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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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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중반에는 엄혹한 시절을 반영하듯이 서정적이면서도 비장감이 넘치는 민중가요들이 많이 나왔다. 이번에 레디앙에 이은진님이 소개한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도 그러한 류의 노래 중 하나다. 
   
선배들 중에는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왜 나를 울리나~"로 시작하는 새와 같은 노래도... 
 
이러한 서정적인 노래들은 시에다 가사를 붙였는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도 양성우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시 자체가 노래가사가 되기 쉽도록 쓰여졌는데, 노래는 시 자체의 호흡을 살려서 1,2절에 나누어 가사를 만들었다. 
  
양성우 - 靑山(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이 새벽 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이 노래는 안치환이 노스탤지어 앨범에서 다시 부르기도 해서 알려졌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때이다. 안치환이 <마른 잎 다시 살아나>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80년대 비장하게 "적들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내 길을 가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에서 이 노래가 많이 불렸다. 그러다 보니 뒷풀이에서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집회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였다. 1989년에 전교조탄압저지공동대책위에서 제작한  [함께가자 우리]라는 음반은 광주지역 '소리모아/김원중/노래패 친구'의 공연실황을 담은 것인데, 여기에서도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이 실려 있다. 음반타이틀곡인 <함께가자 우리>는 김남주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당시 광주지역에서 널리 불렸던 노래인데, 우리가 아는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과는 다른 곡이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http://bob.jinbo.net/data/album/kwangju89_gotogether/kwangju89_gotogether_a05.mp3
함께가자 우리 
http://bob.jinbo.net/data/album/kwangju89_gotogether/kwangju89_gotogether_b08.mp3
 
사실 나는 이 노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저 험한 곳에 민중의 뼈아픈 고통을 어찌 모른 채 할 수 있겠는가, 이 한 몸을 민중을 위해 역사에 바쳐 싸우겠노라" 하는 지사적인 이미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70년대의 양심적 지식인의 고백에 딱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 민중 자신이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기에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오래 살아남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 노래 또한 여러 음반에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광주민중문화운동협의회 친구의 1988년 공연실황을 담은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에 실린 것이 곡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리고 있다고 본다. 음반 제목이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이니 할 말 다한 것이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1.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에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에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 작은 이 한 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2.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신 새벽 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에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에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 작은 이 한 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이외의 곡들은 링크를 걸어놓으니 들을 분들은 참고하시라.  
   
 
서울대 중앙노래패 메아리 4집 (1984년 녹음)
http://bob.jinbo.net/data/album/meari04/meari04_a02.mp3
 
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분과 새벽 2집 [또 다시 들을 빼앗겨] (1984)
http://bob.jinbo.net/data/album/sb1984/sb1984_b08.mp3
 
인천문화운동연합 노래패 산하 1집 [너를 부르마] 중에서 (1988)
http://bob.jinbo.net/data/album/inchon88_callyou/inchon88_callyou_a05.mp3
 
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 중에서 (1991)
http://bob.jinbo.net/data/album/nochatsa03/nochatsa03_02.MP3
 
-------------------------------------
'암울한 단조' 시대, 울부짖음 같은 노래들 (레디앙, 2010년 03월 23일 (화) 10:35:38 이은진 / 문화활동가)
[이은진의 노래이야기] 호소력 넓힌 음악 형식…<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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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4 00:19 2010/03/24 00:19

5 Comments (+add yours?)

  1. neoscrum 2010/03/24 11:07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은 예전에 민주노총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의 아내가 작곡을 했는데(아마 그 형수가 피아노 학과던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방에 쳐박혀서 '현장'으로 들어가는 문제를 고민하다 만든 곡이 그 노래라더라구요. 그 곡을 출사표처럼 만들어놓고 현장으로 들어갔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집에 남아있는 그 곡을 발견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방금 이은진 선배에게도 그 이야기를 해줬더니 자료 차원에서도 그 곡의 실제 작곡가를 찾고 있었는데, 알려달라해서 지금 그 선배 연락처 찾는 중입니다. 후후..

     Reply  Address

    • The Dispossessed 2010/03/24 13:43

      방금 확인이 됐는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의 원 작곡가는 박혜경씨인데, 현재 민주노총 교육원장으로 있다네요. 혼자 작곡했던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이은진 선배한테도 알려줬으니, 이제 '작곡자 불명'에서 바뀌게 될 듯...

       Address

    • 새벽길 2010/03/24 16:18

      오호... 역시 탁월하신 네오님. 그렇다면 작곡자는 '박혜경 등'으로 해야 하는 건가요?

       Address

    • neoscrum 2010/03/25 06:05

      네. 그렇게 되겠네요. 97년쯤에 저녁밥 먹다가 얼핏 들었던 거라 긴가민가했는데 다행히 맞았네요.

       Address

  2. 큰붓 2010/03/26 17:12

    저도 이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제 선배중에 한분이 아주 걸직한 목소리로 이노래를 부르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뿅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술집에서 흥이나면 아무나 그냥 일어나 노래를 하면 모두가 하던 이야기 멈추고 들어주곤 했는데 요즘 술집은 영업방해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어디서나 술 먹다가 흥이나면 한곡씩 때립니다.
    그게 강북이 됐던 강남이 됐던 ......... 그러면 신기한지 그냥 놔두더군요.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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