 부장은 무슨 근거로 가치 없는 진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궤변은 계속 이어진다. 이 부장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 "우리 모두가 관음증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아가씨 치맛자락을 허락 없이 들춰보는 듯한 재미에 빠져 어느 것이 가치 있는 진실이고, 어느 것이 묻어 둘 진실인지를 혼동해선 안 된다"는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기도 한다.
의혹을 폭로하는 것과 젊은 아가씨 치맛자락을 들춰보는 것이 같은가. 삼성의 비자금 의혹은 과연 묻어둬야 할 진실인가. 이 부장의 진의는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치맛자락 들춰보는 듯한 재미에 빠져 있다"
"때론 사회의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사는 곳엔 '합리적 무시'가 필요하다. 도무지 양보와 인내를 모르는 폭로꾼들이야말로 사회를 위협하는 '한국판 탈레반'이라고 나는 폭로한다."
매경은 진실을 가리는 데 관심이 없다.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합리적으로 무시하자는 이야기다. 양보하고 인내하자는 이야기다. 폭로가 사회를 위협한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 언론의 참담한 현주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칼럼이 버젓이 전국단위 일간신문에 실린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경제지들의 반응도 놀랍다. 서울경제 등은 아예 노골적으로 삼성전자 찬가를 부르고 있다. 때가 때인만큼 화제를 돌리려는 물타기 또는 연막작전일 수도 있고 적극적인 지지 표명일 수도 있다. 삼성의 언론 지배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제지들은 광고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재벌 대기업의 의혹을 무작정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언론이라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자의식조차도 없다.
비자금 의혹에는 침묵…오찬 간담회 소식으로 도배
서울경제는 1면 <삼성전자 "2012년 매출 120조">에서 언론사 증권담당 데스크와 함께 한 오찬 간담회 소식을 전하고 있다. 비자금 관련 언급은 단 한 줄도 없다. 서울경제는 1면에 이어 3면을 통째로 털어 삼성전자의 '6대 신성장 엔진 육성' 계획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너무 저평가>라는 주우식 부사장의 인터뷰를 따로 싣기도 했다. 오찬 간담회 관련 기사치고는 비중이 지나치게 큰 데다 딱히 새로운 내용도 없다.
머니투데이도 1면과 3면에 걸쳐 삼성전자의 해외 M&A와 간담회 소식을 전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3면 <삼성전자 "5년 뒤 매출 150조">에서 주우식 부사장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 신청을 해놓았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도 비자금 관련 언급은 단 한 줄 없다.
한국경제도 1면과 17면에 걸쳐 같은 소식을 다루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1면에 <삼성전자 500만화소 폰 글로벌 론칭> 사진을 내걸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처럼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침묵의 카르텔…검찰과 금감위도 미적미적
한겨레는 30일에 이어 31일도 1면과 3면, 4면에 걸쳐 삼성 비자금 의혹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겨레는 4면, <"삼성, 2002년 대선자금도 비자금서 제공">에서 "지난 대선 때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개인 명의로 정치권에 제공한 후원금은 모두 회사 비자금에서 나왔다"는 김 변호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착수하지만 먼저 나서지는 않는다"는 입장이고 권혁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도 "일정 정도 사실 관계가 드러나야 검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수사 의뢰를 하는 순간 삼성의 각본대로 김용철 개인의 문제로 끝날 수 있다"며 "당분간 검찰과 삼성의 대응을 지켜보며 2, 3탄 폭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사설 <삼성의 이상한 비자금 이야기>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당초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조선은 "재무담당 임원이 회사와 관계도 없는 외부인의 재테크를 도와주기 위해 동료 임원의 이름까지 빌려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삼성의 주장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비밀계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이런 협조를 받을 수 있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상황을 명확히 정리했다. 분명한 것은 김 변호사의 명의로 차명계좌가 개설됐고 출처가 불분명한 거금이 이 계좌로 입출금됐다는 것이다. 경향은 금융실명제 위반과 사문서 위조는 물론이고 "횡령과 조세포탈의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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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삼성의 가족으로 남을 것인가" (미디어오늘, 2007년 11월 01일 (목) 10:18:30 조현호 기자)
언론노조 기자협회 성명 "정부엔 알권리 외치다, 삼성엔 꼬리내린 언론"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보도를 외면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알 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이냐"며 적극적인 취재 보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31일 낸 '언론은 삼성가족을 자처하는가'라는 성명에서 "한겨레를 제외한 언론사는 이 사안을 축소 보도하기에 급급했고 그마저도 진실 규명보다는 김 변호사와 삼성 간 공방 수준으로 보도하면서 본질을 호도했다"며 "정치권력을 향해선 막말까지 쏟아내며 비장한 비판자 행세를 해온 언론들이 재벌 삼성을 향해선 입을 쏙 닫아버린 처사를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언론들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은근 슬쩍 비껴가려 한다면 재벌에 대한 아첨을 넘어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권력 감시를 위해 정부의 취재 지원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던 대한민국 언론의 사명감이 고작 이 수준이었단 말인가"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는 "모든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즉각 삼성 비자금 조성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취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정의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삼성의 가족으로 남을 것인가?"라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삼성 비자금 보도태도를 두고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 정도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며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조처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몇몇 언론사들은 ‘경제권력’ 앞에서는 꼬리 내린 강아지 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협은 "삼성 불법 비자금 계좌 사건은 ‘세게’ 취재하고 ‘크게’ 보도해야 한다"며 "그것이 언론의 기본이다. 지금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때다. 그것만이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한국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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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본관엔 기자실 없나? 왜 보도를 못하지? (한겨레,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구본권 기자, 2007-11-01 오후 09:39:50)
언론들 ‘삼성 비자금’ 보도 ‘외면’에 누리꾼 ‘질타’
기자협회는 “돼지대신 ‘배고픈 소크라테스’되자” 동료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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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 한다.’
한국기자협회가 한국 신문을 뼈아프게 질책했다. 기자협회는 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언론사들이 ‘삼성 비자금’ 앞에서 '꼬리 내린 강아지'이자 ‘배부른 돼지’ 꼴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10월29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내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 있었다”는 양심고백을 기자회견을 열어 전달했다. 사제단은 상세한 보도자료와 함께 김 변호사가 공개한 자신 명의의 차명계좌 4개 거래내역 사본을 공개했다. 이튿날 모든 신문의 머릿기사가 될 뉴스였지만, 한국 대다수 신문은 ‘침묵’했다.
29일 석간과 30일치 전국 단위 일간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는 모두 26건이었다. <한겨레>가 12건이고 <문화일보>가 2건, 나머지 조중동과 <매경>·<한경>을 비롯해 12개 일간지들은 모두 1건씩이었다. <머니투데이> 등 4개 경제지들은 관련기사를 1건도 싣지 않았다.
‘삼성 비자금’ 보도에 침묵한 언론에 누리꾼 “검색어 순위 올리기 합시다” 제안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를 다룬 기사의 총면적은 <한겨레>가 6918.5㎠, 조중동이 각각 191.5㎠, 148.5㎠, 218.8㎠였다. ‘판도라의 상자’ 뚜껑이 열린 ‘삼성 비자금’ 뉴스는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을 통해 계속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 신문 대다수는 30일치의 1단~2단 기사로 ‘끝’이었다. 국민을 대리한 ‘알 권리’를 그토록 금과옥조로 내세우던, 보수언론들은 이후로 ‘침묵’을 이어갔다.
누리꾼들이 이를 못참고 행동에 나섰다. 한 블로거(arexi.egloos.com)는 “검색어순위 올리기합시다! 이 기사를 읽고 뭔가 분노가 느껴지시면 각 포탈에 가서 삼성, 삼성 차명계좌, 김용철 등 관련 검색어를 넣어주세요!”라며, 신문이 무시하는 삼성 비자금 사건을 이슈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지낸 백병규 미디어평론가는 지난 30일 <오마이뉴스>에 ‘백병규의 미디어워치’를 통해, 그동안 알권리와 언론자유 수호를 외쳐온 언론인들을 비판했다. 백병규씨는 “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 조치 등에 대해 언론탄압이라며 한국언론사상 두 번째로 모임을 갖고 '언론자유 수호'를 외쳤던 신문·방송 편집국장과 보도국장들은 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그렇게 외친 분들이 어떻게 신문을 이렇게 편집하고 방송 보도를 이렇게 편성할 수 있을까”라며 “신정아의 '누드'까지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서비스했던 그 신문의 서비스 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출장 나갔나”라고 질타했다.
백씨는 “정부의 기사송고실 통폐합에 맞서 투쟁까지 불사하던 기자들은 어디에 가 있는가”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위해 기자들이 떨쳐 일어나야 할 일이 아닌가. 지금 언론자유를 위해 탄핵할 자들은 누구인가”라고 되물었다.
‘삼성 비자금’에 대해 ‘침묵보도’하는 신문들의 행태에 주요 언론단체들은 마침내 자신들을 질타하고, 동료들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들이 삼성 비자금에 대해 축소보도하고 침묵하는 상황을 ‘기자실’이 없어 국민 알권리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해온, ‘기자실 방어논리’를 되돌려줬다. “삼성 본관에 기자실 만들어주면 되겠네요”(독자) 이 블로거는 잘못 알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 본관에는 ‘훌륭한’ 기자실이 있어왔다. 언론이 삼성 본관에 기자실이 없는 까닭에, ‘삼성 비자금’ 기사를 못쓴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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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도' 한겨레 끌고, 방송 밀고 (미디어오늘, 2007년 11월 03일 (토) 09:31:07 김종화 기자)
2일 KBS, 추미애 전 의원 증언 공개…MBC·SBS도 계속 보도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사들의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보도가 비교적 잠잠한 가운데 KBS와 MBC, SBS 등 방송사들은 관련 보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S는 지난 2일 <추미애 "삼성 선거자금 제의 받은 적 있다"> 기사에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전 의원이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의 받은 적이 있다고 직접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지난 1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그룹 간부들에게 로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침을 내렸고 이를 증명할 문건을 다음 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신부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추미애 전 의원처럼 돈을 안 받는 사람은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2일 추 전 의원이 KBS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사실을 직접 말한 것이다.
추 전 의원은 "선거 무렵인데 (삼성에서) 도와주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러지 마시라고 심부름 오신 분한테 돌려드리고 그렇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라며 금품 제의를 실제로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추 전 의원은 또한 "제의를 받은 시점은 2004년 이전으로 상당한 액수였으며, 구체적인 시점과 액수 등은 나중에 적절한 때에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성그룹 쪽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 파악된 것이 없다. 그룹의 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는 "추 전 의원의 증언을 미루어 볼 때 삼성이 다수의 정치인에게 돈을 건넸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어 삼성의 비자금 의혹 파문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뉴스를 2일 밤 <뉴스9> 9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MBC도 같은 날 밤 <뉴스데스크> 등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에버랜드 재판 증인 조작' 폭로를 전했다. MBC는 "삼성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2년 1월 특수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를 전무급 법무팀장으로 기용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바로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건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법증여를 주도한 이학수 부회장을 대신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이 죄를 뒤집어쓰도록 말을 맞췄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MBC는 <뉴스데스크> 10번째 꼭지로 이 소식을 전한 데 이어 이튿날 아침 <뉴스투데이> 등에서도 관련뉴스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삼성그룹 쪽은 MBC 취재진에게는 "법적 대응을 하는 게 김 변호사의 작전에 말려드는 것인 만큼, 현재로선 소송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BS도 2일 밤 <8뉴스>에서 "김 변호사는 삼성이 거액을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이를 확인한 뒤 김 변호사를 신뢰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이종왕 법무실장은 "김 변호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계속돼, 이학수 부회장이 한 번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겨레는 3일자 1면에서 이건희 회장이 정치인과 판검사 등을 상대로 한 로비를 지시한 내용이 담긴 삼성그룹 내부문건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문건에는 또 이 회장이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광고 조정을 검토하고, 시민단체를 '우회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돈 안 받는 사람으로 추미애 전 의원을 예로 들며, KBS의 추 전 의원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5면 한 면을 털어 관련내용을 상세히 전했으며, 김용철 변호사는 현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2일 오후 이 문건의 실체에 대한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해당 부서 등을 통해 출처와 사실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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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일간 삼성 비자금 기사 비중 분석 (미디어오늘, 2007년 11월 06일 (화) 13:34:29 이정환 기자)
침묵하던 언론, 5일 2차 기자회견 전후 기사 '봇물'… 전면 이슈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일주일이 지났다. 폭로가 계속되면서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문건이 공개되고 검찰 수사가 기정사실화 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 지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언론들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간 삼성 비자금 관련 언론보도 추이를 살펴봤다.
▲ 신문별 기사 면적 비중. (10월29일부터 11월6일 조간까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첫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달 29일 석간과 다음 날인 30일 조간, 전국 단위 일간지에 실린 기사는 모두 27건이었다. 한겨레가 12건을 썼고 나머지 일간지들은 1~2건으로 단순히 사제단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그쳤고 사회면에 실린 경우도 많았다. 다음 날부터 기사 수는 급감, 20건 미만을 맴돌았고 그나마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가 여러 분석 기사를 쏟아내며 비중있게 다뤘을 뿐 다른 신문들은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침묵했다.
▲ 날짜별 삼성 비자금 기사 보도 추이. (파란 선이 기사 개수 - 오른쪽 축. 빨간 선은 기사 면적 - 왼쪽 축) (10월29일은 석간 기준)
천주교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던 5일에는 다시 기사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5일에는 28건, 기자회견 다음날인 6일에는 67건으로 늘어났다. 경제지들은 지난 1주일 동안 40건의 기사를 썼는데 이 가운데 31건이 5일과 6일에 집중됐다. 기사의 논조와 방향이 천차만별인만큼 기사의 분량과 비중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그만큼 삼성 비자금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는 반증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소극적인 태도가 눈길을 끈다.
신문별로는 한겨레가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향신문이 18건, 조선일보가 14건, 서울신문과 한국일보가 각각 10건씩이었다. 기사 면적 역시 한겨레가 19141.6㎠으로 단연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이 각각 6935.2㎠와 6546.2㎠의 지면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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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을 저지한 청와대의 힘과 논리 2007/11/17 15:21
삼성특검법에 대한 입장 표명을 보면 그 본질을 알 수 있다. 경제5단체도 그렇고, 노무현 정권과 청와대, 대통합민주신당이 그러하다. 특히 공수처을 운운하면서 삼성특검법을 반대하는 청와대의 괘변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최근의 삼성 비자금과 관련된 글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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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경제 걱정하는 자들이 경제근간 무너트리는 범죄를 옹호하는가?” (민주노동당 노회찬의원실 보도자료, 07-11-16 11:50)
노회찬, “이건희 회장의 나라경제 파괴행위를 특검법 도입으로 단죄해야”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 삼성비자금 특별대책본부장)은 16일 경제5단체의 삼성특검법 반대입장 표명에 대해 “나라경제 걱정하는 자들이 나라경제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를 옹호하는가? 나라경제를 망치는 것은 특검법이 아니라 이건희 총수의 불법적인 떡값뇌물과 경영권세습, 비자금 조성이다”고 반박하면서, “반드시 특검법을 도입해 이건희 회장의 나라경제 파괴행위를 바로잡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경제5단체가 삼성특검법 반대이유로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 ▲기업과 국가경제에 미칠 피해 심각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 등을 꼽은 것에 대해서도 노의원은 조목조목 비판했다. “▲삼성 내부문서는 물론 삼성비자금 차명계좌번호까지 드러났는데도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으로 폄하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정몽구, 최태원, 박용성 회장이 법정에 설 때도 국가경제는 탄탄했으며, ▲도대체 대선과 기업비리사건 수사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 노의원의 주장.
노의원은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성 두산그룹회장 등이 죄질 나쁜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경제5단체는 청와대에 사면복권을 요구했다”고 지적하면서, “나라경제는 아랑곳 않고 오직 재벌총수 이익만 추구하는 경제5단체의 못된 버릇을 고쳐놓아야만 나라경제도 바로설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노의원은 “특히 이건희 회장은 ‘반성’할 줄 모르는 상습범죄자다. 노태우비자금 250억원으로 징역2년 집행유예2년을 판결 받은 뒤, 97년 10월3일 경제계의 강력한 요구로 사면복권 됐다. 그런데 사면복권 되는 그 시기 불법대선자금 제공 및 검사들에 대한 떡값로비 등의 범죄행위를 저질렀음이 안기부X파일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2005년 안기부X파일이 세상에 드러난 후에도 정치권 공무원 법조계에 대한 떡값로비,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조성, 불법적 경영권세습을 저지른 의혹이 불거진 만큼, 경제5단체가 진정으로 나라경제를 걱정한다면 ‘삼성특검법을 도입하고 이건희 회장을 소환하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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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삼성 앞에 결백하다면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실 2007.11.16-4 논평)
심상정의원 “거부권 운운 보다 특검 조사를 자처하길 권한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당 대선 공동선대위원장, 당 삼성비자금특별대책본부 공동본부장)은 16일 청와대가 삼성특검 거부권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논평을 내고 “청와대가 특검법에 딴죽 걸면 걸수록, 대통령과 삼성이 뭔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은 더 쌓여 갈 뿐”이라며 “대통령이 삼성 앞에 결백하다면 특검 거부권 운운하기 보다 오히려 특검 조사를 자처해서 비리의혹을 부인하며 진실규명을 거부하는 이명박 후보 등 유력 정치인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이길 권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공수처법 통과 요구에 대해 심의원은 “공수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가청렴위원장 산하 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독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아울러 기소권을 갖지 못한 불완전한 수사기관”이라고 지적하고, “삼성 비자금 사건에 비춰 보면, 국가청렴위원장 역시 삼성의 로비 대상이었음이 증언되었다는 점도 공수처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청와대가 공수처 도입에 연계시켜 삼성특검법을 거부하려는 것도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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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삼성 하수인 국민이 심판" (미디어오늘, 2007년 11월 14일 (수) 14:45:21 조현호 기자)
'삼성-정검언동맹' 토론회 참석자들 '언론' '삼성' 집중 성토 "삼성 해체없인 경제민주화 어려워"
"삼성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전개하자"(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삼성왕국 해체의 상징은 이건희의 구속이다…현 정부는 삼성과 연합정부이다"(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삼성 하수인 노릇을 하는 언론인을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이상호 MBC 기자)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삼성과 정·검·언 동맹을 바로본다'는 토론회는 삼성과 언론 검찰을 비난하는 성토장이었다.
삼성-정검언 토론회, 삼성 언론 성토 분위기
발제에 나선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발제문 '삼성·이건희 가벌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지배하는가?'를 통해 "신문시장에서 족벌신문들이 무차별적으로 무가지·경품을 뿌려대는 것을 공정위 등 정부당국이 왜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단속하게 되면 가장 피해보는 신문이 중앙일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전 위원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뷰, 이후 주미대사 발탁 등 참여정부와 중앙일보의 관계를 제시했고,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삼성을 사수하거나 사보역할을 했고, 홍석현의 정치야망을 달성시키기 위한 도구였다"고 혹평했다.
신 전 위원장은 "우리나라와 경제는 삼성의 볼모가 돼있다. 여기서 구해야 한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한) 진상규명은 피해갈 수 없다. 이 상황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라며 "삼성 문제의 합리적 해결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학림 전 위원장 "현 정부 신문시장 교란 제대로 단속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때문"
안기부 X파일을 폭로했던 MBC 이상호 기자는 미리 작성해 들고온 '삼성 비자금 사건 양심선언한 김용철 변호사께 드리는 글'을 읽었다. 특히 언론사 내의 삼성 하수인에 대해 자사에 해당하는 사람의 실례를 들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과 언론 토론회에 나와 삼성이 어떻게 언론을 관리하는지 실례를 들어 말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 데스크 신강균씨를 예를 들었었다. 그랬더니 회사에 들어가서 혼났다. 징계위 회부 방침도 들었다. 어떤 분은 '증거도 대지 않고 무책임하게 그럴수 있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사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드리고 회사에 조치할 기회를 준 것이었다. 고발기자가 증거도 없이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시분 단위로 작성한 취재일지가 있다. 사측은 (이 자료 공개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삼성 하수인에 대해 이 기자는 "삼성의 언론계 하수인들이 간교한 인물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술도 잘 먹고, 의리있고, 화끈한 실력자들이다. 5공 부역언론인에 대한 반성적 청산작업이 필요한 것처럼 삼성독재의 언론인 매수에는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 "언론계 삼성 하수인 국민이 심판해야…MBC 내에도..."
이 기자는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서도 "내부고발 행위는 번지점프하는 것과 같다. 어제 도로공사 과정에서 내부고발했다 해직됐던 사람을 만났다. 악수하는 순간 손이 차고 젖어있었다. 이는 정신부터 몸까지 무너졌다는 뜻이다. 김용철 변호사에게 당부하고 싶다. 용기있는 일 했다. 그 번지점프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사회가 당신을 절벽위로 안전하게 올려줄 것이고, 자식들로부터의 존경도 되찾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민경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김 변호사 폭로내용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민 위원장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는 파장도 크고, 국민적 관심도 많은데 기사 배치와 크기 면에서 며칠 간 도배했던 신정아 사건과 대비된다. 폭로자나 폭로내용이 청와대 고위공무원이었다 해도 이랬겠느냐. 언론은 균형감각을 갖고 공정하게 비판해야 한다. 언론인들이 많이 반성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 위원장은 특히 자신이 아는 지인이 삼성비판 서적을 내면서 신문사를 찾아가 소개기사를 써달라고 했으나 실어주기로 한 일부 신문 마저 광고사정 때문에 못실었다면서 "비판기사라도 실을 수 있어야 신문인데, 삼성을 비판하는 책 내용마저 못 싣는다"고 비판했다.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 "삼성이 떡값준다고 했을 때 거절할 언론인 얼마나 될까"
민 위원장은 "언론인 비리를 폭로하고, 삼성이 떡값을 준다고 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언론인이 얼마나 될까"라며 "삼성도 문제지만 법조인, 언론인, 정치인들이 잘하면 절대로 삼성이 그렇게 못한다"고 덧붙였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이 (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며 "우리사회에서 갖고 있는 정치·경제·노동·문화 등 모든 문제가 다 여기 집중돼있다. 지금까지 나눠져 분리된 것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장시간 어렵게 풀어온 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이번에는 삼성 투쟁에 모든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그래야 사회변화와 변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 왕국, 이건희 왕국의 해체, 이건희 회장의 구속, 삼성과 관벌 시스템의 해체를 주장했다. 심 의원은 "삼성 왕국, 이건희 왕국의 해체없이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며 "삼성의 성공 이 회장의 성공이 국민의 성공이라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한 "60년 보수정치 대한민국 사회에서 재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파트너십이 바로 '관벌'"이라며 "떡값검사는 빙산의 일각이고, 첫 껍질에 불과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면 경제권력이 절대화되는 기제가 있다. 법제도가 움직여졌고,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을 가능케 한 관료집단이 바로 '심장부'"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 "삼성 이건희 왕국 해체의 상징은 이건희 구속…관벌 해체"
한국 사회의 이건희 왕국 해체에 대한 상징을 놓고 심 의원은 "이건희 회장의 구속"을 들며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매번 제공하고 밝혀진 것만 5번인데 한 번도 구속되지 않았다"며 "에버랜드 사건은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1조 원을 물려주면서 낸 세금은 달랑 16억 원일 뿐이었다. 성역 해체의 상징은 이건희의 구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역대정권 중 가장 삼성과 결탁한 정권이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고도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 개혁의 최대과제는 '시장-재벌개혁 3개 년 로드맵'이었다. 삼성을 절대권력으로 만들어온 시장과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게 노무현 정부의 약속이었다. 그 뒤 어떻게 됐느냐. 노동파트에선 제도개악이 됐고, 기업도시니 국제자유도시니 해서 변칙적으로 재벌에게 효과를 가져다주는 규제완화를 서슴지 않았다. 금산분리도 형해화됐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분리 핵심인 삼성카드에 대해서도 다 면죄부 주고 복잡한 고차원 수학을 동원해 '삼성 맞춤형' 법이 됐다. 참여정부는 삼성 연합정부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반부패를 논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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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림, "모든 것은 삼성과 닿아있다" (참세상, 유영주 기자, 2007년11월14일 20시25분)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한국 사회 지배하는 상성.이건희 가벌(家閥)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큰 누나인 이인희 가족이 경영하는 한솔그룹, 큰 형인 이맹희 가족의 CJ그룹, 둘째 형인 이창희 가족의 구 새한그룹, 여동생인 이명희 가족의 신세계그룹 등과 처남인 홍석현과 형제 자매들이 소유, 경영하는 중앙일보그룹... 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물건이나 서비스 상품과 안 부딪히며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는 이 여섯 개 그룹을 합쳐 삼성과 이건희 가벌(家閥)로 명명했다. 발제문의 제목도 '삼성.이건희 가벌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지배하는가'이다. 그리고 이건희 가벌과 현 정권의 유착, 그 징후에 대해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초대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 홍석조를 앉혔다. 2년 후 주미대사로 내정된 홍석현 중앙일보 대표이사의 동생이다. 2005년 이상호 MBC 기자가 X파일에서 당시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삼성 돈으로 후배 검사에게 떡값을 돌렸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결국 스스로 검찰을 떠났단다. 지금은 패미리마트 회장이다.
2004년 홍석현 중앙일보와 노무현 대통령의 3시간 35분간의 단독 대담. 청와대는 국빈 대접을 했다 한다. 얼마 후 주미대사에 내정되었다. 집권 초기 조중동에서 중이 빠진 조동을 문제로 삼았던 맥락과 연결된다. 홍석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자신과 형제들이 소유.지배하던 보광그룹에서 1,071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던 인물이다.
좌희정 우광재는 노무현 대통령이 술을 푸며 몇 차례 대선자금 문제를 고해성사하고 털고 가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단다. 두 비서관 중 한 명이 삼성과의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관계있다는 추측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국민소득 3만 달러, 기업클러스터론, 동북아중심국가론... 세리의 제안이 정부 (경제)정책이 되었다는 건 공공연한 일.
신문시장 파괴의 주범은 중앙일보란다. 10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2006년 1∼6월 동안 중앙일보는 27억3300여만 원으로 가장 많은 정부광고를 받았고, 조선일보는 21억7600여만 원으로 두 번째, 동아일보는 20억2600여만 원으로 세번째로 많았단다. 중앙 조선 동아 등 3개 신문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정부광고 수주액 1∼3위를 유지했댄다. 조중동이 정부의 언론탄압 어쩌고 하면 웃기다는 이야기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주미 대사를, 국정홍보처장 자리에 중앙일보 출신들이 여럿 진출했다는데 곱게 보이지 않는다. 전육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방송위원회에, 한국방송광고공사 총리실 공보수석에도 중앙일보 출신이 자리잡았다. 방통융합추진위에 중앙일보 홍은희 기자, 조재구 CJ그룹 케이블방송 사장 등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2005년 국정원이 민간분야 전문가 4명을 차관보급인 1급으로 영입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출신이라는군. 하나하나 놓고보면 우연일 수 있지만 모두 노무현정권과 인연을 맺은 삼성 이건희 가벌 사람들이다.
신학림 기자는 개헌을 반대한다. 삼성이 119조 2항을 어떤 형태로든 바꾸려고 할 것이라고 봐서다. 솥뚜껑보고 놀라는 게 아닌지 모르나, 사실 대한민국 헌법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조항들이 무척 많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만 한다면 그 자체로는 정치세력간 합의에 따라 크게 문제되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심학림 기자가 걱정하는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조항이다.
이 조항을 손대기 시작하면 정부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진출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정책은 불가능해진다는 게 신학림 기자의 판단이다. 삼성은 이 조항이 있어도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하니까.
관료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진학반과 취업반이란다. 심상정 의원은 오늘 토론 발언에서 국회 활동을 하다 보니 관벌이 가장 문제라는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관료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고위직을 내다보는데 정부 부처에 남을 사람은 진학반으로 표현한단다. 고위직으로 승진할 전망이 서지 않으면 업계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업계 진출에서 가장 선호하는 곳은 삼성이라 한다. 삼성의 눈 밖에 나면 진학반이든 취업반이든 어렵다는 게 정설처럼 되어 있다는군. 역시 삼성의 위력.
삼성의 언론계 인사 발탁과 언론 네트워크.. 참여연대는 삼성이 발탁한 언론계 인사의 경우 67.9%가 삼성 관련 재단이사로, 14.7%는 삼성 관련 회사의 임직원으로, 그리고 10.7%는 사외이사 등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밝힌바 있다. 언론계 출신 재단이사는 삼성언론재단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문화재단 3명, 삼성생명공익재단 2명, 삼성복지재단 1명, 호암재단 1명 순이다. 언론계 출신 사외이사는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각 1명씩이다.
삼성이 언론계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은 삼성언론재단을 통한 저술비 지원과 해외연수 등이 포함된다 한다.
인맥과 혼맥을 통해 본 삼성과 이건희 가벌의 위세. 사제단이 밝힌 뇌물 검사 중 한 명인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은 2004년 4월까지 인천지검장으로 근무했는데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단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고.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을 허위라고 주장한 이종왕. 노무현 대통령과 절친하다는게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과 함께 8인회 멤버로 활약중이다.
신학림 기자는 이상호 MBC 기자의 취재로 모습을 드러낸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불법 대선 자금 내지 뇌물 제공 사건, 이른바 X파일 사건 혹은 ‘이건희 게이트’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사건을 과거의 일로 치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생물처럼 펄펄 살아 있는 오늘의 사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삼성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범국민운동이 절실하다며, 삼성의 볼모가 되어버린 우리 나라 경제를 구하자고 호소했다. 모든 것이 닿아 있다.
토론회는 오늘(14일) 오전 10시30분 외신기자클럽에서 방송프로듀서연합, 방송기술인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공동 주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신학림 미디어스 기자가 발제를 하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이상호 MBC 기자,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 장영희 시사IN 전문기자 등이 토론자로 함께 했다.
이상호, "X파일 3년 일지 머잖아 공개"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이상호 MBC 기자
민경한,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민경한 민변 사법위원장
최상재, "삼성 특종 회피, 이게 언론 현실"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장영희, "김용철 취재 새롭지 않았다"
[토론회 : 삼성과 정검언 동맹] 장영희 시사IN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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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언론이 '알 권리'를 삼성에 팔아"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2007-11-14 오후 5:06:19)
[토론회] "삼성 독재 끊기 위한 '범국민운동' 필요"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삼성 비자금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05년 검찰 등에 대한 삼성의 로비 의혹을 낳은 'X파일' 사건을 보도했던 MBC 이상호 기자가 또 한번 삼성과 언론의 유착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상호 기자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주최로 열린 '삼성과 정·검·언 동맹을 바로 본다' 토론회에 참석해 "군부독재는 군화나 총이 아니라 언론 보도에 의해서 이뤄졌다"며 "이제 삼성의 언론인 매수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삼성의 언론 관리가 얼마나 집요한지…"
이 기자는 "삼성 이건희 일가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위협은 자신들의 금권 통치에 반대하는 국민적 감시와 그에 따른 처벌, 즉 국민의 알 권리일 것"이라며 "정부, 검찰,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삼성에 돈을 받고 팔아 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저는 어떻게 삼성이 언론을 구체적으로 관리하는지 말했다"며 "현재 <시사매거진2580>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신강균 부장의 예가 그것이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이상호 기자는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X파일 보도와 관련해 MBC 내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밝히며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 관련 기사:"네 기사 때문에 삼성서 연락 안 오면 어쩌냐" )
이상호 기자는 당시 토론회에서 "2005년 MBC에서는 X파일이 진본이란 사실을 최종 확인한 상태였고 보도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그런 시점에서 보도국 간부(이인용 앵커)가 곧 고발 대상이 될 삼성 계열사의 홍보 책임자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밝혔었다. 또 이 기자는 신강균 부장을 지목해 "삼성의 로비스트"라면서 삼성이 언론인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X파일 취재 당시 담당 부장과의 협의 하에서 2개월 동안 삼성 관련 취재 사실을 신강균 앵커에게 철저히 숨겨왔다"며 "그가 삼성의 로비스트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그는 "신강균 앵커가 X파일 보도를 막아서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구찌 핸드백 사건은 침잠해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구찌 핸드백 사건이란 이상호 기자가 자신이 신강균 앵커, 강성주 당시 보도국장 등과 함께 2004년 태영으로부터 명품 핸드백을 받은 사실을 인터넷에 고백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신강균 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상호 기자 발언의) 전후 맥락을 모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었다.
"기자들은 왜 삼성 특종을 회피할까"
이날 토론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 역시 삼성과 언론, 삼성과 정치, 삼성과 검찰 간의 '동맹관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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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범죄공화국 삼성은 세습 봉건왕조 경영에 종말을 고하라. (2007·11·12)
지난 10월 29일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 고백’을 통해 드러난 삼성의 불법행위는 한국 사회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경제력 집중에 빈부격차를 확대하며 정경유착으로 부정부패를 퍼뜨려온 주범이 재벌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에 의하면 삼성이 그룹의 지배권을 그룹회장의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편법 세습과 삼성그룹의 여타 불법과 편법을 은폐하기 위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검은 돈으로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관료, 언론계, 학계마저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삼성의 황제경영, 문어발 경영, 빚더미 경영, 무노조 노동 착취경영, 비자금경영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검은 돈으로 온 사회를 장악하고 경제질서를 흔들어 온 그 규모와 정도에 있어서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난 1997년 기아차 인수를 위해 정부관료들과 제16대 대통령후보에게 기아자동차 인수에 도움을 주는 것을 대가로 뇌물을 제공하면서 기아차 부도를 유도해 기아차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의 칼바람과 임금동결로 생계를 위협하고 삼성재벌신문인 중앙일보를 통해 삼성재벌식으로 노동조합활동을 매도하는 보도를 내보내며 여론을 호도 해 온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또한 삼성재벌은 이건희 일가의 족벌경영을 위한 무노조 정책을 유지하면서 98년도에는 희망퇴직이라는 미명하에 반강제적으로 1,700여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이에 항의하자 회유와 압박은 물론 손배가압류 등 생계조차 끊어버리는 인권탄압을 자행했다.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삼성은 감시, 미행, 납치, 회유, 협박, 해외억류, 강제퇴직으로 철저하게 차단해 왔다.
삼성 SDI 울산 공장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들은 삼성의 면접을 통해 삼성의 업무 감독 지시를 받으며 정규직과 똑같이 일을 해왔지만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야 했다. 삼성은 구조조정이란 이름 아래 1천명을 해고하고 공장 바로 옆에 3천명 규모의 공업단지 조성을 하였다. 삼성 및 삼성 계열사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은 삼성의 착취와 탄압으로 2006년 광주 삼성전자 앞을 점거해야 했고 일부 노동자는 지금도 삼성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착취로 이루어 온 삼성공화국의 실체는 이제 만천하에 드러났다. 세계 일류기업 삼성을 만들어 온 것은 이건희 일가가 아니다. 삼성의 현재는 피와 땀속에 반도체,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 아파트, 운송 등 모든 것을 만들고, 이동하고, 판매하고 정리해 온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 온 삼성의 부와 명성을 개인의 것인 양 마음대로 휘두르며 검은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정계, 언론계, 검계, 학계까지 ‘검은 가족’을 만들어 온 삼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 역시 지금이라도 삼성을 만들어 온 노동자들 앞에 그동안의 불법, 부당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삼성은 예전처럼 노동자의 피땀을 뿌리며 조성한 삼성 공화국의 검찰, 정부관료, 언론을 통한 물타기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진실은 영원히 감옥에 감출 수 없다. 이제 몫은 검찰로 넘어갔다.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고 스스로 불법행위 관여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밝힌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에 대한 철저한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 해야 한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것이 봉건왕조 삼성이 아닌 정의와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삼성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 정당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감옥에서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염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삼성하청노동자공동투쟁단도 이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밝힌다.
비정규직 철폐 · 정리해고 철회 ·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삼성 비정규직 · 하청 노동자 공동투쟁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민주노총 경기본부,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 삼성SDI 울산사업장 사내기업비대위, 삼성해고자복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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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비자금 출처는 노동자들에게 가로챈 노동의 대가였다" (참세상, 조수빈 기자, 2007년11월16일 16시30분)
인권단체연석회의 삼성비자금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청와대부터 경제단체들까지 반대하고 있는 '삼성 특검법안'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국회를 압박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6일 '삼성 비자금 사건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삼성공화국 해체로 가는 길'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성명에서 "삼성 비자금의 출처"는 "노동자들의 노동의 대가"였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 성명에서 "삼성이 ‘떡값’으로 날린 그 비자금이란 실상 노동 3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지내야 했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노동의 대가를 가로챈 결과"라며 "삼성의 막강한 권력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철저한 노동탄압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X파일 사건과 '유령의 친구찾기 사건' 등 과거의 사건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2005년 X파일 사건은 정치자금과 관련한 삼성의 비리를 공개하기에 충분했다"며 "하지만 검찰은 수개월에 걸친 수사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청된 자료를 증거로 삼지 않겠다며 삼성 경영진의 증언만을 토대로 무혐의 처리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또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죽은 사람의 신원까지 도용해 핸드폰 위치를 추적했던 ‘유령의 친구 찾기’ 사건이 있었다"며 "역시 사건을 담당한 검찰에서는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지도 못했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삼성에게 또 다시 특혜를 베풀었다"고 언급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번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 사제단의 뇌물 검사 명단 공개와 시민사회의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가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그동안의 삼성 관련 사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또 다시 누구의 편인지 모르는 언론과 사법기관에 의해 소리 없이 마무리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막대한 경제력과 사회지배엘리트의 포섭을 통해 권력을 장악해온 삼성은 이미 견제할 세력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삼성공화국'이라 명하는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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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청와대 손에 ‘삼성 특검’ 무산되나 (참세상, 김삼권 기자, 2007년11월16일 18시04분)
공수처법-삼성특검 연계 거부권 행사 검토.. 특검 사실상 무산
연일 '삼성 특검법안'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 온 청와대가 결국 실현가능성이 전무한 조건을 제시하며,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어 논란이 예상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삼성 특검법안 재논의와 함께 이번 국회에서 공직부패수사처법(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수처법 처리'와 '특검법안 재논의' 두 가지를 거부권 행사 유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처리와 관련해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조차 "(공수처법 회기 내 국회 통과는) 정당 간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논의조차 어려운 사안"이라며 "청와대가 삼성 특검법안을 공수처법과 연계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할 정도다.
또 설령 한나라당이 입장을 급선회해 공수처법을 통과시킨다손 치더라도, 청와대가 제시한 입맛에 맞게 '삼성 특검법안'도 대폭 손을 대야 한다. 청와대는 민주노동당·대통합민주신당·창조한국당 3당이 제출한 '삼성 특검법안'에 대해 수사 대상과 기간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서는 핵심 내용인 대선자금과 당선 축하금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결국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막으려면, '삼성 특검법안'을 너덜너덜 하게 만든 뒤 각 정당이 '화합'해 공수처법도 통과시켜야 된다는 얘기다.
"사실상 청와대가 당선 축하금 또는 대선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공수처법을 이유로 삼성 특검법안을 명분 없이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천 대변인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두려움이나 부담을 갖고 있지 않다"며 "자신이 있는 부분이다. 그것과(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 문제) 자꾸 연결해 생각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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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 진압한 청와대의 기이한 논리 (프레시안, 윤태곤/기자, 2007-11-16 오후 6:27:23)
[기자의 눈]삼성 정국에 공수처를 쟁점 삼은 노 대통령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이 모처럼만에 3당 발의로 통과되고 한나라당도 큰 틀에선 거부하지 않는 상황이 닥치자 곧바로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 특검법안을 조기에 사실상 무력화시킨 청와대 모습을 그대로 넘기긴 힘들다.
청와대가 '특검 3일 천하'를 진압하기까지
특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13일 청와대는 편치 않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한 검찰 고위층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면 특별검사 수사도 한 방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법안의 윤곽이 드러난 14일 청와대는 "발의된 특검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검찰 기능의 무력화 및 특검 남용으로 인해 국가 기본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두 발언 사이에 온도차가 드러났지만 '임기 말에 검찰도 흔들리고 나라가 흔들거리는 이 상황이 마뜩찮을 순 없겠지'라는 마음도 들었다.
"(검찰에 대한)뇌물 공여 부분에 대해선 특검을 할 수 있겠다"고만 꼬집어 말한 것도 걸렸다. 하지만 '대법원에 이미 계류 중인 사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특검이 처음부터 다시 파헤칠 순 없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카더라' 밖에 없는 당선축하금 논란을 특검에 포함시키자는 한나라당 주장에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기 때문에 '수사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청와대의 지적 자체는 설득력도 있었다. 청와대는 "공수처 설치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꺼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15일 청와대 대변인의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다. 청와대는 삼성 특검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고 하면서도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검찰권과 국법질서의 훼손을 걱정했다. 그래도 '여론도 있는데, 대선을 앞둔 임기 말인데 거부권 행사까진 가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역시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16일, 공수처를 강조한지 3일 만에 청와대는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법안 재조정하지 않으면 거부권을 검토한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 X파일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불법도청'이라고 가이드 라인을 그어줬던 노 대통령의 모습을 깜빡 잊었었던 것이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노 대통령의 모습이 전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정도?
'공수처 없이는 특검도 없다'는 기이한 논리의 배경은 뭔가?
특검이 됐건, 공수처가 됐건 삼성 문제만 잘 처리하면 사실 무슨 상관 이겠나? 청와대 역시 '지금 공수처가 설치된다고 해도 삼성 사건을 수사할 순 없다'고 밝혔다. '수사범위가 너무 넓다'는 주장은 그 적절성과 별개로 논리라도 와 닿지만 당장 써먹지도 못하는 '공수처 없이는 삼성 특검도 없다'는 노 대통령의 소신은 참으로 기이하다. 변양균, 정윤재 등 청와대 실세들의 비리가 터져 나올 때 "청와대가 수사권도 없고 검찰이 제대로 못하니 공수처를 설치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못한 것은 아마 바빠서 그랬던 것으로 이해해주겠지만 참 걱정도 가지가지다.
청와대 대변인 뿐 아니라 민정수석실도 나서서 '공수처법 처리가 근원적 해법입니다, 삼성 특검법 발의에 대한 입장'을 청와대브리핑에 게재했다.
지금 청렴위원장도 삼성관련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 안팎의 질타를 받은 '떡값 의혹 검사' 출신인데 '떡값 공수처장'이 생기지 마란 보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청와대의 주장은 '결론은 공수처'다. 또한 청와대는 "원칙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 아니면 공수처를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노 대통령 아니면 그 누구도 '경제가 어려울까봐'라는 단골 레퍼토리를 꺼낼지언정 공수처 미비를 핑계로 삼성 특검을 거부할 생각은 못했을 거다. 차라리 지난 2005년 X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처럼 "너무 야박하지 않냐"면서 "정경 유착 등 구조적 문제의 경우 (도청테이프) 1000개의 사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국력 낭비이며 10개만 조사해서 구조를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수준에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게 낫다는 거다.
오늘 삼성엔 꼼짝 못하고 어제의 유서대필조작은 질타?
최장집 교수는 X파일 사건도 터지기 전인 지난 2005년 초 "집권 엘리트-경제관료-삼성그룹 간의 결합이 만들어지면서 개혁적 정책의 공간이 크게 축소됐다"면서 "결국 정서적 급진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스타일과 실제내용에서 보수적 경제정책의 기묘한 결합에 불과하다"고 현 정권을 평가했다.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이 국가 질서를 뒤흔든다'고 강조하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 말미 전날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故김기설 씨 유서대필 사건 재심 권고를 언급했다. 청와대는 대변인은 "당시 이 사건은 개인의 인권의 문제가 아니었고 민주화 운동세력 전체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이야기였는데 지금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어느 정도 밝혀졌다"고 정리했다. 또한 대변인은 "당시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시대를 왜곡했던 사람들이 답해야 할 것"이라며 "과거는 진실에 입각해서 기록되고 또 화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서 준엄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저들의 수구성을 비난함으로 오늘 자신들의 진보성를 확인하는 모습은 지난 4년 간 지겹게 봤다. 권력을 내놓기 전에, 삼성엔 한 마디 논평 못 내놓는 오늘 자신의 모습을 딱 한 번이라도 되돌아 볼 일이다.
사족. 삼성비리 폭로와 특검 문제가 '부패 VS 반부패 전선'을 형성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던 정치부 기자, 정치컨설턴트, 각 후보 캠프는 삼성은 멀찍이 치워버리고 공수처를 쟁점으로 삼고 나선 노 대통령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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