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관련기사 모음
삼성공화국, 아니 이건희 제국에 대한 폭로.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한번 삼성, 이건희 일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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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바랜 신화의 기록 (한겨레21 2010.02.05 제797호, 정혁준 기자)
[VS] 삼성 비자금 양심선언 사건 책으로 정리한 김용철 변호사…
감춰진 ‘황제경영’과 전략기획실의 전횡 다뤄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와 가신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일부를 검찰과 언론 등 국가와 사회 여러 분야에 뿌려 공적 기능을 무력화했다. 대부분의 비자금은 이 전 회장의 영속불변의 권력체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했다. 이게 삼성 비자금 사건의 핵심이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물론 일부 조세포탈과 배임에 대해선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마저도 4개월여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정사의 기록은 이렇게 끝났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내가 검찰과 법정, 언론에 말한 진실은 역사도 신화도 아닌 야사로만 전해지게 됐다. 내가 말한 기록이 야사로 남더라도 어떻게든 정리해서 진실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 무소불위의 전략기획실 얘기다. ‘난다 긴다’ 하는 임원들도 전략기획실 앞에선 꾸벅 죽는다. “여기 (전략기획)실입니다”라는 전략기획실 과장의 전화를 임원들은 거의 부동자세로 받는다. 삼성 전략기획실과 청와대 비서실 중 과연 어디가 더 셀 것 같나. 비교가 안 된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파워가 청와대 비서실을 능가한다. 물론 나 역시 삼성에 있을 때 삼성화재와 삼성전자에 이름을 걸쳐두고 있었지만 그 회사를 위해 일한 적은 없었다. 오로지 이 전 회장을 위해 일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삼성에선 서비스 사장 하다 제조업체 사장 한다. 전문성은 전혀 상관없다. 이 전 회장에게 충성만 잘하면 승진한다.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제대로 된 경영자 하나 키우지 못한다. 이 전 회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해 잭 웰치 같은 뛰어난 경영자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을 받았으니, 면책을 받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 주로 그런 주장을 펴는 쪽은 자신들을 보수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병역을 기피하는 보수가 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보수를 자처하는 것은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부패와 반부패의 문제다.
- 검찰과 관련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와 우리나라 검찰을 비교해보자. 도쿄지검 특수부는 집권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정치 자금을 수사 중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검찰은 죽은 권력에만 칼을 들이댄다. 이명박 정부의 친인척이나 삼성엔 손도 못 댄다. 물론 검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혁명가가 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검찰 조직이 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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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게 정의'?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0-01-29 오후 6:51:02)
[화제의 책] 김용철이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까닭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내용은 2부 '그들만의 세상'에 기록돼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할 당시부터 퇴사할 때까지 그가 보고, 듣고, 실행하고, 느낀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이 고스란히 수록됐다. 언론의 찬사를 집중적으로 받는 '총수 경영'이 실제로 어떤 폐단을 가졌는지, 이건희 전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회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비리로 얼룩진 이건희 일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삼성그룹 조직원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등이 세세한 에피소드를 근거로 소개된다. 특히 그는 삼성 경영 실무의 모든 것을 책임졌던 이학수 당시 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당시 사장과의 대화를 복기해 이들의 불법적 경영 행태를 고발한다. 김 변호사의 눈에 비친 그들은 이건희 일가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며, 나아가 국가의 이익이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총수 일가 보필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구조조정본부)의 최우선 업무가 되다보니 실제 그룹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엔지니어, 전문경영인 등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오직 그룹의 검은 돈을 관리하는 이들만이 가장 높은 보수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이기도 했다. 내막을 아는 이들이 이탈해서 김 변호사와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제식 경영이 과연 글로벌 삼성의 성장에 도움이 됐을까. 김 변호사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모든 결정을 총수와 구조조정본부 소수 임원이 하는 구조이다보니 계열사 사장들은 '얼굴 마담'이나 다름없었다.
삼성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비자금의 또 다른 용처도 있다. 바로 이런 황제식 경영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물'이다.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각계에 뿌려진 이 돈은 이건희 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때, 비자금을 조성할 때,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사례 중 김 변호사가 직접 맡았던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한다.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 당시 이학수는 내가 직접 전달하라고 했다. 그게 예의라는 게다. 그러나 나는 운전기사를 대신 보냈다. 속으로는 '대법관이 설마 삼성이 보낸 굴비를 받겠느냐'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기사에게 들으니, 굴비 잘 먹겠다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받았다고 한다."
검은 돈을 주고받은 한국 사회 고위직은 모두 일종의 '패밀리'처럼 엮여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돈을 받지 않거나 양심에 따라 소신껏 소송을 진행해 삼성에 '찍힌' 검사들 일부는 불합리한 인사조치를 받으며 검찰을 떠나야 했다.
김 변호사는 주류사회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집착하는 인맥 우선주의, 접대 문화 등을 꼬집는다. 그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대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주목한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 역시 재벌의 투명성 제고로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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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만 제 구실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1-29 오후 6:51:07)
[인터뷰]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한 김용철 변호사
온갖 흑색선전으로 인해 김 변호사가 입은 상처는 여전히 커보였다. 이번 책에서 충분한 해명과 반박을 담으려 했지만, 어떤 독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해보일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 갖지 말아 달라"는 말을 거듭했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만 보느냐"는 말도 자주 했다. 서점 배포를 앞두고, 인쇄가 진행되는 내내 김 변호사가 걱정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이번 책으로 흑색선전에 대한 해명은 할 만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게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본질'은 뭘까.
바로 '부패'다. 온갖 인맥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탓에 다들 그 심각성에 대해 둔감해져 있는 부패구조다. 그의 말은 이렇다. "부패에 너무 둔감해져 있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책을 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삼성에서 내가 겪은 일들은 이런 부패 구조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내가 공개한 내용이 부패 구조의 전체라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 책 출간이 전체 부패 구조에 대한 각성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세금을 탈루했을 뿐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보수 세력이 먼저 이 전 회장을 비판하고 나서야 마땅한데 현실은 달랐다. "나도 어쩌면 보수 세력일 수 있다. 사회에서 누린 게 많으니 말이다. 내가 이야기 한 것도 주로 보수적인 가치였다. 법을 지키자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런데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를 비난하고 나섰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보수 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지 부패 세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덜 부패한 세력이 이들과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부패 세력은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세력에게 종종 '좌익,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우스운 일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그저 부패한 정도 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약 통일이 되면, 부패 세력이 어떤 빌미로 덜 부패한 세력을 공격할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검사로 지냈던 그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를 통해 풀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가 직접 겪은 일들이 법과 제도에 따른 공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깡그리 무시됐다. 그의 심경을 들었다. "검찰만 제 구실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법을 어긴 자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법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한국 검찰은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 또는 재벌처럼 '죽지 않을 권력'에 대해서는 그저 눈치만 볼 뿐이다.
이대로 가면, 법에 따른 공적 수사 절차를 아무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후진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 검찰이 '거악'과 싸우기는커녕 '거악'과 결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거악'에 맞서려는 이들은, 결과적으로 검찰과 싸우게 된다. 검찰과 '거악'이 한 몸이 된 상태니 말이다. 이게 정상일까. 그렇지 않다. 정의를 좇는 이들이 국가기구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은 혁명 시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에 따라 풀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책이 나오는 이 시점까지도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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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한겨레, 김남일 기자, 2010-02-01 오전 08:41:08)
김용철 변호사 책에 드러난 ’관리의 삼성’
삼성사건 재판장은 2002년 관리 대상
검사 처남 주식손실 보전해 준 적도
이 전 회장 “공짜제품 뿌려 경쟁사 망하게”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냈다. 이 책에는 ‘관리의 삼성’이 그동안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로비를 펼쳤는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반도체 회로도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김 변호사는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법조계 관리 실태를 털어놓고 있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논란도 예상된다. 한 예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김 변호사의 폭로 뒤 청와대 쪽에서 국세청장 후보 3명의 ‘검증’을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삼성의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판사의 고교 동창인 계열사 부사장이 관리를 맡았다. 2002년에는 나와 부사장, 판사 셋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 판사는 6년 뒤 터진 삼성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던 당시, 지검장 집엔 삼성 관계자가 드나들며 선물을 갖다줬다는 내용도 실렸다. 삼성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의 처남이 삼성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해를 삼성이 보전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대법관에게는 15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보내면서 ‘설마 받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굴비는 반송돼 오지 않았다고 한다.
책은 이 전 회장의 제왕적 모습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모든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줘서 경쟁사를 망하게 하라’는, 선뜻 믿기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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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김용철 변호사 신간' 온라인 기사 삭제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0-02-02 오후 3:15:37)
네이버 등 포털 검색도 안돼…<경향닷컴> "본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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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삼성,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조직” -이건희 전 회장, 복귀 하나 안하나 영향력은 똑같아 (노컷뉴스, 2010-02-02 07:46, 진 행 : 양병삼 PD)
-삼성 비자금 공익에 쓰겠다? 말장난에 불과
■ 출 연 :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
▶양병삼 PD> 법조계 인맥 뿐만 아니라 언론계 인맥 관리,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또 국세청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데는 어떻습니까?
▷김용철 변호사> 언론은 뭐 잘 아시잖아요. 광고량, 단가에 비례하지 않은 광고비 협찬, 이런 형식으로 해서 사실상 조직적인 관리를 하고 있고 그 다음에 뭐 구성원들 여러 보직을 담당하는 부장이니 차장이니 기자 여러분들한테는 사실 크지 않은 비용이죠. 그런데 단지 그런 부스러기 그걸로 관리가 되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건드리기 힘든 조직으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그렇게 인식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최근에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삼성 같은 경우에는 홍보실을 폐쇄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할 일이 없어졌다, 뭐 이런 우스운 얘기까지 돌던데요.
▶양병삼 PD> 삼성의 인맥관리 그 산물이기도 할 텐데요. 그러다 보니까 삼성의 로비력이라고 하는 부분 또한 막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김용철 변호사>특검같은 경우는 수사결과 조직적인 로비는 없었다, 이런 결론을 내렸는데, 제가 조직적인 관리를 일부 관여했던 사람이니까요, 나름대로 기준이 있지요. 그러니까 퇴직공무원에 대해서도 제가 책에서도 일부 썼는데 퇴직한 고위직공무원에 대해서도 공직에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포섭해두지요. 돈이죠. 결국은. 돈으로.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공정위 독점국장으로 뇌물로 구속되고 실형을 살았던 사람 이런 사람은 삼성전자의 감사로 채용을 하지요. 뇌물문제로 뇌물수수로 파면된 사람, 국세청 공무원, 삼성에서 세무대리인으로 사실상 쓰지요. 그런 것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싸인이기도 하지요. 부패, 독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우리가 보은을 하고 보호를 한다, 이런 싸인이지요. 또 대법관 중에 삼성카드 세금관련해서 삼성 쪽에 유리한 판결을 한 대법관 영원히 삼성에서 보은, 은혜를 갚지요. 그런 싸인을 보내기도 하고. 퇴직자에 대해서도 그럴진데 현직자들에 대해서도 여러단계로 검증을 해서 명문고, 명문대 출신으로 해서 성장가능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두지요.
▶양병삼 PD>현재 삼성하면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한다, 또 글로벌기업이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 이런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다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디에서부터 바뀌어야 된다고 보시나요?
▷김용철 변호사> 삼성에 바란다, 또는 뭐 어디 검찰에 바란다 이런 이야기가 참 어려운 것이 바뀔 수 없거든요. 예를 든다면 이씨일가나 가신 그룹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못 바꿔요.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져있는데 어떻게 바꿉니까? 저는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그 정도의 자본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왜 그렇게 비난받을 일, 부도덕한 일을 계속 저지르냐 이거지요. 존경받아도, 명예롭게 해도 될만한데, 그건 탐욕이거든요. 제가 딴 나라사람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을 하면서 이제 깊이 생각을 안 해보면 그렇게 될 수. 그래서 저는 삼성에 바란다, 이 소리 하고 싶지 않거든요. 안 변할 거니까요. 변할 가능성 없어요. 저는 그래서 경영쇄신안 나오면 아니 뭘 쇄신한다는 겁니까? 쇄신의 주체가 아니라 쇄신의 객체인데. 그 다음에 삼성이 예를 들자면 중앙일보 계열분리라고 대국민 선언을 몇 번을 했잖습니까. 실제로 그게 안 됐잖아요. 하다못해 비자금 얘기 나올 때도 뭐 유익한 곳에 쓰겠다, 사실 말장난인데 저는 뭐. 예를 들자면 우리 언론이 이건희 이 양반이 딸 손을 잡고 다녔다, 그거를 손잡은 모습을 찍어서 보도를 하고 그러던데 아버지가 딸 손잡은 게 뭐 그리 대단한 보도거리인가요? 그게. 그렇게 보도를 해주고 좋은 얘기를 해주고 경영복귀 이야기 하던데, 경영복귀...
▶양병삼 PD>복귀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다.
▷김용철 변호사> 마찬가지죠. 이 양반이 경영을 하는 게 아니고 책임을 지는 일이 없이 권한, 권력만 누릴 뿐인데. 지금도 인사문제랄지 사장단 인사 일괄적으로 인사되어 나오는 보도를 보면 누가 인사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일사분란하게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발령을 누가 냅니까? 실질적인 권력을 그대로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거지요. 이게 삼성에 바랄 게 아니고 사실은 금융감독 기관이라든지 수사기관이든지 언론이라든지 사회 각 기능의 소속된 사람들이 제 역할하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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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 내부 문서는 정부 보고문서와 거의 같았을까 (오마이뉴스, 10.02.01 20:34 구영식 (ysku))
김용철 변호사, <삼성을 생각한다> 펴내다
삼성의 지휘통제소(control tower)로 불리던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공식문서에는 '이건희'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대문자 'A'가 쓰였다. 이건희 전 회장 부인인 홍라희씨는 'A''로 표현된다. 이 전 회장의 자녀들도 'JY'(이재용), 'BJ'(이부진), 'BH'(이서현) 등으로 적었다. 이렇게 이름을 독특하게 적은 이유는 삼성 안에서는 이름을 직접 쓰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봉건제 시절, 중국에서는 공문서에 황제의 이름과 같은 글자를 함부로 쓸 수 없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런 관행이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기업이었다. 이 전 회장의 이익 앞에서는 삼성의 이익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삼성을 움직여온 비서실이나 구조본 등은 '참모집단'이 아니라 그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었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회의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소변이 마려울까봐서다. 이건희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 비리에 관한 검찰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도 삼성에 입사해 3개월간의 입문교육을 받았을 당시 1주일 내내 이건희 전 회장의 육성어록을 청취했다. "구조본 팀장회의에서 결정을 내릴 때 적용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였다. 이건희의 이익이 그것이다. 삼성의 이익과 이건희의 이익이 충돌할 때면, 늘 이건희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구조본 팀장들이 기업경영자가 아니라 이건희의 가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김 변호사는 "이학수와 김인주가 삼성의 실세인 이유는 그들이 이건희로 통하는 '언로'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이건희를 수시로 만나 삼성 안팎의 문제를 상의하는 사람은 이학수와 김인주 뿐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19년간 근무한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도 "실제 삼성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이학수 사단"이라며 ""이학수 사단에는 인사와 관리·재무를 맡고 있는 인맥들이 포진돼 있어서 누구도 꼼짝할 수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삼성이 공무원 로비 전용으로 쓰는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나와 골프를 쳤던 어느 검사는 나를 가리켜 '전관(轉官)했다'는 표현을 썼다. 법원에서 검찰, 혹은 검찰에서 법원으로 옮길 때 썼던 표현이 '전관'이다. 공직사회 안에서 소속만 바뀔 때 쓰는 표현이다. (중략) 그런데 삼성 법무팀을 공직으로 여긴다면, 법원이나 검찰 혹은 다른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삼성 등 재벌로 옮기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닌 셈이다. 공무원이 삼성을 위해서 일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어차피 공직수행이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실제 삼성은 자신들이 국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의 증언이다. "그들은 삼성 회장 비서실이 대통령 비서실을 능가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청와대 비서실이 삼성 비서실을 흉내내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삼성 내부 문서양식은 정부의 보고문서와 거의 같았다. 내가 공무원을 하다가 삼성에 가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삼성과 노무현 정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구조본 팀장회의에 '노무현 정부의 명칭'건이 올라왔고, 당시 회의에서 '참여정부'로 의견을 모았는데, 그것이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공식명칭이 됐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정책 가운데 삼성에 불리한 것은 거의 없었고 대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삼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한국사회도 김동춘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형 기업사회' 즉 "대기업이 정치권, 언론, 정부, 학계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또다른 실체를 "반도체 기술자 위에 있는 비자금 기술자"라는 비유로 꼬집었다.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제조업 분야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는 이 전 회장의 사조직인 '구조본의 임원'이 차지한다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희생을 치르고 조직에 기여한 사람과 성과를 챙기는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 구조본에서 일해본 사람은 그 이유를 안다.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회사가 저지른 비리의 공범들이다. 삼성에서는 비리 공범이 돼서 수뇌부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위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반도체 기술자' '휴대폰 기술자'보다 이건희 일가를 위해 비리를 저지른 '비자금 기술자', 공무원을 타락시키는 '로비 기술자'들이 더 높은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성장에 큰 공을 세운 윤종용 전 부회장이나 반도체 신성장이론인 '황의 법칙'을 만들며 반도체 신화를 일구어낸 황창규 전 사장이 각각 상임고문과 상담역으로 물러난 것은 이러한 지적을 잘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이아무개 삼성전자 부사장도 반도체 메모리 분야 최고 엔지니어였다는 점은 삼성의 조직문화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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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성 폭로는 야사로 남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10.02.03 17:07 김종철 (jcstar21))
[인터뷰] <삼성을 생각한다> 들고 세상밖으로 나온 김용철 변호사
- 2009년 말에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복권되면서, 마치 삼성문제가 모두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요.
"(고개를 흔들며) 정말 코미디야. 단군이래 이렇게 큰 규모의 탈세사건이 있었나? 유죄판결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의 딸들 손잡고 유유히 웃는 모습이 대부분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말야."
"자신들의 사적 이득을 위해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것으로 국가와 사회를 부패시키고, 검찰이나 법원 등의 공적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그들만의 문화와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도록 놔둬야 하는지 말야.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지. 부패와 반부패인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순간 빨갱이가 돼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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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광고 대신하다 (미디어스, 2010년 02월 04일 (목) 10:01:52 도형래 기자)
삼성도 막을 수 없는 트위터 RT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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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아이폰'을 만들지 못할까?"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3 오후 12:02:03)
[삼성 직원에게 김용철 책을 권하는 이유·①] 꼭두각시 사장들
기사 속 직원은 "(삼성은) 뒤늦게 A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왜 우리는 꼭 성공모델이 있어야 도전하는 것인지, 과연 우리가 진정한 1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성공모델이 없으면 도전하지 않는, 보수적 기업문화가 삼성의 덫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이런 문화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에 묘사된 삼성 계열사 경영진은 구조본(옛 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삼성 사장들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 직원들에게 오후 휴가를 주는 일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투자와 인사에 관한 결정은 말할 것도 없다. 아주 시시콜콜한 결정까지 구조본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구조본에 유능한 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계열사와 동떨어진 곳에 있는 구조본 임원이 계열사를 제대로 이끌기란 쉽지 않다.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서 그대로 적용하는 경영 방식은 이런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구조본이 모든 결정을 도맡는, 원격경영 구조에서는 권위 있는 매뉴얼을 구해서 계열사가 따르도록 하는 게 가장 편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부분적으로는 성공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더 이상 따라할 대상이 없어진 지금, 삼성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삼성 경영진의 역할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려 해도, 훈련된 경영인이 없다는 것. 유능한 경영인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경영인의 소양을 닦을 수 있다. 모든 결정이 구조본에서 이뤄지고, 구조본은 오로지 총수의 눈치만을 살피는 삼성 식 경영구조에서는 계열사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삼성 그룹이 오랜 역사와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스타급 전문경영인은 많이 배출하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무팀이 작성한 보고서 끝에 의견란이 있는데, 모든 임원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쓰도록 돼 있다. '임원 누구누구는 즉시 조치함이 상당하다, 사장은 연말에 재평가함이 상당하다'라는 식으로 쓴다. 여기서 조치나 재평가란 해고를 뜻한다. 구조본 재무팀은 그룹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에 대해 목을 쥐고 있는 자리인 것이다.
예컨대 그룹 내 어느 화학 계열사 사장이 명절에도 출근해서 안전점검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하자. 그런데 재무팀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하자. 이런 경우, 재무팀에서 ''계장급 사장'이며, 리더십이 부족하다'라고 적어 보고하면 그만이다. 꼼꼼하게 실무를 챙긴다는 점을 거꾸로 비난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반대로, 사장이 굵직한 일만 챙기고 실무는 아랫사람에게 위임한다면? 역시 트집 잡을 방법은 많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온 셈이다.
내가 재무팀에서 일하던 시절, 궁금한 게 있어서 소환하면 누구든지 바로 왔다. 이렇게 불려온 사람들은 사장에 대한 고자질을 밥 먹듯 했다 '어차피 사장은 회장이 파견한 사람일 뿐'이라고 여기므로 사장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리 없다. 충성을 바칠 대상은 오직 회장뿐인 것이다."
김 변호사 재직 시절, 구조본 재무팀은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 비리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삼성 그룹 내 최고 실세 집단으로 군림했다. 재무 관련 부서가 전권을 휘두르는 구조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구조에선 당장의 수익성과 거리가 먼 지표를 개선하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 리더십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이 최근 수년 간 거둔 성공은 기술 리더십(technology leadership)에 기반한 게 아니라 신속한 대응(speed and agility) 덕분이었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진정한 혁신의 부족이 수익성을 해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통상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0% 수준이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서도 '혁신'을 '연구개발비 지출'이라는 재무 지표로만 이해하는 태도는 반복된다. 충분한 연구개발비 투자는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미디어 삼성>에 실린 "1등 기업의 함정"이라는 기사에 소개된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뭔가 창조적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었고, 만들어서도 안됐다. 과거 다른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좇는데 익숙하다보니 후발주자로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사에 소개된 다른 연구원은 "개발하다 보면 가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뜬구름 잡지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봐! 바로 시장에 낼 수 있는 걸로…'라는 반응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신용인 박사는 "윗사람 지시 없으면 머리 안 쓰는 문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관리와 통제 문화가 창의적인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최인철 삼성전자 차장은 제도의 문제도 함께 지적한다. 직원의 창의성이 낳은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천지인 자판 발명으로 회사에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줬지만, 삼성 측은 그에게 고작 10만 원 조금 넘는 상여금을 줬을 뿐이다. 불법 로비, 비자금 조성 등에 가담한 이들이 누리는 혜택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는 금액이다.
최 차장은 "과거의 삼성전자는 지금보다는 혁신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재무부서가 전권을 쥐면서, 모든 게 변했다. 철저하게 재무적인 지표로만 평가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자산은 설 자리를 잃는다.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된다. 혁신의 기풍은 사라지고, 위에서 할당한 재무적인 목표에 맞춰 쥐어짜는 일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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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사장 자살이 남긴 숙제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4 오후 12:05:06)
[삼성 직원에게 김용철 책 권하는 이유·②] '관리'의 한계
'보통 체형에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 차림 남성'을 떠올리게하는 기업 문화. 이런 보수적인 문화는 삼성 자동차, e-삼성 등 그룹 차원의 치명적인 경영 실패에도 삼성이 견뎌낼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너무 엄격한 관리 문화 속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창조적 혁신이 어렵다는 점이 있다. 특히 총수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비서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를 무시하기 쉬운 재무부서가 주도하는 관리 문화 속에서는 더욱 어렵다.
다른 문제점은 임직원이 느끼는 피로와 스트레스다. 너무 심하게 옥죄는 문화를 오랫동안 견뎌내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최근 자살한 삼성전자 부사장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평균적인 '삼성맨'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이미 위험 수위다. 고려대 경영학과 장세진 교수 역시 '조직 피로감'을 삼성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혹독한 취업난 속에서 삼성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금세 사표를 내는 경우도, 대부분 극심한 피로감이 원인이다.
삼성 임원들은 정기적으로 정밀 건강진단을 받는다. 직원들의 심각한 피로감에 대해서도 경영진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임직원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삼성 식 해법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무노조 경영'이 문제다. 삼성에는 노조가 없는 탓에 관리부서의 임직원 쥐어짜기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 그리고 관리부서는 비서실(구조본, 전략기획실 등)이 지휘하는데, 비서실은 합리적인 경영판단보다 총수의 뜻을 앞세우곤 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 총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사무직, 연구개발직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달리, 생산직 노동자가 겪는 문제다. 이들이 겪는 것은 그저 피로감, 스트레스 정도가 아니다.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이다. 반도체 부문은 아니지만, 삼성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자세히 이야기했다.
"OJT를 받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가전부문 조립라인을 꼽고 싶다. 여성 생산직, 남성 생산직이 컨베이어 벨트에 예속돼 두 시간에 10분씩 휴식하면서 꼼짝 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혹시 배탈이 나더라도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정도였다. 또 복도는 전등이 희미하여 앞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화장실에는 손 닦는 수건이 없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손수건으로 닦도록 돼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깨끗한 공장 풍경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직원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구나 싶었다. 북한에서 외부인이 구경하는 평양 거리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의 환경은 엉망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부에는 '지상천국'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북한과 무엇이 다른가 싶기도 했다. 직원들이 기계 부품처럼 묶여 일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오랫동안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같은 직장에서 본사 직원이나 관리직은 쾌적한 공간에서 대접도 받고 권세도 부리는데, 생산 현장에서는 해마다 생산성 향상 30% 구호 아래 경비를 줄이기 위하여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내핍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텔레비전이 미국으로 적자 수출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3000억 원 대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관리 문화는 직원 경력 개발에서도 문제를 낳는다. 관리부서의 힘이 지나치게 세다보니, 전문성을 쌓는 쪽으로 경력 개발을 하는 임직원이 손해 보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상당수 삼성 직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세일즈 머신'에서 벗어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다른 형태의 경력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최근 자살한 삼성 부사장을 놓고서도 비슷한 설명이 있다. 연구개발 업무의 정점에 있던 삼성 부사장의 자살은, 삼성 조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조직 구성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삼성에서 관리조직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게다. 바로 '비리'다. "구조본에 있는 비자금 담당자는 계열사에 일정 금액씩 비자금을 할당했다. 경영이 어려운 회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은 부실 규모가 1조 원에 달하고 수주 실적도 없어서 심한 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이 회사 관리담당(경영지원실장)이었던 김능수가 '회사가 너무 어렵다'며 내놓을 돈이 없다고 버텼지만, 구조본은 그에게 위협하다시피해서 매년 50억 원을 받아냈다.
구조본 재무팀 관재부서에 있는 30대 초, 중반 과장들은 프랑스제 델시 청회색 초대형 여행용 가방에 들어 있는 현금을 수시로 본관 지하주차장에서 27층 비밀금고로 날랐다. 물론, 다른 직원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운반하지만 구조본 직원들은 대개 운반 장면을 보게 된다. 대부분 애써 눈을 돌리고, 못 본 척한다. 현금이 너무 많아서 운반하기 힘들 때는, 화물운반용 트롤리(trolley)를 사용하기도 했다. 비자금을 운반하는 관재파트 과장들은 주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는데, 미래의 사장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구조에서 임직원 관리를 느슨하게 했다간 도저히 뒷감당을 할 수 없다. "로비 기술자, 비자금 기술자가 반도체 기술자보다 위에 있는 구조" 역시 필연적이다.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노동조합이라면, 자신들에게 돌아오거나 회사에 재투자돼야 할 부(富)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할 리 없다. 비자금이 사라지고 투명한 경영구조가 갖춰지지 않는 한, 감시와 통제 위주의 삼성 문화는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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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식 '공포 경영', 언제까지 통할까"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5 오후 4:28:49)
[삼성 직원들이 김용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③] 기업 보안의 그늘
"삼성에서 도청에 얽힌 일화는 많다. 삼성이 관계사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그 회사가 그걸 잡아내는지를 검사한 적이 있다. 관계사의 보안 능력을 파악하는 절차다. 이런 일을 하다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국정원에서 운용하는 도청기에 자꾸 이상 전파가 잡힌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삼성이 경쟁적으로 도청하는 것이었다. 일상적으로 도청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도청을 막는 기술도 발달했다. 구조본에서 근무할 당시, 내 방 유리창에는 난반사 필름이 부착돼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레이저 광선으로 유리창 진동을 감지하는 도청 기술이 있다. 이걸 막기 위해 부착된 필름이다.
구조본 사무실이 있는 삼성 본관 26, 27층부터 회장 집무실이 있는 28층까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녹음돼 기록으로 남겨졌다. 천장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에스원 당직자가 그걸로 늘 감시했다. (…중략…)
한 고위 임원이 회사 본관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을 좋아한 적이 있다. 그가 여직원에게 보낸 메일에는 낯 뜨거운 내용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 임원이 보낸 메일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출력하니까, 100장이 넘었다. 노인식이 그걸 들고 와서 내게 보여줬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 여직원에게 보낸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러브스쿨 홈페이지를 통해 만난 초등학교 동창 유부녀와 주고받은 연애편지도 있었다. 실제로 그 임원은 일을 시키려고 보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은 다른 곳으로 발령 냈다. 그리고 그 임원은 계속 진급에서 누락시켰다. 그는 자신이 왜 진급을 못하는지를 모르는 듯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여기서 더 감시와 통제가 강화된다면, 임직원들의 내면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잡을까. 바로 '공포'다. 언제든 도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어디서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이런 감정은 상당수 임직원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삼성과 소니> 저자인 고려대 경영학과 장세진 교수는 "비서실의 역할이 너무 커지면서 삼성 구성원들이 비서실에 의해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로 인해 조직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공포 경영(fear-based management)'이라는 기업문화까지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 사면 이후, 삼성에 불리한 언론 보도가 뚜렷한 까닭 없이 삭제되는 일이 흔해졌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소개한 <경향신문> 기사가 온라인 판에서 삭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SK텔레콤 측에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한국일보> 기사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집행유예 중인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다는 <서울경제신문> 기사 역시 삭제됐다. 심지어 광고를 거절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책을 낸 사회평론이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총수 일가가 아닌 이상, 평생 '삼성 가족'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삼성과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도 있다. 그 때도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의 힘이 자랑스럽기만 할까. 그럴 리는 없다. 삼성 근무 시절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뒤, 회사 측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한때는 '삼성 가족'임을 자랑스러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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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본의 국가지배 삼성을 보면 알게돼” (한겨레, 이세영 김경호 기자, 2010-02-04 오후 02:44:00)
‘삼성공화국’ 분석 박사논문 낸 이종보 연구원
“힘의 차이 간과한 민주주의, 불평등 지속시킬 뿐”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2005년 6월의 일이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로 집권 민주세력의 한계를 자인했다. 왜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던 한국의 민주화는 한층 진전된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고 삼성이라는 대자본의 지배로 귀결했는가. 이종보(37·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씨가 <민주주의 체제하 ‘자본의 국가 지배’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규명하려는 것도 이 문제다. 말하자면 이 논문은 ‘삼성공화국’이란 현상을 국가·제도정치권·시민사회라는 민주주의의 제도 영역에서 진행되는 자본권력 대 민주화 세력의 경합과 각축이라는 틀을 통해 파헤치려는 시도다.
-왜 삼성에 주목했는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자본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면 삼성을 보면 된다. 강압과 매수라는 전근대적 전략에서 담론·이데올로기를 통한 동의 확보라는 선진적 수단에 이르기까지, 지배의 모든 전략이 삼성에게서 드러난다.”
-삼성의 지배전략이 제도정치권과 국가기구, 시민사회 영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구사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을 통해 포획하거나 관료와의 대립구도를 활용해 주변화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국가의 행정·사법 관료들 역시 매수·포획의 방식이 사용된다. 주목할 만한 건 대(對)시민사회 전략이다. 가능한 모든 전략이 동원되는데, 삼성 사회봉사단 같은 조직을 통해 시민사회의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기본이다. 학계·언론계·시민운동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선 임원 특채나 사외이사 기용, 기금지원, 상찬사업 등을 통해 유인·포획하거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나 ‘2만달러 시대’ 같은 담론을 유포해 시민사회 내부의 동의를 확보하거나, 노조 세력에 대해선 강압과 파괴공작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엑스파일 사태나 경영권 편법승계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에서 보듯 대시민사회 전략이 전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이다. 자본의 지배전략이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이 민중세력의 저항과 상호작용하면서 내적 긴장을 만들어내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배블록과 저항블록의 모순은 심화되고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은 의회의 영역을 넘어 사법기구로 확대된다. 최근의 ‘사법전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를 ‘테이블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테이블 민주주의가 삼성공화국을 불렀다는 얘기인가?
“테이블 민주주의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세력조차 대화 테이블로 끌어앉혀 개혁의 방향성과 방법론을 논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꼬집기 위한 말이다. 이런 민주주의는 테이블상에 엄존하는 쌍방 간 힘의 차이와 불평등을 간과함으로써 결국은 지배와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할 뿐이다. 방법은 하나다. 기존의 형식화된 민주주의의 틀을 넘어 ‘제도정치’와 ‘운동정치’의 결합을 통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희망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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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호암의 가르침에서 비롯"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0-02-03 오후 12:44:09)
이병철 전 삼성 회장 탄생 100년, 재조명 기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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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부끄럽지 않은가 (미디어오늘, 2010년 02월 05일 (금) 17:26:50 이재현(문화평론가))
김용철변호사 사건부터 '반올림'까지…비판 겸허하게 수용해야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 펴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의 일간지 광고가 ‘원천봉쇄’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삼성의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작년 연말부터 삼성 기업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잘 드러내주는 몇 개의 사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건희 전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부사장 겸 CCO(최고 운영 책임자)로 승진한 것, 둘째는 이건희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서 특별 사면 받은 것, 셋째는 얼마 전에 삼성전자의 부사장 한 분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 넷째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1등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의 조직문화는 기업의 상층부만 쥐어짜 온 것은 아니다. 아래도 쥐어짜 왔다. 이건희 전 회장이 특별사면 되던 날 아침에, 이종란 노무사라는 분이 불법 강제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이종란씨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삼성의 약점으로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것은 창의성과 혁신성 부족이다. 이런 점을 스스로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과거에 가족을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고 아주 인상적으로 말한 바가 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부사장에게 있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그리고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해야 할 일은 삼성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혁신과 창의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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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이건희" 낯뜨거운 이병철 100주기 보도 (미디어오늘, 2010년 02월 06일 (토) 07:25:51 조현호 기자)
5일은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탄생 10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호암아트홀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소식을 담는 데엔 모든 신문이 지면을 크게 할애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실었고,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은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울먹였다는 대목을 기사와 제목(한국)에서 강조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직해야 한다" "싸우지 말자" "삼성이 약해지면 도와줄 것"이라는 이 전 회장의 언급을 일종의 어록처럼 실어줬다. 남 잔칫상에 재는 뿌리지 말자는 뜻에서였을까. 체육대회 유치라는 명분으로 죄를 짓고도 재력과 권력에 기대어 4개월 만에 국민과 대중앞에 거리낌없이 등장한 회장님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을 한 신문은 한 곳도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탄생을 이렇게까지 기념하는 행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5일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타냉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 참석해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회사가 약해지면 해야죠. 복귀라기 보다 도와줘야죠"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또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겠다" "싸우면 절대 안된다" 등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신문들은 이 같은 이 전 회장의 말을 제각기 해석해 크게 실었다. 사진은 이건희 전 회장과 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손을 잡으며 웃는 모습 등이 주로 실렸다.
가장 크게 실은 곳은 중앙일보였다. 1면 가운데에 3단크기의 사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 "회사 약해지면 도울 것">이라는 제목으로 비중있게 실렸다. 중앙(과 국민일보)은 사진 기사의 크레딧을 자사 기자 이름으로 달았다. 동아일보는 14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자 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건희 전회장 "사우면 경제도약 절대 못해">라는 기사를 통해 행사 소식 행사 전반을 소개하며 이 전 회장의 말을 옮겼다.
서울신문은 5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참석…이건희 전삼성회장의 화두/"경영복귀 아직은 빠르다">에서 "이 전 회장이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전 회장이 인사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는 대목도 기사에 넣었다. 한국일보는 아예 11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범 삼성가 한자리에…"아직 부족한 점 많다" 울먹인 이건희>에서 기사 문장에서부터 이건희 전 회장이 울멱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1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주 고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호암 경영철학은 영구한 기업철학">을 통해 행사 소식을 크게 실었다.
달빛에 바랜 신화의 기록 (한겨레21 2010.02.05 제797호, 정혁준 기자)
[VS] 삼성 비자금 양심선언 사건 책으로 정리한 김용철 변호사…
감춰진 ‘황제경영’과 전략기획실의 전횡 다뤄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와 가신들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일부를 검찰과 언론 등 국가와 사회 여러 분야에 뿌려 공적 기능을 무력화했다. 대부분의 비자금은 이 전 회장의 영속불변의 권력체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사용했다. 이게 삼성 비자금 사건의 핵심이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대부분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물론 일부 조세포탈과 배임에 대해선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마저도 4개월여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정사의 기록은 이렇게 끝났다.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
내가 검찰과 법정, 언론에 말한 진실은 역사도 신화도 아닌 야사로만 전해지게 됐다. 내가 말한 기록이 야사로 남더라도 어떻게든 정리해서 진실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 무소불위의 전략기획실 얘기다. ‘난다 긴다’ 하는 임원들도 전략기획실 앞에선 꾸벅 죽는다. “여기 (전략기획)실입니다”라는 전략기획실 과장의 전화를 임원들은 거의 부동자세로 받는다. 삼성 전략기획실과 청와대 비서실 중 과연 어디가 더 셀 것 같나. 비교가 안 된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파워가 청와대 비서실을 능가한다. 물론 나 역시 삼성에 있을 때 삼성화재와 삼성전자에 이름을 걸쳐두고 있었지만 그 회사를 위해 일한 적은 없었다. 오로지 이 전 회장을 위해 일했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삼성에선 서비스 사장 하다 제조업체 사장 한다. 전문성은 전혀 상관없다. 이 전 회장에게 충성만 잘하면 승진한다.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제대로 된 경영자 하나 키우지 못한다. 이 전 회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해 잭 웰치 같은 뛰어난 경영자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을 받았으니, 면책을 받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 주로 그런 주장을 펴는 쪽은 자신들을 보수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병역을 기피하는 보수가 있다는 말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보수를 자처하는 것은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부패와 반부패의 문제다.
- 검찰과 관련한 얘기도 많이 나온다고 들었다.
=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와 우리나라 검찰을 비교해보자. 도쿄지검 특수부는 집권 민주당의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정치 자금을 수사 중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댄다. 하지만 우리나라 검찰은 죽은 권력에만 칼을 들이댄다. 이명박 정부의 친인척이나 삼성엔 손도 못 댄다. 물론 검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혁명가가 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검찰 조직이 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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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게 정의'?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0-01-29 오후 6:51:02)
[화제의 책] 김용철이 <삼성을 생각한다>를 쓴 까닭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내용은 2부 '그들만의 세상'에 기록돼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입사할 당시부터 퇴사할 때까지 그가 보고, 듣고, 실행하고, 느낀 삼성그룹의 경영방식이 고스란히 수록됐다. 언론의 찬사를 집중적으로 받는 '총수 경영'이 실제로 어떤 폐단을 가졌는지, 이건희 전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회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지, 비리로 얼룩진 이건희 일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삼성그룹 조직원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등이 세세한 에피소드를 근거로 소개된다. 특히 그는 삼성 경영 실무의 모든 것을 책임졌던 이학수 당시 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당시 사장과의 대화를 복기해 이들의 불법적 경영 행태를 고발한다. 김 변호사의 눈에 비친 그들은 이건희 일가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며, 나아가 국가의 이익이라 믿는 사람들이었다.
총수 일가 보필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구조조정본부)의 최우선 업무가 되다보니 실제 그룹의 미래를 열어가야 할 엔지니어, 전문경영인 등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오직 그룹의 검은 돈을 관리하는 이들만이 가장 높은 보수와 권력을 누릴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조치이기도 했다. 내막을 아는 이들이 이탈해서 김 변호사와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제식 경영이 과연 글로벌 삼성의 성장에 도움이 됐을까. 김 변호사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모든 결정을 총수와 구조조정본부 소수 임원이 하는 구조이다보니 계열사 사장들은 '얼굴 마담'이나 다름없었다.
삼성 노동자와 소비자들의 돈으로 만들어진 비자금의 또 다른 용처도 있다. 바로 이런 황제식 경영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물'이다.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각계에 뿌려진 이 돈은 이건희 부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때, 비자금을 조성할 때, 삼성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데 큰 힘을 발휘했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많은 사례 중 김 변호사가 직접 맡았던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한다. "대법관에게 150만 원짜리 굴비 선물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 당시 이학수는 내가 직접 전달하라고 했다. 그게 예의라는 게다. 그러나 나는 운전기사를 대신 보냈다. 속으로는 '대법관이 설마 삼성이 보낸 굴비를 받겠느냐'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기사에게 들으니, 굴비 잘 먹겠다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받았다고 한다."
검은 돈을 주고받은 한국 사회 고위직은 모두 일종의 '패밀리'처럼 엮여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돈을 받지 않거나 양심에 따라 소신껏 소송을 진행해 삼성에 '찍힌' 검사들 일부는 불합리한 인사조치를 받으며 검찰을 떠나야 했다.
김 변호사는 주류사회에 접근하기 위해 한국인들이 집착하는 인맥 우선주의, 접대 문화 등을 꼬집는다. 그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대신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주목한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 역시 재벌의 투명성 제고로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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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만 제 구실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1-29 오후 6:51:07)
[인터뷰]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한 김용철 변호사
온갖 흑색선전으로 인해 김 변호사가 입은 상처는 여전히 커보였다. 이번 책에서 충분한 해명과 반박을 담으려 했지만, 어떤 독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해보일 수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개인적인 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 갖지 말아 달라"는 말을 거듭했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만 보느냐"는 말도 자주 했다. 서점 배포를 앞두고, 인쇄가 진행되는 내내 김 변호사가 걱정한 것도 이 대목이었다. "이번 책으로 흑색선전에 대한 해명은 할 만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제발 문제의 본질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게다. 그가 말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본질'은 뭘까.
바로 '부패'다. 온갖 인맥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탓에 다들 그 심각성에 대해 둔감해져 있는 부패구조다. 그의 말은 이렇다. "부패에 너무 둔감해져 있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책을 낸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삼성에서 내가 겪은 일들은 이런 부패 구조의 아주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내가 공개한 내용이 부패 구조의 전체라는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 책 출간이 전체 부패 구조에 대한 각성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세금을 탈루했을 뿐 아니라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보수 세력이 먼저 이 전 회장을 비판하고 나서야 마땅한데 현실은 달랐다. "나도 어쩌면 보수 세력일 수 있다. 사회에서 누린 게 많으니 말이다. 내가 이야기 한 것도 주로 보수적인 가치였다. 법을 지키자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런데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를 비난하고 나섰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우리 사회에 제대로 된 보수 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지 부패 세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덜 부패한 세력이 이들과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부패 세력은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세력에게 종종 '좌익, 빨갱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우스운 일이다. 둘 사이의 차이는 그저 부패한 정도 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약 통일이 되면, 부패 세력이 어떤 빌미로 덜 부패한 세력을 공격할지 궁금하다."
오랫동안 검사로 지냈던 그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를 통해 풀려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가 직접 겪은 일들이 법과 제도에 따른 공적 절차를 거치는 동안 깡그리 무시됐다. 그의 심경을 들었다. "검찰만 제 구실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법을 어긴 자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법과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한국 검찰은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권력', 또는 재벌처럼 '죽지 않을 권력'에 대해서는 그저 눈치만 볼 뿐이다.
이대로 가면, 법에 따른 공적 수사 절차를 아무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후진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 검찰이 '거악'과 싸우기는커녕 '거악'과 결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거악'에 맞서려는 이들은, 결과적으로 검찰과 싸우게 된다. 검찰과 '거악'이 한 몸이 된 상태니 말이다. 이게 정상일까. 그렇지 않다. 정의를 좇는 이들이 국가기구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은 혁명 시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모든 일이 법과 제도에 따라 풀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이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책이 나오는 이 시점까지도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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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한겨레, 김남일 기자, 2010-02-01 오전 08:41:08)
김용철 변호사 책에 드러난 ’관리의 삼성’
삼성사건 재판장은 2002년 관리 대상
검사 처남 주식손실 보전해 준 적도
이 전 회장 “공짜제품 뿌려 경쟁사 망하게”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냈다. 이 책에는 ‘관리의 삼성’이 그동안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로비를 펼쳤는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반도체 회로도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김 변호사는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법조계 관리 실태를 털어놓고 있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논란도 예상된다. 한 예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김 변호사의 폭로 뒤 청와대 쪽에서 국세청장 후보 3명의 ‘검증’을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삼성의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판사의 고교 동창인 계열사 부사장이 관리를 맡았다. 2002년에는 나와 부사장, 판사 셋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 판사는 6년 뒤 터진 삼성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던 당시, 지검장 집엔 삼성 관계자가 드나들며 선물을 갖다줬다는 내용도 실렸다. 삼성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의 처남이 삼성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해를 삼성이 보전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대법관에게는 15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보내면서 ‘설마 받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굴비는 반송돼 오지 않았다고 한다.
책은 이 전 회장의 제왕적 모습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모든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줘서 경쟁사를 망하게 하라’는, 선뜻 믿기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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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김용철 변호사 신간' 온라인 기사 삭제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0-02-02 오후 3:15:37)
네이버 등 포털 검색도 안돼…<경향닷컴> "본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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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 “삼성,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조직” -이건희 전 회장, 복귀 하나 안하나 영향력은 똑같아 (노컷뉴스, 2010-02-02 07:46, 진 행 : 양병삼 PD)
-삼성 비자금 공익에 쓰겠다? 말장난에 불과
■ 출 연 :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
▶양병삼 PD> 법조계 인맥 뿐만 아니라 언론계 인맥 관리,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또 국세청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데는 어떻습니까?
▷김용철 변호사> 언론은 뭐 잘 아시잖아요. 광고량, 단가에 비례하지 않은 광고비 협찬, 이런 형식으로 해서 사실상 조직적인 관리를 하고 있고 그 다음에 뭐 구성원들 여러 보직을 담당하는 부장이니 차장이니 기자 여러분들한테는 사실 크지 않은 비용이죠. 그런데 단지 그런 부스러기 그걸로 관리가 되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건드리기 힘든 조직으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그렇게 인식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최근에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삼성 같은 경우에는 홍보실을 폐쇄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할 일이 없어졌다, 뭐 이런 우스운 얘기까지 돌던데요.
▶양병삼 PD> 삼성의 인맥관리 그 산물이기도 할 텐데요. 그러다 보니까 삼성의 로비력이라고 하는 부분 또한 막강하다고 알고 있는데.
▷김용철 변호사>특검같은 경우는 수사결과 조직적인 로비는 없었다, 이런 결론을 내렸는데, 제가 조직적인 관리를 일부 관여했던 사람이니까요, 나름대로 기준이 있지요. 그러니까 퇴직공무원에 대해서도 제가 책에서도 일부 썼는데 퇴직한 고위직공무원에 대해서도 공직에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포섭해두지요. 돈이죠. 결국은. 돈으로.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공정위 독점국장으로 뇌물로 구속되고 실형을 살았던 사람 이런 사람은 삼성전자의 감사로 채용을 하지요. 뇌물문제로 뇌물수수로 파면된 사람, 국세청 공무원, 삼성에서 세무대리인으로 사실상 쓰지요. 그런 것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싸인이기도 하지요. 부패, 독직으로 문제가 되더라도 우리가 보은을 하고 보호를 한다, 이런 싸인이지요. 또 대법관 중에 삼성카드 세금관련해서 삼성 쪽에 유리한 판결을 한 대법관 영원히 삼성에서 보은, 은혜를 갚지요. 그런 싸인을 보내기도 하고. 퇴직자에 대해서도 그럴진데 현직자들에 대해서도 여러단계로 검증을 해서 명문고, 명문대 출신으로 해서 성장가능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 두지요.
▶양병삼 PD>현재 삼성하면 세계 초일류기업을 지향한다, 또 글로벌기업이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는데. 이런 브랜드 네임에 걸맞게 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런다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 여러 가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디에서부터 바뀌어야 된다고 보시나요?
▷김용철 변호사> 삼성에 바란다, 또는 뭐 어디 검찰에 바란다 이런 이야기가 참 어려운 것이 바뀔 수 없거든요. 예를 든다면 이씨일가나 가신 그룹이라고 할 수 있나요, 못 바꿔요.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져있는데 어떻게 바꿉니까? 저는 참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그 정도의 자본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왜 그렇게 비난받을 일, 부도덕한 일을 계속 저지르냐 이거지요. 존경받아도, 명예롭게 해도 될만한데, 그건 탐욕이거든요. 제가 딴 나라사람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을 하면서 이제 깊이 생각을 안 해보면 그렇게 될 수. 그래서 저는 삼성에 바란다, 이 소리 하고 싶지 않거든요. 안 변할 거니까요. 변할 가능성 없어요. 저는 그래서 경영쇄신안 나오면 아니 뭘 쇄신한다는 겁니까? 쇄신의 주체가 아니라 쇄신의 객체인데. 그 다음에 삼성이 예를 들자면 중앙일보 계열분리라고 대국민 선언을 몇 번을 했잖습니까. 실제로 그게 안 됐잖아요. 하다못해 비자금 얘기 나올 때도 뭐 유익한 곳에 쓰겠다, 사실 말장난인데 저는 뭐. 예를 들자면 우리 언론이 이건희 이 양반이 딸 손을 잡고 다녔다, 그거를 손잡은 모습을 찍어서 보도를 하고 그러던데 아버지가 딸 손잡은 게 뭐 그리 대단한 보도거리인가요? 그게. 그렇게 보도를 해주고 좋은 얘기를 해주고 경영복귀 이야기 하던데, 경영복귀...
▶양병삼 PD>복귀 하나 안하나 마찬가지다.
▷김용철 변호사> 마찬가지죠. 이 양반이 경영을 하는 게 아니고 책임을 지는 일이 없이 권한, 권력만 누릴 뿐인데. 지금도 인사문제랄지 사장단 인사 일괄적으로 인사되어 나오는 보도를 보면 누가 인사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일사분란하게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발령을 누가 냅니까? 실질적인 권력을 그대로 행사하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는 거지요. 이게 삼성에 바랄 게 아니고 사실은 금융감독 기관이라든지 수사기관이든지 언론이라든지 사회 각 기능의 소속된 사람들이 제 역할하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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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 내부 문서는 정부 보고문서와 거의 같았을까 (오마이뉴스, 10.02.01 20:34 구영식 (ysku))
김용철 변호사, <삼성을 생각한다> 펴내다
삼성의 지휘통제소(control tower)로 불리던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의 공식문서에는 '이건희'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대문자 'A'가 쓰였다. 이건희 전 회장 부인인 홍라희씨는 'A''로 표현된다. 이 전 회장의 자녀들도 'JY'(이재용), 'BJ'(이부진), 'BH'(이서현) 등으로 적었다. 이렇게 이름을 독특하게 적은 이유는 삼성 안에서는 이름을 직접 쓰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봉건제 시절, 중국에서는 공문서에 황제의 이름과 같은 글자를 함부로 쓸 수 없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런 관행이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이나 먼 기업이었다. 이 전 회장의 이익 앞에서는 삼성의 이익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삼성을 움직여온 비서실이나 구조본 등은 '참모집단'이 아니라 그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었다.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회의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소변이 마려울까봐서다. 이건희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 비리에 관한 검찰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도 삼성에 입사해 3개월간의 입문교육을 받았을 당시 1주일 내내 이건희 전 회장의 육성어록을 청취했다. "구조본 팀장회의에서 결정을 내릴 때 적용하는 기준은 오직 하나였다. 이건희의 이익이 그것이다. 삼성의 이익과 이건희의 이익이 충돌할 때면, 늘 이건희의 이익이 우선이었다. 구조본 팀장들이 기업경영자가 아니라 이건희의 가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래서다."
김 변호사는 "이학수와 김인주가 삼성의 실세인 이유는 그들이 이건희로 통하는 '언로'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이건희를 수시로 만나 삼성 안팎의 문제를 상의하는 사람은 이학수와 김인주 뿐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19년간 근무한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도 "실제 삼성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이학수 사단"이라며 ""이학수 사단에는 인사와 관리·재무를 맡고 있는 인맥들이 포진돼 있어서 누구도 꼼짝할 수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삼성이 공무원 로비 전용으로 쓰는 안양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나와 골프를 쳤던 어느 검사는 나를 가리켜 '전관(轉官)했다'는 표현을 썼다. 법원에서 검찰, 혹은 검찰에서 법원으로 옮길 때 썼던 표현이 '전관'이다. 공직사회 안에서 소속만 바뀔 때 쓰는 표현이다. (중략) 그런데 삼성 법무팀을 공직으로 여긴다면, 법원이나 검찰 혹은 다른 정부기관에서 일하던 공무원이 삼성 등 재벌로 옮기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닌 셈이다. 공무원이 삼성을 위해서 일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어차피 공직수행이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실제 삼성은 자신들이 국가를 움직이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의 증언이다. "그들은 삼성 회장 비서실이 대통령 비서실을 능가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청와대 비서실이 삼성 비서실을 흉내내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삼성 내부 문서양식은 정부의 보고문서와 거의 같았다. 내가 공무원을 하다가 삼성에 가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삼성과 노무현 정부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구조본 팀장회의에 '노무현 정부의 명칭'건이 올라왔고, 당시 회의에서 '참여정부'로 의견을 모았는데, 그것이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공식명칭이 됐다. 김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정책 가운데 삼성에 불리한 것은 거의 없었고 대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삼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한국사회도 김동춘 교수의 지적처럼 '미국형 기업사회' 즉 "대기업이 정치권, 언론, 정부, 학계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또다른 실체를 "반도체 기술자 위에 있는 비자금 기술자"라는 비유로 꼬집었다.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제조업 분야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열매는 이 전 회장의 사조직인 '구조본의 임원'이 차지한다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희생을 치르고 조직에 기여한 사람과 성과를 챙기는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 구조본에서 일해본 사람은 그 이유를 안다. 삼성에서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사람은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서 회사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 아니다. 이건희, 이재용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개 회사가 저지른 비리의 공범들이다. 삼성에서는 비리 공범이 돼서 수뇌부와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돼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위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성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반도체 기술자' '휴대폰 기술자'보다 이건희 일가를 위해 비리를 저지른 '비자금 기술자', 공무원을 타락시키는 '로비 기술자'들이 더 높은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성장에 큰 공을 세운 윤종용 전 부회장이나 반도체 신성장이론인 '황의 법칙'을 만들며 반도체 신화를 일구어낸 황창규 전 사장이 각각 상임고문과 상담역으로 물러난 것은 이러한 지적을 잘 뒷받침한다. 특히 최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이아무개 삼성전자 부사장도 반도체 메모리 분야 최고 엔지니어였다는 점은 삼성의 조직문화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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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성 폭로는 야사로 남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10.02.03 17:07 김종철 (jcstar21))
[인터뷰] <삼성을 생각한다> 들고 세상밖으로 나온 김용철 변호사
- 2009년 말에 이건희 전 회장이 사면복권되면서, 마치 삼성문제가 모두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요.
"(고개를 흔들며) 정말 코미디야. 단군이래 이렇게 큰 규모의 탈세사건이 있었나? 유죄판결을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자신의 딸들 손잡고 유유히 웃는 모습이 대부분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말야."
"자신들의 사적 이득을 위해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것으로 국가와 사회를 부패시키고, 검찰이나 법원 등의 공적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그들만의 문화와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도록 놔둬야 하는지 말야. 이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지. 부패와 반부패인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순간 빨갱이가 돼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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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광고 대신하다 (미디어스, 2010년 02월 04일 (목) 10:01:52 도형래 기자)
삼성도 막을 수 없는 트위터 RT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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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아이폰'을 만들지 못할까?"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3 오후 12:02:03)
[삼성 직원에게 김용철 책을 권하는 이유·①] 꼭두각시 사장들
기사 속 직원은 "(삼성은) 뒤늦게 A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왜 우리는 꼭 성공모델이 있어야 도전하는 것인지, 과연 우리가 진정한 1등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성공모델이 없으면 도전하지 않는, 보수적 기업문화가 삼성의 덫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보면, 이런 문화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에 묘사된 삼성 계열사 경영진은 구조본(옛 비서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삼성 사장들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 직원들에게 오후 휴가를 주는 일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투자와 인사에 관한 결정은 말할 것도 없다. 아주 시시콜콜한 결정까지 구조본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구조본에 유능한 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계열사와 동떨어진 곳에 있는 구조본 임원이 계열사를 제대로 이끌기란 쉽지 않다. 외국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서 그대로 적용하는 경영 방식은 이런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 구조본이 모든 결정을 도맡는, 원격경영 구조에서는 권위 있는 매뉴얼을 구해서 계열사가 따르도록 하는 게 가장 편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부분적으로는 성공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더 이상 따라할 대상이 없어진 지금, 삼성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삼성 경영진의 역할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려 해도, 훈련된 경영인이 없다는 것. 유능한 경영인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경영인의 소양을 닦을 수 있다. 모든 결정이 구조본에서 이뤄지고, 구조본은 오로지 총수의 눈치만을 살피는 삼성 식 경영구조에서는 계열사 경영진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삼성 그룹이 오랜 역사와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스타급 전문경영인은 많이 배출하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무팀이 작성한 보고서 끝에 의견란이 있는데, 모든 임원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쓰도록 돼 있다. '임원 누구누구는 즉시 조치함이 상당하다, 사장은 연말에 재평가함이 상당하다'라는 식으로 쓴다. 여기서 조치나 재평가란 해고를 뜻한다. 구조본 재무팀은 그룹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에 대해 목을 쥐고 있는 자리인 것이다.
예컨대 그룹 내 어느 화학 계열사 사장이 명절에도 출근해서 안전점검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한다고 하자. 그런데 재무팀이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하자. 이런 경우, 재무팀에서 ''계장급 사장'이며, 리더십이 부족하다'라고 적어 보고하면 그만이다. 꼼꼼하게 실무를 챙긴다는 점을 거꾸로 비난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반대로, 사장이 굵직한 일만 챙기고 실무는 아랫사람에게 위임한다면? 역시 트집 잡을 방법은 많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온 셈이다.
내가 재무팀에서 일하던 시절, 궁금한 게 있어서 소환하면 누구든지 바로 왔다. 이렇게 불려온 사람들은 사장에 대한 고자질을 밥 먹듯 했다 '어차피 사장은 회장이 파견한 사람일 뿐'이라고 여기므로 사장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리 없다. 충성을 바칠 대상은 오직 회장뿐인 것이다."
김 변호사 재직 시절, 구조본 재무팀은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 비리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삼성 그룹 내 최고 실세 집단으로 군림했다. 재무 관련 부서가 전권을 휘두르는 구조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구조에선 당장의 수익성과 거리가 먼 지표를 개선하는 일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 리더십이 망가진다는 뜻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이 최근 수년 간 거둔 성공은 기술 리더십(technology leadership)에 기반한 게 아니라 신속한 대응(speed and agility) 덕분이었다"며 "그러나 결국에는 진정한 혁신의 부족이 수익성을 해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통상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0% 수준이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서도 '혁신'을 '연구개발비 지출'이라는 재무 지표로만 이해하는 태도는 반복된다. 충분한 연구개발비 투자는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미디어 삼성>에 실린 "1등 기업의 함정"이라는 기사에 소개된 한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뭔가 창조적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었고, 만들어서도 안됐다. 과거 다른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좇는데 익숙하다보니 후발주자로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사에 소개된 다른 연구원은 "개발하다 보면 가끔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내면 '뜬구름 잡지 말고 다른 걸 생각해 봐! 바로 시장에 낼 수 있는 걸로…'라는 반응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신용인 박사는 "윗사람 지시 없으면 머리 안 쓰는 문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관리와 통제 문화가 창의적인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최인철 삼성전자 차장은 제도의 문제도 함께 지적한다. 직원의 창의성이 낳은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천지인 자판 발명으로 회사에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줬지만, 삼성 측은 그에게 고작 10만 원 조금 넘는 상여금을 줬을 뿐이다. 불법 로비, 비자금 조성 등에 가담한 이들이 누리는 혜택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는 금액이다.
최 차장은 "과거의 삼성전자는 지금보다는 혁신을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재무부서가 전권을 쥐면서, 모든 게 변했다. 철저하게 재무적인 지표로만 평가하는 문화가 일반화됐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자산은 설 자리를 잃는다.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이 가진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된다. 혁신의 기풍은 사라지고, 위에서 할당한 재무적인 목표에 맞춰 쥐어짜는 일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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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사장 자살이 남긴 숙제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4 오후 12:05:06)
[삼성 직원에게 김용철 책 권하는 이유·②] '관리'의 한계
'보통 체형에 유행을 타지 않는 정장 차림 남성'을 떠올리게하는 기업 문화. 이런 보수적인 문화는 삼성 자동차, e-삼성 등 그룹 차원의 치명적인 경영 실패에도 삼성이 견뎌낼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너무 엄격한 관리 문화 속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창조적 혁신이 어렵다는 점이 있다. 특히 총수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비서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를 무시하기 쉬운 재무부서가 주도하는 관리 문화 속에서는 더욱 어렵다.
다른 문제점은 임직원이 느끼는 피로와 스트레스다. 너무 심하게 옥죄는 문화를 오랫동안 견뎌내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최근 자살한 삼성전자 부사장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평균적인 '삼성맨'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이미 위험 수위다. 고려대 경영학과 장세진 교수 역시 '조직 피로감'을 삼성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혹독한 취업난 속에서 삼성에 입사한 젊은이들이 금세 사표를 내는 경우도, 대부분 극심한 피로감이 원인이다.
삼성 임원들은 정기적으로 정밀 건강진단을 받는다. 직원들의 심각한 피로감에 대해서도 경영진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임직원 건강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삼성 식 해법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무노조 경영'이 문제다. 삼성에는 노조가 없는 탓에 관리부서의 임직원 쥐어짜기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 그리고 관리부서는 비서실(구조본, 전략기획실 등)이 지휘하는데, 비서실은 합리적인 경영판단보다 총수의 뜻을 앞세우곤 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 총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사무직, 연구개발직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달리, 생산직 노동자가 겪는 문제다. 이들이 겪는 것은 그저 피로감, 스트레스 정도가 아니다. '생존'이 위협받는 환경이다. 반도체 부문은 아니지만, 삼성 공장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자세히 이야기했다.
"OJT를 받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가전부문 조립라인을 꼽고 싶다. 여성 생산직, 남성 생산직이 컨베이어 벨트에 예속돼 두 시간에 10분씩 휴식하면서 꼼짝 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혹시 배탈이 나더라도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정도였다. 또 복도는 전등이 희미하여 앞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화장실에는 손 닦는 수건이 없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손수건으로 닦도록 돼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깨끗한 공장 풍경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직원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구나 싶었다. 북한에서 외부인이 구경하는 평양 거리는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의 환경은 엉망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부에는 '지상천국'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북한과 무엇이 다른가 싶기도 했다. 직원들이 기계 부품처럼 묶여 일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오랫동안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같은 직장에서 본사 직원이나 관리직은 쾌적한 공간에서 대접도 받고 권세도 부리는데, 생산 현장에서는 해마다 생산성 향상 30% 구호 아래 경비를 줄이기 위하여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내핍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더욱이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텔레비전이 미국으로 적자 수출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3000억 원 대금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관리 문화는 직원 경력 개발에서도 문제를 낳는다. 관리부서의 힘이 지나치게 세다보니, 전문성을 쌓는 쪽으로 경력 개발을 하는 임직원이 손해 보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상당수 삼성 직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세일즈 머신'에서 벗어나 '기술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다른 형태의 경력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최근 자살한 삼성 부사장을 놓고서도 비슷한 설명이 있다. 연구개발 업무의 정점에 있던 삼성 부사장의 자살은, 삼성 조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구조직 구성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삼성에서 관리조직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게다. 바로 '비리'다. "구조본에 있는 비자금 담당자는 계열사에 일정 금액씩 비자금을 할당했다. 경영이 어려운 회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과거 삼성엔지니어링은 부실 규모가 1조 원에 달하고 수주 실적도 없어서 심한 적자에 시달렸다. 당시 이 회사 관리담당(경영지원실장)이었던 김능수가 '회사가 너무 어렵다'며 내놓을 돈이 없다고 버텼지만, 구조본은 그에게 위협하다시피해서 매년 50억 원을 받아냈다.
구조본 재무팀 관재부서에 있는 30대 초, 중반 과장들은 프랑스제 델시 청회색 초대형 여행용 가방에 들어 있는 현금을 수시로 본관 지하주차장에서 27층 비밀금고로 날랐다. 물론, 다른 직원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운반하지만 구조본 직원들은 대개 운반 장면을 보게 된다. 대부분 애써 눈을 돌리고, 못 본 척한다. 현금이 너무 많아서 운반하기 힘들 때는, 화물운반용 트롤리(trolley)를 사용하기도 했다. 비자금을 운반하는 관재파트 과장들은 주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는데, 미래의 사장감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구조에서 임직원 관리를 느슨하게 했다간 도저히 뒷감당을 할 수 없다. "로비 기술자, 비자금 기술자가 반도체 기술자보다 위에 있는 구조" 역시 필연적이다.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서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노동조합이라면, 자신들에게 돌아오거나 회사에 재투자돼야 할 부(富)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할 리 없다. 비자금이 사라지고 투명한 경영구조가 갖춰지지 않는 한, 감시와 통제 위주의 삼성 문화는 바뀔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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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식 '공포 경영', 언제까지 통할까"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10-02-05 오후 4:28:49)
[삼성 직원들이 김용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③] 기업 보안의 그늘
"삼성에서 도청에 얽힌 일화는 많다. 삼성이 관계사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그 회사가 그걸 잡아내는지를 검사한 적이 있다. 관계사의 보안 능력을 파악하는 절차다. 이런 일을 하다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국정원에서 운용하는 도청기에 자꾸 이상 전파가 잡힌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삼성이 경쟁적으로 도청하는 것이었다. 일상적으로 도청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도청을 막는 기술도 발달했다. 구조본에서 근무할 당시, 내 방 유리창에는 난반사 필름이 부착돼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레이저 광선으로 유리창 진동을 감지하는 도청 기술이 있다. 이걸 막기 위해 부착된 필름이다.
구조본 사무실이 있는 삼성 본관 26, 27층부터 회장 집무실이 있는 28층까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녹음돼 기록으로 남겨졌다. 천장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에스원 당직자가 그걸로 늘 감시했다. (…중략…)
한 고위 임원이 회사 본관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을 좋아한 적이 있다. 그가 여직원에게 보낸 메일에는 낯 뜨거운 내용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 임원이 보낸 메일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출력하니까, 100장이 넘었다. 노인식이 그걸 들고 와서 내게 보여줬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 여직원에게 보낸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러브스쿨 홈페이지를 통해 만난 초등학교 동창 유부녀와 주고받은 연애편지도 있었다. 실제로 그 임원은 일을 시키려고 보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은 다른 곳으로 발령 냈다. 그리고 그 임원은 계속 진급에서 누락시켰다. 그는 자신이 왜 진급을 못하는지를 모르는 듯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여기서 더 감시와 통제가 강화된다면, 임직원들의 내면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잡을까. 바로 '공포'다. 언제든 도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어디서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이런 감정은 상당수 임직원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삼성과 소니> 저자인 고려대 경영학과 장세진 교수는 "비서실의 역할이 너무 커지면서 삼성 구성원들이 비서실에 의해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로 인해 조직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공포 경영(fear-based management)'이라는 기업문화까지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 사면 이후, 삼성에 불리한 언론 보도가 뚜렷한 까닭 없이 삭제되는 일이 흔해졌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소개한 <경향신문> 기사가 온라인 판에서 삭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SK텔레콤 측에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한국일보> 기사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집행유예 중인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다는 <서울경제신문> 기사 역시 삭제됐다. 심지어 광고를 거절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책을 낸 사회평론이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총수 일가가 아닌 이상, 평생 '삼성 가족'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삼성과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도 있다. 그 때도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의 힘이 자랑스럽기만 할까. 그럴 리는 없다. 삼성 근무 시절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뒤, 회사 측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한때는 '삼성 가족'임을 자랑스러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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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본의 국가지배 삼성을 보면 알게돼” (한겨레, 이세영 김경호 기자, 2010-02-04 오후 02:44:00)
‘삼성공화국’ 분석 박사논문 낸 이종보 연구원
“힘의 차이 간과한 민주주의, 불평등 지속시킬 뿐”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2005년 6월의 일이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로 집권 민주세력의 한계를 자인했다. 왜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던 한국의 민주화는 한층 진전된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이어지지 않고 삼성이라는 대자본의 지배로 귀결했는가. 이종보(37·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씨가 <민주주의 체제하 ‘자본의 국가 지배’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규명하려는 것도 이 문제다. 말하자면 이 논문은 ‘삼성공화국’이란 현상을 국가·제도정치권·시민사회라는 민주주의의 제도 영역에서 진행되는 자본권력 대 민주화 세력의 경합과 각축이라는 틀을 통해 파헤치려는 시도다.
-왜 삼성에 주목했는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자본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면 삼성을 보면 된다. 강압과 매수라는 전근대적 전략에서 담론·이데올로기를 통한 동의 확보라는 선진적 수단에 이르기까지, 지배의 모든 전략이 삼성에게서 드러난다.”
-삼성의 지배전략이 제도정치권과 국가기구, 시민사회 영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구사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여야,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자금을 통해 포획하거나 관료와의 대립구도를 활용해 주변화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국가의 행정·사법 관료들 역시 매수·포획의 방식이 사용된다. 주목할 만한 건 대(對)시민사회 전략이다. 가능한 모든 전략이 동원되는데, 삼성 사회봉사단 같은 조직을 통해 시민사회의 비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건 기본이다. 학계·언론계·시민운동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에 대해선 임원 특채나 사외이사 기용, 기금지원, 상찬사업 등을 통해 유인·포획하거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하기 좋은 나라’나 ‘2만달러 시대’ 같은 담론을 유포해 시민사회 내부의 동의를 확보하거나, 노조 세력에 대해선 강압과 파괴공작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엑스파일 사태나 경영권 편법승계에 대한 집요한 문제제기에서 보듯 대시민사회 전략이 전적으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이다. 자본의 지배전략이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이 민중세력의 저항과 상호작용하면서 내적 긴장을 만들어내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배블록과 저항블록의 모순은 심화되고 결국 정치·사회적 갈등은 의회의 영역을 넘어 사법기구로 확대된다. 최근의 ‘사법전쟁’이 이를 잘 보여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민주주의를 ‘테이블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테이블 민주주의가 삼성공화국을 불렀다는 얘기인가?
“테이블 민주주의는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세력조차 대화 테이블로 끌어앉혀 개혁의 방향성과 방법론을 논하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꼬집기 위한 말이다. 이런 민주주의는 테이블상에 엄존하는 쌍방 간 힘의 차이와 불평등을 간과함으로써 결국은 지배와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할 뿐이다. 방법은 하나다. 기존의 형식화된 민주주의의 틀을 넘어 ‘제도정치’와 ‘운동정치’의 결합을 통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래야 삼성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희망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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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호암의 가르침에서 비롯"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0-02-03 오후 12:44:09)
이병철 전 삼성 회장 탄생 100년, 재조명 기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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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부끄럽지 않은가 (미디어오늘, 2010년 02월 05일 (금) 17:26:50 이재현(문화평론가))
김용철변호사 사건부터 '반올림'까지…비판 겸허하게 수용해야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 펴낸 책 <삼성을 생각한다>의 일간지 광고가 ‘원천봉쇄’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삼성의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작년 연말부터 삼성 기업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잘 드러내주는 몇 개의 사건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건희 전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씨가 삼성전자의 부사장 겸 CCO(최고 운영 책임자)로 승진한 것, 둘째는 이건희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서 특별 사면 받은 것, 셋째는 얼마 전에 삼성전자의 부사장 한 분이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 넷째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1등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의 조직문화는 기업의 상층부만 쥐어짜 온 것은 아니다. 아래도 쥐어짜 왔다. 이건희 전 회장이 특별사면 되던 날 아침에, 이종란 노무사라는 분이 불법 강제 연행된 사건이 있었다. 이종란씨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삼성의 약점으로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것은 창의성과 혁신성 부족이다. 이런 점을 스스로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과거에 가족을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고 아주 인상적으로 말한 바가 있다. 이건희 전 회장과 이재용 부사장에게 있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그리고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 해야 할 일은 삼성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혁신과 창의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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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이건희" 낯뜨거운 이병철 100주기 보도 (미디어오늘, 2010년 02월 06일 (토) 07:25:51 조현호 기자)
5일은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탄생 10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호암아트홀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소식을 담는 데엔 모든 신문이 지면을 크게 할애했다. 중앙일보와 국민일보는 1면에 사진과 함께 기사를 실었고,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은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울먹였다는 대목을 기사와 제목(한국)에서 강조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신문들은 "정직해야 한다" "싸우지 말자" "삼성이 약해지면 도와줄 것"이라는 이 전 회장의 언급을 일종의 어록처럼 실어줬다. 남 잔칫상에 재는 뿌리지 말자는 뜻에서였을까. 체육대회 유치라는 명분으로 죄를 짓고도 재력과 권력에 기대어 4개월 만에 국민과 대중앞에 거리낌없이 등장한 회장님에 대해 한마디의 언급을 한 신문은 한 곳도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탄생을 이렇게까지 기념하는 행사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5일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타냉 100주년 기념 행사장에 참석해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회사가 약해지면 해야죠. 복귀라기 보다 도와줘야죠"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또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겠다" "싸우면 절대 안된다" 등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신문들은 이 같은 이 전 회장의 말을 제각기 해석해 크게 실었다. 사진은 이건희 전 회장과 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손을 잡으며 웃는 모습 등이 주로 실렸다.
가장 크게 실은 곳은 중앙일보였다. 1면 가운데에 3단크기의 사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 "회사 약해지면 도울 것">이라는 제목으로 비중있게 실렸다. 중앙(과 국민일보)은 사진 기사의 크레딧을 자사 기자 이름으로 달았다. 동아일보는 14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자 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건희 전회장 "사우면 경제도약 절대 못해">라는 기사를 통해 행사 소식 행사 전반을 소개하며 이 전 회장의 말을 옮겼다.
서울신문은 5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 참석…이건희 전삼성회장의 화두/"경영복귀 아직은 빠르다">에서 "이 전 회장이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전 회장이 인사 도중 감정이 복받친 듯 잠시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는 대목도 기사에 넣었다. 한국일보는 아예 11면 머리기사 <'호암 탄생 100주년' 범 삼성가 한자리에…"아직 부족한 점 많다" 울먹인 이건희>에서 기사 문장에서부터 이건희 전 회장이 울멱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11면 머리기사 <삼성 창업주 고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호암 경영철학은 영구한 기업철학">을 통해 행사 소식을 크게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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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삼성을 생각한다 관련기사 모음 2 - 김상봉 교수 칼럼 누락 이후, 삼성 불매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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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4 08:20
새벽길님의 [삼성을 생각한다 관련기사 모음] 에 관련된 글. 그냥 기사를 발췌하여 모아놓는다. 관련기사 1 ------------------------------------ '이건희 IOC위원 복귀'만? IOC는 이건희 징계했다 (프레시안, 윤효원 ICEM 코디네이터, 2010-02-09 오전 9:58:04)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IOC "이건희 올림픽 명성 더럽혀" 이건희 씨의 IOC(국제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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